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화
“아름이 안 왔어?”
쉬는 시간인 30분이 넘었는데도 신아름은 연습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성필이 살피기에 연습실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설마 갈등이 있었나 싶었는데, 우울한 얼굴의 조아라가 자진해서 고백했다.
“내가 좀, 말투가 그랬어요.”
이 중요한 시기에 단합하진 못할망정 멤버와 싸워버렸다.
조아라는 성필에게 혼날까 싶어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하지만 돌아온 건 따스한 격려였다.
“그럴 수 있지. 화해했다면서. 그럼 됐어.”
경연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성필도 익히 알고 있다. 특히 재도전이 불가능한 승부는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
뉴스에 4년마다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올림픽 선수촌에선 수만 개의 피임 용품 쓰레기가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선수들은 성(性)으로 압박감을 달랜다.
“너희들 스트레스받는 거 알아.”
그런데 소녀연맹이 출연하는 경연은 재도전 기회가 아예 없다.
지면 거기서 끝. 일본 경연 프로그램에서 패배했단 사실은 영원히 족쇄가 되어 소녀연맹을 따라다닐 것이다.
심지어 그 승부에서 상대해야 할 게, 일본에서 국민적인 인지도를 가진 가수이니까.
성필은 설령 멤버들이 눈살 찌푸릴 만큼 신경질을 부리거나,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받아줄 요량이 있었다.
“아름이한테는 내가 연락해볼게. 그때까진 너희끼리 연습하고 있자.”
“……네.”
조아라는 성필의 꾸지람을 피한 것에 기뻐하는 대신 더 기운이 없어졌다.
항상 신아름과 다툼을 벌였지만, 그래도 둘은 친구다. 친구를 화나게 했는데 마음이 편한 쪽이 이상할 것이다.
그리고 신아름은 30분이 더 지나도록 연습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 * *
신아름은 화장실 칸 안에 틀어박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아이튜브에 ‘다키스트 더 킹’을 검색하여 볼 만한 영상을 찾았다.
‘최대한 퍼포먼스를 전체적으로 잡은 게…….’
각 영상을 5초 정도씩 둘러보니, 쿄세라 돔 콘서트 영상이 그나마 제일 나았다.
다른 음방 영상들은 카메라 움직임이 너무 심했다.
‘2세대 최고의 아이돌이라고?’
신아름이 데뷔하기도 전에 활동 종료를 선언한 그룹이다.
최대 초동판매량도 고작 10만 장을 웃도는 수준이라던가.
‘그게 대단한 거야?’
아이돌 2세대는 아직 한국의 앨범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이며, 케이팝의 글로벌화가 일어나기 전이었다.
초동판매량 10만 장 이상이란 성적은 당시 KS 엔터의 경영진들조차 실신할 만큼 대단한 성적이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신아름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유명하단 건 알지만.’
학생 때 쉬는 시간마다, 혹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다키스트의 노래를 끊임없이 듣긴 했다.
하지만 현재 아이돌로 뛰는 신아름에게, 다키스트란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인간들이었다.
‘이게 뭐라고.’
유아적인 호승심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신아름은 이 퍼포먼스를 그대로 베껴 성필 앞에서 선보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저도 되는데요?’라며 그의 감탄을 끌어낼 것이다.
[쿄세라 돔! 다키스트가 키타(다키스트가 왔다)!]
영상을 20초 정도 봤을까, 신아름은 댓글로 눈이 갔다. 그녀는 영상을 보면서 댓글도 같이 보는 것에 길들어 있었다.
‘번갈아 가면서 보자.’
신아름은 신체적인 행동을 보면 그대로 외워버리게 된다. 이해가 즉시 숙련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운동선수나 아이돌, 댄서의 영상을 보는 데 피로감을 느꼈다. 그나마 활자로 쓰인 댓글을 함께 보면 피로감이 덜하다.
영상에 집중이 덜 되긴 하지만.
‘거의 다 일본 댓글이네.’
조회 수 3,000만.
일본에서 1군에 속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뮤비 영상과 비슷한 수준이다.
6년 전에 올라온 영상이란 것을 감안해도 조회 수가 상당하다. 심지어 뮤비도 아니고 고작 콘서트 영상인데도.
