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59화
“……일단은 여기까지만 받겠습니다.”
계속되려는 루트비히의 보상에 이세훈은 용폐석까지만 받기로 했다.
당장 급한 물건들은 모두 확보하기도 했고, 루트비히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아껴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나름의 기준은 있겠지만, 내 값어치가 올라가면 좀 더 챙겨 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나중에 보상을 받는다는 핑계로 독대를 할 수도 있으니 나쁘지 않으리라.
“시간이 지나면 까먹을지도 모르니 최대한 빨리 받아가게.”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자네는 이만 돌아가서 쉬게나.”
후웅─
루트비히의 눈이 닿은 순간. 이세훈의 몸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학원장실에서 깔끔하게 사라졌다.
저 멀리 이세훈이 병실의 침대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확인한 루트비히는 자신의 감각을 거두며 류은하를 바라보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마인에게 습격당한 것으로 처리하겠네. 귀찮겠지만 인터뷰 요청이 온다면 조금 맞춰주게나. 상대는…… 평소에 마음에 안 들던 녀석들을 지목하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그리고 연구 예산은…… 우선은 10억 정도로 하지. 자네와 그 친구 둘이서만 사용할 텐데 너무 많으면 다른 교수들이 들을 때 억울하지 않겠나.”
교수들이 받는 연구지원비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두 사람, 사실상 생도인 이세훈 혼자서 사용할 것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그리고 성과만 낸다면 예산과 지원은 얼마든지 늘려줄 터. 크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에 류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해보게. 어쩌면 ‘완등’으로 이어지는 길일지도 모르니.”
“…….”
루트비히의 이야기에 류은하가 말없이 바라보았다.
S급 영웅보다 한 단계 높으며 영웅의 탑을 끝까지 올라선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호칭이자 자격.
가까우면서도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그 이름에 류은하가 담담히 대답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기대하겠네.”
“그럼…….”
고개를 꾸벅인 류은하가 몸을 돌려 학원장실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 갑자기 몸을 돌려 루트비히를 바라보았다.
“학원장님.”
“뭔가?”
“이세훈 생도는 제가 먼저 눈여겨봤습니다.”
갑작스러운 류은하의 이야기에 루트비히가 멀뚱히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그냥 알고 계셨으면 해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얼버무리듯이 대답한 류은하가 밖으로 나갔고 루트비히 홀로 남은 학원장실에 낮게 깔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쇳덩어리가 욕심도 부릴 줄 아는군.]
하얀 구멍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그 비아냥거림에 루트비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오. 다른 교수도 아니고 설마 류 학과장에게 경고를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구려.”
[조심해라. 벌써 으르렁거리는 꼴을 보아하니 조금만 건드려도 물어버릴 거다.]
이번에야 단순히 학원장으로서 챙겨 준 것이기에 별다른 말이 없었지만, 계약 같은 것을 들이밀며 지원을 약속했다면 류은하도 가만히 두고만 보진 않았으리라.
이세훈과 이야기 중에 사이를 가로막던 류은하의 모습을 떠올린 루트비히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하지 마시오.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니.”
[정말 이해하기 힘든 취미군…… 그나저나 어느 쪽인 것 같나.]
목소리의 물음에 루트비히가 미소를 지우고 대답했다.
“아마 『탈각』이 연구하던 장소겠지. 매듭으로 사용한 물건은 위르겐 그 친구의 일부인 듯하고.”
[몬스터에게 완등자의 육체를 이식해서 각성을 가속시킨다…… 그새 또 기술이 발전했군.]
세간에 알려진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내용이었지만, 루트비히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바벨이라는 교육기관이자 거대한 연구소를 지휘하는 수장으로서 언젠가 닿으리라 생각한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이른 것 같군.”
[그러면?]
평소와 달리 조금 높아진 목소리. 그 안에 담긴 기대의 감정을 읽은 루트비히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한 번 꺾어두는 게 좋겠구려.”
그 말을 끝으로 루트비히가 학원장실에서 모습을 감췄고 하얀 구멍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부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사태와 건물붕괴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 * *
“흐음…….”
병실에 돌아와 한숨 자고 일어난 이세훈은 곧장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온몸이 바늘에 찔리는 것 같은 감각. 뼈는 시큰거리고 관절은 쥐어 짜인 것처럼 삐걱거린다. 전신을 두드려대는 끔찍한 통증에 이세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더럽게 아프긴 하지만 원래 통증이 없는 상처가 더 무서운 법.
그런 의미에서 이 정도 부상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리 말을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루트비히한테 영약이라도 받을 걸 그랬나…….’
적당한 영약만 있었으면 영연신마법으로 단숨에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보상을 아껴둘지 아니면 6주를 단축할지 이세훈이 고민하고 있을 때.
똑─
“야. 자냐?”
무성의한 노크와 심드렁한 목소리. 그 주인을 알아차린 이세훈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들어와.”
허락과 동시에 문이 열리더니 은발의 소녀, 루이제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뭐 하러 왔어?”
