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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이단심문관의 악마 사냥법-28화 (28/42)

28화. 피노키오 (2)

지금의 제페토는 니다벨리르의 제일가는 장인이었으나 과거에는 그저 그런, 입에 풀칠도 하기 힘든 장인 중 하나였다.

그때 당시의 니다벨리르는 지금과는 달리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훨씬 더 많이 났다.

모두가 야금술을 단련했고 창과 칼 등의 냉병기들을 만들어냈다.

그런 경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던 제페토로서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겨내기가 힘든 법이었다.

사실상의 포기. 특출날 것 없는 것들을 대량으로 양산해 겨우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정도.

그럼에도 괜찮았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미안해 여보. 내가 이렇게 먼저 가면 안 되는데.”

부족함을 느낄 때는 항상, 절실하게 바랄 때였다.

“우리 애……. 부탁해.”

그렇게 아내를 여의고.

제페토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지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에게는 아직 남은 게 있었다. 그렇기에 다시금 망치를 두드렸다.

‘피노키오를 키워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게 된 아이를 위해 지금보다도 더 노력해야 한다.

좋은 학교를 보내주고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좋은 것들은 먹인다.

100개씩 납품하던 양산형의 검을 납품가를 낮추고 200개로 늘렸다.

노력과 돈을 맞바꿨다.

하지만…….

“피노키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었다.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불행이라는 건 돌풍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와 소중한 것을 무너트리고 사라진다.

단순한 감기였다.

그저 열이 조금 있었을 뿐, 평소처럼 학교를 향했던 아이다.

그런데 그 조금의 열에 대한 대가라는 듯이 제페토의 아이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사인은 익사.

미열에 취해 휘청거리듯 돌아다니다가 그만 다리에서 떨어져 강가로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사람의 목숨이라는 건 이토록이나 가볍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으하하하하하!”

제페토는 웃었다. 그렇게나 모든 걸 쏟았건만 한순간의 방치로 전부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말았다.

아이를 위해 준비한 옷가지들.

아이를 위해 준비한 장난감들.

나이에 맞춰 하나하나 풀어주려고 했던 수많은 선물.

그런데 이렇게 간단히.

어떻게 이렇게 간단히!

삶의 의미가 사라졌다. 제페토는 대장간의 불꽃을 꺼트렸다.

매일 밤 술에 취해 돌아왔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이를 위해 준비한 돈이 잔뜩 있었으니까.

매일 밤 술에 취해 바닥을 기고 죽은 아내의 이름을 부르고 죽은 자식의 이름을 부른다.

‘이렇게는 안 된다.’

제페토도 알고 있다.

이렇게 지내봤자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 이런 식으로 허송세월할 거라면 왜 살아있단 말인가.

“죽지 않았다.”

아이는 죽었다. 하지만 제페토의 마음은 아직 죽지 않았다.

아직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죽음을 결심할 수 없었다.

“피노키오는 죽지 않았어!”

제페토가 기억하고 있다. 피노의 웃는 얼굴을, 우는 얼굴을.

괴롭고 외로워하고 기쁘고 즐거워하던 그 모든 것들을.

그렇다면 만들자. 육신을 잃은 아이를 다시금 만들어내자.

영원히 잊지 않도록. 영영 죽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흠흠흠♫”

제페토는 꺼져 있던 대장간의 불꽃을 되살렸다.

가족이 살아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매일 밤 쉬지 않고 일했다.

금속으로 인형을 만들었다.

나뭇조각으로 인형을 만들었다.

광석으로 인형을 만들었다.

천을 꿰매고 가죽을 이어붙여 인형을 만들었다.

무아지경의 세상 속에서 제페토는 매일 밤 인형을 만들었다.

손에 잡히는 거라면 뭐든 좋았다. 재료가 떨어진 날에는 흙으로 아이의 모습을 빚어냈다.

아이의 모든 표정을 기록하듯 인형을 만들었다. 그 온기를, 치기를 모조리 담아내기 위해 전 재산을 투자해 모든 재료를 활용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아빠! 아직도 바빠? 나랑은 도대체 언제 놀아줄 거야?”

어떤 인형이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무시했다.

“나 무시하지 마!”

