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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01화 (201/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01화

명계의 저편에서 달려오는 수만 마리의 언데드. 자신을 죽이겠다는 살의로 가득 차 있는 그 살벌한 광경에 이세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미친 해골바가지가……!’

언데드들의 수준은 대략적으로 B급 정도.

싸운다면 어느 정도 상대할 수는 있겠지만, 그 단위가 만을 넘기는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

거기에 위르겐의 언데드 군단이니 죽이는 순간 곧장 부활할 터.

정면승부 자체가 무의미했기에 이세훈은 재빠르게 바닥에 흩뿌려져있는 조립식 스켈레톤 뼈를 바라보았다.

‘일단 되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어……!’

사령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 언데드를 만들어야 할지는 이미 앞선 예시로 대강 파악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도면은 완성한 이세훈은 곧장 흩뿌려진 뼈마디에 흑령사를 연결시켰다.

촤자작!

흑령사에 연결된 뼈들이 순식간에 공중에 떠올라 짜맞춰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언데드가 만들어졌다.

사족보행 동물처럼 지면을 짚은 여섯 쌍의 팔다리. 머리 쪽에는 세 개의 두개골이 케로베로스처럼 나란히 붙었고, 여분의 뼈들이 척추를 중심으로 거미다리처럼 뻗어졌다.

마치 거미와 짐승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

가칭 ‘짐승거미’를 만들어낸 이세훈은 재빠르게 경계의 힘을 끌어올려 그 겉에 둘렀다.

우우웅!

짐승거미의 표면에 테두리 같은 선이 그어지자 흑령사가 자연스럽게 끊어지면서 형태가 고정된다.

본래 수백 개의 뼈마디가 개별적으로 존재했지만 방금 작업을 통해 하나의 물체로 구분된 것이다.

[호오…….]

그런 이세훈의 조립 과정을 본 위르겐은 살짝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만약 조립을 끝내고 곧장 영혼을 불어넣었다면 수백 개의 뼈 마디가 따로 움직이거나 명계의 어둠에 녹아내렸을 터.

따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이세훈은 명계에서 언데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감이 좋단 말이야.’

위르겐이 속으로 감탄하는 사이 이세훈은 경계의 힘을 사용해 명계의 어둠 일부분을 도려냈다.

후웅!

동그랗게 분리된 명계의 어둠. 영혼과 뒤섞여 있다 해도 지금은 암속성마력에 가까운 상태였기에 짐승거미에 불어넣어도 아무런 효능이 없다.

따로 사령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수 없는 구간이었지만.

‘불명의 율법.’

이세훈의 몸에는 사령술의 권위자가 넘겨준 힘이 있었다.

오른손에서 흘러나오는 무형의 파동.

그 힘이 명계의 어둠 안쪽에 있는 무언가를 자극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 반투명한 기체가 바깥으로 끌려나오기 시작했다.

자아가 희박한 망령을 제어할 수 있는 힘. 그것으로 명계의 어둠에 녹아 있는 영혼을 끌어낸 것이다.

우우웅!

추출해 낸 영혼이 짐승거미의 내부에 부여되었고, 여섯 개의 눈구멍에 푸른 안광이 번뜩이며 뼈마디가 움직인다.

곁눈질로 보고 배운 것들로 언데드를 만드는데 성공한 이세훈은 재빠르게 짐승거미 위에 올라탄 다음 쇄골을 겹쳐서 만든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달려!!!”

───!!!

세 개의 머리가 소리 없는 포효를 내지르더니 여섯 쌍의 팔다리와 여덟 개의 거미다리를 움직이며 명계에 재현된 UD그룹의 본사 건물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내부로 들어갈지 말지 고민했지만 위르겐이 미로처럼 지형을 바꿀까봐 차라리 한 눈에 지형이 보이는 바깥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런 이세훈의 선택에 위르겐이 눈이 휘어졌다.

[곧 죽어도 함정은 싫다 이거군. 하지만 거기도 만만치는 않을 거다.]

