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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85화 (185/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85화

시험 셋째 날.

결계구성학 시험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기숙사 밖으로 나온 이세훈은 퀭한 눈매를 매만졌다.

‘너무 늦게까지 봤나…….’

아미르와 거래가 성사된 뒤. 약속대로 2학기에 넘어오는 편입생들의 자료를 받았는데 그걸 밤늦게까지 읽느라 잠을 얼마 못 잔 것이다.

밀려오는 하품과 잠기운이 이세훈이 뺨을 툭툭 때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시험만 없었어도 전처럼 주작으로 한 번에 쫙 흡수했을 텐데……. 아니지, 그래도 시간은 좀 걸렸으려나.’

사실 자료의 양만 따지면 그렇게까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세훈이 그렇게 밤늦게까지 읽은 것은 그와 관련된 회귀 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대조해 봤기 때문이다.

‘죄다 유명인들이라 그런지 익숙한 이름이 많았지.’

자신의 단골이었던 사람도 있었고, 만마전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뒤통수를 후린 놈들도 몇몇 있었다.

물론 모두 회귀 전의 일이었기에 지금은 관계없는 일이지만, 어떤 일이든 징조 없이 일어나지는 않는 법.

특히 만마전에 붙어서 배신한 녀석들은 반드시 경계해 두는 편이 좋았다.

‘이건 일단 나중에 차차 생각하자.’

머릿속에 생각을 털어낸 이세훈은 결계구성학의 시험이 열리는 주술학부 본관의 지하훈련장으로 향했다.

주술학부에 있는 다른 훈련장보다 압도적으로 넓은 내부. 안쪽에는 생도들이 큼지막한 격자무늬 안쪽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는데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도착해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세훈이 고개를 꾸벅이며 들어오자 생도들을 살피던 담당교수, 로버트 패리가 손을 내저었다.

“10분 남았으니 신경 쓸 것 없다. 중앙에 빈자리로 가라.”

“예.”

고개를 끄덕인 이세훈이 중앙의 자리로 향했고, 바로 옆에 서 있는 에리카와 눈을 마주쳤다.

“…….”

평상시라면 뭐라고 말이라도 걸었겠지만, 오늘은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호. 제대로구만.’

시험에 집중하고 있는 에리카의 모습에 이세훈도 정신을 가다듬으며 준비했고, 10분이 지나 시험 시간이 되자 로버트가 생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1학기 학부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시험 내용은 사전에 안내한 것과 같이 제한된 구역 내에서 결계를 구성하여 준비된 주술을 막아내는 것이다.”

우웅

생도들을 둘러싼 격자무늬가 희미하게 빛을 냈고 로버트가 게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계의 준비 시간은 30분. 주술은 총 15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채점 기준은 결계의 내구성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효율성도 볼 테니 방심하지 말도록.”

똑같은 단계를 버텼다고 해도 결계의 완성도에 따라서 점수의 차이가 생겨날 수 있다.

그 이야기에 생도들이 두 눈을 빛냈고 로버트는 허공에 거대한 홀로그램 시계를 띄운 다음 외쳤다.

“시작!”

로버트의 호령과 함께 시계의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생도들이 재빠르게 결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우우웅!

생도들에게 주어진 공간은 5제곱미터. 그리 넓지 않은 크기인 만큼 결계를 밀도 있게 구성해야 했는데 그게 상당히 까다로웠다.

파츠즉!

“으앗!”

마력을 약간만 과하게 불어넣어도 바짝 붙어 있는 주술식이 연계 반응을 일으켜 무너질 때도 있었고, 공간이 좁다 보니 주술식 배치를 실수해서 시작부터 꼬이는 경우가 많았다.

30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광경. 하지만 거기에도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중앙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

촤라락─

손가락 끝에서 나와 주변에 연결되어 빼곡하게 차오르는 검은색 실. 그리고 지면에 닿은 발아래에서부터 주변으로 뻗어 나가는 은색 실.

서로 대칭을 이루듯 이세훈과 에리카의 주술식이 눈 깜짝할 사이에 뻗어 나가 결계를 만들어낼 뼈대를 생성해 낸다.

그 차원이 다른 속도에 주변의 생도들이 시험 중인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쳐다보았고, 아래에 있던 조교들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두, 둘 다 우리보다 잘하는 것 같은데?”

“그야 잘하겠지. 1학년 학과 수석들인데.”

“아니, 이세훈 쟤는 제련학부잖아.”

