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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66화 (66/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66화

제련학부의 전공 수업 중 하나인 ‘금속제련’.

기본적인 제련법에 대해서 배우는 수업인지라 내용 자체는 생도들 사이에서 쉽기로 소문이 나 있었지만 과제만큼은 여러 의미로 악명이 높았다.

“이번 과제는 21번 합금으로 무게 1.2kg, 직경 28cm의 소형방패다. 메인 테마는 반탄력이니까 그 부분에 유의해서 제작하고 일반 등급 상품 이상으로 만들어야 제출이 가능하니 명심하도록.”

“…….”

“…….”

수업을 맡은 한인성 조교의 이야기에 생도들이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다음에 이어질 말을 경계하는 듯한 표정.

그 모습에 한인성이 슬쩍 바라보다가 씩 웃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리고 이번 과제 역시 학기평가 전까지 제출하면 된다. 교수님의 배려에 감사하도록.”

“아아…….”

“안 돼…….”

한인성의 이야기에 생도들이 얼굴을 감싸며 탄식을 내뱉었다.

학기평가 전까지 널널한 제출 기간. 시간이 많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금속제련의 과제는 상대평가.

즉, 다른 생도들의 제출품이 좋을수록 점수가 떨어지며, 자연스럽게 눈치 게임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방패는 잘 못 만드는데…… 아니, 그래도 한 2주 정도만 투자하면…….’

‘못해도 A 학점은 받고 싶은데…… 다른 놈들이 얼마나 할지…….’

다양한 재료와 자신의 특기 분야를 살려서 만들라고 하면 생도들 간의 격차가 크지만, 철저하게 기본기만 따진다면 의외로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하물며 기간까지 널널한 상황. 그렇기에 하위권은 여기에서라도 점수를 따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상위권은 점수가 뒤처지는 불상사가 나지 않게 이를 악무는 것이다.

“흐흐…….”

서로가 만들어내는 무구를 살피며 끝없이 제련과 설계를 되풀이하는 생도들. 그 모습을 본 한인성은 흐뭇하게 웃었다.

자신도 재학 중에 이 금속제련 수업에서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때는 교수님의 허리를 분질러 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항의에도 방식을 바꾸지 않는 그 정신에 존경심이 피어났다.

‘어차피 입학 초기에만 있는 일이니 이때 고생 좀 해봐야지.’

지금에야 기본기 수준이 비슷하지만 바벨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능에 따라 그 격차가 확연히 벌어진다.

이런 경쟁을 볼 수 있는 것도 길어봐야 2학기까지일 터. 그 기간에만 볼 수 있는 구경거리였기에 한인성이 즐겁게 바라보던 그때.

화르르륵!

공방 구석에서 무시무시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카앙! 카앙!

혼자만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금속을 달구고 망치로 두드리며 모양을 잡아가는 이세훈.

치이익!

다른 생도들과 달리 시간이 몇 배속으로 흐르는 것처럼 순식간에 무구가 완성되더니 한쪽에 쌓여간다.

사아악─ 사아악─

병동에 입원한 한 달 동안 밀려 있던 제출품 4개를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한 이세훈은 모두 챙겨 한인성에게 내밀었다.

“제출하겠습니다.”

“…….”

눈앞에 내밀어진 무구들을 살핀 한인성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생도였다면 완성도를 떠나서 성의가 없다고 한 번쯤 쏘아붙였을 텐데 이놈이 만들어온 무구는 차마 그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부 고급 등급 중상품…….’

앞서 제출된 제출품 중에 고급 등급이 있기는 했던가.

뛰어나다기보다는 수준 자체가 다른 눈앞의 신입생을 바라보던 한인성은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교수님이 과제물 다 제출하면 다음 과제까지 수업에 안 나와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편한 대로 해.”

“그럼 가보겠습니다.”

할 일을 끝낸 이세훈이 곧장 밖으로 나갔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생도들은 저마다 수근거렸다.

“아니. 저거 다친 거 맞아? 왜 저렇게 멀쩡해?”

“크게 다친 게 아니었나 보지.”

“너 사진 못 봤냐? 전신이 피투성이인 채로 류 학과장님 품에 안겨서 들어왔었잖아.”

