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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97화 (197/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97화

바벨의 동편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인공산.

도심구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다른 건물들이 없어 산 하나만 우뚝 솟아 있었는데, 그 정상 부근에는 거대한 천문대가 지어져 있었다.

천체마법뿐만 아니라 마력으로 변이된 하늘을 관측하기 위해 설치된 연구시설.

교수와 생도들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찾아온 연구원들도 종종 사용했는데 바벨답게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자랑했다.

그런 천문대 전역이 내려다보이는 산의 정상. 그 위로 머리를 한 줄기로 땋은 소녀, 레아가 힘겹게 올라왔다.

“흐억…… 허억…… 히엑…….”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어찌할 줄 모르는 레아. 기술직이라고 해도 바벨의 생도이기에 본래라면 이 정도 높이는 가볍게 오를 수 있었지만, 이 인공산은 조금 달랐다.

천체관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인공산의 환경을 그에 적합하게 맞춰놨다 보니 등산의 난이도가 몇 십 배로 오른 것이다.

“이게…… 이렇게…… 힘들…… 크헥…….”

희박하다 못 해 산소를 빨아들이는 듯한 대기와 마력을 사용하려고 하면 전신을 짓눌러오는 기괴한 마력밀도.

난생 처음 겪어보는 지옥 같은 환경에 레아가 눈앞이 핑글핑글 돌고 있을 때. 뒤따라 올라온 이세훈이 한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평소에 자주 오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면서?”

“여기가…… 이럴 줄…… 몰랐…… 히엑…….”

무릎에 손을 짚은 채로 헐떡거리는 레아. 그 모습에 이세훈이 천문대 부근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등산로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흐음. 등산로는 영향을 안 받게 해뒀나 보네.’

매번 저쪽 길로만 다녔으면 이런 환경에 낯설 만도 하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곁으로 다가갔다.

“좀 도와줘?”

“됐…… 구욱…… 됐어…… 저리가…….”

손을 흐느적거리며 거절하는 레아. 묘하게 퉁명스러운 모습에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뭐야. 아직도 삐졌어?”

“먼저 가…….”

“거참. 재능차이라고 한마디 한 거 가지고…….”

“야이…… 콜록! 켁!”

성질을 내려다가 사례가 들려서 기침을 토해내는 레아. 아주 단단히 삐진 모습에 이세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먼저 올라간다.”

레아의 등을 살짝 쳐준 이세훈은 먼저 정상에 올라서서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다.

기둥처럼 구름 위까지 쭉 뻗어 있는 새하얀 영웅의 탑과 그 주변을 둘러싸듯이 형성된 거대한 도시.

환하게 빛나고 있는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던 이세훈은 그대로 시선을 올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흐음…… 잘 보이네.’

어두운 밤하늘을 가득 채운 은하수. 아주 작은 별들까지 선명하게 보였는데 당장에라도 쏟아 내릴 것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본래 이런 도심지가 근처에 있으면 성운 같은 것을 관측하기 어렵지만 인공산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도시와 밤하늘의 야경이 동시에 보였다.

‘별자리도 괜찮고…… 환경도 나쁘지 않아.’

이세훈이 밤하늘과 주변을 차근차근 살피던 그때. 뒤쪽에서 멀쩡해진 레아가 걸어 올라왔다.

“……그냥 올라가랬잖아.”

옆에 선 레아가 퉁명스럽게 이야기하자 이세훈이 슬쩍 웃으며 바라보았다.

“내가 뭘?”

“아까 등치면서 혈류 조작…… 에휴, 아니다.”

히죽거리는 이세훈의 모습에 레아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얼굴과 흐트러진 앞머리를 한차례 쓸어 올리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서 여기면 충분해?”

“괜찮을 것 같네.”

“알았어. 그럼 바로 준비할게.”

고개를 끄덕인 레아가 아공간 포켓에서 챙겨온 재료들을 하나둘씩 꺼내더니 재빠르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립식 탁자가 순식간에 완성되고 그 위에 스피어가 놓이면서 가동을 준비한다.

딱 한 번 연습해 봤을 뿐인데 능숙하게 준비하는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도 자신이 준비해 온 재료를 꺼냈다.

우웅

밤하늘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천운철.

