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448화 (448/760)

447화

성필은 한구인의 안내를 받아 조아라가 기다리는 장소로 갔다. 조아라는 창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라야.”

성필이 다가가자 그녀는 바닥에 박혀 있던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조아라의 표정은 무뚝뚝했다.

하지만 그 안엔 어떤 고민이 서려 있었다. 성필은 그것을 단숨에 파악했다.

‘따로 불러낼 정도니 당연히 고민이 있겠지만.’

성필은 친근한 미소를 띠고 그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조아라는 입을 여는 대신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바쁘게 손을 놀렸다.

“아라야?”

사람을 불러놓고 폰을 하다니.

성필은 뭔가 싶어 계속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손을 놀리던 그녀는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대체 뭘까.

“아저씨, 폰 봐봐요.”

성필은 그녀의 말대로 했다.

핸드폰 대기 화면엔 톡이 왔다는 알림이 있었다. 확인하니, 조아라에게서 온 것이었다.

[왜 내 알람 꺼뒀어요?]

“……음?”

정말 조아라의 알람이 꺼져 있었다.

성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조아라가 억울함이 잔뜩 배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뭔데요. 사람 차별해요? 내가 잘못해서요?”

“어어…… 아니…….”

성필은 멀티태스킹을 잘 못 한다.

조아라의 알람이 왜 꺼져 있는지 생각하는 것과, 그녀가 쏟아내는 감정의 홍수를 함께 감당할 수 없었다.

두 가지 문제 다 애매하게 성필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른 애들 알람은 다 켜져 있는데 왜 내 것만 껐어요?”

“모르겠네. 왜 이러지…….”

왜 이러지, 란 답을 받은 조아라의 표정이 더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가 운동화 굽으로 바닥을 톡톡 차면서 말을 이었다.

“몰라요? 아저씨 폰이잖아요. 근데 누가 알아요. 아님 걍 내 연락 받는 게 귀찮아서, 아무런 생각 없이 꺼두고 잊어버렸어요?”

“…….”

성필은 알람이 꺼져 있는 이유를 생각하길 그만두었다. 대신 현재의 조아라에게 집중하는 게 맞는 듯했다.

‘왜 이런지는 몰라도, 알람이 꺼져 있단 걸 알고 나서 아라가 많이 불안했겠지.’

성필은 메인 프로듀서다.

축구팀으로 따지면 감독이다.

그런데 어느 한 선수의 연락만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차단한다면, 선수는 당연히 불안할 것이다.

팀 내에서 자신의 평가가 안 좋은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민하겠지.

‘심지어 다른 멤버들 알람은 전부 켜져 있었다고 하니까.’

성필은 일단 사과를…….

“아니 솔직히 이유를 모른단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조아라가 갑자기 역정을 냈다.

“뭐 나한테 얼마 오지도 않는 톡 받는 게 그렇게 싫었어요? 이유가 뭔데요? 잘못한 게 있으면 말을 해야지, 소심하게 알람 차단만 하면 속이 풀려요? 아저씨 언제 그렇게 옹졸해졌는데요?”

“……어?”

“야, 야…….”

입만 오물거리던 조아라는 고개를 숙이고, 기어코 꺼내려던 말을 꺼내 놓았다.

“야유회 때 그 일 때문이에요?”

야유회.

갑자기 그 단어가 왜 등장했을까.

그리 생각하던 성필은 그날의 기억을 아니, 감각을 떠올려냈다. 서늘한 바람과 유난히 밝은 달빛, 그리고 그 앞에 서 있었던 조아라.

서로의 사이에 미묘한 술 냄새가 감돌았던…….

술 냄새?

“그건, 아니, 아저씨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는데요. 취, 취해서 그런 거니까아, 너무 과민 반응하지 말…….”

“아 맞다 기억났다! 우리 콘서트 끝나고 회식!”

“…….”

조아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

* * *

콘서트가 끝난 후, 가로 엔터와 콘서트 협력사들이 다 함께 모여 회식을 진행했다.

대절한 호프집은 여기저기 웃음과 이야기 소리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한 자리에만 앉아 있지 않고, 여러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필이 약 세 번쯤 테이블을 바꾸었을 때, 그의 앞엔 민경섭이 앉아 있었다.

“형.”

민경섭은 불콰하게 취해선 턱을 괴고 있었다.