[댄스곡으로 눈물이 나온 적은 처음입니다. 발라드 말곤 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대단합니다.]
‘눈물’이란 단어에 신아름이 인상을 찌푸렸다. 성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팀장님 같은 사람이 더 있네. 아니, 이 사람 분명 안 울었어.’
댓글로 ‘ㅋㅋㅋ’라고 쓰지만 실상은 무표정인 사람들과 같을 것이다.
[다키스트 팬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보러 옵니다. 영상에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모든 스테이지 영상 중 톱입니다.]
댓글을 스르륵 넘기면서 보던 중 영상이 끝났다. 신아름은 다시 영상을 재생하고 나머지 댓글을 읽어 내려갔다.
[10년 전부터 케이팝을 거리나 텔레비전에서 보고 들어 왔다. 옛날엔 케이팝 그룹이면 전부 다키스트 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나서 알았다. 다키스트 같은 그룹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다.]
영상을 보고, 댓글을 보고.
영상이 멈추면 또 재생하고, 또 댓글을 읽고.
[벌써 몇 년 전이지만 이 영상을 볼 때마다 그때가 생각납니다. 그립고, 행복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걸 알기에 슬픕니다. 다키스트 사랑해요.]
신아름은 머릿속은 점점 더 텅 비어갔다.
[일본어 발음이 말도 안 되게 좋다. 이런 해외 가수는 거의 없어. 다른 케이팝 그룹과 비교하면 안 되지만, 다키스트가 있을 때가 황금기였다.]
오직 영상만이 신아름의 머리에 박혔다.
[많은 무대를 봤지만 결국은 이곳으로 돌아옵니다. 처음 아이돌인 다키스트가 활동했을 때 본인들을 아티스트라고 소개하기에 갸웃했다. 하지만 이젠 이유를 알겠다. 이런 퍼포먼스는 다신 못 보겠죠.]
그녀의 목구멍이 천천히 막혀왔다.
[케이팝에는 3단계가 있습니다. 이지 - 하드 - 다키스트. 이 곡으로 장막(다키스트의 팬덤명)이 됐습니다.]
신아름은 점점 더 댓글을 읽기가 힘들어졌다.
[앨범 특전으로 메이킹 비디오를 봤어요. 같은 회사의 케이팝 아티스트 씨가 ‘어떻게 이 퍼포먼스를 해요?’라고 물었다. 그러니 리더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다’고 했다. 프로 정신이 너무 대단해요.]
신아름은 물기로 목이 막혀 더는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울음을 억지로 참아가며 핸드폰을 꽉 쥐었다.
‘어떻게 이런…….’
신아름은 모르는 이야기지만, 성필은 신아름의 재능을 이렇게 추측했었다.
상대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라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춤처럼 언어에 비견되는 것일 때, 신아름의 능력은 발휘된다.
증폭된 수많은 감각을 취합하여 서사에 맞게 조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타인의 경험을, 그 경험이 쌓일 때까지의 서사를 읽어내고 훔치는 힘. 그것으로 ‘라우더’ 무대에서도 김민주와 호각인 퍼포먼스를 펼쳤었다.
그 재능으로, 신아름은 다키스트가 이 경지까지 다다르기 위해 들였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노력이라는 이름도 붙일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혹사시켜왔다.
지옥과 같은 나날을 살아, 마침내 최고의 퍼포먼스를 완성한 것이다.
‘너무, 너무…….’
불쌍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이 영상에 달린 10,000개가 넘는 댓글의 대부분은 칭찬이었다. 다키스트의 노력은 보답받았지만, 과연 그들이 행복했을까?
아닐 것이다.
다섯 명 중 세 명이 정신적인 문제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었으니까.
‘이 지경까지 이르러서 행복한 인간이 있을 리가 없어.’
본인을 망가뜨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
그렇기에 처참하고도 아름답다.
‘최고의 아이돌.’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맞네.’
신아름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손등에 번진 눈물을 보자, 신아름은 성필이 떠올랐다.
‘팀장님이 우셨던 것도 당연해.’
다키스트의 영상, 최고의 아이돌이란 꿈을 보던 그의 눈에선 별빛이 떨어졌었다.
그것을 떠올리자 갑자기 신아름의 가슴이 크게 뛰었다.
심장이 미친 것처럼 요동친다.
