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화
성필은 아직 본론은 꺼내지도 않았건만 궁지에 몰린 기분이었다.
“저기.”
그때 한구인이 손을 들었다.
“4인조가 위험하단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옛날에 조사해봤는데, 정말 성공 확률이 극악하더군요. 2세대 아이돌부터는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고, 규모가 작은 그룹은 자연스레 도태되었습니다. 3세대에 이르러서는 평균 멤버 수가 8명이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계속 불안했습니다.”
4인조 꽤 많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며 몇 개의 이름을 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공한 그룹이다.
바닥에 묻힌 그룹까지 생각한다면, 4인조의 성공률은 매우 낮다.
“물론 저는 멤버분들을 믿습니다만, 위험부담이 있단 데에는 동의합니다. 아이돌 그룹의 인원이 많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팬덤과 개인팬의 규모 간 상관관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마도 이유는…….”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예.”
낮은 수의 인원은 위험부담이다.
한구인은 그 위험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성필이 말을 이었다.
“사실 데뷔까지의 기간은 충분했다면, 저는 7인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데뷔 기간이란 말이 나오자 홍규헌이 눈썹을 꿈틀했다.
데뷔 기간을 급격히 줄인 건 홍규헌이었다. 그녀는 보유 자금을 이유로 트레이닝 기간을 대폭 축소시켰다.
이건 홍규헌의 약점이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리라 믿습니다. 시간만 있다면 많은 인원을 구했을 겁니다.”
성필은 일부러 홍규헌을 보았다. 그녀가 동의해주기를 바라면서.
“그래, 박 이사 말은 맞아. 7인조, 적당하지. 4인조보다는 좋은 게 확실해. 그룹은 무조건 홀수, 그런 얘기도 있고. 하지만 말이야, 이미 데뷔는 정해졌어.”
홍규헌이 합리적인 반박을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또 멤버를 들이자는 건 너무하잖아. 다른 네 명을 구할 때랑은 차원이 달라. 그때는 트레이닝 기간이 있었어. 만약 지금 시점이고, 멤버가 네 명 구해졌다고 치면, 나는 다섯 번째 멤버가 조아라와 장하양이었다 해도 반대했을 거야.”
남은 시간은 고작 6개월 남짓.
조아라와 장하양 수준이라면 성장하길 기다릴 수가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는 멤버였다.
“박 이사. 그냥 감으로는 안 돼. 최소한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 직전까지 갔던 애 정도는 돼야 해. 리카처럼.”
“대형 기획사는 아니지만 데뷔 직전까지 가긴 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출 수 있는 애입니다.”
“그런 애를 어떻게 데려와? 데뷔가 확정이란 소리 아니야?”
성필은 빔프로젝터와 연결된 노트북으로 다가가 이름 하나를 검색했다.
“신아름?”
수많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프로젝트 포유에서 활약했던 신아름의 사진, 움짤 등이 가득했다.
굳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프로젝트 포유 자체가 신아름의 커리어다.
“즉시 전력감이고, 데려올 수 있고, 데뷔할 의지도 가득합니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조건에 모두 부합합니다.”
“잠깐만 성필아.”
손혜빈은 한동안 스크린에 뜬 신아름을 보았다.
“데려올 수 있단 네 말을 일단 믿으면, 나는 걱정되는 게 있어. 얘가 멤버들 사이에 잘 끼어들까? 지금 멤버들 케미 최상이잖아. 그런데 갑자기 한 명이 들어오면 좀…… 알지?”
굴러 들어온 돌에 호의적이지 않으리란 걸까.
심지어 그 돌이 상당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면, 멤버들이 질투를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왜 네가 신아름을 데려오고 싶은지는 알겠어. 홍보가 엄청 되겠지. 가만히 있어도 홍보가 될 거야. 근데, 우리 프로모션 마케팅 전략도 신아름에게 맞춰지지 않을까?”
굴러들어온 돌이 새로운 그룹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왜냐.
그게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니까.
신아름 한 명만 띄워도 그룹 자체가 낙수효과를 받는다. 그러니 가로 엔터는 신아름에게 집중할 것이다.
“나는 애들이랑 사이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성필이 너도 알겠지만.”
“멤버분들이 그러실까요?”
한구인이 의문을 표했다.
그의 눈에 멤버들은 모두 천사로만 보였다.
“당연히 그러죠! 한 이사님은 갑자기 키도 크고 잘생기고 학력도 한 이사님보다 좋고 일도 성필이만큼 잘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질투 안 하겠어요?”
“……으어, 어, 으음.”