“프로포즈를…… 여친이 기대하고 있거든요.”

“오래 사귀었으니까.”

“저도 반지 사두고 다 했는데, 막상 하려니까 겁나더라고요. 그, 사랑하는 사람이랑 평생 같이 산다. 좋다 이거예요. 근데에, 지금 이 삶이 바뀐다고 생각하니까 불안하기도 한 게…….”

민경섭은 메리지 블루를 겪고 있었다.

비록 약혼도 하지 않았지만, 오래 사귄 만큼 결혼이 확실시되고 있었으니까.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내가 여친을 못 믿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자괴감도 느껴지고요.”

“그럴수록 믿으려고 하기보단, 서로를 더 자세히 살펴야지.”

“무슨 결혼한 사람처럼 말하네요. 연애도 안 하고 있으면서.”

“나한테 시비 거냐?”

민경섭은 술에 취해 ‘모르겠어요’란 말만 반복했다. 성필은 그의 잔에 위로의 술을 채워주었지만, 그는 고개만 떨어뜨리고 있었다.

아마 잠든 모양이었다.

성필도 피곤한 터라 테이블을 옮길 생각을 하지 않고 맥주만 홀짝였다.

[톡왔져여!]

그때 테이블에 올려둔 성필의 폰이 요란한 알람을 토해냈다.

성필은 민경섭이 깰까 걱정하면서 재빨리 폰을 들었다. 조아라에게서 온 것이었다.

[왼쪽 봐요.]

성필이 왼쪽을 보았다.

한 테이블 너머 조아라와 리카가 앉아 있었다. 리카는 입을 손바닥으로 가린 채 큭큭 웃었고, 조아라는 성필을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조아라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다가, 갑자기 턱을 괴곤 허공에 ‘쪽’ 키스를 날렸다.

리카가 더는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쾅쾅 두드리면서 웃었다.

‘쟤가…….’

민경섭과 대화하던 중에도, 성필은 한 테이블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카와 조아라는 내기를 했다.

조아라가 1분 이내에 성필을 자신의 테이블로 부른다는 내기였다. 못 하면 조아라는 리카가 만든 사케+맥주+소주+고량주를 마셔야만 했다.

성필은 일부러 조아라를 무시했다.

[톡와쪄요!]

또 조아라에게서 톡이 왔다.

[아저씨.]

성필이 또 그쪽을 보자, 조아라가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단발을 고혹적으로 쓸어 넘겼다.

그러곤 혀를 날름거리며 검지를 까딱였다.

리카는 숨이 넘어가서 바닥을 뒹굴었다.

당연히, 성필은 무시했다. 대신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무대로 나간 장하양을 보았다.

장하양은 술을 못 마신다. 그런데 이번엔 마신 듯했다.

[이젠 심한 말로오…….

날 아프게 한대도 좋아아…….]

장하양이 ‘그대로 있어주면 돼’를 열창했다.

몸에 안 받는 술을 억지로 먹은 탓인지 목부터 이마까지 전부 붉었지만, 역시 아이돌이라 가창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단하다.’

성필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장하양의 노래엔 소울이 있었다.

그 무대를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백설하는 눈가가 부드럽게 젖어가기까지 했다.

3일 연속으로 콘서트를 뛰어 놓고서도 저만한 퍼포먼스를 보이다니, 확실히 그녀는 프로였다.

[톡와쪄요!]

또 조아라에게서 톡이 왔다.

[아저씨 이쪽 테이블로 오면 좋은 거 줄게요.]

성필은 조아라를 보았다.

이젠 제법 절박한 티가 났다.

20초 안에 성필이 오지 않으면 리카가 만든 폭탄주를 먹어야 하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성필은 굴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당당히 핸드폰 화면을 보이며, 알람을 끄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조아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필에게 다가왔다.

“아, 아라쨩?”

“물리력 쓰면 안 된다는 규칙 없었지?”

조아라는 성필의 앞까지 다가와 그의 넥타이를 콱 쥐고 끌어당겼다. 성필은 당황하면서 그녀에게 끌려갔다.

“아라야 너 아무리 술에 취했대도 가로 엔터의 이사를 이렇게 끌고 가면……!”

“내가 유혹했는데 안 넘어온 아저씨가 잘못한 거지!”

“그에에겍!”

[니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날 위해

제발 울지는 마 울지는 마…….]