하지만 인형은 칭얼거리며 제페토에게 매달렸다.

딱딱한 나무 조각의 감촉.

어떤 나무를 깎아 만든 건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빠, 나는 이름이 뭐야?”

“피노키오…….”

지금도 잊을 수 없던.

기억 속의 아이와 똑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인형.

세상을 향한 분노로 타오르고 있던 제페토의 심장이 비로소 그 불길을 누그러트렸다.

“피노키오…….”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껴안았다.

딱딱한 나무의 감촉이었지만 이보다 더 따스할 수가 없었다.

피노키오는 아이처럼 웃었고 행동했다. 그렇기에 제페토는 아이가 살아 돌아온 거라고 믿었다.

분명 신이 자신의 성실함에 기회를 준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의 생활이 돌아왔다.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위해 돈을 벌었고 피노키오는 그런 제페토의 바람대로 살아갔다.

하지만 제페토도 머지않아 알 수밖에 없었다.

“피노키오야! 이, 이게 어찌.”

“오다가 물에 빠졌어요! 돌아오는 데 한참 걸렸다니까요?”

사람이 아니다.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와도 다르다. 제페토가 기억하고 만들어냈던 인형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제페토는 아직도 기억한다.

아이의 표정을 모두 기억한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제페토가 인형으로 만들어낸 표정 이외에는 지을 수 없었다.

대체로 불평할 때와 슬퍼할 때의 모습이 그랬다.

되도록 밝은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었던 제페토였기에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표정들의 인형은 피하던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노키오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다. 그저 따라 하는 꼭두각시다.

“조심했어야지.”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미 피노키오는 제페토의 아들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를 위해 웃고 떠드는 아이를 어찌 무서워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건 제페토에게만 해당하는 사실. 아이가 특별하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자 벌레가 꼬이기 시작했다.

생명 창조의 기적에 대해 알아내고자 제페토를 몰아세웠다.

그들은 힘으로 협박했고 돈으로 회유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자기 아들을 어떻게 실험체로 넘기겠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제페토를 회유하고 협박하려는 부류는 점점 더 그 규모가 커졌다. 아들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겠다던 제페토의 다짐에도 무색하게 둘은 도망자가 되어야 했다.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만을 품은 채 세상을 유랑했다.

하지만 끝내 둘은 실패했다.

무력했던 제페토는 나쁜 왕에게 피노키오를 빼앗기고 말았으니까.

물론 그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제페토는 난생처음으로 양산형의 무기가 아닌, 개인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만들었다.

오로지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그는 최고의 장인이 되기로 했다.

그 누구의 손도 빌릴 수 없다면 자신이 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약해빠진 자신이라도 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다녀왔습니다!”

“…….”

그런 제페토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피노키오는 앞서 제 발로 집에 돌아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밝은 미소를 머금고 말이다.

하지만…….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피노키오가 피를 흘릴 리는 없다.

다른 사람의 피다.

그렇다면 누구의 것인지. 아니, 누구‘들’의 것인지는 뻔하다.

“어떻게 이런…….”

피노키오는 왕을 포함한 왕성의 모두를 도륙했다.

그밖에 방법이 없지 않나. 그 삼엄한 경비를 뚫고 이곳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를 죽였을까.

제페토는 그제야 깨달았다.

피노키오는 자신의 염원이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었다.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제페토가 만들어낸 모든 것들로부터 탄생한 거다.

피노키오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전신에 칼날을 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익숙했다.

자신이 대량으로 만들어 납품하던 검의 형태였으니까.

부러진 검들이 피노키오의 몸에서 역류하듯 솟아 나와 땅에 떨어지고 그 속에서 새살이 돋아나듯 새로운 검들이 솟아 나온다.

“너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무슨 말이에요? 아빠.”

“내가 만들어낸 건 내 아들이 아니라 무기였던 거야…….”

“……?”

피노키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자신이 한 행동이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그저 제페토가 바라던 것처럼 행동했을 뿐이다.

제페토가 자신과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철창을 부수고 가로막는 모든 걸 부숴버리며 찾아온 거였다.

“잘 모르겠어요.”

“피노키오.”

피노키오가 자신의 염원이 만들어낸 아들이 아닌 그저 무기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노키오가 아들이 아닌 건 아니다.