생도들의 비공식 커뮤니티인 타워에 올라와 게시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진.

온몸이 피투성이인 이세훈을 안은 채 병동으로 들이닥친 류은하의 모습이었는데 흔히 알려진 무표정한 얼굴이 아니라 다급함이 묻어나와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됐었다.

“소문으로는 류은하 학과장이 따로 영약을 챙겨줬단 이야기가 있던데.”

“뭐? 에이 설마.”

“설마는 무슨. 주말에 사적으로 사냥에 데리고 갈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지.”

아공간 터미널에서 두 사람이 같이 걷는 사진까지 올라와 여러 의혹이 생기는 상황.

이세훈이나 류은하나 소문을 신경 쓰지 않다 보니 따로 해명이 없어 더더욱 부풀어졌고, 거기에 불만을 느낀 이들이 생겨나며 자연스레 날카로운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겉이 멀쩡해 보여도 안은 어떨지 모르지. 중급제련으로 재료도 전부 날려 먹었다던데.”

“아. 나도 그거 들었어. 사고 날 뻔한 걸 김인철 교수님이 막아줬다면서.”

“마인한테 습격당할 때 마력결상이 생겼단 소문도 있더라. 진짜면 뭐 거품 꺼지는 거지.”

아무리 기본기가 뛰어나더라도 마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뒤로 갈수록 처지기 마련.

이세훈의 부상과 부진에 대한 의문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 갔고, 수업 중에 마력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더더욱 부채질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말이 다가올 무렵.

“너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이세훈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레아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뭐가?”

싸구려 도자기에 인챈트를 새겨 넣던 이세훈이 힐끗 쳐다보자 레아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사람이 일주일 만에 이렇게까지 얕보일 수 있어?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본래 영웅업계가 부상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세계라고는 해도 제대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의심으로만 끝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세훈과 관련된 소문과 음해는 무서운 속도로 퍼졌고, 이제는 부상을 입어 마력운용에 장애가 생겼다는 것이 반쯤 정설처럼 퍼져 있었다.

아무리 몽환규도의 제작 사실을 숨겼다고는 해도 비정상적인 분위기.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미심쩍은 구석도 보이고, 따로 부정도 안 하잖아. 그러면 충분히 의심할 만하지.”

지금 이세훈을 둘러싼 논란은 담당의였던 안정완 교수나 보르시파의 학과장인 류은하, 제련학부의 지도교수인 김인철이 한마디씩만 해도 금방 가라앉을 만큼 얄팍했다.

그런데도 이런 소문이 게속 퍼지고 있는 것은 이세훈의 부탁으로 세 사람이 모두 말을 아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이렇게 욕먹는데 가만히 있으면 찔리는 구석이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겠네.”

“그런 셈이지. 그리고 평소에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녀석들도 이것저것 거들고 있을 거야.”

보르시파의 학과장 자리와 제련학부를 손에 넣으려는 미하엘 부학과장. 그 음흉한 녀석이라면 기회다 싶어 여기저기에 작업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리라.

그런 이세훈의 이야기에 레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러다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그냥 헛짓거리 아닌가? 왜 그런 짓을 하지…….”

소문은 소문일 뿐.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이세훈에게 갑자기 없던 부상이 생기며 기량이 떨어질 리가 없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그런 레아의 중얼거림에 이세훈이 속으로 대답했다.

‘소문을 사실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이 어수선한 순간을 이용하여 자신을 정말로 재기불능으로 만든다. 너무 과한 이야기가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바르무트 가문이 주시자와 손을 잡고 제련학부를 폐부시켰다고 했으니까.’

바벨에서의 권력이 아니라 그 이상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시도해 봄 직하다.

자신이 선보인 재능이라면 제련학부를 망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바벨에서 제일가는 학부로 끌어올릴 테니.

‘이쪽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몽환규도를 통해서 본 회귀 전의 기억.

그 자체는 정말 과거에 있었던 일이 맞지만, 나가는 도중에 몸을 돌려서 자료를 읽은 것은 본래 없었던 일이다.

그렇기에 거기서 확인한 정보들이 사실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 아직은 모르지…….’

스치듯이 읽었던 자료들. 그리고 맨 마지막에 확인했던 김인철과 관련된 자료를 떠올린 이세훈이 생각을 정리하며 붓을 멈췄다.

