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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50화 (151/225)

150화 안휘대회전(安徽大會戰) (6)

150화 안휘대회전(安徽大會戰) (6)

“···저, 저게 대체 무슨 내공이란 말이냐!”

“저 나이에 있을 수 없는 성취인데···”

“지금 설마 선천지기를 쓰고 있는 건가?”

사람들의 설왕설래는 부딪치기도 전에 시작됐다. 그만큼 금목환이 가지고 있는 내공의 질과 양은 충격적이었다.

옛날에는 태을헌원신공을 익혀 질만 좋았다면, 오 년 동안 폐관을 하며 신옥주로 끌어당긴 내공, 미지의 내공이 충원되어 양도 크게 상승된 것이다. 그만큼 강렬한 내공이니 사람들이 선천지기라고 이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역시 파장이 큰 이유는 남궁선우는 애초에 고수인 걸 알았다지만, 금목환이 저리 고수일 줄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심판을 맡은 진권, 제갈총은 물론이고 친분이 있던 종리운도 입을 닫지 못할 정도였으니.

“저 자는 대체 누굽니까?”

제갈총이 종리운에게 물었다. 중원의 머리를 맡고 있는 제갈세가, 그곳에서도 가주인 제갈총의 머리에서도 저 나이에 저런 신위를 발휘하는 것이 가능한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황금세가 가주, 금목환이지.”

“그걸 물어본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 외엔 나도 모르겠네. 이제는 말이야.”

종리운이 말했다. 제갈총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했다. 종리운의 목소리에 섞여있는 놀란 기색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래도 창궁검제를 이길 수 있을까.”

종리운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물론 뜻하지 않은 강함이었지만, 남궁선우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창궁검제 남궁선우. 그 역시 정파에서 촉망받는 천재였다. 스물 다섯에 창궁무애검법을 극성으로 익히고, 서른 다섯에 제왕검형을 극성으로 성취한 천재.

그렇게까지 빠른 성취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몰래 심어진 마기의 영향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지만 말이다. 만약 사람들이 알았다면, 두 가지 의미로 놀랄 것이었다.

첫째는 남궁세가의 가주가 마기를 익히고 있었다는 것 그 자체고, 둘째는 마기와 정종 내공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남궁선우 본인의 오성이 뛰어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조금만 재능이 없었다면 마기와 본인의 진신 내공이 섞여 단전부터 사람이 터져나갔을 터. 물론 남궁선우는 본인이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금목환이 마기와 비슷한 내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운용한다는 것 자체로 말이다.

당연하지만 저 금목환이 신강에서 입교 의식을 치렀을 리가 없었다. 내공의 근원에 대한 물음. 그러나 남궁선우는 고개를 떨쳐냈다.

뭔지는 몰라도, 저건 마기가 아니었다. 마신의 기운이 저런 불신자한테는 가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냥 다른 내공일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마음껏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쾅!

남궁선우는 마치 소림 고수의 탄지신통처럼 튕겨나갔다. 앞으로 쏘아져 나갔을 뿐인데, 벽력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남궁선우가 서있던 곳은 깊게 패였다.

바로 남궁선우는 금목환이 있는 곳을 베어갈랐다. 엄청난 거력을 담은 쾌검이었다.

“제왕검형이다!”

“일수에 죽이겠다는 건가?”

제왕검형. 그야말로 제왕의 검답게, 거대한 중압감이 금목환에게로 그대로 떨어졌다. 검이 불러일으킨 검풍에도 금목환의 여리여리한 얼굴이 바로 토막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금목환의 허리춤에서 한 줄기 빛이 번쩍했다. 황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광채가 짙은 빛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검이 부딪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금목환은 남궁선우의 검을 쳐내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허리춤에서 나온 빛은 유성처럼 남궁선우의 하단전으로 뻗어져 나가고 있었다.

쿠구궁!

남궁선우의 검은 금목환이 서있던 땅을 우그러뜨렸고, 금목환의 날쌘 쾌검은 남궁선우가 달려온 길 그대로 검흔을 남겼다.

서로가 서로의 검을 피한 건 당연지사였다. 검끼리 부딪치지 않아도 강기끼리 부딪쳐 금속성은 그림의 밑바탕 마냥 꾸준히 났다.

