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3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지. 철괴는 다음 수업까지 연습하는 데 사용하게나.”
수업이 끝나자 생도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고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선 이세훈의 눈동자가 살짝 풀렸다.
‘아…… 온다.’
안 그래도 체력이 없던 상태에서 수업시간 내내 철괴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이제는 마력까지 바닥나 버렸다.
슬금슬금 밀려오는 탈진증세와 그에 저항하듯 뿜어져 나오는 엔돌핀. 체내의 마력이 바짝 말라가는 것을 느낀 이세훈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이세훈 생도.”
아직 나가지 않은 김인철이 이세훈을 불렀다.
“예?”
“잠시 할 이야기가 있네만…… 시간 괜찮은가?”
오늘 수업은 방금이 마지막이라 남은 일정도 없다.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그럼 연구실로 가지.”
본관 건물 2층에 있는 김인철의 연구실로 넘어온 이세훈은 방 안을 슬쩍 살펴보았다.
연구실 내부는 개인적인 물건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방주인의 흔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대장장이는 공방을 봐야 알지.’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는 연구실에 이세훈이 재미없다는 듯이 훑어보고 있을 때. 김인철이 소파에 앉으며 맞은편을 가리켰다.
“앉게나.”
“예…….”
소파에 엉덩이가 닿기 무섭게 온몸에 긴장감이 빠지며 몸이 휘청거렸고, 그 모습에 김인철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괘, 괜찮은가?”
“아, 예. 괜찮습니다. 오늘 여러모로 좀 바빠서…….”
“너무 무리하지는 말게. 어제도 중급제련을 하지 않았나.”
“약간 일이 몰려서 그렇습니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가는 게 전혀 괜찮지 않아 보였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말하는데 어쩌겠는가.
실제로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이세훈의 몸에서 기묘한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했기에 김인철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렇다면야 뭐…… 아, 그게 어제 만든 무구인가?”
손목에 채워진 묵주환을 발견하고 흥미를 보이는 김인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소매를 걷었다.
“예. 한번 보시겠습니까?”
“부탁하지.”
이세훈에게서 묵주환을 건네받은 김인철은 정보창과 겉을 살펴보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단하군. 묵중암을 벌써 이만큼이나 다루다니…… 내부 술식이 독특한데 뭘 쓴 건가?”
“이번에 따로 배운 결계의 구조를 응용했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냐면…….”
딱히 숨길 만한 수준도 아니었기에 이세훈은 묵주환을 만들어낸 과정을 설명해 주었고 그 이야기를 듣던 김인철이 속으로 감탄했다.
‘배운 지 얼마 안 된 주술을 이렇게 능숙하게 무구에 녹여 내다니…….’
주술을 배우는 것과 그것을 무구 안에 녹여내는 것은 비슷한 것 같아도 완전히 다른 분야였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이렇게 능숙하게 해내다니. 바벨에서 교수로 생활한 지도 오래됐지만 이만큼 잠재력이 폭넓고 뛰어난 생도는 난생처음이었다.
‘방금까지도 긴가민가했지만……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눈앞의 이세훈에게는 제련학부, 더 나아가 대장장이 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만한 잠재력이 있다.
1학기 동안은 차근차근 지원하며 살펴볼 생각이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확신한 김인철은 표정을 가다듬었다.
“이세훈 생도.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네.”
묵주환을 돌려주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김인철. 달라진 분위기에 이세훈도 늘어진 정신을 다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시죠.”
“혹시 내가 가르치는 부전공 수업을 들을 생각이 있나?”
어느 정도 예상한 범위 내의 제안. 그에 이세훈이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부전공 수업이라면 ‘무구 근원학’ 말씀이십니까?”
“맞네. 뭘 다루는지는 알고 있나?”
“예. 미리 알아봤었습니다.”
김인철이 가르치는 ‘무구 근원학’은 말 그대로 무구를 이루는 근원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수업이었는데 외부에도 알려질 만큼 인지도가 상당했다.