“마인한테 습격당해서 다쳤다길래 구경하러 왔지.”
당당하게 대답한 루이제가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이세훈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근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엄청 크게 다쳤다고 들었는데…….”
“크게 다치기는 무슨. 이 정도면 까진 거나 다름없어.”
붕대를 두른 것 빼고는 아픈 곳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세훈의 모습에 류은하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안 교수님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리가 없는데…….”
“진짜라니까. 근육 조금 찢어지고, 뼈에 살짝 금가고, 마력회로가 약간 부실해진 정도야.”
“어느 부위?”
“전신인데.”
“…….”
이세훈의 대답에 루이제가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딜 크게 다쳤나 했더니 머리를 다친 거였구나…….”
“…….”
“이거라도 먹고 진정해. 네가 좋아하던 제이슨 체리야.”
들고 온 검은 비닐봉지, 제이슨 체리를 건네며 상냥하게 이야기하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루이제까지 이런 소리를 하니 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다.
‘폭견 때였으면 침 바르면 낫는다고 침부터 뱉었을 텐데.’
아직 삐뚤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니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쉬움도 느껴졌다.
그에 이세훈이 한탄하며 체리를 먹고 있을 때. 루이제가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그래서 뭐, 결국 엄청 크게는 안 다친 거지?”
“멀쩡하다니까. 그렇게 걱정되냐?”
“걱정하긴 뭘 걱정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 가지고 별 이상한 소리를…….”
짜증 난다는 듯이 궁시렁거리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래? 안 교수님은 네가 나 괜찮냐고 꼬치꼬치 물어봐서 피곤하시다던데.”
“뭐?! 아니 절대 말하지 말라니까 그걸 그새……!”
이세훈의 이야기에 반사적으로 소리치던 루이제가 뒤늦게 무언가 깨달은 듯 두 눈을 부릅떴고, 이내 목덜미부터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너…… 너…….”
“그래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내 걱정해 줘야지.”
병동에서 고생하던 것도 도와주고 적성에 맞는 언령마법도 가르쳐줬는데 인간적으로 걱정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던 이세훈은 문득 회귀 전에 종종 사용했던 방법을 떠올렸다.
“아, 마침 잘됐네. 빨리 나으라고 언령마법으로 말해줘. 진심이 담길수록 효과가 좋거든.”
“…….”
“뭐 해. 나 아프다니까?”
이세훈의 재촉에 루이제가 두 눈을 푸른빛으로 빛내며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부들거리고 있을 때.
똑똑─
“들어가겠다.”
정갈한 노크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벌컥 열리는 문.
무뚝뚝한 얼굴로 병실 안으로 들어온 검은 머리칼의 청년, 염성하의 모습에 이세훈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야. 네가 여길 왜 왔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그것 말고 이유가 있느냐는 듯 무심하게 대답한 염성하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이세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별로 다치지도 않았군. 엄살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남들이 듣는다면 시비를 거는 게 아닌가 싶을 말투. 하지만 이세훈은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화색이 되어 대답했다.
“그렇지? 나도 괜찮다고 했는데 퇴원을 안 시켜줘서…….”
“애초에 병동에 오지를 말았어야지. 앞으로는 죽기 직전이 아니면 진료를 받지 마라.”
“나도 그럴까 생각 중이야.”
서로 죽이 척척 맞는 이세훈과 염성하의 모습에 루이제가 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상한 건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 루이제가 당황하고 있을 때. 염성하가 품에서 작은 책자를 하나 꺼내 이세훈에게 건네주었다.
“받아라.”
“이게 뭔데?”
“네게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정리해뒀다.”
염성하의 설명에 이세훈은 책자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각종 영약과 신체를 보조해줄 수 있는 장비들이 기입되어 있는 카탈로그. 하나같이 준수한 성능에 이세훈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뭐야. 이 중에 고르라고?”
“그래. 그걸로 대금을 지불하겠다.”
“고맙…… 뭐?”
예상한 것과 조금 다른 대답에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병문안 선물 아니었냐?”
“전에 지불하지 않은 대금을 처리하려는 거다. 지금이라면 필요한 게 생겼겠지.”
“…….”
“문제라도 있나?”
뭐가 문제냐는 듯이 바라보는 염성하의 모습에 이세훈이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염성하가 병문안 선물을 챙겨 줄 리가 없지 않은가.
이때다 싶어 대금을 처리하려고 찾아온 염성하의 모습에 이걸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이세훈이 고민하고 있을 때.
“그럴 거면 그냥 가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루이제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물건 팔고 싶으면 시장에 좌판 깔고 해. 병실까지 찾아와서 꼬장 부리지 말고.”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루이제. 그 사나운 말투에 염성하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물었다.
“네가 루이제 발렌트인가?”
“그런데?”
“흐음.”
노골적으로 루이제를 위아래로 살펴보던 염성하는 이내 김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로 강하진 않군.”