“···허.”

종리운이 탄성을 내뱉었다. 분명 금목환이 늦게 출수했다. 그러나 그 검의 속도는 남궁선우보다 근소하게 빨랐다. 그러니 검과 검이 부딪치지 않고 서로가 동시에 피하는 결과가 나온 거다.

대기에서 하는 칼질보다, 칼날을 검집이 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쏘는 발검이 빠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런 거력이 찍어누르는 상황에서 그 시간을 계산하여 발검하는 금목환의 감각은 대단했다. 저건 본능의 영역이었다.

“무곡성은 무곡성이군.”

“···가주가 무곡성이었군요. 그럼 납득이 됩니다.”

“이제 다 알려지게 되겠지. 오히려 무곡성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단계가 아닌가.”

이미 금목환의 수준은 동시대의 또래들을 아득하게 넘은 상태. 하늘 같은 선배와도 저리 합을 나누고 경쟁할 수 있었다.

콰콰콰콰···

폭음이 끊기지 않았다. 길게 묻어놓은 화약이 연쇄적으로, 끊임없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금목환과 남궁선우는 허공에서 나타났다가, 지면에서 나타났다가 번쩍거리며 서로 칼을 한 번씩 맞댔다. 맞댈 때마다 폭음이 나니, 폭음이 끊기지 않는 것이었다.

“저건 어떤 무공이기에 제왕검형과 상대가 되는 거요?”

“나야 모르지.”

제갈총은 계속 종리운에게 물었지만, 종리운은 입을 닫았다. 만천조종검이라는 이름은 몰랐지만, 그는 대충 알고 있었다. 금목환은 무공을 본인이 만들어 쓴다는 걸 말이다.

강운과 목현학에게 황금공이라는걸 직접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실제로 강운과 목현학이 시현한 황금공은 몇 백년간 명가에서 정련(精鍊)되어 있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훌륭한 무공이었다.

그러나 그런 놀라운 사실을 알려줄 수는 없었다. 그게 알려지면 중원의 사람들이 금목환에게 도리어 경계감을 느낄 터니까.

‘···아니, 이미 느끼고 있으려나.’

종리운은 반대편에 있는 참관인들을 봤다. 구파일방의 사람들, 남궁세가를 제외한 오대세가의 사람들. 이제 그들에게 금목환의 본 실력을 명백히 보여줬다. 그들의 표정은 기묘했다.

굉장한 무공을 견식하는 것에 대해서 감탄하는 일면도 있고, 믿을 수 없다며 부정하는 일면도 두루 존재했다. 그러나 실체가 있는 것을 어찌 계속 부정하랴.

“쥐새끼마냥 쏘다니는구나!”

남궁선우의 노성이 들렸다. 남궁세가는 중검과 쾌검을 중시하는 검파.

반면 금목환은 변화와 후발선제(後發先制)를 기본으로 검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남궁선우의 입장에서는 검이 제대로 닿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터였다.

남궁선우의 검이 휘둘러졌다. 그 검은 지금과는 달랐다. 한 손으로 휘두른 것이었다. 그러나 한 손으로 휘둘렀다고는 믿을 수 없는 힘을 담고 있었다. 남은 손으로는 장법으로 금목환의 오른쪽 어깨를 쳐나갔다.

금목환은 만천조종검의 대라회연을 펼쳐냈다. 바닥에 있는 흙이 금목환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무늬를 그리며 말렸다.

콰광!

두 번의 폭음이 울렸다. 금목환은 초식으로 검을 쳐내고, 검병으로는 남궁선우의 손바닥을 쳐냈다.

그때, 몇몇 고수들은 금목환의 입에서 미소를 봤다.

아무리 엄청난 괴력이라도, 검과 손의 분열은 필연적으로 검의 속도 하락을 가져온 것이다.

금목환은 남궁선우의 손바닥을 쳐내느라 역으로 뻗친 검을 칼집으로 납검시킨다음, 바로 발검했다. 그 궤적은 물찬 제비처럼 유려하게 뻗어나갔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남해십이검의 해운무봉이었다. 목표는 남궁선우가 칼을 든 오른쪽 어깨. 검을 든 손으로는 막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촤악!