그렇다면 꾸짖어야 한다.

그게 부모인 자신의 역할이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피노키오의 등 뒤로 타오르는 마을의 풍경에 공포를 느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그만두거라.”

“뭘 그만두나요?”

“너는 우리와는 너무 달라…….”

“그런가요?”

“…….”

가까스로 입을 열어 내뱉은 말들은 단락에 불과한 말.

제페토는 인정해야 했다. 자신은 지금 피노키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는 걸.

“오늘은…….”

“네?”

“오늘은 피곤하니 자자꾸나. 이야기는 내일 하고.”

“네!”

제페토는 그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알면서도 말리지 않았다.

피노키오가 집을 빠져나가는걸.

잘못에서 눈을 감은 순간, 자신이 피노키오를 아들로 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아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감정에 민감하니까.

그래, 피노키오도 알고 있을 터였다. 아무렴 가족이 아닌가.

사소한 변화조차도 알아차리는 게 가족인 법인데.

그렇기에 피노키오는 제페토의 곁을 떠났다. 제페토는 그걸 알면서도 피노키오를 붙잡지 않았다.

후회는 항상 뒤늦게 찾아오기에 후회였다. 제페토는 그날 자신이 눈을 감았던 걸 후회했다.

제대로 화를 냈어야 했다.

제대로 반겨줬어야 했다.

그걸 하지 못해서 제페토는 마치 망령처럼 이곳에 살아가고 있다.

“나는 비겁한 사람이네. 용기를 내지 못해 문 앞에서 노크조차 못 하고 수십 년을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한 사람이지.”

피노키오가 자신을 먼저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도와주게.”

하지만 이젠 알았다. 용기가 없던 건 제페토만이 아니다.

창밖에서 제페토를 바라보며 전전긍긍하고 있었을 건 피노키오 역시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걸 비로소 깨달았다.

“이번에야말로 나는 부모인 채로 끝을 맺고 싶소.”

두 사람 다 겁쟁이라면.

적어도 부모인 자신이 용기를 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     *      *

이야기가 끝났다.

나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피우던 5개비째의 미처 다 피지 못한 연초를 화로 속으로 던져 넣고서는 눈을 감고 성호를 그었다.

분명 어려운 일이 될 거다.

어떠한 이득도 없을지 모른다.

그런 일을 하려고 한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둘 필요가 있다.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합니다.’

외면하면, 그저 모르는 척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제페토는 계속해서 언젠가 돌아올 아이를 기다릴 테고 나는 내 육신을 좀 먹고 있는 침식을 해결함과 동시에 제국을 직접적인 파멸로 이끌 효시를 막으러 갈 거다.

‘힘든 일이겠지요. 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분명 벅찰 겁니다. 결과가 좋다고 장담할 수도 없어요.’

어쩌면 벌집을 건드리는 행위다.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어차피 니다벨리르를 떠나 해를 기다리는 도시, ‘루비아’에 들어가 <침식하는 자>의 문제를 해결하면 둘이 마주칠 일도 없게 될 거다.

그럼 둘이 대적할 일도 없으며 대참사도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려고 합니다. 그렇게나마 증명해보려고 합니다.’

내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는 아무 대가 없이 주어진 게 아니다.

누구보다도 찬란한 삶을 살아가던 이가 희생해 만들어준 기회다.

그렇다면 은혜를 갚아야지.

그 누구도 기억할 수 없을 내가 일평생 가장 존경했던 누군가가 몸소 실천하던 방식으로.

‘그러니 만신전에 흔적을 남겨두신 우리의 주여, 부디 이 어린양이 무리를 이끌고 험난한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축복해주소서.’

짧은 기도와 함께 눈을 뜬다.

나는 이단심문관이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평소에 행하던 길과는 다른 길을 간다.

“그럼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후회를 바로잡으러 갑시다.”

그래, 지금은 오롯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보살피는 목자의 길을 가려고 한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침식의 영향으로 목울대를 타고 올라온 피를 억지로 삼킨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하기로 했다.

고달플지언정 이 어리숙한 부자의 끈을 다시 이어주자.

나의 하늘이 아무것도 없는 나를 위해 손을 뻗어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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