이게 대체 뭘까. 스스로도 모르는 감정에 당황하던 신아름은, 곧 이 동요가 어떤 생각으로 이어지는지 알게 됐다.
‘하고 싶다.’
강렬한 욕구.
‘하고 싶은 거, 찾았어.’
성필의 눈에서 별빛이 흐르게 만들 것이다.
아까 성필이 다키스트를 보며 흘리는 것보다 더욱 찬란한 빛을.
사실 이 감정은 특별하지 않았다.
항상 신아름이 가지고 있던 욕구와 같았다.
다만, 이젠 그 욕구를 이룰 방법이 구체적으로 변했을 뿐이다.
최고의 아이돌인 다키스트를 재현하는 것이다.
‘이뤄주고 싶어.’
성필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
신아름의 눈에서 욕망이 샘솟듯이 빗발쳤다.
하지만, 신아름은 이 욕망을 어떻게 이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키스트의 퍼포먼스를 재현한단 생각은, 그 퀄리티를 재현한다는 것이지 아예 완벽히 따라하겠단 건 아니었다.
‘팀장님이 시키면 하기야 하겠지만.’
소녀연맹이 해야 할 건 ‘더 킹’의 편곡 버전인 ‘더 퀸’이다.
거기에 어떻게 다키스트 같은 아우라를 부여할 것인가, 신아름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안 떠올라.’
멤버들이 협의할 때도 생각 없이 입만 다물고 있던 신아름이다.
갑자기 좋은 퍼포먼스를 기획하려 해도 될 리가 없다. 그녀가 천재적인 프로듀서의 자질이 있어서 문뜩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몰라도.
“…….”
약 10초 정도 고민한 신아름은, 적어도 자신에겐 천재적인 프로듀서의 자질이 없단 사실을 깨달았다.
* * *
“아름아!”
한 시간 만에 신아름이 돌아오자 다들 그녀에게로 모여들었다.
신아름은 왜 이들이 이렇게나 과민반응하는지 알 수 없어서 당황했다.
성필과 멤버들은 무슨 집 나간 강아지가 돌아온 듯한 태도였다.
‘내가 뭐 한 시간 넘게 자리 비우기라도 했었나?’
다키스트의 콘서트 영상에 빠져 있던 신아름은 시간의 경과조차 확인하지 못했었다.
“어디 있다 왔어?”
“네? 화장실에 있었는데요.”
1시간 동안이나?
충분한 답은 되지 못했지만, 다들 그 이상 캐묻지 않았다.
“야 신아름.”
이미 멤버들과 합의를 본 조아라는 쭈뼛쭈뼛 신아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 아까도 말했는데, 미안. 내가 경연 준비 때문에 괜히 신경질…….”
“징그럽게 뭐래. 연습이나 해.”
조아라가 도사견과 같은 기세로 신아름에게 뛰쳐나가려 하기에 성필이 필사적으로 말렸다.
아무튼, 신아름은 홀로 격해진 감정을 잘 다스린 듯했다.
리더인 백설하도, 프로듀서인 성필도 걱정거리를 덜었다. 한 시간이나 도망갈 정도니 꽤나 삐쳤으리라 여겼는데, 신아름은 멀쩡했으니 말이다.
‘어떡하면 팀장님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신아름의 생각거리는 이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고민은 의외로 빨리 풀렸다.
“얘들아 들어 봐.”
연습실로 찾아온 정지음이 ‘더 퀸’을 재생했다. 바뀐 부분이 있나 했더니, 2절까지 이전과 전부 똑같았다.
“후처리 끝낸 거예요? 다른 점을 잘 모르겠어서…….”
“설하야 더 들어봐. 그래, 여기. 집중해.”
2절 후렴구가 끝난 브리지.
갑자기 사용된 악기들이 극적으로 변했다.
중후한 풍의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전부 지워지고, 그 사이를 아이돌에게 익숙한 전자음들이 메웠다.
“이건…….”
‘더 킹’ 원곡이다.
아니, 6년 전엔 없었던 현대적인 사운드로 재탄생된 ‘더 킹’이다.
만약 ‘더 킹’이 현재에 발매됐으면 이렇지 않을까, 절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기막히지 않아? 이 파트 나오는 순간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랄걸?”