“……뭐?”
“시끄러우니 나가 있어라. 네까짓 게 끼어들 일이 아니다.”
루이제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는지 눈길도 주지 않고 이야기하는 염성하.
그 노골적인 무시에 루이제의 두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
“싫은데?”
“뭐?”
“싫다고. 귀먹었냐?”
염성하를 올려다본 루이제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니가 뭔데 나가라 마라야? 웃기는 새끼네 이거.”
“……건방지군.”
“너처럼 싸가지가 없진 않지.”
대화가 오갈 때마다 병실의 온도가 뚝뚝 떨어지며 마력이 불길하게 떨렸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세훈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들…… 성격 안 맞는 건 과거에도 똑같네.’
회귀 전에는 서로 성격이 개판 난 다음에 만나서 그런 건가 했지만, 아무래도 그냥 타고난 성품 자체가 서로 안 맞는 모양이다.
‘그래도 회귀 전에 비하면 둘 다 예의 바르구만.’
광견이랑 폭견이었으면 벌써 서로 한 대씩 갈기고도 남았을 텐데.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이세훈이 언제쯤 터질지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을 때.
“실례할게.”
“어, 뭐야. 문이 왜 열려…… 염 선배님?”
염성하가 열어둔 문으로 들어온 에리카와 제이크. 두 사람의 난입에 살벌하던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고 이세훈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뭐야. 병문안 왔냐?”
“크게 다쳤다고 들어서…… 근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심상치 않은 병실의 분위기에 제이크가 눈치를 살피고 있을 때. 에리카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루이제와 염성하의 사이에 섰다.
자신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끼어드는 그 모습에 두 사람의 눈매가 살짝 찌푸려지던 그때.
“여기. 병문안 선물.”
에리카가 챙겨온 목갑을 이세훈에게 건넸다.
겉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정갈한 모양의 목갑. 그것을 받은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병문안 선물이라고?”
“응. 열어봐.”
에리카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조심스레 목갑을 열었다.
음양의 형태를 띤 자그마한 환단. 풍기는 향부터 심상치 않은 그 모습에 이세훈은 곧장 정보창을 살펴보았다.
[음양환陰陽丸]
[등급 : 영웅] [품질 : 최상]
음과 양의 마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영약.
신체를 활성화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보유한 마력의 속성에 따라 그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단, 반대되는 마력의 경우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에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신체의 재생이 활성화됩니다.
*음과 양의 마력이 속성마력을 증폭시킵니다.
“…….”
영웅 등급의 영약, 그것도 범용성과 효과 모두 뛰어나 구하기가 힘들다는 음양환.
그 값비싼 물건에 이세훈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에리카를 바라보았다.
“이게 병문안 선물이라고?”
“응.”
“돈 주고 사라는 건 아니고?”
“그런 속 좁은 짓은 안 해.”
에리카의 단호한 대답에 이세훈이 염성하를 향해 시선을 슬쩍 돌렸다.
“…….”
이제야 뭔가 느꼈는지 표정이 굳어진 염성하. 그 사이 제이크도 곁으로 다가와 검은색 상자를 건넸다.
“그…… 나도 가져오긴 했어.”
제이크에게 상자를 받은 이세훈은 곧장 뚜껑을 열어보았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젤리. 겉보기엔 슬라임 같아 보이기도 했는데 안쪽에서 암속성마력이 짙게 느껴졌다.
‘이건…….’
그 익숙한 재질에 이세훈이 곧장 정보창을 살펴보았다.
[그림자 에테르]
[등급 : 희귀] [품질 : 최상]
암속성마력을 정제하여 만들어낸 에테르.
손상된 암속성마력을 빠르게 회복시키며 감응도를 높여준다.
*암속성마력을 회복시키고 감응도를 높여줍니다.
‘그림자 에테르…… 이 정도 순도면 암속성마력을 각성시키는 데 쓸 수도 있겠는데.’
안 그래도 조만간 암속성마력을 개화시킬까 했는데 딱 맞는 물건이 올 줄이야. 이세훈이 흡족해하자 제이크가 미소를 지었다.
“암속성마력이 부상을 입고 나면 치료가 힘들다고 해서 구해왔어. 어때?”
“아주 좋아. 근데 너도 돈 주고 사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런 짓은…… 그…… 어지간하면 잘 안 하지?”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았는지 염성하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하는 제이크. 그 모습에 이세훈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뭔가 느낀 점 없냐?”
이 정도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정도는 알지 않을까. 그런 이세훈의 물음에 염성하가 가만히 마주 보다가 표정을 굳힌 채 다가왔다.
그리고 몸을 숙여 이세훈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였다.
“조심해라.”
“……?”
“저런 물건들을 무상으로 줄 리가 없지 않나. 뭔가 수작을 부려뒀을 가능성이 높다.”
“…….”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조언하는 염성하. 그 진심이 담긴 모습에 이세훈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렸고.
“나가.”
염성하만 병실 밖으로 쫓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