“……그러네?”

별생각 없이 이야기를 나누던 조교들은 새삼스레 이세훈의 출신을 깨닫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집안도 평범하고 대장장이인 이세훈이 주술명가인 이노에우 가문의 장녀이자 입학 전부터 천재로 유명했던 에리카와 대등하게 결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눈앞의 상황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깨달은 조교들이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어색하게 웃었다.

“빠, 빠르게 펼치는 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지.”

“맞아. 결계는 내구성이 중요…….”

“비슷하다.”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조교들이 시선을 돌렸고, 훈련장을 올려다보던 로버트가 두 사람을 흘겨보았다.

“지금은 둘 다 수준이 비슷해. 보고도 모르는 거냐?”

“……죄송합니다.”

고개 숙인 조교들을 바라보던 로버트는 다시금 훈련장으로 시선을 돌려 두 사람, 그중에서도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정말 모르겠군.’

현혼미궁의 테스트를 통과했을 때도, 자신의 결계를 역산하여 파훼식을 만들어냈을 때도, 몇 주간 쌓인 과제를 단숨에 풀었을 때도 놀라기는 했지만 그것을 부정하진 않았다.

거기까진 재능 있는 생도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세훈의 결계, 그 안에 자연스레 녹아든 이노우에 가문의 비전주술을 본 로버트는 더 이상 그 실력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가씨께서 따로 알려주신 게 아니라면 모두 눈으로만 보고 베꼈다는 뜻인데……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거지?’

주술식이 자세히 적힌 비급과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도 습득하기 어려운 것이 비전주술이다.

그런데 그걸 눈으로만 보고 제 입맛에 맞게 고쳐 쓴다? 말이 베낀 것이지 사실상 새로운 비전주술로 재정립해 낸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도련님께서 잘 살펴보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있었어.’

과연 저 재능이 아가씨에게 어디까지 통할 것인가. 로버트가 집중해서 바라보는 사이 두 사람의 결계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스스스

에리카의 은색 실이 투명하게 물들며 사라졌고, 이세훈의 검은색 실은 안개로 변해 주변을 뒤덮었다.

완성된 결계를 현실과 연결시키는 접목 과정. 보통 결계의 형태가 보이지 않을수록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었는데 에리카가 근소하긴 하지만 우위에 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단…… 잠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1단계도 못 버텼다가는 낙제는 둘째치고 얼굴도 못 들고 다닌다……!’

두 사람이 결계를 멍하니 보고 있던 생도들이 다급하게 작업을 들어갔고, 30분 뒤 모든 생도가 결계를 펼치는 데 성공했다.

언제 어떻게 쏟아질지 모르는 주술. 그에 생도들이 감각을 곤두세우며 대비하던 그때.

우우웅─

허공에 나타난 수십 개의 광탄이 생도들에게 쏟아졌다.

콰아앙!!

“으악!”

“크윽……!”

광탄과 결계가 부딪치자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왔고, 30분 동안 만들어낸 결계가 뿌리째 뒤흔들렸다.

단순히 위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 결계에 착 달라붙어서 뿌리째 뽑아낼 기세로 터지던 폭발. 1단계라고 조금 얕보고 있었던 생도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슨 난이도가……!’

‘방심했다간 바로 끝장이다!’

로버트가 작정하고 준비했음을 깨달은 생도들이 마력을 쏟아부어 결계를 보수했고, 다음 단계의 주술들이 펼쳐졌다.

화르르륵!

훈련장 바닥에서부터 불꽃의 파도가 솟구쳐 올라 주변을 덮쳤고,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며 믹서기처럼 결계를 갈아낸다.

그 이후로도 결계 안쪽까지 파고드는 충격파, 훈련장 바닥이 파도처럼 요동치는 지형 변형, 사용자에게 혼란을 가하는 저주 등 수많은 주술들이 쏟아졌다.

파카앙! 퍼엉!

“으악!”

“12번. 탈락.”

“크헉!”

“49번 탈락.”

촤악!

그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결계가 부서질 때마다 로버트가 만들어낸 문어 다리 같은 붉은 촉수들이 생도를 재빠르게 빼냈고, 단계를 거듭할수록 그 수가 줄어들어 갔다.

그리고 14단계, 거대한 그림자 여우의 앞발 후려치기가 훈련장을 휩쓸고 지나간 뒤. 훈련장에는 단 두 사람만 남았다.

