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화
가로 엔터테인먼트.
성필은 그런 기획사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다.
‘신생이라고 했으니 만든 지 얼마 안 된 건가?’
무작정 프로듀싱에 참여할 권한을 달라고 했으나,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고 들어가는 건 말도 안 된다.
물론 한구인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듣긴 했다.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듣기만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성필은 한구인의 차를 타고 가로 엔터로 가는 중,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저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성필은 헤드 헌팅을 당한 것이다.
회사를 나와서 여기저기 찔러 봤다면 몰라도, 멀쩡히 석세스 엔터에 다니고 있는데도 제안을 받으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예 비즈니스 경영론이란 책에서 알게 됐습니다.”
“아.”
2년 전, 면식 있던 방송대의 교수가 집필한 책이다.
성필은 그 책에서 매니저 실무 쪽의 정보를 싣는 데 도움을 주었다.
실무 정보라 하면 전문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성필의 경험담 모음이나 다름없었다.
“읽어보셨어요?”
“예. 출간하자마자 읽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이 업계에 대한 지식이 적어서 책으로 배우길 바랐습니다.”
연예계 일을 책으로 배운다?
성필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생각이었다.
애초에 책으로 배울 만큼 지식이 없는 인간이, 어떻게 한 기획사의 이사가 될 수 있는가.
“이 일 하기 전에는 뭐 하셨어요?”
“벤처 캐피탈에 다녔습니다.”
“…….”
뭔가 연예계와 전혀 상관없을 법한 영역이었다.
물론 벤처 캐피탈에서 기획사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쪽 인물이 아예 기획사로 옮겨왔단 건 신기한 일이었다.
“여깁니다.”
가로 엔터테인먼트는 3층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1층 벽면은 모두 통유리였으나 선팅 때문에 안이 보이지 않았고, 2층과 3층은 개방적인 구조였다.
성필은 모던한 건물의 모양새에 감탄하며 한구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데스크였다.
‘사람이 없네.’
계단을 따라 2층, 3층으로 올라갔다.
가는 도중에도 인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소는 제대로 하는지 복도는 깨끗하기만 했다.
한구인이 사장실의 문을 두드리기 직전, 방 안에서 쨍그랑하고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성필은 심각한 얼굴로 한구인을 보았으나, 그는 개의치 않고 노크했다.
“사장님, 들어가겠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한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비즈니스 정장을 차려입은 여자는 깨진 화분을 바라보며 씩씩댔다.
“시발!”
그녀는 천장을 향해 포효하더니 책상 위의 집기를 전부 손으로 쓸어버렸다.
다행히 질량이 작은 물건들이라 떨어졌다고 깨지지는 않았다.
받침대와 분리된 모니터만 빼고.
“개새끼들이 좋다고 투자할 때는 언제고 돈을 전부 다 뺐어! 나를 뭘로 보고……!”
여자가 한구인과 성필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성필을 보자 돌이 된 듯 굳었다.
기획사의 사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젊어 보였다.
사회초년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사장님. 박성필 님 모셔왔습니다.”
“아, 어.”
“성필 님, 홍규헌 사장님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아, 예…….”
홍규헌은 난장판이 된 바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굴러다니는 집기를 정리하려다가, 혀를 차곤 한구인에게 명령했다.
“한 이사, 응접실에…….”
“음료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성필은 당황한 기색 없이 인사를 마쳤으나, 내심 두려웠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집기를 마구잡이로 부수는 사람은 평소에 어떤 성격일까?
“처음 뵙겠습니다. 홍규헌입니다.”
그녀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성필이 악수하자 한기가 핏줄을 타고 오는 듯했다.
“제가 손이 좀 차갑죠? 그만큼 마음은 따뜻해요.”
“아, 네.”
홍규헌은 손을 거두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따라오세요.”
응접실도 사장실 못지않게 분위기가 있었다.
애초에 사장실이 있는데도 그와 비슷한 규모의 응접실이 따로 있다는 게 놀라웠다.
석세스 엔터도 지금은 꽤 커졌다지만, 대표 집무실과 응접실을 따로 두지는 못했다.
“그럼.”
음료가 나오고, 홍규헌은 다리를 꼬았다.