겉보기에는 평소와 다른 것이 크게 없어 보였지만 미리 살펴봐뒀던 이세훈은 금방 변화를 알아차렸다.

‘무게가 가벼워졌네. 비행 능력이 발동된 건가.’

천운철은 인위적으로 하늘의 기운을 불어넣은 금속. 그렇기에 주변 환경이 하늘과 유사할수록 힘이 증폭되는 것이다.

‘잘못하면 위로 끝없이 날아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지.’

루트비히한테 가져와 달라고 부탁하면 냉큼 가져와 주겠지만 그런 실수를 하면 어떤 시선을 받을지 뻔하다.

실수로라도 천운철을 놓치지 않게 이세훈이 꽉 움켜쥐며 준비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관측 시작.”

탁자에 놓인 스피어가 황금빛을 파동을 흩뿌리며 가동되기 시작했다.

우우웅─

스피어에서 나온 파동이 하늘 높이 뻗어나갔고, 잠시 후 주변에서 수십, 수백 개의 황금빛 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빈자리를 빼곡히 채우면서 황금빛 구체처럼 보이기 시작한 스피어. 언뜻 보기에는 무분별하게 들어찬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이사이에는 익숙한 ‘형태’가 보였다.

“별자리…….”

두 사람의 머리 위에 펼쳐져 있는 밤하늘과 별들.

지구에서 보이는 천체의 형태가 작게 축소되어 고스란히 스피어에 반영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천체를 관측하는 데 쓰였던 혼천의에 걸맞은 형태. 그 모습을 본 레아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구조만 따온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몇 년 동안 스피어를 연구해 온 자신조차 몰랐던 기능. 언뜻 보기에 황금빛 구체처럼 보이는 스피어의 모습에 레아가 슬쩍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은 이걸 어떻게 바로 알아차린 거지?’

설계도에도 적혀 있지 않고 만든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었을 사용법을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것인가.

그 의문에 레아는 자연스럽게 대답을 떠올렸다.

‘재능차이…….’

떠올린 것만으로 심기가 뒤틀렸지만, 눈앞의 광경을 보면 또 인정할 수밖에 없다.

레아가 복잡한 표정으로 스피어를 보고 있을 때, 이세훈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뭐 해. 다음으로 가야지.”

“……알았어.”

천체의 형태가 완벽히 재현된 것을 확인한 레아는 스피어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천체 동기화.”

촤르륵─

다섯 개의 고리들이 축을 바꿔가면서 회전하고 천체를 모방한 황금빛들 역시 거기에 맞춰서 움직였다.

그리고 스피어의 중심부에 황금빛 구체가 생겨나려던 순간.

“지금!”

레아의 신호에 맞춰 이세훈이 재빠르게 천운철을 스피어의 텅 빈 안쪽에 집어넣었다.

우우웅!

중심부에 생겨나던 황금빛 구체가 고스란히 천운철에 스며들었고, 하얀색과 하늘색이 뒤섞여 있던 표면이 조금씩 검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마치 낮이었던 하늘이 밤하늘로 변하는 것 같은 광경.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아가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되네…….”

천체의 형태를 모방하여 동조시킬 수 있는 스피어. 그리고 하늘의 기운을 품고 있는 전설등급 재료 천운철.

이세훈은 이 두 가지를 사용해 천운철에 밤하늘이 품고 있는 순수한 암속성마력을 불어넣기로 했고 실제로 그렇게 가공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이런 쓰임새로 만들어진 것 같은 절묘한 상황에 레아가 신기해하고 있을 때. 이세훈이 옆에서 스피어를 살피며 담담히 이야기했다.

“별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는 마. 동화율이 너무 높아지면 갑자기 기체로 변해서 흩어질 수도 있으니까.”

“아, 응. 알았어.”

“지금 속도면…… 한 30분이면 끝나겠네. 앉아서 기다리자.”

이번 가공은 어중간하게 간섭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중요했기에 이제부터는 손 쓸 필요가 없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레아가 챙겨온 접이식 의자를 내려놓았고,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스피어와 그 너머로 보이는 야경을 바라보았다.

“…….”

“…….”

바람소리만 간간히 들려오는 조용한 산 정상.

아직 삐진 게 다 안 풀렸는지 묘하게 어색한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는데.”

“……뭔데?”

“네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어?”