정지음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멤버들의 답을 기다렸다. 그에 비해 성필은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정지음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었는데.
‘내가 형 마음 다 알지.’
정지음이 보기에, 성필은 꼭 이 버전으로 하길 바라는 것 같았다.
성필은 무대가 ‘더 퀸’으로 끝나지 않고, 원본인 ‘더 킹’을 끌어내는 쪽이 나을 거라 판단했으리라.
“옛날 생각나네.”
가만히 음악을 듣던 안무가 백민정이 그리움을 표했다.
“나 학생 때 다키스트 덕질했었거든. 너희들이 이거 부를 거 생각하니까 가슴이 좀 울리는데?”
“에, 민정 쌤도 케이팝 좋아했었나요?”
“그러니까 이 바닥에서 안무가 일 하고 있지.”
“왜 좋아했나요!”
리카는 ‘더 퀸’으로 편곡하는 과정에서 다키스트의 아우라를 살리는 데 집중한 아이디어를 자주 내놓았었다.
왜 그런지 물으니 원곡자에 대한 존중이라고 답했었다.
그런 리카에게 진짜 다키스트 팬이 말하는 다키스트의 매력은 귀중한 자료였다.
“왜냐고? 아마 나랑 비슷한 나이인 남자가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니까……. 그게 이유였던 거 같은데?”
“에에, 그럼 민정 쌤한테 어필하려면 20대 후반이 되어야 하나요? 나이 먹는 건 싫은데.”
“…….”
“설하야 왜 리카 노려보고 그래.”
“아, 아니에요.”
“좋네요.”
먼저 호의를 표한 건 신아름이었다.
“이걸로 하고 싶어요.”
이젠 호의를 넘어서 이게 아니면 안 되는 상태가 됐다.
그 모습은 모두에게 생소하게 다가왔다.
신아름이 먼저 나서서 ‘이걸로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은, 적어도 멤버들의 기억엔 없었으니까.
심지어 성필마저도 그러했다.
“좋지?”
정지음도 뿌듯한 티를 냈다. 신아름이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지.
“안무까지 다.”
“어?”
“후반부에 원곡으로 바뀌면 당연히 안무도 원곡 따라가야죠.”
“안 돼!”
성필이 즉각 부정했다.
“원곡 안무를 어떻게 한단 거야?”
다키스트 리더인 서유선은 멤버의 도움을 받아 본인의 신장보다 높이 도약한다. 이어서 공중에서 왕관을 낚아채어 착지한 즉시 머리에 쓴다.
그리고 곧바로 3옥타브 ‘도’의 고음역 보컬을 내지르는 것이다.
“보컬은 그렇다 쳐도 이 중에서 그만큼 점프할 수 있는 사람 있어? 안전도 문제야. 잘못 착지하면 큰일 나.”
“후반부에 원곡 넣는 거 팀장님 생각이라면서요. 안무도 원곡 생각했을 거 아녜요.”
신아름은 이미 확신한 눈치였다.
“팀장님, 하고 싶잖아요.”
“나는…….”
“프로듀서면 본인 의견이 확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프로듀서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게 디렉터들…….”
정지음, 백민정, 이유이.
“그리고 아이돌인데. 멋진 무대를 꾸밀 방법이 있으면서 말도 안 하는 건, 프로듀서의 마음가짐이 아니지 않나.”
성필은 신아름의 당돌함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얼굴을 거칠게 훑었다. 그러고도 한동안 언어를 다듬은 그는, 아까보다 훨씬 무거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만약 이대로 가면 우리가 이겨. 확신이 있어. 소녀연맹 스타일에 맞춰 편곡한 무대 이상일 거야.”
과격하리만치 단호한 승리 선언에 소녀연맹이 깜짝 놀랐다.
승부에 앞서 이긴다고 이만큼 확신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승부를 조작하지 않고서야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성필은 승리를 단언했다.
“원곡자이자 선배인 다키스트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면서, 제목인 ‘더 퀸’처럼 우리가 후계자라는 임팩트도 줄 수 있겠지.”
본디 무대란 서사가 있을 때 더 힘이 강해진다.
퍼포먼스만으로 관객이 감동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관객에게 퍼포먼스에 얽힌 서사를 알려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다키스트는 일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룹이야. 너희 무대는 감동이 있겠지. 그런데, 그건 퍼포먼스를 할 수 있을 때 이야기야.”