피부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대차게 하늘로 뿌려졌다.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베어냈던지, 땅바닥을 더럽혀야 할 피는 하늘로 크게 솟구치고서야 떨어졌다.

“크악!”

모두가 남궁선우의 손바닥 한 귀퉁이가 베어진 걸 봤다. 잘려나간 부분은 중지부터 손목 어림까지로 단면은 깔끔했다. 잘려나간 부분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어?”

누군가가 멍청한 목소리를 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약관도 안 된 청년이 남궁세가의 가주를 몰아붙이는 거다.

본인의 실책을 깨달은 남궁선우는 반이라도 남은 오른손으로 검병을 잡고 금목환의 검을 쳐내고 있었지만, 상처 때문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방어 없이 공격만 하는 금목환의 검술은 가면 갈수록 화려해졌다. 모든 이가 도도하게 흐르는 금목환의 검결을 목도했다.

그 흐름은 물과도 닮아있는 듯 했고, 구름과 닮아있는 듯도 했으며, 우주와 닮아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였다.

쾅!

금목환의 검이 남궁선우의 하단전을 노릴 때, 갑자기 남궁선우의 몸에서 이질적인 내공이 폭발한 것은.

여기 있는 모두가 두 눈과 본인들의 오감을 믿을 수 없었다.

자욱한 물안개마냥 황산 봉우리를 감싸안은 보라색 기운.

마기였다.

*

남궁선우는 믿을 수 없었다. 주화입마가 온 것이다. 마기와 내공의 회로가 겹친 결과였다.

분명 천마신교에서는 그랬다. 불신하는 순간 마신은 벌을 내리신다고. 그러나 애석하게도 남궁선우는 마신에 대한 의심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마기가 터진 이유는, 금목환이 계속 검을 맞대며 마기와 비슷한 기운을 흘렸기 때문이었다. 그건 같이 칼을 맞대는 남궁선우만 알고 있는 성질의 것이었다.

마기를 억지로 끄집어내는 금목환 때문에 남궁선우는 억지로 마기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 초조함과 당황에서 무리한 초식이 나왔고, 손바닥이 베인 거다.

“마교, 마교다!”

“습격인가?”

연무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그래도 침착하게 진권이 마기를 하늘로 날려보냈다.

안개가 걷어지고 나서야, 남궁선우는 본인이 손바닥과 무릎을 땅에 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우웨에에에에엑!”

남궁선우의 입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의 몸에서는 악취와 보라색 기운이 풀풀 풍기고 있었다. 바보가 아니라면 남궁선우가 마교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쉽사리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마인이라니. 이런 씨알도 안 먹히는 농담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넌 뭐냐.”

남궁선우는 이빨을 꽉 깨물고 말했다. 이빨을 깨물어도 이빨 사이로 피가 줄줄 흘렀다.

그러나 금목환은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무기질적인 눈빛이었다. 남궁선우는 더 말하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올라오는 피 때문에 말을 더 할 수 없었다.

피와 함께 누런 위액, 아침에 먹었던 음식이 섞여 땅바닥을 더럽혔다. 모두가 표정을 찌푸리며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야말로 추한 광경이었다.

“크아아···”

남궁선우의 몸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모든 피가 머리 쪽으로 몰리는 게 보일 정도였다. 심장은 피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를 뿜어내고만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꼬맹이가 이렇게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마기와 비슷한 내공의 정체는 뭔지. 하나도 몰랐다.

갑자기 피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부작용으로 정신이 흐릿해졌다.

“남궁선우.”

그러나 남궁선우의 귀에는 마신의 목소리 대신 금목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궁선우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금목환의 뒤로 노을이 져서 등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중원 무림의 일원으로서 간자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금목환은 눈을 번뜩이며 검을 대각으로 치켜올렸다.

“내가 너를 주벌(誅罰)하리라.”

번쩍!

남궁선우는 마지막으로 섬광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은 세월의 마침표였다.

아비를 죽인 마교의 간자. 남궁선우의 머리가 칼날이 내리쳐진 방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뒤이어 무릎과 손바닥으로 지지하고 있던 몸마저 옆으로 무너졌다.

첨벙.

남궁선우의 몸뚱이가 피와 토사물로 만들어진 웅덩이로 굴렀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감히 입을 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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