이런 질문은 예상치 못했는지 레아가 살짝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고, 이세훈에게 악의가 없음을 깨닫고 다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개인적인 것들? 아니면 연구하시던 분야?”

“후자로.”

“그런 거라면 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레아는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다음 입을 열었다.

“아빠는 본래 천체마법이 전공이었는데 바벨에 입학하고 할머니의 강의를 듣다가 인챈트학부로 전과하셨다고 들었어.”

“천체마법이라…….”

우주의 별들을 심상의 기둥으로 삼는 분야.

입문은 쉽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난해해지고 효율이 떨어져 선호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분야였다.

“뭐, 말이 전과지 천체마법을 포기한 건 아니셨어. 오히려 천체마법을 완벽히 다루기 위해 인챈트를 선택했다고 해야 하나…….”

“육체만으로는 천체마법을 완벽히 다룰 수 없으니까 적합한 도구를 써야 한다. 뭐, 그런 거?”

“아, 맞아! 그거야 그거!”

어린 시절 질리도록 들었던 이야기를 정확하게 맞춘 이세훈. 옛 추억이 떠오른 레아는 자연스럽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빠는 남들보다 몸이 약하셨거든. 그래서 도구, 그중에서도 체력의 비중이 적은 인챈트에 파고드신 거지.”

“몸이 약하셨다고?”

이세훈의 물음에 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친할머니가 아빠를 임신하셨을 때 마기에 오염당하셨어. 금방 정화를 하긴 했지만 그때 영향을 받았는지 태어날 때부터 허약하셨다고 하더라고. 지병도 많으셨고.”

“흐음…….”

레아의 아빠, 데인 클로델에 대해서 들은 이세훈은 자연스레 앞에 놓인 스피어를 바라보았다.

우우웅

마력은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고 사용자의 연산력을 토대로 대기 중의 마력을 활용하는 스피어.

너무 극단적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왜 이렇게 만들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사용자에 딱 맞게 설계했던 것이다.

‘몸보다 머리를 쓰길래 자신감이 넘치는 건 줄 알았는데…… 타협한 거였나.’

다만 스피어의 성능을 보면 정신력으로 대체한다는 발상을 시도할 만큼 타고난 재능은 뛰어났던 모양이다.

이세훈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레아가 시동이 걸린 듯 계속해서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어쨌든 천체마법에 관심이 많으셨다 보니 관련된 도구도 왕창 만드셨었지. 하루는 다락방을 통째로 천문대로 개조했었는데…….”

다락방에서 밤하늘을 같이 본 이야기. 그리고 서재에서 자신을 다리 위에 앉혀두고 천문학 책을 읽어준 이야기.

그 이외에도 아침마다 머리를 땋아줬다거나 별을 본뜬 머리핀을 생일선물로 줬다는 등 데인과의 추억담은 매우 다양하고, 행복해 보였다.

‘사이가 좋았구만.’

레아에게 있어 데인이 얼마나 큰 존재였었는지 느껴지는 모습. 그에 이세훈은 굳이 화제를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영양제를 챙겨 드시다가 엄마가…….”

계속될 것 같던 이야기가 갑작스레 끊어졌고, 레아의 눈매가 왈칵 일그러졌다.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더 이상 즐거운 추억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된 레아는 억지로 화제를 돌렸다.

“인형사…… 레이나 클로델의 전공은 생명인챈트학이었어.”

인챈트는 기본적으로 무구를 비롯한 무생물에게 주로 인챈트를 하지만, 살아 있는 생물에게 새기는 인챈트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쪽은 일반적인 인챈트보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몇 배나 많았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분야였는데 레아의 엄마, 인형사 레이나 클로델을 그것을 전공으로 삼은 것이었다.

“주로 연구하던 것은 영혼고정. 영혼을 한 장소에 고정시키는 것으로 육체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연구했었지. 그때까지만 해도 탁상공론으로 취급받았었지만…….”

자신의 남편, 데인을 살해하고 사라진 그녀는 영혼고정의 술식을 완성하여 돌아왔고, 육체의 제약에서 벗어난 괴물 십악의 ‘인형사’가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세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인형사가 네 아빠를 죽였다고 했었지.”

“……그래.”

“그렇다는 건…… 그 광경을 직접 본 거냐?”

“…….”

