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히무라가 협상 카드를 모두 꺼내자, 성필은 한구인과 회의실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의견을 통일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회의실 밖 복도에서 둘은 숨을 골랐다.
“1억 엔을 주겠다고 한 거 맞죠?”
“그렇습니다. 계약금 1억 엔입니다.”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다.
외국의 에이전시가 아예 케이팝 그룹의 활동 권한을 얻어내고, 자신들이 프로듀싱과 매니지먼트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다.
“정말입니까?”
“네. 1년 동안 있던 경우만 봐도 흔한 축에 속하죠. 최근에는 한 걸그룹이 중국에서 50억을 받고, 중국에서의 활동 권리를 완전히 넘겼어요. 한 보이그룹은 30억으로 일본 매니지 권리를 넘겼고요. 흔하다는 건 과장이라도, 없는 경우는 아니에요. 아닌데…….”
가로 엔터가 받기엔 과분한 조건이다.
“정말로 웨벡스 사무소가 소녀연맹의 가치를 그렇게 크게 쳐준 겁니까? 메이저 기획사나 중견 기획사의 그룹도 아니잖습니까. 데뷔 1년도 안 된 소녀연맹인데, 대체 무슨 꿍꿍이로…….”
성필은 턱을 매만지며 겨우겨우 머리를 굴렸다. 도저히 1억 엔이라는 거금이 머리에서 떠나가지를 않았다.
“제가 생각하기에, 노하우를 흡수하는 게 목적 같아요.”
“노하우? 저희에게 노하우라고 할 만한 게 있습니까?”
“…….”
“바, 박 이사님의 프로듀싱을 비하할 의도가 있던 건 아닙니다.”
“…….”
“정말입니다!”
“알겠어요. 노하우라고 할 게 있죠, 저희는.”
웨벡스 사무소는 걸그룹에서만큼은 계속 죽을 쑤고 있다.
“그에 비해 가로 엔터는 이제 겨우 걸그룹을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괄목할 성과를 이뤘잖아요.”
“그야 한국에서는 그렇습니다만…….”
“일본에서도 그래요. 한국 활동만으로 해외 팬덤을 형성시켰으니까요.”
아직 힘이 약한 가로 엔터는 매니지먼트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나마 모든 음악 방송에 출연시킨 게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
즉, 소녀연맹의 성공은 프로듀싱에 있다.
“작은 기획사가 이뤄낸 비정상적인 성공. 웨벡스가 충분히 탐낼 만하죠.”
“하지만, 굳이 일본 사무소가 케이팝 그룹의 노하우를 탐낼 이유가 있습니까? 프로듀서를 섭외해도 일본에서 찾으면 되잖습니까.”
한구인은 아까부터 성필의 말에 반박만 했다.
성필은 쉽게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니까.’
지속적으로 반박하여 상대의 제안을 완전히 파악하고자 함이었다.
긍정적인 확증 편향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일본 정서에 맞는 프로듀싱을 계속 실패했으니, 성공 사례를 외국에서 찾겠단 거죠. 한국이요. 그리고 이건 확실하지 않지만, 웨벡스가 케이팝 그룹에 호의적일 가능성도 있어요. 아예 케이팝 모델을 베껴서 일본에 내놓으려는 거죠.”
성필은 본인의 입으로 말하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한국의 아이돌 산업은 일본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건만, 어느새 일본에 사업 모델을 역수출하는 단계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미 많은 역수출 사례가 있었고, 이번에는 가로 엔터가 그 대상이 될 모양이다.
“히무라 씨의 제안이 타당하다고 치겠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제안을 받아들여야 합니까?”
“아니요. 내건 조건이 과해요.”
1억 엔이란 계약금도, 그리고 저들이 바라는 조건도.
“일본에서 무조건 1년 중 3개월을 활동해야 한다. 이 조건은 수정해야 해요. 2개월로요.”
통상적인 앨범 활동 기간인 6주. 거기에 2주를 더해 2개월이다.
“아마 콘서트나 팬 행사도 감안해서 3개월을 내건 거 같은데, 2개월로 줄여요. 그리고 가로 엔터 자체적으로 공연과 팬 행사를 일본에서 진행하겠다고 하죠. 당연히 협력 업체는 웨벡스고요.”
한구인은 핸드폰에 필기를 시작했다.