100대 장인이 가르친다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벨에서 지원받는 예산이 모든 수업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루트비히가 특히 관심이 많다고 했었지.’
바벨은 유망주들을 육성하는 아카데미이자 동시에 교수들을 지원해 주는 연구기관이기도 했다.
그런 조건이 있는 게 아니라면 영웅들 중에서도 실력 있는 자들을 교수로 쓰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돈보다도 학원장이 그 양반이니까 가능한 거지.’
영웅의 탑을 완등한 이는 그 이름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기 마련.
그렇기에 바벨이라는 장소가 성립할 수 있었고, 그런 인물의 관심을 받고 있는 김인철의 무구 근원학도 자연스레 주목받는 것이었다.
‘결말은 썩 안 좋았던 것 같지만…….’
회귀 전 이세훈은 김인철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무구 근원학이라는 학문 역시 허무맹랑한 개소리로 취급받고 있었다.
아마 어떤 연유로든 김인철이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해 루트비히의 지원이 끊어지고 잊힌 것이리라.
‘미래를 생각하면 들어가 봐야 시간 낭비겠지만…….’
현재를 생각한다면 제련학부에 존재하는 수업 중에서 루트비히에게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수업.
무구 근원학이 어찌 됐든 저 안에서 활약을 펼친다면 루트비히의 관심을 더 받을 수도 있고 콩고물도 많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정말 괜찮겠나? 신청한 부전공이 꽤 되는 걸로 아는데…….”
“아뇨. 이것까지 해봐야 셋…… 아니, 네 개밖에 안 되는 걸요 뭘.”
결계구성학에 신체제어학, 고대인챈트학과 무구근원학. 그리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게 딱 적당히 고른 것 같았다.
‘다른 쪽이 필요하다 싶으면 나중에 서클 쪽으로 살펴보면 되겠지.’
1학기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이세훈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김인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눴고, 그 사이 이세훈이 자연스럽게 인연을 추출했다.
[대상 ‘김인철’에게서 인연을 추출해냅니다.]
[제작자 ‘이세훈’과의 인연은 Lv.1 입니다.]
‘흠…… 아직 레벨이 오를 기미는 안 보이네.’
아무래도 수업을 들으면서 좀 더 활약을 보여줘야 올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한 이세훈은 추출을 끝낸 뒤 손을 놓았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피곤할 텐데 붙잡아서 미안하네. 그럼…… 아, 이런 그걸 깜빡하고 있었군.”
자리에서 일어서던 김인철이 자신의 책상으로 가더니 작은 목갑 하나를 가져와 내밀었다.
“이건……?”
“입학 선물일세. 자네가 바벨로 와준 덕분에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해서 준비해 봤네.”
예상치 못한 선물에 이세훈이 놀란 표정을 짓자 김인철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닐세. 한 번 열어보게나.”
김인철의 권유에 이세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목갑을 열어보았다.
후웅!
목갑 안쪽에 놓인 붉은색의 육각형 광석. 밖으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빛과 열기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거 홍염옥이네요.”
“자네가 홍염을 다룬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도움이 될까 싶어서 준비해 봤네.”
홍염옥. 이름 그대로 이세훈이 습득한 화속성마력인 홍염의 정수가 담긴 광석이었는데 상당히 유용한 물건이었다.
이 안에 담긴 정수를 추출하여 체내에 흡수하면 홍염을 영구적으로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별거 아니라더니. 순도가 꽤 높은 걸 구해왔네.’
이 정도라면 홍염을 단순히 강화하는 게 아니라 한 단계 ‘진화’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적절한 선물에 이세훈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꾸벅였다.
“잘 쓰겠습니다.”
“도움이 된다면 좋겠군. 아 추출은 혼자서 할 수 있겠나?”
정수를 추출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과일의 껍질과 알맹이를 훼손시키지 않고 깔끔히 분리시키는 것.
이제 막 입학한 생도는 물론이며 상급생들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괜찮습니다.”