쿠구구궁!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진동. 그에 이세훈은 짐승거미 에 올라탄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윽…….”

어느새 건물 아래에 도착해서 기어오르고 있는 언데드 군단.

거기까지는 예상하고 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이세훈을 질색하게 한 것은 그 너머로 펼쳐진 광경이었다.

‘도대체 몇 마리가…….’

성문에서부터 건물의 아래까지. 언데드 군단의 행렬이 끊어지지 않고 하나의 길처럼 쭉 뻗어있다.

어림잡아도 수백만은 족히 넘길 것 같은 대군.

한 번이라도 붙잡히거나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저 거대한 해일에 그대로 휩쓸리게 되리라.

‘그리고 죽이지는 않겠지만 죽을 정도로 아프게 하겠지……!’

위르겐의 꼬인 성격을 생각한다면 아예 정신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몰아붙일 수도 있다.

각오를 다진 이세훈은 짐승거미의 갈비뼈를 발로 걷어찼다.

“더 빠르게 달려!”

────!!

약간의 서러움이 느껴지는 소리 없는 포효와 함께 짐승거미가 직각으로 이뤄진 건물을 더욱 빠르게 타고 올랐다.

밑에서 쫓아 올라오는 언데드들은 따돌리고도 남을 속도. 그에 이세훈이 살짝 안심하던 그때.

후웅!

아래쪽에서 희미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

이세훈이 반사적으로 손잡이를 옆으로 확 잡아당겼고, 짐승거미가 다급하게 옆으로 피했다.

두두두두!

그러자 방금까지 달리던 장소의 위에 꽂히는 수백 개의 뼈화살.

그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시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반신이 짐승형 키메라와 결합된 수천 마리의 스켈레톤. 양팔이 자유로워진 녀석들이 그새 활을 만들어 이쪽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이 노인네가……!’

이세훈이 허공에 떠 있는 눈을 노려보자 위르겐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언제 멍청하게 뒤쫓기만 한다고 했었나?]

“…….”

멋대로 착각한 건 너라고, 그렇게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위르겐의 모습에 이세훈은 쌍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거기에 항의할 여유는 없었다.

콰과과광!

뼈지팡이를 든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지상에 자리 잡은 채 수백 개의 마법을 쏟아 부었고, 1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키메라 골렘이 언데드를 뭉쳐 위로 던진다.

콰아앙!

박살 난 언데드들의 파편이 우박마냥 우수수 떨어지고, 그중에서 살아남은 몇몇 개체가 두 눈을 번뜩이며 달려든다.

“큭……!”

위아래에서 숨 막힐 듯이 조여 오는 포위망. 그에 반해 짐승거미는 점차 피하기가 벅찬지 아슬아슬하게 공격이 스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돼.’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세훈은 재빠르게 흑령사를 짐승거미의 몸 곳곳에 연결시켰다.

움직임이 어설픈 짐승거미의 몸을 직접 조종해서 포위망을 돌파한다는 선택지.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지만.

와르르!

그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뭐…….”

흑령사가 연결되자 곧장 분리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짐승거미의 몸. 바로 다잡으려고 했지만 아래에서 쏘아진 뼈화살이 이세훈과 뼛조각들을 강타했다,

“컥……!”

결국 이세훈의 몸이 건물의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위르겐이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무 뛰어난 것도 문제로군 그래.]

흑령사가 연결된 순간. 이세훈은 짐승거미의 몸을 자신의 몸처럼 완벽히 인지해 버렸고, 그 결과 두 존재가 충돌하며 경계가 부서져 버렸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세훈과 짐승거미 두 개체가 하나의 개체로 어중간하게 합쳐지면서 양쪽이 다 무너져 버린 것이다

‘무슨 이런 개 같은…….’

원인을 파악한 이세훈이 억울함에 이빨을 꽉 깨물자 위르겐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마라. 그런 어중간한 실력이었으면 연결됐어도 피하지 못했을 테니.]

“큭…….”

[그리고 뭐, 이젠 어떻게 될지 알겠지.]