성필도 ‘더 킹’을 붙인 버전으로 무대를 꾸미고 싶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그 버전을 골랐을 것이다.
솔직히 성필도 신아름에게 설득당하고 싶다. 하지만 안 된다. 그리고 신아름의 의견을 꺾을 당위성도 충분히 있다.
“3옥타브 ‘도’ 부근 음역대를 완벽히 구사할 수 있는 멤버는 설하랑 리카뿐이야. 설하, 리카.”
“네.”
“하이(네)!”
“2m 이상 점프하라면 할 수 있어? 멤버들을 발판으로 써서 말야.”
“도전!”
리카가 번쩍 손을 들었다.
“해봐.”
“에?”
리카는 성필이 당연히 안전상의 문제로 거절할 줄 알았다. 그런데 대뜸 해보라니?
“하양아. 뒤에서 설하 껴안아.”
“네.”
“설하야, 양팔을 어깨높이로 올려. 양손으로 반대쪽 팔꿈치를 잡아. 그럼 받침대처럼 돼.”
“제가, 제가요?”
“설하는 리카가 네 팔에 체중을 실으면 있는 힘껏 위로 올려. 하양이는 설하 몸을 위로 던지듯이 힘을 주고.”
성필은 슈이치를 시켜 매트를 가져오게 했다.
그렇게 실험장이 완성됐다.
“아라는 리카가 날아오르면 리카 쪽으로 왕관 던지고.”
“……에, 에에.”
리카는 사색이 되어 벌벌 떨었다.
이런 묘기, 성필이 시킨다고 한들 갑자기 할 수 있을 리 없다.
백설하는 성필이 말한 대로 팔로 받침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리카가 발을 올릴 수 있도록 무릎을 꿇었다.
“언니, 괜찮으시겠어요?”
“으, 응.”
장하양도 백설하를 뒤에서 안으며 몸을 숙였다.
“하, 합니다! 아타시(저) 정말로 합니다!”
리카는 백설하의 어깨를 쥐고, 그녀가 팔로 만든 받침대에 맨발을 올렸다.
“스읍, 후우. 스읍, 후우. 저, 정말로…….”
리카는 눈을 질끈 감더니, 있는 힘껏 백설하의 팔을 밟았다. 그 순간 백설하가 위로 팔을 쭉 올리고, 장하양은 백설하를 던질 기세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에?”
리카의 몸이 공중을 날았다.
“우와아아악?!”
하지만 2m도 못 넘고 우당탕탕 매트에 떨어졌다. 그녀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는데.
“아야!”
뒤늦게 조아라가 던진 왕관이 리카의 정수리로 떨어졌다.
“지, 진짜 몸이 붕 떴어요! 아리에나이(말도 안 돼)! 진짜 제 몸이 떴다구요!”
“그리고 추락했지. 이건 웬만큼 운동신경이 안 좋고는 못 해.”
세상에 공중에서 묘기를 부려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멤버들 중 공중에서 움직이는 감각이 발달한 사람은 없다. 아이돌이 되기 전에 기계 체조를 했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훈련 시간도 촉박하니, 이 퍼포먼스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형, 그냥 이것만 빼고 나머지를 하면 안 돼요?”
“안 돼. 하이라이트 퍼포먼스를 빼면 팥 없는 찐빵이야. 이게 ‘더 킹’의 알파이자 오메가인데, 없으면 그냥 안 하는 것만 못해.”
케이팝 덕질 15년 차인 성필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물론 프로듀서이기에 설득력이 있기도 했고.
“난 할 수 있는데요.”
성필은 그럴 줄 알았단 듯이 한숨을 쉬었다.
“아름이 넌 고음역대가 안정적이지 않잖아.”
“8초.”
“뭐?”
“딱 8초만 3옥타브 ‘도’로 내지르면 되는 거잖아요. 완창하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도 못 하겠어요?”
성필은 멤버들의 보컬 디렉터인 백설하에게 조언을 구했다.
“네, 네에. 8초면 아름이도 할 수 있어요.”
고음역대 노래가 힘든 이유는 그 음역대가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1절, 2절, 하이라이트까지 이어지는 고음은 성대에 지나친 피로를 준다.