이세훈의 물음에 레아는 말없이 앞을 바라보았다.

밤인데도 환하게 빛나는 도심과 밤하늘.

그 찬란한 두 야경이 레아의 탁한 초록색 눈동자에 삼켜졌고, 굳게 닫혀있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새벽에 잠이 깼는데 그날따라 뭔가 무섭더라고. 그래서 아빠랑…… 엄마랑 같이 자려고 방으로 갔었어.”

어두컴컴한 복도.

베개를 품에 안고 걸음을 옮겨서 굳게 닫혀 있던 부모님의 방 앞에 섰다.

찰박

그리고 느껴진 것은 발바닥을 적시는 차갑고 끈적거리는 무언가. 그에 레아는 고개를 아래로 내렸고, 문 틈 새로 흘러나오는 붉은 피를 발견했다.

“똑똑한 녀석이라면 그대로 도망쳐서 영웅 협회에 신고했겠지만…… 그때 난 멍청했거든. 부모님한테 문제가 생겼을까봐 문을 열었고, 그 틈새로 본 거지.”

사방에 피가 튀어 난장판이 된 침실. 온몸을 붉게 물들인 채 침대의 발치에 서 있는 엄마. 그리고 붉게 물든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아빠.

그 악몽과도 같은 광경에 레아가 문을 연채로 굳어 있을 때. 멍하니 서있던 엄마, 레이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터벅터벅

레이나가 힘없이 문을 향해 다가갔고 그 모습에 레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피투성이인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뻗어온 손에 레아가 벌벌 떨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순간.

‘부족했어…….’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레이나가 레아를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그 길로 종적을 감췄고, 몇 년 뒤에 나타나더니 인형사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지. 그게 전부야.”

“…….”

“좀 잔인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별거 없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딱 하나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어.”

과거의 기억을 곱씹은 레아가 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때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무시하고 지나갔으면서 왜 지금은 날 데려가려고 하는 걸까?”

“그건…….”

레아의 물음에 이세훈은 한 가지 추측을 떠올렸지만 그것을 말하지 않고 그대로 삼켰다. 그대로 말하기에는 너무 비정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자자. 옛날이야기는 여기까지. 이 정도면 궁금한 건 얼추 다 들었지?”

“……그래. 충분해.”

“그렇다니 다행이네. 나머지는 인형사를 잡은 다음에 고문하면서 이야기하자고.”

레아가 슬쩍 웃으며 이야기를 마무리하던 그때. 앞의 스피어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우우웅!

중심에 떠 있던 천운철이 완전히 새카맣게 물들고 표면에 새하얀 점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스피어가 모방한 천체의 형태. 그것이 천운철에도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 야, 저거!”

“아직 조금 남았어.”

두 사람이 재빠르게 일어나 스피어의 곁으로 향했고 천운철의 생겨나는 천체의 형태가 더욱 선명해지면서 희미한 울림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운철이라는 금속이 사라지며 밤하늘의 일부가 스피어의 내부에 만들어졌다고 느껴진 순간.

후웅!

암속성마력 야계암을 두른 이세훈의 왼손이 재빠르게 밤하늘 파편을 붙잡고 밖으로 빼냈다.

우우웅!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천운철. 처음보다 무게가 훨씬 가벼워졌는데 아슬아슬하게 금속의 형질을 유지하고 있었다.

“와…….”

그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다운 형태에 레아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리며 물었다.

“근데 이걸 뭐 어떻게 만들 거야?”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무너질 것 같은데 정말로 싱글넘버를 제압하는 무구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걸까.

레아의 물음에 이세훈이 천운철을 살피며 대답했다.

“지금 상태로는 힘들고 한 번 더 가공해야 돼.”

“여기서 한 번 더?”

“그래. 이 애매한 녀석을 꽉 고정시켜줄 기둥 같은 걸 심는 거지.”

알 듯 말 듯한 설명에 레아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 기둥은 어디서 심고?”

“으음. 일단 그쪽에서 연락이 와야 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이세훈이 고민하고 있던 그때.

우웅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고, 이세훈이 곧장 꺼내서 화면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등록되지 않은 낯선 전화번호. 그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빛내며 여유롭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UD그룹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베냐민이라고 합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담담한 말투. 그에 이세훈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회장님께서 부르십니다.

기다렸던 연락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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