우우웅

제자리에서 꼼작도 안하고 서 있는 에리카. 그리고 검은 안개에 휩싸인 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이세훈.

힘들어하기는커녕 여유마저 느껴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 로버트가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 주술을 발동시키려는 조교들을 멈춰 세웠다.

“원래는 마지막 15단계인 뇌전주술까지 버텨야 만점을 줄 생각이었는데…… 상태를 보니 굳이 볼 것도 없어 보이는군. 두 사람 모두 만점이다.”

로버트의 이야기에 두 사람이 서로를 힐끗 봤다가 이세훈이 먼저 물었다.

“그럼 점수는 어떻게 됩니까?”

“지금으로서는 비슷하지만 그렇게 넘어가면 학년 수석 선별에 문제가 생기겠지. 그래서 두 사람이 ‘길항계拮抗界’로 승부를 보면 어떨까 싶군.”

“길항계라면…….”

“서로 결계를 부딪치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에리카가 담담하게 설명했다.

“한쪽이 부서지거나 제어권을 잃으면 거기서 끝. 당연히 결계를 제외한 다른 주술을 사용하면 안 돼.”

“흐음……. 쉽게 말하면 힘겨루기네?”

“수읽기도 중요해. 상대의 결계를 역산해서 파고들면 더욱 무너뜨리기 쉬우니까.”

에리카의 설명에 이세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로버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냥 서로 부딪치기만 하면 됩니까?”

“그래. 하지만 그 전에 지면에 고정시킨 결계의 구심점을 몸으로 옮겨야 하는데 쉽지 않은…….”

우우웅!

지면에 가라앉아 있던 검은 안개가 공중으로 떠올랐고, 이세훈이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이세훈을 중심으로 펼쳐진 결계. 본래 고정시켜 둔 결계를 이렇게 유동적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세훈은 간단하게 성공한 것이다.

‘저런 녀석이 입학 전까지는 주술을 배워본 적도 없다니…….’

로버트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을 때. 이리저리 움직여 보던 이세훈이 물었다.

“이 정도면 됩니까?”

“……충분해 보이는군. 그 상태로 서로 충돌시키면 된다.”

“알겠습니다.”

로버트에게 확인받은 이세훈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에리카를 바라보았다.

“…….”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투명한 무언가가 에리카의 주변을 단단히 휘감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두꺼운 성벽을 마주한 듯한 그 상황에 이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결국 경쟁하게 됐네.’

시험 방식을 들었을 때는 서로 적당히 버티다가 끝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끝나기는 아쉬웠던 모양이다.

‘아니지. 그보다는 실력이 보고 싶은 건가?’

로버트 교수가 이노우에 가문과 연관된 것을 떠올린 이세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금방 생각을 털어냈다.

부정행위로 시험 점수를 깎으려고 한다면 가만히 두지 않겠지만, 이렇게 약간 손을 써서 실력을 살펴보려는 것까지는 자신도 용납해 줄 수 있다.

이쪽은 굳이 실력을 숨길 생각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이세훈 역시 에리카의 실력을 제대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봐야지.’

에리카가 제이크와 다르게 힘을 숨기고 있다는 것은 전부터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물론 전투 중이 아닌 만큼 전부 이끌어내기는 힘들겠지만, 편린만 살펴볼 수 있어도 나쁘진 않으리라.

각오를 다진 이세훈이 앞으로 걸음을 옮겼고, 에리카 역시 마주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순시간에 가까워져 가는 두 사람.

그리고 마침내 간격이 10미터까지 줄어들어 서로의 결계가 맞닿은 순간.

스스슥

이세훈을 둘러싼 검은 안개가 단숨에 흩어졌다.

“……!?”

충돌을 일으키기는커녕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결계. 그 모습에 이세훈은 깜짝 놀라면서도 재빠르게 그 원인을 파악했다.

‘과연. 가르쳐 준 건 본인이다 이거구만.’

에리카가 보여준 주술식과 렌이 보여준 흑무인을 토대로 만들어낸 흑무사. 거기에 이번에 만들어낸 결계의 구조 역시 에리카의 결계를 참고해서 만들었다.

나름대로 변형을 가했다고는 해도 원형이 명확하게 존재했고, 에리카는 그 원형이 되는 기술을 모두 익힌 천재.

진작 파훼식이 완성되어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대로 그냥 버티는 건 가망이 없어. 그마나 역전의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계속해서 무너져 내리는 결계를 바라보던 이세훈은 재빠르게 두 손으로 허공을 움켜쥔 다음 아래로 끌어당겼다.

