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9화
‘……뭐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염성하는 직접 봤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본래 염륜잔화창이 남기는 잔화는 시전자가 만들어낸 ‘수폭收爆’이라는 마력 파동에만 반응하여 폭발한다.
그렇기에 오늘 대련에서 아리아처럼 흩뜨리는 거라면 모를까 제어를 빼앗기는 일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빼앗겼다.’
자신의 잔화에 마력을 휘감은 녀석의 손이 닿은 순간. 모든 폭발의 궤적이 뒤틀려 자신에게로 쏟아졌다.
염륜잔화창이 완전히 ‘파훼’당했다는 것을 이해한 염성하의 사고가 잠시 멈췄고.
후웅!
본능적으로 이세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파앙!!!
이세훈의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주먹.
방금 휘둘렀던 일격이 전치 4주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12주는 물론이며 장애가 생길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이 새끼. 눈 돌아가기 직전이네.’
눈동자에서 생각이라는 것이 거의 사라졌다.
회귀 전 염성하가 광견이라고 불리게 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바로 저 앞뒤 가리지 않는 실행력이었다.
하겠다고 결심하면 그것이 자신에게 불리하든 말든 반드시 실행한다. 강박에 가까운 집념이었고, 그 성격을 보여준 첫 사건이 바로 본인의 사문인 염화문 학살극이었다.
‘타고난 성격이라더니…… 둘러댄 말은 아니었구만.’
개소리로 치부했던 염성하의 푸념이 진짜였음을 깨달은 이세훈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덤벼드는 주먹을 요령 좋게 피하고 흘려냈다.
투웅! 파앙!
레아의 인연석인 ‘착폭화’가 탐철에 흡수되어 만들어낸 광경. 하지만 이세훈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탐철의 효과도 거의 끝나가고…… 몸도 솔직히 한계야.’
폭발음을 듣고 누가 오기는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늦으면 저 주먹에 맞고 최소 중상을 입게 되리라.
‘……어쩔 수 없나.’
내키지는 않지만, 할 수밖에 없다.
적당히 인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염성하를 박살 내기로 이세훈이 맘을 고쳐먹은 순간.
후웅!
거대한 주먹이 마력을 휘감은 채 코앞까지 쇄도했다.
콰아아앙!!!
공터 전체를 휩쓴 충격파. 머리를 박살 내고도 남았을 주먹을 휘두른 염성하는 눈앞의 상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의 주먹을 두 손으로 잡아낸 금발의 청년, 제이크에게 물었다.
“……아는 사이냐?”
“예, 예…… 일단은…….”
염성하의 물음에 대답하면서 두 손을 부르르 떠는 제이크.
어떻게 막아내기는 했지만 충격을 완전히 흘려보내지 못해 손부터 시작해 전신이 저려왔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이 끼어들었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맞았더라면 최소 중상, 최악의 경우 죽었을지도 모르리라.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이세훈의 행동에 제이크가 어이없어하고 있을 때. 염성하는 말없이 그 뒤편에 있는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담담하게 바라보는 이세훈. 위축된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모습에 염성하가 자신의 주먹을 거둬들였다.
“……가라.”
“알겠습니다! 세훈아 가자!”
염성하의 이야기에 제이크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세훈의 등을 공원 밖을 향해 쭉쭉 밀었다.
그 우악스러운 손길에 저항도 못 하고 밀려나던 이세훈은 고개만 돌려 염성하를 바라보았다.
“내 말 기억…….”
“이상한 소리 말고 얼른 가……!”
제이크의 떠밀림에 말도 끝맺지 못한 채 공터 밖으로 사라진 이세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염성하는 다시금 눈을 감으며 숨을 골랐다.
‘위험했군…….’
염륜잔화창이 파훼당했다고 상대를 반죽음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염륜잔화창의 명성이 그대로 곤두박질쳤을 것이고, 자신과 사부님 역시 곤란한 상황에 처했으리라.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 염성하는 불현듯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
과연 자신은 스스로 정신을 차린 것일까, 아니면 알 수 없는 위협을 느끼며 깨어난 것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그 건방진 후배의 모습을 떠올린 염성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세훈…….”
첫 만남에 기억된 이름.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었다.
* * *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선배한테 시비를 건 거야?”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제이크의 물음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뭘 시비를 걸어. 맞는 말만 했구만.”