파사지오(성구를 전환해도 보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테크닉)에 서투르면, 성대 피로가 쌓여 후반부에 삑사리가 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고음역대를 짧은 순간만 유지해도 된다면?
“아름아 그래도…….”
“쌤, 언니, 준비해주세요. 조아라 너도.”
성필은 이 말싸움을 길게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백설하와 장하양은 성필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 줄 알았는데.
“제대로 밟아.”
백설하와 장하양은 빠르게 신아름의 요구에 순응했다. 성필이 어이가 없는 듯 쳐다보자, 백설하가 말했다.
“박 이사님. 아름이가 뭘 하자고 한 거, 일본에 오고 나서 처음이에요.”
항상 의욕이 없이 협의 시간을 떠나보내던 신아름이, 처음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단 의사를 드러냈다.
리더로서, 언니로서, 백설하는 신아름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걸 실전에서 하는 건…….”
“팀장님.”
신아름이 조용히 성필을 불렀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리며, 어린이집에서 만든 카네이션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잘 보세요.”
신아름이 날았다.
2m를 넘게 도약한 신아름은, 말 그대로 나는 것처럼 보였다.
형광등을 등진 신아름은 태양빛을 받으며 창공을 질주하는 새와 같았다.
성필은 이 비현실적인 풍경에 다른 곳을 겹쳐 보았다.
쿄세라 돔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던 다키스트의 리더, 서유선을.
“어, 아!”
조아라마저 넋을 놓고 있었다. 그녀는 뒤늦게 신아름을 향해 왕관을 던졌으나 각도가 빗나갔다.
신아름의 오른손이 닿지 않는 위치다. 오른손잡이인 그녀는 오른손으로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흡’하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
신아름은 최고 높이에서 체조 선수처럼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하여 매처럼 왕관을 잡아챈 채로 지상에 착지했다.
1초가 겨우 넘을까 한 짧은 시간에 펼쳐진 일이었다. 그리고.
츠타에테루데쇼(전해지고 있지)―.
깨끗하진 않고 음정도 한 번에 맞추지 못했지만,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목소리.
그녀는 뒤늦게 3옥타브 ‘도’의 음정을 맞추어 노래하면서, 머쓱하게 왕관을 썼다. 예상대로 되지 않아 당황했는지 정해진 춤마저 추지 않았다.
설익고 허점투성이인 퍼포먼스.
하지만.
“아, 잘못했네. 처음 하는 거라서.”
신아름은 고작 첫 번째 시도를 했을 뿐이다.
그녀는 왕관을 벗어 검지에 걸곤 빙글빙글 돌렸다. 그리고 짐짓 딴청 피우는 척을 하며 물었다.
“이 정도면 해도 괜찮죠?”
“…….”
성필은 침묵을 지켰다. 침묵의 시간은 멤버들이 당혹할 정도로 길었다.
신아름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때 리카가 평소 애교부리는 것처럼 그의 팔에 붙어왔다.
“이사님 방금 보셨나요! 아름이 어어어어엄청 멋졌어요! 다시 보고 싶어요! 앵콜! 앵콜! 이사님도 같이!”
리카가 성필의 팔을 붙들고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리고 그의 성대모사로 ‘앵콜’을 연호했다.
“박 이사님, 위험한 퍼포먼스란 건 알지만요. 아름이를 믿어보는 게 어떨까요.”
성필의 의견에 웬만해선 반대하지 않는 장하양마저 그의 아량에 기댔다.
“제가 보기에도…….”
기어코 리더인 백설하마저 나섰다.
“가능성이 있어요. 박 이사님이 이렇게 하면 꼭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저흰 이기고 싶어요.”
여전히 답이 없자 백설하는 사족을 붙였다.
“아름이 뒤로도 4연속으로 고음 보컬 있죠? 그거 저랑 리카가 다 할게요.”
“맞아요! 뭐든지…… 에엑 아타시(제)가요?!”
“리카, 못 해?”
“아, 아름이가 공중제비 돌아주면 나머지는 껌이에요! 아타시(저)랑 설하 언니가 껌처럼 씹을게요!”
백설하, 장하양, 리카가 조아라에게 눈총을 주었다. 그녀도 이 애원의 행렬에 참가하란 것이었다.
조아라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했다.