딱히 성필을 무시해서 다리를 꼰 건 아닌 듯했다. 그것보다는 몸에 밴 습관에 가까웠다.
“결정하셨나요?”
“회사를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건물 좋죠?”
홍규헌은 고급 소파의 팔걸이를 쓰다듬었다.
확실히 건물과 인테리어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직원은 몇 명인가요?”
“음, 그게, 지금은 없어요. 있었는데 없어요.”
사연이 있어 보이는 말이었다.
홍규헌은 말을 돌리려다가 작게 한숨을 쉬곤, 성필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가로 엔터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예요. 얼마 전까지도 아이돌 그룹 하나 굴리고 있었는데 망했거든요.”
“수익이 나지 않았던 건가요?”
“네. 망했단 의미가 보통은 그거죠. 앨범 세 개 냈는데 도저히 궤도에 오르지 않았어요.”
냉철한 판단으로 그룹을 해산시킨 것이다.
“저는 애초에 기획사를 굴려보는 게 처음이거든요.”
마치 다른 회사는 굴려봤다는 것처럼 들렸다.
“당연히 업계인들을 불러서 뭐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원래 기획사라는 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잖습니까.”
“알아요. 뭐든 안 그렇겠냐마는. 저는 조금 순진했다고 할까. 그, 뭐라고 해야 할까. 저도 어렸을 때는 아이돌 좋아했거든요. 마침 좋아했던 아이돌의 프로듀서였던 인간이 자리가 없었어요. 데려와서 총괄을 맡겼더니……, 그 시발놈.”
갑자기 튀어나온 욕에 성필이 움찔했다.
“그 인간 작곡가 출신이었거든요. 자기랑 친했던, 하하!”
홍규헌은 갑자기 크게 웃었다.
“자칭 아티스트란 새끼들만 회사에 잔뜩 있게 된 거예요. 예술병 넘치는 놈들로 가득 찼죠. 더 빡치는 건 그때는 개판이 난 건 줄 몰랐단 건데. 하아……. 네, 제 문제죠. 경영자인 제가 그런 걸 미리 알았어야 했죠. 혹시 담배 피워요?”
“네.”
“한 대?”
그녀는 품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성필이 알지 못하는 종류의 외국 것이었다.
성필은 그녀에게 받은 담배를 피웠다.
“웁!”
목을 찌르는 듯이 강렬한 연기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이거 타르가 몇이야?!’
정작 홍규헌은 여유롭게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성필은 손가락을 미세하게 떨면서 담배를 아주 조금씩만 빨았다.
분명 같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도, 성필은 연기 냄새가 홍규헌의 것만 같았다.
이 방 자체가 그녀에게 눌려 있는 듯했다.
“보다시피 가로 엔터는 기반이 약해요. 그래서 제가 성필 씨한테 기대하는 게…….”
“방송가와의 연결인가요?”
이른바 연줄이다.
연예계는 외부 사업자가 진입하기 힘들었다. 특유의 폐쇄적인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업계 안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을 고용하는 건, 사업 진입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추후에는 그것도 필요하겠죠. 그것보다 더 원하는 건…….”
홍규헌은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리고 말하기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살짝 돌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요. 저도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지만, 자금이 부족해요.”
“나중에 투자받으실 건가요?”
“투자도 필요하죠. 하지만 그것도 그룹이 데뷔 언저리에 와야 가능해요. 봐요, 저 같은 인간한테 어느 누가 투자하겠어요? 아무런 성과도 없는데.”
“그럼 초기 비용은 어떡하시게요?”
“저한테 제지 공장이 있어요. 연 매출은 20억 언저리 왔다 갔다 해요.”
20억.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그 돈만 있으면 걸그룹 하나 작심하고 만들어도 될 수준이다.
하지만 홍규헌은 수익이 아니라 매출이라고 표현했다.
“쓸 데 쓰면 가로 엔터에 투자할 수 있는 순익은 1, 2억이요. 이익은 고정적일 거예요. 오빠야가…… 아니, 가족 중 하나가 출판사를 하거든요. 웬만하면 줄 끊길 일은 없어요.”
“알겠습니다.”
홍규헌은 ‘제대로된’ 그룹을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돈이 충분하지 않다.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초기 비용의 대부분은 연습생의 선발과 트레이닝이다.