끼기긱!

안개로 흩어져 있던 흑무사가 이세훈의 손가락 사이로 팽팽하게 당겨지며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서 현실에 연결되었던 결계가 선명하게 변했다.

‘지금……!’

그 모습을 본 에리카가 재빠르게 앞으로 발을 내디뎠고, 아래에서 타고 올라온 파장이 결계를 통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콰드득!

충격을 요령 있게 흘려내던 안개 상태와 다르게 파먹히듯이 부서지는 주술식.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결계가 흔들렸지만 이세훈은 동요하지 않고 재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촤라락!

흑무사가 빠르게 겹쳐지며 새로운 형태를 짜냈고, 에리카는 결계를 파훼하면서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주술식을 살폈다.

‘이쪽의 파훼식을 역산해서 다시 받아치려는 건가.’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니 자신도 할 수 있다는 판단. 실제로 눈으로 본 것만으로 비전주술을 훔쳐 갈 수 있는 이세훈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었지만.

“틀렸어.”

지금은 선택해서는 안 되는 선택지였다.

파카앙!

에리카가 다시 한 발자국 내디딤과 동시에 이세훈을 둘러싼 결계의 3분의 2가 단숨에 파괴되었다.

온전한 결계였다면 역산이 끝날 때까지 버틸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이나 다름없는 상황.

오히려 이 상태에서 결계를 유지시키는 것도 대단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에 다다랐다.

‘나쁘지는 않지만…… 역시 부족해.’

아쉬훈 표정으로 바라보던 에리카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이세훈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고.

“그래.”

그 모습을 바라본 이세훈이 씩 웃었다.

“너도 틀렸네.”

파앙!

이세훈의 두 손바닥이 열심히 만들고 있던 주술식을 짓뭉갰고,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연결되었던 흑무사들이 끊어졌다.

티티팅!

안 그래도 무너지기 직전이던 결계가 더욱 삐걱거렸고 아예 주술식끼리 충돌을 일으켜서 균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승부를 포기한 듯한 모습. 하지만 그 퍼져 나가는 균열의 형태를 본 에리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균연을 뒤쫓던 에리카의 눈이 그대로 자신의 등 뒤까지 이어졌고, 지나쳐 왔던 길이 다시금 보였다.

완전히 부쉈다고 생각했던 주술식들이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마력에 달라붙더니 불완전하게 재생되어 열 개의 뼈대로 다시 형성된다.

마치 검은 손에 둘러싸인 것 같은 형태. 그 모습에 에리카의 두 눈이 더욱 커졌고.

흑무수악黑霧手握

이세훈의 새로운 결계가 에리카를 움켜쥐었다.

쩌적!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력에 에리카의 결계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은빛 실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급조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압력. 그 모습에 에리카는 재빠르게 이세훈의 새로운 결계를 살펴보았다.

‘역산은 진작 끝났고…… 눈앞에 보여주던 주술식은 처음부터 미끼였구나.’

반격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반격을 발동시키기 위한 트리거.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세훈에게 완벽히 농락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꾸우욱─

이세훈의 두 손이 서로 깍지를 끼며 꽉 움켜쥐었고, 그 압력이 그대로 반영되듯 결계가 더욱 강하게 조여 왔다.

쩌저적!

‘물리적인 압력을 가해서 파훼식에 맞게 결계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흑무사가 지닌 연결 기능으로 마력을 빼앗으면서 제어권 강탈을 노린다.’

즉석에서 만들어낸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연계 구조. 거기에 지금도 자신의 반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파훼 시도를 모조리 대응해서 막아낸다.

“아…….”

그 모습을 바라본 에리카가 작게 탄성을 내뱉었고.

꿀렁

바닥의 그림자로부터 검은 기포가 부글거리며 끓어올랐다.

파아앙!

거대한 충격파가 훈련장을 휩쓸었고, 에리카를 몰아붙이던 이세훈의 결계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박살 났다.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주술식의 파편들. 그 사이사이로 까마귀의 깃털과 같은 마력들이 같이 떨어진다.

“…….”

그 모습을 말없이 올려다보던 이세훈이 그대로 시선을 내려 에리카를 바라보았고.

“아주 좋았어.”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미소가 입가에 맺혀 있었다.

[대상 ‘이노우에 에리카’의 인연레벨이 Lv.3로 상승합니다.]

[인연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관계가 심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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