한구인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심지어 사장님 관심이 다 그 사람에게만 쏠리는데? 우리도 다 한 이사님보다 그분을 좋아할 건데?”
한구인이 울기 직전인 표정이 됐다.
상상력이 너무 뛰어난 거 아닌가.
“누나, 한 이사님 그만 놀려.”
“헤헷. 암튼 이해하셨죠? 케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걸 케어하는 게 저희 일 아닌가요.”
민경섭이 성필의 편을 들어주었다.
“지레짐작 겁먹고 물러나면 안 되죠. 손 PD님 말마따나 마케팅 비용이 말도 안 되게 절약될 거예요. 방송사도 신아름이 포함된 그룹이면 음방에 바로 넣어줄걸요? 굳이 PD 앞에서 빌 필요도 없겠어요.”
민경섭은 음방 섭외가 쉬울 것이란 이유로 신아름의 영입을 찬성했다.
중소 기획사가, 그것도 실패한 경력이 있는 기획사가 음방에 나가는 건 매우 힘들다.
1년에 수십 개의 그룹이 데뷔하지만, 음방이라는 첫 번째 벽에 마주하고 침몰해버린다.
아무리 앨범을 돌리고 인사하러 다녀도, 대부분의 그룹이 음방에 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인지도도 없이 잊히는 것이다.
“들일 수만 있으면 신아름은 당연히 들여야죠. 저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민경섭은 석세스 엔터가 작았을 시절, 고작 음방 하나 때문에 울고 웃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로서는 신아름을 받아들이는 게 당연했다.
어떻게든 그룹을 띄우는 게 기획사의 역할이니까.
“일장일단이 있네.”
홍규헌이 판결을 내리려는 듯했다.
“이장일단인데요.”
“박 이사, 내 말에 태클 걸지 마.”
“…….”
“장점 첫째는 홍보. 둘째는 4인조의 단점 극복. 극복이라기보다는 보완이지만. 뭐어, 한 명 추가된다고 얼마나 나아지겠냐마는. 그래도 중앙이 있을 수 있는 숫자니까. 그리고 단점은, 애들의 사이가 나빠질 위험.”
그건 매우 큰 단점이다.
그룹 내에 왕따가 생기면 기획사는 해결할 수 없다.
멤버들이 작정하고 벌이는데 기획사가 뭐 어쩌겠는가.
“나중에 그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사안이야. 박 이사.”
“예.”
“신아름이란 애 성격은 어때? 방송에서 볼 때는 괜찮던데.”
신아름은 프로젝트 포유가 진행될 때 ‘우리좌’로 불렸다.
그녀가 F등급 연습생들과만 팀을 꾸린 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 팀에서 탈락자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팀 내부에서도 그러리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우울해진 분위기 속에서 신아름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할 수 있어!”
신아름은 항상 ‘우리’란 말을 달고 다녔다.
어느 팀이 되어서건 ‘우린 이겨!’, ‘우리는 할 수 있어!’, ‘우리가 최고야!’ 같은 말을 남발했다.
그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에 ‘우리좌’란 별명까지 얻었다.
“아, 그거요. 걔가 리더 기질이 있어요. 남 위에 서는 걸 좋아해요.”
“……응?”
“‘나만 따르면 돼 바보들아!’는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니까 ‘우리는 할 수 있어!’로 순화한 거예요.”
“뭔…… 박 이사가 그걸 어떻게 알…… 아.”
홍규헌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신아름 걔 석세스 엔터 출신이잖아! 박 이사 옛날 기획사!”
그 말에 민경섭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홍규헌과 마찬가지로 놀랐다.
“다들 알고 계시는 거 아니었어요?”
“이야, 성필이 독하다 정말. 이제 하다 하다 인재 유출까지 시키네.”
“얼마나 원한이 깊으시면 이런 일까지…….”
“동업자 윤리에 위배되는 거 아니야? 박 이사, 아무리 복수를 하고 싶어도 사람을 빼 오는 건 조금…….”
“그런 거 아니에요!”
성필은 신아름의 풀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이미 민경섭에겐 알려주었건만, 그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훌쩍였다.
“아름이 그 어린 게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었으니까.
3시간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홍규헌이 결론을 내렸다.
“테스트받아보자.”
“감사합니다!”
“근데 그게 끝이야.”
“네?”
“테스트가 사실상 입사 시험이라고. 단기 트레이닝 기간은 없어. 그럴 여유가 없잖아. 최선을 다해야 해. 알겠지?”
성필은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뭐지? 내 말이 우습단 건가?”