“아니…… 너 아까 진짜 잘못했으면 죽었을 수도 있다니까?!”
호들갑을 떠는 제이크의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었다.
“죽기는 무슨. 끽해봐야 바닥 몇 번 구르고 끝이었겠지.”
“……뭐?”
염성하가 익힌 염륜잔화창은 거칠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섬세한 마력방출이 필요한 기술.
방금 주먹도 겉보기엔 죽일 기세로 휘두르는 것 같았지만 염성하가 마음만 먹는다면 역으로 마력을 방출해 얼마든지 위력을 조절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휘두른 주먹. 끝장내려는 게 아니라 떨어뜨리려고 휘두른 주먹이었지.’
회귀 전 염성하와 지겹도록 붙어 있었던 이세훈이었기에 구별할 수 있는 차이.
그렇기에 자신도 마지막 일선을 넘기 전에 빠르게 멈춘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회귀 전보다 물렁한 건 확실하구만.’
어린 염성하가 아니라 광견이었다면 둘 중 한 명은 큰일 나지 않았을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세훈이 피식 웃고 있을 때.
[대상 ‘염성하’와의 인연이 성립되었습니다.]
‘떴네.’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의 내용에 이세훈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 난리를 피웠는데 인연이 성립되지 않으면 그거야말로 이상하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일이었기에 이세훈은 다음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인연을 어떻게 추출하고, 인연 레벨을 어떻게 올리느냐지.’
이세훈은 염성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광견 염성하’였다.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겪은 일에 따라서 차이가 생기기 마련. 특히 방금 보여준 물렁한 모습만 하더라도 광견과 동일인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약간의 조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구만…….’
어쩌면 인연석의 효과도 조금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고난 자질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세훈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뭐, 일단 이 부분은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염성하에 관한 것을 얼추 정리한 이세훈은 자신의 곁에서 의아해하고 있는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도 역시 괜찮단 말이지.’
염성하가 마력을 거둘 새도 없이 재빠르게 끼어들더니 한 발자국도 밀리지 않고 공격을 막아냈다.
전력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아직 1학년, 거기에 아직 영웅의 탑에 들어간 적도 없다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기량이었다.
‘역시 유용하겠어…….’
제이크에 대한 가치를 한 단계 높인 이세훈은 공격을 막았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은 괜찮냐?”
“아. 괜찮아. 이쪽은 다른 곳보다 더 튼튼하거든.”
보란 듯이 손을 쥐락펴락해 보이는 제이크. 실제로 살짝 빨갛게 변하긴 했지만 어딘가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손이 튼튼하다라…….’
제이크의 특성을 머릿속에 새겨넣으며 이세훈이 여러 후보군을 점쳐보고 있을 때.
“그보다.”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린 제이크가 굳은 표정으로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너 혹시 경기 보면서 뭔가 이상한 소리 했었어?”
“이상한 소리?”
“그래. 혹시 그…… 누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했다든가…….”
“누님이면…… 아리아 마이어스?”
이세훈의 되물음에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뭔가 한 말 없었어?”
“글세…… 별다른 말은 안 했는데.”
“정말? 근데 왜…….”
“저런 스타일은 재수 없어서 싫다고 말한 정도?”
“…….”
이세훈의 대답에 제이크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경고를 했어야 했나…….”
골치 아프다는 듯이 중얼거리던 제이크는 피곤한 표정으로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조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누님이 너한테 흥미를 가져 버려서.”
“나한테?”
“응. 네가 경기장에서 한 이야기를 들으신 모양이더라고.”
“…….”
제이크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수많은 생도의 환호와 대화 소리가 시끌벅적하던 경기장. 거기에 몇백 미터는 떨어진 관객석과 경기장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니?
청각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력 자체가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이미 A급 영웅 수준이라고 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괴물같구만.’
미래의 완등자답다고 해야 할지 어이가 없는 스펙이다.
본의 아니게 아리아에게 선전포고를 해버렸음을 깨달은 이세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뭐. 흥미 정도야 어떻겠어.”
“그렇게 가볍게 넘길 게 아니라니까. 네가 몰라서 그렇지 누님은…….”
“속 좁고 음흉하다고?”