“다 됐어.”

“오. 생각보다 빠른데. 어디 보자.”

이세훈에게서 도자기를 받은 레아는 그대로 이리저리 돌리면서 겉에 새겨진 인챈트를 살펴보았다.

어디 한 군데 어긋난 곳 없이 깔끔하게 그어진 선. 뼈대 역시 앞서 가르쳐준 술식을 고스란히 담아냈는데 곳곳에 직접 손 본 곳들이 눈에 보였다.

‘결계술 바탕인가. 술식들끼리 연결이 좀 느슨…… 아니, 마력이 부여되면서 채워지는 구조구나. 무슨 초심자가 이런 테크닉을…….’

분명히 인챈트를 제대로 배운 것은 몇 안 되는데 어째 새긴 것만 보면 인챈트학부에 굴러다니는 놈들보다 몇 배는 더 낫다.

‘아니아니. 그래도 일단 발동이 되는지부터 확인해 봐야지.’

아무리 겉보기가 번지르르해도 제대로 발동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법이다. 도자기를 다시금 살핀 레아는 천천히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방금 막 새겨진 인챈트가 마력을 머금으며 희미하게 빛나자 도자기 근처의 대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자기의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바람이 스며들더니 안쪽에서 자그마한 소음이 들려왔다.

휘우웅

창문이 다 닫힌 방안에 울려 퍼지는 바람 소리.

도자기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진동을 확인한 레아는 단숨에 그것을 뒤집으며 안에 든 것을 털어냈다.

휘이잉

책상 위로 툭 떨어지며 회전하는 자그마한 녹색 회오리.

풍속성 재료로 만들어낸 도자기와 이세훈의 인챈트로 만들어진 소용돌이로 그렇게 20초 정도 유지되다가 무너지며 사라졌다.

“…….”

그 바람의 흔적을 가만히 살펴보던 레아는 뭐라고 말할지 고민하다가 툭 내뱉듯이 이야기했다.

“나는 1분 넘게 유지할 수 있어.”

자랑보다는 항의에 가까운 이야기. 그 모습에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안 물어봤어.”

“……재수 없는 놈. 그냥 혼자서 다 해 먹어라.”

이세훈에게 극찬을 하며 손안의 도자기, 고대 인챈트학의 과제를 옆에 내려다 놓은 레아가 다시금 바라보았다.

“과제도 끝냈으니까 이제 나랑 인챈트 연구나 하자. 나 요새 컨디션 엄청 좋거든. 전처럼 어려운 재료 가져와도 다 도와줄게. 아, 그러고 보니 묵주환에도 인챈트할 거라면서. 그건 어때?”

언제 투덜거렸냐는 듯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꺼내는 레아. 여전히 전환이 빠른 그 모습에 이세훈이 어이없어하면서도 미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보다 먼저 보여줄 게 있어.”

“음? 뭘 보여줘?”

“있어 봐.”

의아해하는 레아의 물음에 이세훈이 대답 대신 자켓과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행동에 레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풀어 헤쳐진 옷들 사이로 맨살이 드러나자 자신도 모르게 입이 움직였다.

“오…….”

근육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저게 대단하다는 건 보자마자 알 것 같다. 깜짝 놀라면서도 레아가 뚫어져라 이세훈의 명치 부근 보고 있을 때.

화르르륵!

익숙한 보랏빛 불꽃이 솟구쳐 올랐다.

“으악!”

집중한 만큼 깜짝 놀란 레아가 펄떡 뛰어올랐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놀라?”

“몸에서 갑자기 불이 튀어나오는데 그럼 안 놀라? 아니, 그것보다 그거, 설마…… 몽환규도?”

“맞아. 몸에 흡수됐어.”

“뭣…… 잠깐 있어 봐!”

쿠당탕!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 가 순식간에 이세훈의 옆으로 빠져나온 레아가 곧장 명치에 얼굴을 들이대며 몽환의 불꽃을 살펴보았다.

“진짜 몸이랑 연결되어 있네. 아무리 몽환의 마력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작용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리저리 살펴보는 레아. 그 모습에 이세훈은 새롭게 습득한 스킬의 정보를 다시금 살펴보았다.