담담하게 이야기한 위르겐이 기대된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한 번 죽어라.]

콰아앙!

이세훈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 충격을 해소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언데드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우악스러운 손길에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나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

화악!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UD그룹 본사 건물의 1층 로비. 그 광경에 이세훈이 멍하니 보고 있자 옆에서 누군가 빠르게 다가왔다.

“이세훈 생도. 괜찮으십니까?”

고개를 돌려보니 류은하가 무표정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입을 열었다.

“괜……!”

목소리를 내려던 순간. 몸 안쪽에서부터 어마어마한 격통이 불처럼 사방으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누더기처럼 겨우겨우 기워져있던 몸이 다시 갈기갈기 찢겨나간 듯한 통증.

그에 이세훈이 비틀거리자 류은하가 재빠르게 다가가 몸을 붙잡으며 부축했다.

“크윽!”

그 손길이 닿은 탓에 다시 한번 격통이 밀려왔고 이세훈은 이빨을 꽉 깨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지금 당장 사람을…….”

“아…… 뇨.”

류은하를 말린 이세훈이 식은땀을 삐질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몸이 이렇게 된 건 오랜만이라……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아무 문제없어요.”

“……정말 괜찮으십니까?”

걱정이 가득한 류은하의 눈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요. 약간 근육통 같은 거죠.”

정확히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감각이었지만, 이세훈에게 있어 극심한 근육통과 별 차이가 없었다.

회귀 전 영연신마법을 처음 연마했을 때 지겹도록 겪었던 통증과 비슷한 종류였기 때문이다.

‘그 시절 아니었으면…… 사람들 보는 앞에서 울고불고 난리 날 뻔했구만.’

이세훈이 천천히 숨을 고르며 통증을 억누르고 있을 때. 허공에 위르겐의 눈이 나타났다.

[오늘 교육은 이 정도면 될 것 같군. 슬슬 점심시간이니 가서 밥이나 먹고 와라. 제련은 오후에 하도록 하지.]

할 말을 끝낸 위르겐의 눈이 곧장 사라졌고, 류은하가 허공을 노려보다가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비싼 곳에 예약해 두신 것 같은데 먹고 와야죠.”

뭔가 넘길 때마다 위장이 북북 찢어지는 느낌이 들겠지만 뭐라도 먹어야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

잠시 심호흡을 한 이세훈은 류은하의 품에서 벗어나서 바로 선 다음 창백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가시죠.”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본사 밖으로 나갔고, 회장실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위르겐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놈…… 도대체 뭐지?]

방금 이세훈은 환각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언데드들에게 전신을 갈기갈기 뜯긴 것이었다.

물론 죽기 직전에 자신이 육체를 회복시키긴 했지만 그때 느꼈던 고통은 영혼에 고스란히 남게 되는 법.

다른 사람이었으면 혼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통증일 텐데 이세훈은 아무렇지 않게 움직인 것이다.

‘저 나이에 저렇게 고통에 익숙하기가 힘든데…… 뭔가 따로 훈련을 받은 건가.’

위르겐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그의 시선이 돌연 한쪽으로 향했다.

[흐음?]

도심지의 외곽. 평상시에는 살펴보지 않던 구역의 한 허름한 건물 안에서 이질적인 존재감이 느껴진다.

그에 위르겐의 눈동자가 가늘어지면서 힘을 끌어올리려던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번득이며 지나갔다.

그리고 눈구멍 속에 푸른빛의 눈동자가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음흉하게 중얼거렸다.

[……이거 꽤 재밌겠군.]

* * *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뒤 이세훈은 UD그룹 본사가 아니라 도심외곽에 위치한 연구소로 안내받았다.

“앞으로 제련 작업을 하실 때는 이곳을 자유롭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연구소 안쪽의 제련실에 도착한 이세훈은 안쪽의 시설들을 찬찬하 살펴보았다.

최신식 마력화로부터 시작해서 각종 도구와 재료들이 정갈하게 정리된 내부.

화이트톤으로 꾸며져 있어서 제련실보다는 연구소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측정기구들이 꽤 많았다.