“아, 아니요. 그냥…….”
신아름은 당연히 합격이지.
* * *
“저 특기 있어요.”
테스트를 받으러 온 신아름이 별안간 선언했다. 홍규헌이 픽 웃으면서 말했다.
“장하양이란 애는 갑자기 섹시포즈 잡았었는데, 아름 씨는 뭐 하실 거예요?”
“아무 댄스 영상 보여주세요. 곧바로 똑같이 따라 출게요.”
“예?”
“노래가 섞여도 돼요. 같이 부를게요.”
당돌한, 아니. 오만한 선언이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천재란 명칭이 아깝지 않았다.
“오, 그래요?”
손혜빈이 반응했다. 그녀는 핸드폰에서 영상 하나를 찾아서 신아름에게 주었다.
성필이 조용히 물었다.
“누구 곡이야?”
“응? 아이돌 꺼 아닌데?”
“그럼?”
“댄싱 스타란 프로그램 결승곡.”
미국의 댄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매년 세계적인 댄서를 하나씩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혜빈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며, 조아라도 그것을 좋아한다. 덕분에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계기가 됐었다.
“뭐? 거기 나오는 사람들은 진짜 댄서잖아! 아라도 바로 보곤 못 따라 해!”
성필도 신아름에게 그토록 난이도 있는 댄스는 시켜본 적이 없었다.
“쟤가 자신 있댔잖아. 그래서 줬지.”
“다 봤어요. 바로 시작해도 돼요?”
손혜빈이 움찔했다. 그리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저 말고 다른 분들은 이거 안 봤거든요. 한 번씩 보고 시작할게요. 사장님 그래도 되죠?”
“응. 손 PD가 그냥 사장 해.”
“죄송합니다…….”
댄싱 스타의 결승곡을 본 직원들은 전부 인상을 찌푸렸다.
“야, 이거. 그냥 아이돌 수준이 아니잖아…….”
진짜배기 댄서의 춤이다.
심지어 한 해 미국 최고의 댄서나 마찬가지인 사람의 춤.
한구인은 아예 입까지 벌리면서 영상을 보았다.
“추, 춤에도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거였군요……. 노래 가사나 맥락을 몰라도 감정이 그려집니다.”
항상 아이돌 군무만 보다가 진짜 댄서의 춤을 보니, 한구인은 눈이 뜨인 것 같았다.
왜 대학에 무용학과가 있는지 알 듯했다.
“이거 난이도가 너무 높잖아.”
“뭐 어때요. 신아름 쟤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은데, 앞으로 수월하게 관리하려면 콧대 한 번 부러뜨려줘야죠.”
“누나 경험담이야?”
“응, 내 경험담이다 왜. 성필이 너도 콧대 부러지고 싶어?”
“난 누나 매니저일 때 너무 많이 부러졌어서…….”
“저기요, 이제 시작해도 돼요?”
“네네, 시작하세요. 한 이사, 음악 틀어줘.”
곡이 흘러나오고, 손혜빈의 비웃음이 감탄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뭐, 뭐야.”
불공평하잖아.
절로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이런 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고……?’
신아름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댄싱 스타 우승자의 춤을 대체로 복사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감정까지 일부 담아서 말이다.
표정도 대단했다.
그녀는 가사를 모름에도, 영상만 보고서 곡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춤이 끝나고, 연습실은 개미가 다니는 소리마저 들릴 듯 조용해졌다.
그 가운데 성필과 민경섭만 무뚝뚝했다.
‘이게 아름이가 대단한 이유지.’
신아름은 병을 앓고 있다.
망상과 환각이 특징인 병인데, 그에 따른 보상이라도 되는 듯 어떠한 능력이 생겼다.
신아름은 비정상적 상태일 때 모든 감각을 증폭해서 받아들인다.
시각도, 청각도, 후각도, 촉각도, 미각도.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듯이 느껴진다.
하지만 정상적일 상태일 때는, 특정 감각만 정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한 번 본 것을 수백 번 본 것처럼 따라 하고, 한 번 들은 것을 수백 번 들은 것처럼 재생한다.
어쩌면 병이 먼저가 아니라 그 능력이 먼저 생겼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신아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리고 아름이가 천재란 말이 아깝지 않은 게.’
받아들인 정보를 곧장 인출할 수 있단 것이다.
인지(認知)가 곧바로 심동(心動)으로 이어진다.
생각이 즉시 행동으로 변환된다.
병을 대가로 얻은 듯한 천재성이다.
아니면 천재성을 대가로 병을 얻었던가.