“그 2개월 동안 프로듀싱과 매니지먼트의 모든 권리를 받겠단 건데. 매니지먼트 관련해서는 우리 애들의 과로를 방지할 조항을 만들어야 해요.”
막말로, 소녀연맹을 일본 각지 소극장에서 공연만 죽어라 시킬 수도 있으니까.
소녀연맹이 일본 활동을 마쳤을 때는 반시체 상태일 수도 있다.
웨벡스도 1억 엔의 계약금을 어떻게든 만회하려 할 테니까.
“또, 프로듀싱. 프로듀싱 권한을 받겠단 건, 웨벡스가 소녀연맹의 퍼포먼스를 만들어서 발매할 수 있는 걸 뜻해요.”
그야 웨벡스는 일본에서의 프로듀싱에 익숙하니, 의외로 소녀연맹을 성공시킬 곡과 안무를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일본 아이돌 퍼포먼스는…….”
좀 그렇다.
“웨벡스가 가져야 할 프로듀싱 권한은, 저희가 만든 곡과 안무 중에서 선택하는 정도여야 해요. 의상이나 메이크업도요. 최대로 가봤자 리드곡 선택과 앨범 패키지 디자인, 앨범 구성 정도로요.”
애초에 웨벡스도 소녀연맹의 현재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한 것일 테니, 이 조건은 쉽게 수용될 것이다.
“끝입니까?”
“네, 이 정도로 협상해주세요.”
“박 이사님은 저 제안에 동의하시는 겁니까? 일본에서의 2개월. 1년의 1/6을, 소녀연맹이 일본에서 보내는 거 말입니다.”
“네. 만약 웨벡스의 호언장담이 맞다면, 저희가 일본 공략에 성공한다면, 그 수익은.”
한국에서의 매출을 아득히 능가할 것이다.
“소녀연맹은 이중체제로 갑니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동시 활동으로.
“한 이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생각하냐고 여쭈셨습니까? 소녀연맹 분들을 돈으로 사려는 건 마음에 안 듭니다만.”
한구인이 핸드폰 메모장에 하나의 1과 셀 수도 없이 많은 0을 그렸다.
“행복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네, 그래요.”
진짜 행복한가 보네.
“1억 엔이 있으면, 정말, 장부를 보고 한숨 쉬는 나날도 이제 끝이니까요! 심지어 빚도 아니잖습니까! 미니멈 개런티 투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아, 알겠으니까 조용 좀 하세요.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요.”
둘은 협의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홍규헌에게 연락하여 허락을 얻어내려 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홍규헌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으나.
[박 이사랑 한 이사가 동의했으면, 그대로 진행시켜.]
그녀는 성필과 한구인에게 신뢰를 보여줌으로써 허락했다.
둘은 다시 심호흡을 하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한구인이 히무라와 악수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단, 조건을 조금 수정해주기만 한다면.
“좋습니다.”
히무라도 선선히 받아들였다.
이번에야말로 협상이 끝났다.
“저희는 이제 한배를 탄 겁니다. 박 이사님, 한 이사님. 반드시 성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녀연맹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와 함께 웨벡스 사무소도, 걸그룹 분야에서 겪었던 실패를 만회하고 도약할 것이다.
* * *
일본에서 돌아온 다음 날, 성필은 모든 팀장급을 소집했다.
그래봤자 성필, 손혜빈, 한구인, 민경섭이 다였다. 거기에 홍규헌이 끼었으니, 사실상 임원 회의에 민경섭이 추가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 구성은 오랜만이네요.”
민경섭의 말에 손혜빈이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그도 손혜빈보다는 아니지만 초창기에 들어온 직원 중 하나였다.
비록 그가 이사급에 관심이 없다고 하긴 했으나, 손혜빈 홀로 올라온 게 미안했다.
“나중에는 민 팀장도 여기에 수시로 불릴 거야.”
“제가요?”
“그래. 가로 엔터가 케어할 연예인의 수가 많아지고 스케줄이 확대, 심화된다면 매니지먼트 전문 이사도 필요할 테니까.”
홍규헌의 말은 민경섭의 이사직을 보장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민경섭은 당황했으나, 얼마 안 가 그의 얼굴에는 고마운 감정이 가득 차올랐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때까지 민 매니저 역할을 잘 수행해줘.”