“뭐, 멋지던데요.”
조아라는 무려 신아름을 칭찬했다.
성필은 ‘제발’을 연호하는 멤버들을 앞에 두고 마른세수를 했다.
‘목표는 완전 재현.’
신아름이 할 수 있을까?
성필도 그녀가 이 묘기와 같은 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보컬은 무리다.
3분 동안 춤추고 노래한 뒤, 2m 도약하고 착지한 즉시 3옥타브 고음을 내지른다고?
거칠게 팽창 수축을 반복하는 폐.
과한 운동으로 긴장한 늑골 근육과 성대 주변 근육.
정상적이지 않은 호흡.
착지했을 때의 충격.
‘다키스트의 서유선은 이 모든 악조건을 이겨낸 거야.’
신아름도 가능할까…….
섣불리 점칠 수는 없지만.
“얘들아, 내가…….”
그 순간 연습실 문이 벌컥 열렸다.
진지한 분위기가 깨지자 시선이 그쪽으로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불청객의 정체는.
“땀 냄새가 가득하네요.”
세이코였다.
그녀는 정말로 냄새가 난다는 듯 코 주위로 손부채를 부쳤다.
성필은 하던 말을 끊고 세이코를 맞이했다.
“미사토 부장님도 없이 무슨 일이십니까.”
“파쿠 이사, 그쪽이랑 거기 어린애들에게 좋은 제안이 있어요.”
세이코가 특유의 한 대 쥐어박고픈 미소를 띠었다.
“너무 좋은 제안이라서 제가 직접 전하러 왔거든요.”
“뭔진 모르겠지만 듣고 싶지 않습…….”
“부도칸(무도관)에서 데뷔 쇼케이스한다고 했잖아요. 제가 게스트로 나가줄 수도 있어요.”
성필과 소녀연맹이 동시에 멍해졌다.
일본어를 모르는 정지음과 백민정은 멀뚱히 지켜만 볼 뿐이었지만.
‘달콤한 제안이라더니, 진짜 달콤한 제안이었네.’
서로 칼을 갈아야 할 적일 텐데, 어째서 이런 제안을 해주는 것일까?
“뭐어, 그냥 변덕이에요.”
세이코는 멍하니 늘어진 성필의 얼굴을 보곤 만족했다. 그녀는 기세등등하게 허리에 손을 올렸다.
“어차피 계속 같이 지내야 할 거라면요. 볼 때마다 얼굴 붉히는 것도 못 할 짓이잖아요?”
“뭐 잘못 드셨습니까?”
“사람이 은혜를 베풀어주려는데 그 말투는 뭔가요!”
성필로서는 세이코가 은혜 뒤에 칼날을 숨기고 있다고밖엔 생각할 수 없었다.
“본심을 말해주세요. 나와주는 대가로 에스타스에게 뭔가 혜택을 약속받는다거나. 아니면 소녀연맹에게 페널티를 감수하게 할 겁니까?”
“흥, 에스타스 애들이야 내가 컴백하면 내 재량으로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요. 이건 순수한 호의예요. 이왕 제 명성을 살리고 웨벡스의 이미지를 살릴 기회가 왔으니까요.”
“기회요?”
“그림이 좋지 않겠어요? 경연에서 승리한 선배가, 패배한 후배의 데뷔 쇼케이스에 나와준다는 건요.”
성필은 그 말을 이해하는 데 꽤 시간이 필요했다. 약 5초 정도 말이다.
‘그러니까, 본인이 당연히 이길 거란 뜻이지?’
아, 도발하러 온 거구나.
마냥 경연 날을 기다리기엔 심심하니까 연습실에 와서 꼬장이라도 부리려는 속셈인 듯하다.
어떤 말을 돌려줘야 할까 고민하던 중, 성필은 조아라가 옷소매를 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쪽을 바라보자 조아라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쳐죽일까요?’
성필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그래, 도발하러 왔다 이거지?
그렇다면 응수해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성필 혼자 있었으면 그냥저냥 흘렸겠지만, 그의 뒤엔 소녀연맹이 있다.
자식이 부모의 면전에서 욕을 먹었는데, 부모가 자식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되지.
“죄송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세이코 씨가 질 거니까요. 진 뒤에 후배들 데뷔 쇼케이스에 오고 싶진 않을걸요?”