이세훈의 물음에 제이크가 허를 찔린 듯 움찔거렸고, 이내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부정하기보다 무언의 긍정을 해버린 제이크의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 마. 그래도 누굴 사주해서 두들겨 팬다거나 그런 짓을 할 정도는 아니잖아?”
“그, 그 정도까지야 아니지만 조금 인생이 고달파진다고 해야 하나…….”
“그 정도는 괜찮아. 오히려 바라던 바지.”
방금 상태를 보건대 염성하의 최대관심사는 아리아에게 이기는 것.
그렇기에 그 라이벌의 관심을 자신이 받는다면 자연스럽게 존재감이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염성하를 개과천선 시키는 것도 훨씬 수월해지리라.
“……도대체 뭐 때문에 누님을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야?”
그런 이세훈의 반응에 제이크는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보통 대장장이라면 자신이 만든 무구를 써줬으면 좋겠다던가 그런 이야기만 할 텐데 이세훈은 왜 이렇게 적의를 보이는 것일까.
제이크의 의문이 담긴 시선에 이세훈은 자연스레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것도 별 볼 일 없는 검이었네.’
권태로움에 찌든 목소리와 질린듯한 시선. 그리고 망설임 없이 만마전의 군단을 향해 걸어가던 뒷모습.
인류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완등자 중 한 사람인 성검사는 그렇게 돌연 사라졌고.
“글쎄.”
그 뒤를 이어 나타난 것은 마신이었던 괴물의 잔해를 검으로 삼은 ‘멸광의 마신’이었다.
“관상이 좀 그래.”
지금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자신에게는 이미 벌어졌던 일이다. 그러니 선입견 없이 저 싸이코패스 나르시스트를 봐줄 수는 없으리라.
“간다.”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끝낸 이세훈이 몸을 돌려 떠났고, 그 뒷모습을 본 제이크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모르는 둘 사이의 무슨 일이 있는지. 아니면 정말 관상이라는 기묘한 방식을 믿는지 모르겠지만 상성이 좋지 않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우웅─
주머니 안에서 울리는 진동에 제이크가 휴대폰을 꺼내 도착한 메시지를 읽었다.
[재밌는 친구가 생긴 거 같네. 앞으로도 이것저것 이야기해 줘.]
앞으로도 자신을 중간다리로 써먹겠다는 것일까. 제이크가 한숨을 푹 내쉬며 메시지의 끝으로 시선을 내렸고.
[속 좁고 음흉한 누나가 부탁할게^^]
“아.”
이세훈보다도 자신이 더 큰 일 났음을 깨달았다.
* * *
월요일 아침.
기숙사 밖을 나선 이세훈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눈매를 찌푸렸다.
‘너무 무리했다…….’
잔폭화와 탐철을 이용한 신체 강화의 부작용. 온몸이 조각조각 찢어진 것처럼 쑤셔왔는데 이것도 영연신마법이 있어서 이 정도지 아니었으면 진짜 몸 어디가 터져 버렸으리라.
‘하루를 꼬박 쉬었는데도 회복이 안 될 줄이야.’
잔폭화처럼 쓸 만한 재료를 단번에 소모하는 데다가 육체의 반동도 너무 크다. 앞으로는 상황을 봐가면서 쓰기로 결심하며 이세훈이 강의실에 도착했다.
“후우…….”
자리에 앉은 이세훈은 천천히 강의실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일주일이나 지나니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다들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긴 하지만, 시선이 닿으면 움찔거린다.
“그…… 교류회도…… 조만간…… 일정이…… 잡힌다고…….”
특히 한스는 시선이 툭툭 닿을 때마다 흠칫거리며 말을 더듬었는데 차석이라 감각이 뛰어난 만큼 더욱 민감하게 시선을 느끼는 듯했다.
‘재밌네.’
그 반응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연신 한스를 괴롭히고 있을 때.
덜컹덜컹─
강의실의 문이 열리며 짧고 굵직한 인상의 교수가 수레 골렘을 탄 채로 안으로 들어섰다.
그 강렬하다면 강렬한 모습에 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을 때. 수레에 올라타 있던 교수가 뒤쪽의 보드판을 두드렸다.
“주목해라!”
작은 키와 다르게 우렁차게 뻗어 나가는 목소리.
그 외침에 다소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생도들이 자세를 바로 했고, 수레에 올라탄 교수가 팔짱을 꼈다.