홍규헌의 부하 동기부여시키기 시간이 끝나고, 성필이 본제를 꺼냈다.
“9월 일본 데뷔 계획은 전면 철폐합니다.”
“손나(그런)!”
방금 말은 손혜빈이 한 것이다.
“대신, 일본 데뷔는 내년 초로 잡읍시다. 순조롭다면 정규 1집이 발매된 이후가 될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멤버들의 일본어 교육에 힘써주시길 당부합니다.”
“예.”
재무팀장 한구인이 답했다.
“……한 이사님. 그냥 일본어 강사님을 고용할까요? 업무 보시는데 애들 일본어까지 가르쳐주는 건…….”
“저는 괜찮습니다!”
재무팀장 한구인이 절박하게 외쳤다.
“예, 알겠습니다. 웨벡스 사무소와의 연락은 손 이사님이…….”
“걍 누나라고 불러. 네가 손 이사님이라고 하니까 섭섭하다 야.”
“……누나가 맡아줘. 전략적인 부분도 합해서.”
“그랭. 근데 너 진짜 메인 프로듀서 느낌 난다. 막 너 어릴 때 생각나면서 감회가 새롭…….”
“일본 활동 스케줄 같은 경우는 경섭이랑 협의해줘.”
민경섭이 손을 들었다.
“근데요 형. 웨벡스에서 우리 애들을 소속사 뮤지션급으로 대우해주겠다고 하잖아요. 정확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영업해주겠단 뜻이야.”
텔레비전 방송이나 라디오, 인지도를 알릴 수 있는 기업 콜라보 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꽂아주겠단 의미였다.
그야말로 소속사의 일본 뮤지션이나 다를 바 없는 대우를 약속한 것이다.
“그 약속을 얼마나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는 신뢰가 생명이니 어느 정도 기대해봐도 좋을 거야. 그리고 파격적 대우의 전제 조건이 소녀연맹의 일본어 능력인 거지. 어색하게 간단한 일본어만 뽑아낼 정도여선 안 돼.”
한구인이 사명감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애들이 그 정도인가……?”
다들 민경섭을 쏘아 보자, 그는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뭐,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으면 굳이 일본에서의 영업이 필요하진 않지.”
그냥 콘서트만 돌아도 매진시킬 수준의 그룹이라면, 굳이 영업을 할 필요가 없다.
일본 방송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낼 테니까.
“우리 애들은 일본에서도 성장해나가야 하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웨벡스랑 가로 엔터는 일심동체가 된 거고.”
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
“저희가 1억 엔을 얻었습니다.”
“……그거 진짜였어?”
“예.”
“대가 없이?”
“대가는 있죠. 우리 애들이 3년 동안 총 6개월을 일본에서만 활동해야 하잖아요.”
“거의 공짜나 다름없잖아.”
“……굳이 표현하자면 그렇긴 하죠.”
홍규헌의 표정은 적막한 숲속의 호수처럼 평온하기만 했다.
“1억 엔?”
“예.”
“1억 엔이라고?”
“예, 예. 1억 엔이요.”
슬슬 무서워지려고 한다.
“1억 엔…….”
회의가 끝날 때까지 홍규헌은 ‘1억 엔’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넋이 나간 듯하여,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진 않았다.
* * *
신아름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름이 기분 안 좋아? 아타시(내)가 애교 보여줄까?”
“왜 네 애교를 보면 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손나(그런)! 이사님은 좋아하시는데!”
“그거 좋아하는 척만 하는 거야.”
“거, 거짓말이야! 가짜 뉴스야! 빨리 왜 기분 안 좋은지나 말해! 위로해줄 거니까!”
위로는커녕 목소리를 높이며 화만 내고 있다.
“김민주가 나한테 태그 걸었어.”
리카가 신아름의 핸드폰을 보았다.
김민주가 일본에 데뷔 앨범을 냈다며 축하하는 글이었는데, 콕 집어서 신아름을 태그해놓았다.
때문에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만 했다.
“친구 아니야? 축하해줘야지.”
게시글의 댓글에서도 두 명의 우정을 좋게 보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친구 아니거든? 여하튼 기분 나쁜 년…….”
“아, 아타시(나)……?”
리카가 울먹거렸다.
신아름은 한숨을 쉬며, 조아라가 자주 하는 것처럼 리카를 품에 안았다.