[몽상수납] 『A』

꿈의 경계를 이용하는 아공간.

몽환의 마력이 지닌 치환기능을 사용하여 체내의 물건을 수납할 수 있습니다. 단 몽환의 마력이 다할 경우 수납이 불가능합니다.

*사물을 체내에 수납할 수 있습니다.

*몽환의 마력이 다할 경우 수납이 불가능합니다.

*현재 수납된 물건 : 불명자의 지골. 몽환규도.

몽환의 마력이 지닌 꿈치환 능력을 사용하는 수납 스킬.

아공간 포켓이 존재하는 요즘 시대에 이런 게 무슨 의미인가 할 수도 있지만 이세훈은 몽상수납이 지닌 편리성을 곧장 알아차렸다.

‘상대에게 빼앗길 위험도 없고, 별도의 동작 없이 곧장 꺼낼 수 있지.’

어떻게 보면 비장의 한 수. 그리고 이세훈이 눈여겨본 것은 이 몽상수납이라는 공간 그 자체였다.

“손 줘봐.”

“응?”

유심히 살피던 레아가 순순히 손을 내밀었고 그것을 붙잡은 이세훈이 곧장 자신의 명치를 향해 찔러 넣었다.

화륵

불꽃을 파고들어 손목까지 들어간 손. 심장을 꿰뚫고도 남았을 그 광경에 레아의 두 눈이 반짝였다.

“오…… 오오…… 뭐야 이거. 몸에 들어갔어.”

“수납은 안 되는데 이렇게 통과시키는 건 되더라고. 신기하지?”

팔을 잡고 안쪽을 휘젓는 이세훈.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감촉과 별개로 눈에 보이는 광경에 질색했겠지만 레아는 오히려 안쪽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감탄했다.

“불꽃보다는 연기를 만지는 느낌이네. 그리고 손끝에 뭐가 살짝살짝 닿는데…… 이거 설마 내 인챈트야?”

“맞아.”

몽환규도에 새겨 넣었던 인챈트들이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떠다니고 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형태에 레아가 연신 신기한 표정을 짓자 이세훈이 설명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몽환의 마력이랑 인챈트. 그리고 보유한 스킬이 맞물리면서 이렇게 변한 모양이야.”

“대단하네. 무구가 스킬이 되다니……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현상이야.”

이런 무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바깥에 나도는 쓸데없는 소문도 모두 사라질 텐데. 잠시 고민하던 레아가 혹시나 싶어 이세훈에게 물었다.

“이것도 비밀이야?”

“그래야지. 많이 귀찮아질 수도 있으니까.”

“하긴. 연구하게 해달라고 사방에서 달려들겠네.”

살짝 아쉬워하면서도 잡생각을 털어낸 레아는 손을 빼내며 물었다.

“그래서 결국 보여준 목적이 뭐야? 설마 자랑만 하려고 보여준 건 아니지?”

“몽상수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한 번 연구해 보려고. 시간 날 때마다 같이 좀 살펴보자.”

기대하던 대답이 돌아오자 레아가 두 눈을 반짝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크으…… 역시 우리 후배 같은 사람이 또 없다니까! 내가 이래서 사랑…….”

“헛소리하면 안 한다.”

“까지는 아니어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 최고다 최고!”

능청스럽게 말을 돌리며 이야기하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어이없어하자 레아가 헤실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언제 시작할까? 지금 당장? 주말 내내 하면 뭔가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밥이랑 커피도 잔뜩 사줄 테니까 철야로 한 번 해보자. 응?”

의욕을 불태우는 레아의 부탁에 이세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주는 안 돼.”

“뭐? 왜…… 아. 맞다. 내일 교류회였구나.”

영웅업계를 주름잡는 세력의 후계자들과 전 세계에서 모인 천재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재능을 지닌 이들이 초대받는 노블레스 교류회.

그 일정을 떠올린 레아가 의외인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조금 의외네. 넌 그런 곳 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안 좋아하는 거 맞아.”

“그래? 그럼 왜 가는 건데?”

의아해하는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단추를 잠그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

“안 좋아하니까.”

“……?”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이세훈이 레아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가서 깽판 좀 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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