“데뷔할 인원만 딱 맞춰서 연습생을 굴리는 건 위험하죠. 한 번 눈에 든 애를 데려와도, 나중에 맞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룹 색깔, 컨셉, 개인의 성격, 노력의 정도 등등. 괜찮은 그룹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생 풀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을 잔뜩 뽑아두는 것이다.
“하지만 사장님은 연습생을 많이 굴리지 못하는 거죠?”
“정확해요. 말도 안 되지만, 저는 연습생 풀을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최고의 그룹을 만들어야 해요. 처음 연습생으로 뽑는 애들을 데뷔까지 가져가야죠.”
“그 애들한테 최대한 투자하실 생각이신가 보네요.”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끌어서요. 투자한 만큼 최고를 만들 생각이에요. 마지막 도전이죠.”
“그럼 저한테 부탁하실 건 연습생 선발이군요.”
“거기에 더해서 핵심 직원도 모아주시면 좋겠어요. 아, 한 번에 전부가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정도만요. 여기까지가 성필 씨한테 바라는 거예요.”
홍규헌은 필터까지 줄어든 담배를 재떨이에 두었다.
연기가 환풍기로 나가는 동안, 성필은 그녀의 제안을 곱씹었다.
‘굳이 나를 콕 집은 이유는 예상할 수 있어.’
바닥부터 시작했던 석세스 엔터테인먼트의 개국공신.
로드 매니저 일부터 영업, 연습생 캐스팅, 마케팅 등. 손대지 않은 분야가 드물었다.
전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모내기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고, 성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온갖 분야에서 활동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성필은 오랜 매니저 생활로 여기저기 발도 많이 뻗고 있었다.
‘한구인은 나를 연예 비즈니스 경영론 책에서 알게 됐다고 했지. 홍규헌도 그 책을 읽어봤을 거야.’
성필은 방송대 교수가 집필한 책에 나온 매니저인 것이다.
신뢰를 주긴 충분했으리라.
“사장님이 바라는 걸 할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네. 가능합니다.”
매니저로서의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성필은 10년간 벌어질 일을 알고 있다.
어떤 이가 재능을 가졌는지 미리 알 수 있는 것이다.
개중에는 안타까운 사건으로 모습을 감춘 사람도 많다. 그들을 데려온다면 아이돌로서의 재능은 보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한구인은 사장인 홍규헌을 만나보라고 했다. 자신의 선에서는 판단을 내릴 수 없단 뜻이었다.
역시 홍규헌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성필은 내심 그녀가 받아들여 주길 바랐다.
아니, 그녀와 함께 일하고 싶었다.
‘가진 돈을 전부 털어서 연습생한테 쏟겠다고 했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도 했어.’
이 말은, 만약 그룹이 실패하더라도 그때까지 쌓인 빚을 연습생에게 지우지 않겠단 뜻이었다.
한국에는 실패한 그룹 멤버에게 빚을 지우는 인간들이 많다. 트레이닝비와 관리비를 전부 멤버에게 청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돌 활동이 끝난 아이들은 몇억의 빚을 지고 사회로 내몰린다. 하지만 홍규헌은 그러지 않겠단 뜻을 내비쳤다.
‘이런 사람은 진짜 드물어.’
돈 앞에서도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는 사람이다.
성필은 최소한의 도덕마저 지키지 않는 이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홍규헌에게 더 끌렸다.
잠깐의 고민 끝에 홍규헌이 얼굴을 찌푸렸다.
성필은 미리 그녀의 표정을 읽었다. 그리고 실망한 것을 들키지 않으려 표정을 굳혔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네요.”
하지만 홍규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성필의 예상을 벗어났다.
“저희 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회사는 소수 체제로 돌아갈 거예요. 하하, 저번에는 괜히 헛바람만 들어서 별사람을 다 고용했지만요. 아마 직원이라 봤자 10명…… 아니. 5명 이하로만 계속 굴러갈 수도 있어요. 그러면 뭐, 당연히 모두가 프로듀서겠죠?”
“……조금 애매하게 답변하시는데요.”
“아, 그랬나요. 그럼 여기서 약속드릴게요. 중대한 결정에서 의결권을 약속드릴게요.”
의결권을 약속한다.