이세훈과는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이 정도면 혼자서 할 수 있겠네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김인철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럼 가서 편히 쉬게나.”
“예. 그럼 가보겠습니다.”
고개를 꾸벅인 이세훈이 언제 지쳤냐는 듯이 재빠르게 밖으로 나갔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인철이 쓴웃음을 지었다.
‘젊음이 좋군.’
* * *
기숙사로 돌아온 이세훈은 곧장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 정도면…… 잔존마력이 7%인가.”
희미하게나마 느껴졌던 마력들도 대부분 사라졌고 전신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는다.
마력을 깨닫기 전 순수한 인간의 육체. 그 상태에 가까워진 이세훈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베스트는 1% 미만이지만…… 처음이니까 이 정도가 적당하겠지.’
거실의 바닥에 앉은 이세훈은 양반다리로 앉은 다음 자신의 손목과 발목에 채워진 묵주환을 살펴보았다.
묵주환의 중앙에 생겨난 푸른색 선. 굵기가 3분의 1 정도였는데 안쪽에 저만큼 마력이 차 있다는 뜻이었다.
‘이 정도 양이면 담금질도 되겠고…… 슬슬 해볼까.’
모든 준비가 갖춰졌음을 확인한 이세훈은 김인철에게서 받은 홍염옥을 꺼내 살펴보았다.
[홍염옥]
[등급 : 희귀] [품질 : 최상]
홍염의 정수가 담긴 광석.
광석을 녹여 액체로 만드는데 특화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뒤섞인 광석을 빠르게 녹여낼 수 있습니다.
‘역시 좋구만.’
이만한 품질의 홍염옥이라면 천 가까이는 되지 않을까.
회귀 전이면 모를까 아직 생도인 지금은 귀한 물건이었기에 이세훈이 두 눈을 빛냈다.
‘골수까지 싹싹 긁어 내주마.’
홍염석을 양손에 올려둔 이세훈은 천천히 눈을 감고 지금부터 시작할 ‘단조’에 대해서 떠올렸다.
기본적으로 속성마력은 특수한 스킬을 보유하지 않으면 2~3개밖에 다루지 못한다.
복수의 속성마력이 체내에 존재할 경우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등급이 오를수록 위험도도 오르고, 잘 조절한다고 해도 서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지.’
전투직이야 그런 사소한 영향쯤은 상관없겠지만,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 대장장이에게는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대장장이들은 적성에 맞는 속성마력 하나만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세훈은 달랐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쉰 이세훈은 홍염옥에 정신을 집중했다.
내부에 맥동하고 있는 홍염의 정수. 자신이 다루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정순한 불꽃을 느낀 이세훈은 천천히 그것을 내부로 끌어들였다.
치이익!
손바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이어서 전신이 붉게 달아오르며 비 오듯이 땀이 쏟아진다.
본래라면 체내의 마력이 열기를 막아줬을 테지만 지금은 마력이 거의 바닥나 그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부글부글─
피가 끓어오르는 감각과 함께 팔을 타고 전신으로 뻗어 나가는 홍염의 정수.
마력이 거의 바닥난 육체가 반사적으로 비슷한 홍염의 정수를 끌어들이는 것이었는데 그로 인해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불꽃이 흐르는 감각.
몸 안쪽이 타올라 녹아내리는 듯한 통증은 어지간한 영웅들조차도 견뎌내지 못할 만큼 끔찍했으나, 이세훈은 눈매를 살짝 일그러뜨리는 것만으로 참아냈다.
‘젊어서 그런가…… 몸이 아주 쌩쌩하구만…….’
회귀 전에는 죽어가던 몸이라 그런지 라이터로 지지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달군 쇠로 전신을 지지는 것 같았다.
그 고통 속에서 이세훈은 몸 안을 마구잡이로 파고드는 홍염의 정수를 인지하고, 특정한 길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이쪽.’
앞으로 어떤 속성마력을 사용하든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끔 몸 안에 오직 홍염만을 위한 마력회로를 새롭게 구축한다.