‘바벨의 제련실이 대장장이가 만든 느낌이라면 이쪽은 연구원들이 만든 느낌이네.’

어느 쪽이 더 좋냐를 따지면 바벨 쪽이 조금 앞서기는 하지만 또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새삼 UD그룹의 힘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 이세훈은 뻐근한 몸을 살짝 풀어주면서 같이 온 류은하를 바라보았다.

“바로 준비할 테니까 저기 앉아 계세요.”

“저도 밥을 먹었으니 그럴 필요는…….”

“학과장님한테 그런 밥은 별로잖아요.”

앞에 레스토랑에서 같이 밥을 먹긴 했지만 류은하에게는 평범한 식사는 맛도 별로고 배도 전혀 부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분위기에 맞춰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몸도 풀고 지금부터 만들 무구의 견적도 세울겸 류은하의 식사를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그래도…….”

“준비운동 같은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자자. 얼른 들어갑시다.”

머뭇거리는 류은하의 등을 밀어 제련실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힌 이세훈은 곧장 마력화로를 가동시키며 불을 지폈다.

“일단은 불부터…….”

제련실과 연결된 창고에서 재료를 챙겨온 이세훈은 그중 세 종류의 발화석을 집어 들어서 두 손바닥으로 덮었다.

우우웅!

주홍빛의 불꽃, 화속성마력 작염륜이 손바닥 사이에서 원을 그리며 빠르게 회전하자 발화석이 순식간에 달아올라 안쪽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쿠구궁!

발화석이 터뜨린 폭발은 바깥으로 터져나오는 대신 재빠르게 작염륜의 회전에 빨려 들어갔고, 본래 주홍빛이었던 불꽃이 형형색색으로 물들더니 이내 검은색으로 변했다.

밑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곧장 화로의 안쪽에 자신이 만들어낸 불꽃을 집어넣었다.

화르르륵!

화로의 안쪽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단숨에 검은색으로 물들었고, 이세훈은 멍하니 보고있는 류은하에게 설명했다.

“이 불꽃은 ‘성야화星夜火’인데 재료의 표면에 접착제처럼 딱 달라붙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이걸로 암속성재료가 침식을 일으키는 걸 막는 거죠.”

“……그렇군요.”

“그리고 이걸 적절하게 응용하면…….”

이세훈이 준비해 둔 검은 광석들을 안쪽에 집어넣었고, 어느 정도 달궈졌을 때쯤에 하나씩 밖으로 꺼냈다.

그리고 소광의 망치에 암속성마력 야계암을 두른 다음 힘차게 두들겼다.

카앙!

망치로 때릴 때마다 광석의 표면에 들러붙은 성야화가 일시적으로 벗겨졌고, 안쪽에 억눌러져 있던 암속성마력이 단숨에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그때 망치에 담겨져 있는 야계암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거기에 붙잡힌 다음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는데, 두 마력은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한 몸처럼 녹아들었다.

“이렇게 제 마력을 재료 깊숙이 스며들게 할 수 있죠. 마력소모도 적고 광석의 형질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은 불꽃이에요.”

“……씁.”

양념이 깊이 배여드는 것 같은 모습에 류은하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슬쩍 웃으며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된 세 개의 검신.

각각 60, 70, 80cm의 길이로 형태가 조금씩 달랐는데 공통점은 검신이 전체적으로 얇으며 끝은 거의 꼬챙이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흐음…….”

검은색 검신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이세훈이 이어서 숫돌로 검날을 세운 다음 손잡이에 가져와 결합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로 언령각인을 새겨 넣어 전체적인 성능을 높여 마무리한 순간.

[무구 ‘성야장검’을 완성하셨…….]

‘뭘 이런 걸 굳이.’

눈앞에 결산창이 떠오르긴 했지만 딱 봐도 희귀등급이었기에 이세훈은 대충 없앤 다음 곧장 류은하에게 가져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주문하신 성야장검 3인분입니다.”