장하양의 애처로운 목소리와 성필의 비명이 동시에 술집을 울리고, 민경섭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그래, 결심했어!”

민경섭이 여자친구에게 전화했다.

“우리 결혼하자!”

* * *

오랜만에 소녀연맹 멤버들이 회의실에 집합했다.

리카는 옆자리의 조아라에게 물었다.

“아라쨩, 박 이사님한테 이유 들었어?”

“몰라.”

“에엑?!”

리카는 성필과 조아라의 사이가 틀어졌나 싶어서 안절부절못했다.

조아라는 한숨을 쉬곤 사건의 전말을 들려주었다.

“아앗 그때구나! 깜빡 잊고 있었어!”

“진짜 별거 아녔지.”

“아라쨩 카와이(귀여워)! 그런 걸로 고민하구 소녀 같아!”

조아라는 비웃으려면 비웃으란 듯 리카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줄곧 폰만 쳐다보는 신아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신아름은 ‘빛이 나는 솔로는 그만’ 커뮤니티를 충혈된 눈으로 탐방하는 중이었다.

[제목: 아니 비하인드에서 성필이 텐션이 진짜 미쳤음 ㅋㅋㅋㅋ

방송에서 하슬이 데리고 20분 동안 집 돌아다녔다기에 뭔;; 했는데 쉴 새 없이 웃겨줌 진짜 ㅋㅋㅋ]

성필의 칭찬이다.

신아름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녀는 추천 버튼을 눌러주었다.

[제목: 구인이 영화 같아

(한구인 움짤)

구인이가 다른 출연자들 다 압살하는데 어떡함. 하슬이 솔직히 성필이 의리 때문에 문자 시그널 보낸 거임]

신아름의 눈썹이 도끼처럼 날이 섰다.

그녀는 분노의 댓글을 달려다가,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비추천’ 버튼만 눌렀다.

“한심하다 한심해.”

조아라가 혀를 쯧쯧 찼다.

“아저씨가 방송 반응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네가 제일 힘들어하는 거 아니냐?”

“어쩌라고.”

신아름은 조아라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다.

“팀장님 욕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위장이 뒤틀리는 거 같은데 어떡하라고……. 이렇게라도 안 하면 뒤질 거 같은데…….”

여느 때 같았으면, 조아라는 신아름을 놀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신아름의 이야기에 소름까지 돋았다. 그녀의 목소리와 말에 담긴 힘 때문이었다.

대체 얼마나 성필을 걱정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마치 심연에서 퍼져 올라온 감정의 편린을 보는 듯했다.

“얘들아 안녕.”

성필이 들어왔다.

신아름은 폰을 테이블 아래로 재빨리 숨겼다. 그리고 성필에게 어떤 이상이 없는가 살피려는 듯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신아름의 시선을 깨달은 성필은 그녀를 바라보며 밝게 웃어주었다.

신아름은 그의 미소를 보곤 안심한 듯 그제야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

‘……진짜 딸이네.’

신아름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조아라는, 새삼 성필과 신아름의 관계를 깨닫게 됐다.

설령 연인이더라도 저렇게나 성필을 걱정하진 않을 텐데.

“이렇게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치?”

“네 선생님!”

리카가 활기차게 답했다.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아, 첫사랑. 그건 불현듯 찾아와…….”

“본론으로 넘어가죠.”

장하양 덕분에 성필은 첫사랑 이야기를 멈출 수 있었다.

회의실에 처음 들어오면 어수선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금세 분위기가 잡혔다.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멤버 전원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흘렀다.

다들 성필의 부름을 듣고 떠올린 게 하나 있었다.

‘우리들의 프로듀싱.’

백설하의 차례가 끝났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소녀연맹 멤버 내에 지원자는 없었다.

당연했다. 첫 번째 타자인 백설하가 엄청난 히트를 냈으니, 후임자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으니.

‘두 번째는 너무 빨라! 적어도 세 번째!’

리카가 기도했다.

‘이왕이면 안 걸렸으면 좋겠는데.’

조아라가 초조하게 성필의 입을 바라보았다.

‘박 이사님이랑 하슬인가 하는 인간이랑 한강유람선 데이트를 한다고? 술은 안 먹겠지? 방송이니까 당연한가?’

장하양이 중얼거렸다.

‘팀장님 방송 진행 중엔 인터넷 못 하게 폰 압수했으면 좋겠다.’