“너 말고. 김민주.”
“민주 착한…….”
리카의 머릿속에서 연습생 시절의 김민주가 지나갔다.
“민, 민주, 착한, 착한, 애, 착한, 애…….”
“왜 이래. 고장 났어?”
아무튼, 신아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케이어스가 일본에 데뷔 앨범을 내다니. 뒤처진 기분이다.
‘뭐, 우리도 9월에 일본에 앨범 낸다니까.’
비록 성적은 못 따라잡겠지만.
‘……아니지. 의외로 우리가 일본에서 먹히는 스타일일 수도 있잖아?’
그래, 반드시 그럴 것이다.
신아름은 빨리 9월이 돼서 일본에 데뷔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너희들 내년에 일본에 앨범 낼 거야.”
“네?!”
신아름의 꿈은, 회의 시간에 성필이 꺼낸 말 한마디로 박살 났다.
“왜, 왜요 갑자기? 저희 일본에서 안 먹혀서 그래요?”
“아니. 오히려 너무 잘 먹혀서 문제지.”
“네?”
“진짜, 내년에 일본에 앨범 내면 본격적으로 활동할 거야. 텔레비전에도 나가고!”
아마도.
“라디오에도 나가고!”
아마도.
“잡지 촬영할지도 몰라!”
아마도…….
멤버들은 성필이 보여주는 청사진에 몽롱한 기분이 됐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거라고?
멤버들은 꿈속에 풍덩 빠진 듯 흐리멍덩한 채 회의실에서 나왔다.
“에헤헤, 헤헤, 으헤헤.”
특히 리카가 그러했다.
성필에게 소식을 들은 이후 계속 저런 상태다.
신아름은 소파에 앉아 바보 같은 웃음을 흘리는 리카를 바라보았다.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리카의 바보 같은 모습을 보아두지 않으면, 자신도 리카처럼 이상한 행동을 할 것 같았다.
“테레비에 나오면 일본 친구들한테 잔뜩 자랑해야지! 아, 중학교에 가서 사인도 해줄 거야! 학교 현관에 ‘위대한 동문’ 알림판에 아타시(나)의 얼굴이 붙을지도 몰라!”
“그래 그래. 리카 대단해.”
“에헤헤. 소오(그래), 아타시는 대단하다구! 아름이도 대단하구!”
“그렇지. 너보다 내가 3배 정도는 대단하지.”
“아름이한테 칭찬해주기 싫어……. 칭찬은 돌아와야 하는 거잖아…….”
신아름은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했다. 그러던 도중, 1층 입구에 실루엣이 나타났다.
누군가 바깥에 서서 안을 보는 듯했다.
‘누구지?’
가로 엔터 사람이라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올 텐데.
신아름이 의문을 느끼는 것보다 빠르게, 리카가 경비견처럼 문으로 달려갔다.
“아, 드디어 열렸다.”
문틈으로 보이는 반쪽뿐인 얼굴만을 보고도, 신아름은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기억났다.
‘팅글 만든 사람? 이름이…… 엘릭이었나?’
하지만 리카는 못 알아본 듯했다.
“아, 리카 안녀아아아아아악!”
엘릭이 들어오려 하자마자 리카가 문을 닫아버렸다. 엘릭은 문틈에 발이 끼어서 비명을 질러댔다.
“누구신가요!”
리카는 잔뜩 경계하며 110(일본의 112)을 누를 준비를 끝냈다.
“발! 바알! 내 발!”
“빨리 말 안 하시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신아름이 그녀를 말리러 다가갔다.
“갈게! 나갈게! 나간다고!”
그제야 엘릭이 발을 뺄 수 있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분노에 차서 리카를 바라보았다.
“나, 날 몰라?”
“‘나예요 나’ 사기는 안 당해요! 아타시(저)는 그런 거에 당할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다구요!”
“리카, 이분 엘릭 님이시잖아. 팅글 만드신 분.”
신아름의 설명에 리카가 잠시 버퍼링에 걸렸다.
“아.”
리카가 드디어 깨달은 듯하자 엘릭의 표정도 누그러졌다.
“그래, 내가 엘릭…….”
“팅글 써달라고 박 이사님한테 애걸복걸하신 분이네요!”
“누가 애걸복걸해?!”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
“애걸복걸 안 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