즉, 성필을 경영진 중 하나로 인정한단 뜻이었다.
외부인을 곧장 중역에 들인다는 건 파격적인 결정이다.
역시 홍규헌은 조건을 달았다.
“물론, 그만큼 능력이 있으셔야겠죠.”
“능력이요?”
“물론 성필 씨 경력은 잘 알아요. 하지만 그건 다른 곳에서 쌓아온 거잖아요? 여기서도 쌓아주세요.”
“자격을 증명하란 거네요.”
“자격증명같이 오만한 조건은 아니고……, 함께 신뢰를 쌓자는 거죠. 신뢰가 쌓이면 싫다고 하셔도 중요한 결정에 빠짐없이 참여하실 거예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조건에 걸맞은 능력을 보이란 것이다.
성필도 바라는 바였다.
“알겠습니다.”
“좋아요. 더 바라시는 거는요?”
“없습니다.”
성필은 자신 있게 답했다.
정말 그것 외에는 바라는 게 없었다. 홍규헌이 제시한 급여도 충분하고 넘쳤다.
‘나한테는 프로듀싱이 제일 중요해.’
아이돌을 처음부터 쌓아 올라갈 권리.
물론 결정권이 아닌 의결권이지만, 성필은 홍규헌을 설득할 자신이 충분했다.
아무렴, 미래에 어떤 형태의 그룹이 성공할지 미리 알고 있지 않은가.
홍규헌은 성필의 대답에 만개한 미소를 띠었다.
“우리 잘해봐요.”
* * *
한구인.
한국 최고의 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의 벤처 캐피탈 인턴으로 2년을 일했다.
실적도 좋았던 터라 정규직 제안이 왔으나, 그는 한국행을 택했다.
꿈 때문이었다.
‘어느 회사든 개국공신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제가 됐든 대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이미 커버린 회사에 흥미는 없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아주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들어왔다.
아버지의 친구 중에 그룹의 회장님이 계신다.
문화사업이 주력인 그룹인데, 그 회장님의 막내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단 것이었다.
“같이 일해봐라.”
그 막내딸이 홍규헌이었다. 그녀는 대담하게도 기획사를 차렸다.
연예계는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로 신생 사업가가 진입하기 매우 힘들다.
“가능할까요?”
“당근 빠따 가능하지. 날 뭘로 보고? 공장도 나 혼자서 잘 돌리고 있다구.”
형제들처럼 괜찮은 사업체나 하나 받았으면 되련만, 홍규헌은 일부러 어려운 길로 갔다.
한구인은 그런 그녀의 야망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몇 년 뒤.
“에이 씻팔!”
홍규헌은 변해버렸다.
담배는 입에도 안 대던 사람이 집무실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도수가 높은 양주도 자주 마셨다.
첫 번째 아이돌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재기해보려 해도, 총괄 프로듀서와 그 일당이 사라져버렸기에 방법이 없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보느냐, 잘라내느냐.”
홍규헌은 그리 말하면서 그룹 멤버들을 따로 모았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해체를 선언했다.
죽어가는 사람은 살릴 수 없다, 그녀가 내린 판단이었다.
한다면 새로 만들어야 했다.
“박성필 어떤 거 같아?”
“창작자보다 관리자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홍규헌이 성필에게 원하는 건 업계인으로서의 인맥이었다.
게다가 석세스 엔터라는 회사의 창립기부터 바닥에서 구른 인간이니, 가로 엔터에도 도움이 될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으리라.
“그래, 나머지는 같이 일해보면 알겠지.”
홍규헌은 걱정 불안을 한숨에 담아 뱉었다.
“네가 조사한 것 보니까, 박성필 괜찮은 인간인 거 같고. 잘될 거야. 응, 꼭 잘돼야 해.”
한구인은 미리 성필의 뒷조사를 했다.
경력, 인적 사항, 자주 들르는 가게까지 전부 알아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홍규헌은 성필과 같이 일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네. 성실한 사람입니다.”
한구인도 동의했다. 그리고 그 성실한 사람, 성필은 현재 룸살롱에 있었다.
* * *
“저 회사 나가겠습니다.”
룸 안에 정적이 흘렀다.
김태훈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고, 윤상열은 코웃음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