“앞으로 2주간 제련수업을 맡을 리스 도바이다. 가르칠 과목은 ‘속성제련’이지.”
필수전공인 제련은 1학기 동안 일정 기간마다 교수가 바뀌며 다양한 분야를 접하게 한다. 생도의 잠재력을 확인하여 2학기에 세부적인 전공을 제시해 주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기본기인데 대충 들어도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는 놈들 있으면 마음대로 해라. 나도 마음대로 낙제점을 줄 테니까 말이야.”
으름장을 놓는 수레 위의 교수, 리스의 이야기에 생도들이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제련학부에서 리스 교수는 상당히 유명한 편이었는데 과거 집안을 믿고 협박하던 재학생의 멱살을 붙잡고 모루 위에 올려 망치로 갈비뼈를 박살 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러워서 피하는 거야. 명심해.’
‘개한테 자존심 세우겠다고 뻗대는 사람 본 적 있냐?’
‘물리기 싫으면 피해.’
선배들에게 들은 조언을 떠올린 생도들이 자세를 가다듬었고, 그 모습을 내려다본 이세훈이 얼추 분위기를 파악했다.
‘좋은 교수인가 보군.’
이세훈이 슬쩍 웃고 있을 때. 리스가 수레 위에 털썩 앉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주에 있었던 제련수업의 제출품에 대한 평가와 1학기 예산부터 나눠주마.”
바벨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받는 예산. 사적으로 사용해도 크게 문제가 없는 돈이었기에 생도들이 모두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호명하는 대로 나와서 가져가라.”
리스가 한 명씩 호명하며 종이를 나눠주었고, 그 내용을 읽은 생도들이 기뻐하거나 분해했다.
그리고 차례가 지나면 지날수록 모두의 시선들이 한 곳으로 향했다.
‘얼마나 받을까?’
‘나보다 세 배는 더 받을 것 같은데.’
누가 봐도 압도적인 물건을 만들어냈던 이세훈. 입학 이후 여러 파란을 만들어낸 학과 수석은 과연 얼마나 예산을 받아낼 수 있을까.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이세훈.”
“예.”
“너는 아직 예산이 안 나왔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생도들이 모두 깜짝 놀랐고, 리스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덧붙였다.
“네가 만든 제출품의 완성도가 높아서 이번 수요일에 2학년들과 공개경매에 출품하기로 했다. 그때 낙찰가를 토대로 예산을 정하기로 했으니 잠시 기다리도록.”
리스의 설명과 그 표정을 본 이세훈은 얼추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굳이 따로 빼낸 걸 보니…… 또 뭔가 꾸민 건가.’
만약 미하엘이 주도한 일이라면 썩 좋은 건 아니겠지만, 이세훈은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정말로 문제가 될 정도라면 김인철이 막았을 터. 아마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이기에 받아들인 것이리라.
‘그리고…… 재밌는 광경을 볼 수도 있겠네.”
슬쩍 웃은 이세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별다른 걱정이 없어 보이는 이세훈의 모습에 리스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좀 따지고 그러지 뭐가 좋은 줄 알고…….’
만약 이의를 제기하면 그걸로 어찌 해결해 보려 했는데 이젠 그것도 힘들어졌다. 한숨을 푹 내쉰 리스는 화제를 돌렸다.
“그럼 수업으로 돌아와서…… 오늘은 화속성마력을 제련에 응용하는 법부터 배워볼 것이다. 구체적으론 무구에서 마력이 휘발되지 않게끔 ‘잔류마력’을 다루는 법이지.”
리스의 설명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불꽃에 잔류마력. 절묘하게도 주말에 만났던 염성하가 곧장 떠오르는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인연석을 얻기 전에 기본기를 좀 가다듬고 싶던 참이었다. 이세훈이 만족하는 사이 리스가 계속해서 설명을 이었다.
“그리고 이 잔류마력에 대한 수업을 도와주기 위해 지원을 자처해 준 생도가 한 명 있다.”
“생도?”
“누구지?”
모두가 의아해하던 그때. 무언가 알아차린 이세훈이 반사적으로 강의실의 문을 바라보았고.
“들어와라.”
드르륵─
주말에 보았던 염성하가 무뚝뚝한 얼굴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