전신을 관통하는 한 줄기의 길. 머릿속으로 도면을 그려내자 홍염이 그것을 이해했다는 듯이 순식간에 자리를 잡았다.
우우웅!
자신에게 배정된 마력회로를 신나게 질주하는 홍염.
이대로라면 마구잡이로 달리다가 결국 휘발되기에 이세훈은 천천히 정신을 가라앉히며 상상 속의 망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있는 힘껏 자신의 몸을 향해 후려친 순간.
카앙─!
귓가에 울리는 쇳소리와 함께 이세훈의 몸이 들썩였다.
“쿨럭!”
정신이 번쩍 드는 통증과 함께 터져 나온 마른기침.
온몸이 망치에 으스러진 듯한 아찔한 감각에 이세훈이 흐트러진 숨을 고르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됐다.’
몸 안쪽에 새롭게 자리 잡은 마력회로와 홍염의 정수.
육체가 확실히 ‘단조’되었음을 확인한 이세훈은 묵주환에 저장된 마력을 단숨에 체내로 흘려보냈다.
‘폭환.’
우웅!
묵주환에서 터져 나온 마력이 홍염에 의해 달궈졌던 육체를 식혀주며 바짝 말라 있던 전신에 파고들었다.
방금까지 느껴졌던 열기를 잊게 만드는 청량감. 전신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이세훈은 그동안 꾹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후우…….”
증기처럼 퍼져나가는 입김.
모든 공정이 끝났음을 확인한 이세훈은 자연스레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벌써 어두컴컴하게 변한 바깥.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벨의 야경을 보며 이세훈이 씩 웃은 순간.
[스킬 ‘영연신마법(S)’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영연신마법’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속성마력 ‘홍염(F)’이. 홍련(E+)으로 강화되었습니다.]
눈앞에 연달아 떠오르는 알림창.
그 요란한 내용들에 이세훈은 곧장 몸이 얼마나 변했는지 확인했다.
[이세훈]
근력 - D(105) 내구 - D(100)
마력 - D(119) 민첩 - E(87)
[영연신마법靈硏身磨㳒] 『S』
육체란 대장장이가 갈고닦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재료.
체내의 마력회로를 제련함에 따라 신체능력이 상승하며 그 안에 담긴 힘을 강화시킵니다.
*마력회로 [홍련] : 불꽃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홍련] 『E+』
진홍빛의 불꽃을 연상케 하는 화속성마력.
금속을 녹여 액체로 만드는데 특화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접촉한 불꽃에 ‘흐름’을 부여할 수 있다.
“오…….”
회귀 전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뒤였기에 습득한 뒤에 별 차이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스탯의 증가폭부터 엄청났다.
물론 기존의 스탯이 워낙 형편없는 상태였기에 이만큼 극적으로 상승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여전히 신입생 평균 아래긴 하지만…… 중요한 건 효율이지.’
스탯이 오른 것뿐만 아니라 마력을 다루는 효율도 같이 증가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스탯창의 1.5배로 봐야 한다.
단숨에 성장한 육체의 상태에 이세훈은 자연스레 처음 이 영연신마법을 배웠을 때를 떠올렸다.
‘재료가 있는데 그걸 다뤄볼 생각도 안 하고 포기하다니. 머저리도 아니고 그래서야 되겠느냐?’
남들은 자살행위라고 말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시도하고, 그것을 정말로 성공해낸 불세출의 천재.
그리고 그걸 평범한 자신에게 마구잡이로 쑤셔 넣어 반죽음으로 만들었던 인면수심의 괴물.
늘 자신감에 차 있던 사부의 모습을 살짝 떠올렸던 이세훈은 이내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그래. 쓸 수 있는 건 다 써봐야지.’
그게 미래의 아군이든, 적이든 가릴 이유는 없다.
이번만큼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그렇게 각오를 다지며 이세훈은 다시 자신의 몸을 가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