물론 받아들인 정보를 자신만의 것으로 변환하고 표현하는 건 다른 문제지만…….
“이 정도면 즉시 전력감으로 부족하진 않죠?”
“……몇 개만 더 해보자. 우연하게 옛날에 연습했던 걸 수도 있잖아.”
당연하게도, 아니었다.
신아름은 모든 것을 보고 들은 그대로 재생했다.
춤도 노래도, 무엇이든지.
홍규헌은 신아름을 내보내고 심각하게 말했다.
“쟤 천재야?”
“천재입니다…….”
대답한 사람은 성필이 아닌 한구인이었다.
“인간의 단기 기억이 지속되는 건 고작 20초에서 30초입니다. 그리고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 덩어리도 7개에서 9개 정도고요. 그 이상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장기 기억으로 옮겨야 하는데…… 춤을 한 번 보고 장기 기억으로 옮긴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천재…… 인간이 아닙니다, 저분은. 단순 기억이 아니라 신체 동작으로 구현할 수 있단 점에서도, 일반인의 능력과 궤를 달리합니다.”
한구인의 설명에 홍규헌은 어깨를 으쓱했다.
“천재 맞나보네. 석세스 엔터는 저런 애를 왜 쫓아낸 거야?”
“윤상열이 저런 얼굴을 안 좋아해요.”
“저런 얼굴? 신아름이 왜?”
“고양이상이랑 무쌍이요. 좀 날카롭고 그런 거. 석세스 엔터 그룹 이미지랑 안 맞는다고 내보냈대요.”
“어음…… 바보 같은 이유는 아닌데…… 아깝지 않나……?”
윤상열은 아이돌 그룹을 그저 기계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본인이 바라는 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부품 정도는 떼다 버릴 수 있다.
그게 성필과 윤상열의 결정적인 차이점이었다.
“안 아까우니까 내보냈겠죠.”
“그런가. 손 PD 생각은 어때?”
“……불공평해요.”
“뭐가?”
“저, 저는 저 춤 추려고 엄청 연습했는데 쟤는 무슨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아, 그래. 좋다는 뜻이지? 그럼 한 이사는?”
“저는 사장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민 매니저는 당연히 찬성이겠고. 그럼 보자…….”
홍규헌은 오늘 테스트 전까지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신아름의 영입은 마케팅에 강점이 있단 건 부정하기 어려웠으나, 멤버들의 케미가 깨지는 건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신아름을 보니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욕심부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들이자. 어때?”
신아름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보석이다.
* * *
“이 시점에 새 멤버라고요?”
“응. 오늘 들어온대.”
“허허.”
조아라가 어깨 스트레칭을 했다.
마치 싸우러 가기 전의 깡패 같았다.
“쓰읍, 맘에 안 드네.”
“박 이사님이 기가 센 애니까 조심하래. 오늘 한 시간 정도 대화 시간 줄 거라시는데…….”
“기가 세? 푸흡. 아니이, 나 기 세다는 애 치고 진짜 센 애 못 봤거든요? 기 세다는 말이 패션이야 아주.”
“걔가 말한 게 아니라 박 이사님이…….”
“아, 됐어요. 그럼 제가 먼저 대화해볼게요. 곧 오는 거 맞죠?”
“으응…….”
조아라가 문으로 걸어가자, 근처에서 가사를 달달 외우고 있던 장하양이 고개를 들었다.
“아라 어디 가? 내가 물 여기다 뒀어. 가지러 안 가도 돼.”
“아뇨. 새로 오는 애 미리 만나보려고요.”
“누가 새로 와? 새 직원분이야?”
“……언니 우리 말 잘 안 듣죠?”
“아하하, 미안. 무슨 말이었어?”
“후우. 다들 보고만 있어요. 아니. 기다리고만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리카가 조용하다.
새 멤버라면 누구보다 텐션이 업되어 있을 아이인데.
조아라가 시선을 돌리니, 리카가 구석에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치, 친구로서 좋은 거지 멤버로 올 거라곤 말 안 했잖아아……. 앞으로 매일 매일 보면 내 몸이 안 남아날 거야아……. 매일 놀림감이 될 거야아……. 방탈출 카페 가기 싫어어…….”
상태가 이상했다.
조아라는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10분 후, 문이 벌컥 열리며 조아라와 신아름이 등장했다.
신아름이 조아라에게 어깨동무하고 있었다. 조아라는 마치 사로잡힌 새 같았다.
“안냐세요 언니들! 리카 안녕!”
“히에엑!”
트라우마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