신아름은 성필 걱정 삼매경이었다.

“일단 이거 들어봐.”

성필이 회의실의 블루투스 스피커와 폰을 연결했다. 그리고 어느 곡을 재생했다.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했으면서도 오케스트라 악기를 사용하길 주저하지 않는 스타일의, 이른바…….

“와.”

조아라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 스타일이 오타쿠스러운데.”

그녀의 말이 이 곡의 특징을 그대로 설명했다.

백설하가 조아라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조아라가 발언을 수정했다.

“제이팝 같네요.”

성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팝, 제이팝 등은 음악을 국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장르의 이름이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케이팝이라고 하면, 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아이돌이 부르는 일렉트로닉 댄스 팝을 떠올린다. 외에도 케이팝에서 정립한 여러 작곡 요소들이 있다.

제이팝에도 그러한 특징이 있다.

“맞아, 제이팝이지.”

제이팝의 특징으로 일컬어지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다.

밴드 사운드를 사랑하다시피 하여, 어느 곡에서나 밴드 스타일이 가미되어 있다.

곡의 상승과 하강이 명료하고 극적인 케이팝과 달리, 음악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정한 호흡을 유지한다. 즉, 하이라이트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또한 반드시 기억에 남는다, 그리 말해도 좋을 만큼 멜로디 라인이 크게 부각된다.

제이팝의 입장에서 케이팝은 너무 변화가 심하고, 케이팝 입장에서 제이팝은 너무 심심하다.

가까운 나라의 음악 문화임에도 차이가 극명한 편이다.

“딱 느낌이 오지?”

“아타시(저)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리카는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왕도진행(王道進行)이 쓰였어요! IV - V7 - iii - vi 코드가 자주 쓰여요!”

왕도진행이란 리카의 설명대로, 현대 제이팝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코드를 뜻한다.

그래서 이 코드로 곡을 만들면, 어떤 악기를 쓰든 일본노래처럼 들리는 마법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야말로 한국의 머니 코드, 히트의 공식이에요! 소악마 코드라고도 불려요!”

“리카, 전문가 다 됐네.”

“에헤헤.”

“그럼 소녀연맹 첫 번째 프로듀서님 의견도 안 들어볼 수 없지.”

“네?!”

백설하는 이목이 자신에게 쏠리자 당황하더니, 본인이 파악한 이 곡의 특징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도, 동양적이에요. 그러니까, 곡 자체가요……. 페, 펜타토닉 스케일은 빌보드에 오른 히트곡에서도 많이 쓰이는데요. 거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여기도 마이너 펜타토닉 스케일(5음 음계)을 쓰는 부분이…… 그러니까, 프리코러스에서 보여요…….”

성필이 장하단 듯 크게 박수 쳤다.

“계속 지음이랑 붙어 있던 효과가 있구나.”

“헤헤…….”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거지?”

“……?”

정보: 성필은 뮤직 프로듀서가 아니다.

그래서 리카가 이야기하는 왕도진행이나, 백설하가 말한 마이너 펜타토닉 스케일을 이용한 프리코러스 같은 것을 파악하지도 못했었다.

그냥 조아라처럼 ‘제이팝 스타일이네’ 정도의 감상이 전부였었다.

“아니 근데.”

조아라가 말했다.

“진짜 뭔 리카가 볼 법한 애니 오프닝 같은데요.”

“인종차별이얏!”

“뭐, 우리 일본 컴백 전에 커버곡으로 하라고요? 요즘 드럼 못 쳐본 지 시간 꽤 지나긴 했는데.”

“너희 컴백곡인데?”

조아라가 큰 눈을 껌뻑였다.

“뭐요?”

“너희 일본 컴백곡이라고, 이거.”

“아, 아니.”

조아라만이 아닌, 멤버 전원이 당황했다.

조아라는 이 곡을 일컬어 ‘오타쿠스럽다’거나 ‘애니 오프닝 같다’고 했었다.

멤버들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조아라의 말이 굉장히 이치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우, 우리 일본 컴백곡이요?”

백설하가 당황하여 묻자, 성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 이게 본론이지. 너희는…….”

* * *

몇 주 전.

웨벡스 사무소와의 일본 컴백 회의 중, 히무라가 선언했다.

[소녀연맹은, 이번 컴백에서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불러주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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