이세훈이 책상 위에 완성된 세 자루의 성야장검을 올려놓았고, 그 모습에 류은하가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 먹겠습니다.”

콰드득! 콰득!

류은하가 조심스레 성야장검을 집어 들어 씹어 먹었고, 검은색 검신이 눈 깜작할 사이에 입안으로 사라진다.

화르륵

무구를 섭취하면서 자연스럽게 머리카락 끝이 주홍빛으로 일렁거리며 타올랐고 류은하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맛있어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맛없어하는 것 같지도 않은 오묘한 표정.

예상과 다른 반응에 이세훈이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맛없나?’

류은하가 느끼는 입맛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게 100% 맞을 거라는 보장은 할 수 없는 법.

실수했는가 싶어 이세훈이 걱정하고 있던 그때.

[흐음. 확실히 무구 만드는 솜씨는 나쁘지 않군.]

왼쪽 손등에 위르겐의 눈이 생겨나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 변태 노인네가 기어코……!’

예상치 못한 곳에 나타난 눈에 이세훈이 깜짝 놀라자 머릿속으로 위르겐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변태라는 거냐. 죽고 싶나?]

어린 생도에게 자식을 만들 테니 영혼을 달라고 하며 훈련이랍시고 온몸을 갈기갈기 찢는 데다 몸에 달라붙어서 생각까지 읽고 있으면 누가 봐도 변태라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따져봐야 별 의미도 없었기에 이세훈은 위르겐에게 속내를 읽히지 않도록 생각을 누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깜짝 놀란 바람에…….’

[전혀 죄송한 것 같지 않은데…… 뭐, 됐다. 네놈이랑 자잘한 말장난을 하려고 온 건 아니니.]

이세훈을 한 번 흘겨보던 위르겐이 제련실을 슬쩍 훑어보면서 이야기했다.

[앞으로 제련 중에는 이렇게 몸에 깃든 채로 도울 거다. 네놈이 허튼 생각을 하지 않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렇군요.’

[찝찝하겠지만 내 알바는 아니니 알아서 참도록, 그리고…… 네가 만들 손가락의 기준점을 정했다. 여기에 도달하면 완성된 걸로 쳐주마.]

‘기준점…….’

완등자인 위르겐의 기준점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세훈이 살짝 긴장하자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기준점은 이거다.]

후웅

이세훈의 시야가 돌연 변했고, 허름한 건물 내부가 보였다.

이어서 보이는 것은 창가에서 작은 망원경으로 어딘가를 보고 있는 사내.

복장이나 기세가 용병처럼 보였는데 이세훈은 그 모습에서 어딘가 어색함이 느껴졌다.

‘이건…….’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것 같은 느낌. 그에 이세훈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금방 그 답을 떠올렸다.

‘자동인형입니까?’

[눈썰미가 좋군. 맞다. 게다가 싱글넘버지.]

S급 영웅에 버금가는 인형사의 명작 중 하나. 그 설명에 이세훈이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절 노리고 왔나 보네요.’

[그래. 도심 외곽에 자리 잡아서 네놈을 살펴보고 있더군. 감지거리를 다섯 배로 넓혀두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다.]

위르겐의 설명에 이세훈이 자신을 노리고 왔을 싱글넘버를 바라보았다.

‘으음…… 외관만 봐선 어떤 녀석인지 모르겠네.’

그래도 위르겐이 파악한 이상 위협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이세훈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걸 왜 보여주는 거지?’

위르겐의 성격이라면 그냥 잡은 다음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보여줬을 텐데.

이세훈이 미묘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때.

[조금 탐탁지 않긴 하지만 저 녀석으로 봐주마.]

그런 속내를 읽은 듯 위르겐이 히죽거리며 이야기했다.

‘저 녀석으로 봐주신다는 건…….’

[무슨 뜻인지 이해했으면서 뭘 물어보는 거냐.]

이세훈을 염탐하고 있는 싱글넘버, 나인을 바라본 위르겐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네가 만든 손가락을 사용해서 저놈을 잡아라. 그러면 완성품으로 인정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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