“파쿠 이사는 정말 너무 오만해요!”
“누가 누구 보고 오만하단 거예요?!”
세이코가 치를 떨며 격분하기에, 성필은 어이가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내질러버렸다.
“나중에 가서 후회해도 늦어요!”
“후회 안 합니다(사실임).”
“사람이 어떻게 이런…….”
세이코는 자신이 밝은 빛 안에 서 있단 것을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오직 자신만이 정상이라는 듯 이마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생각도 않고 차버리다니. 파쿠 이사가 프로듀서로서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건 알겠…….”
“어이 아줌마.”
갑자기 튀어나온 부름.
성필도, 세이코도, 멤버들도, 그게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또한 누가 말했는지도 퍼뜩 깨달을 수 없었다.
이렇게나 불손하고 적의가 담긴 목소리를 감히 누가…….
“깝치지 말고 그냥 가시지?”
양아치 조아라가 불량하게 설렁거리면서 세이코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마주한 세이코는 순식간에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아, 아줌마……?”
“아줌마 30살이잖아. 나이가 들어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 그딴 헛소리 지껄일 거면 당장 꺼져.”
“이 새파랗게 어린……!”
격노하는 세이코는 벌써 연습실 밖으로 빠져나가 문 뒤에 숨은 채였다.
“사람이 모처럼 선심을 썼는데! 모처럼 기분이 좋아서 도와주려는 건데! 그 프로듀서에 그 아이돌이네! 각오하……!”
“팍 씨!”
“흐이익!”
세이코가 도망갔다.
성필은 물끄러미 조아라를 보았다. 그녀는 그 시선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잘했죠?”
“…….”
성필은 조아라를 무시하고 멤버들에게 말했다.
“자아, 방금은 사회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의 견본이랍니다. 잠깐 소란이 있었지만 다들 신경 쓰지 마세요.”
“아저씨 나 싫어하는 거 확실해졌네.”
“아까 하던 말을 계속하자면.”
성필은 목청을 가다듬고, 아까보다 훨씬 풀린 분위기로 말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세이코 덕분에 환기가 됐다.
“얘들아, 내가 욕심을 좀 부려도 될까?”
“뭐야. 팀장님도 하고 싶었던 거 맞았잖아요.”
“그래, 맞아. 하자.”
“좀 사람이 솔직해야지…….”
신아름이 기쁨에 떨며 주먹을 쥐었다.
성필에게 무시당해서 뚱한 조아라를 제외하곤 다들 신아름을 축하해주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아름이가 보컬을 완성하지 못하면, 그건 설하가 해야 해.”
“제가 공중제비를 돈다구요?!”
참고로 공중제비 아니다.
그냥 도약이다.
“공중제비는…… 아니. 도약은 아름이가 하고, 보컬만 설하가 하는 거야.”
“저, 그럼 중앙에 선 아름이가…….”
“그렇지. 중앙에 섰는데도 노래를 안 하는 모양새가 되지. 임팩트가 확 줄 거야. 하지만 경연 무대에서 실수는 나와선 안 돼. 이건 최소한의 안전장치야.”
비록 무대에서의 임팩트를 줄여서라도, 실수가 나올 가능성은 0이어야만 한다.
“이걸 안 받아들이면…….”
“받을게요.”
신아름의 즉답. 그에 성필이 웃었다.
“어차피 할 수 있을 거니까요.”
“지기 싫긴 하지?”
“팀장님도 이걸로 하게 돼서 좋죠?”
물론이다.
“최고의 무대를 만들자.”
성필과 소녀연맹은 진한 유대를 과시하듯이, 자신들의 미래를 축복하듯이 그룹의 구호를 외쳤다.
투쟁, 해방, 소녀, 연맹, 승리!
그리고 그 열띤 분위기에서 소외된 두 사람.
“지음 씨.”
“네, 백 쌤님.”
“우리 여기 왜 있죠?”
“몰라요. 들러린가 보죠 뭐.”
정지음과 백민정이 푸념을 주고받았다.
* * *
‘뉴아사’ 출연 3일 전.
참가자 최종 인터뷰.
“그러면 비교해보세요. 가수 세이코가 아니라.”
조아라가 폭탄 발언을 던졌다.
“‘다키스트’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