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02화
“…….”
인형사의 싱글넘버를 직접 사냥해서 장비의 성능을 증명해라. 그 터무니없는 조건에 이세훈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개 같은 조건이긴 하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아.’
안 그래도 여름방학 중에 몽환마를 죽이기로 결심한 상황.
계획에 들어서기 전에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딱 적절한 기회였다.
위르겐이라면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 철저하게 방치할 테고 자연스럽게 한계까지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실패하면 영혼을 뜯기긴 하겠지만…… 죽는 거에 비하면 차라리 그게 낫지.’
그리고 만약 토벌을 성공할 경우 위르겐을 ‘설득’하기도 쉬워질 터. 어느 정도 계산을 마친 이세훈은 위르겐에게 다시금 물었다.
‘손가락 이외에 장비는 사용하면 안 됩니까?’
예상한 것보다 매우 차분한 이세훈의 반응에 위르겐이 묘하게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다른 장비까지 제한하면 네놈 수준으로는 상대하기 벅차겠지. 뭘 사용하든 상관없지만 대신 손가락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결정타는 손가락으로 먹이라는 거네요.’
[그래. 그리고 류은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안 된다. 그 녀석이 끼어들면 쉽게 끝날 테니까.]
‘그건…… 그러네요.’
똑같이 S급으로 분류된다고 해도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큰 격차가 존재하는 법.
특히 류은하는 자동인형을 상대로 상성이 좋기 때문에 싱글넘버 하나 정도는 비교적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혼자서 싱글넘버를 상대로 싸운다라…….’
전면전은 당연히 불가능. 아마 위르겐도 그쪽보다는 손가락, 경계의 권능을 사용하여 해결하는 쪽은 바라리라.
어떤 방법이 좋을지 한참 고민하던 이세훈은 이내 생각을 정리한 다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위르겐 님의 몸인데 저 정도는 쓰러뜨릴 수 있어야 의미가 있겠죠.’
[…….]
흔쾌히 수락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위르겐이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든 강행시키려고 하긴 했지만 또 너무 순조롭게 풀리니 기분이 이상한 것이다.
‘알다가다 모를 녀석이군…….’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기에 위르겐은 눈앞의 풍경을 본래대로 되돌렸다.
[장소는 마련해 줄 수 있으니 필요하면 말해라. 그리고…….]
이야기하던 위르겐의 눈이 옆을 향하더니 이내 묘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무구에 약이라도 탄 거냐?]
‘예?’
갑작스러운 위르겐의 물음에 이세훈이 의아해하며 옆을 바라보았다.
콰드득! 콰득!
자리에 앉은 채 엄청난 속도로 무구를 먹고 있는 류은하.
책상 위에는 언제 꺼냈는지 양산형무구들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는데 성야장검을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양산형무구 하나를 씹어 먹고 있었다.
‘저게 뭔…….’
회귀 전에도 본적 없는 괴팍한 식사법에 이세훈이 당황하고 있을 때. 불현 듯 머릿속에 한 가지 스쳐지나갔다.
‘……반찬?’
성야장검을 주식으로 먹는 게 아니라 반찬삼아 먹고 있다.
그 모습에 이세훈은 앞에 류은하의 반응이 왜 미묘했는지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너무 짜서 그런 거였구나.’
맛은 있지만 그냥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맛. 그래서 류은하는 자신이 미리 챙겨온 양산형무구를 꺼내서 신나게 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
볼이 빵빵할 정도로 무구를 씹어 먹던 류은하가 이세훈과 눈을 마주쳤고, 두 사람 사이로 묘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입안에 있던 파편들이 모조리 삼킨 뒤. 류은하가 살짝 부끄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렇게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아뇨아뇨. 오히려 그렇게 생각날 때마다 해주시는 게 더 좋아요. 다음 제작에 참고할 자료가 되니까요.”
아직 류은하의 입맛을 완벽히 파악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런 정보는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편이 좋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류은하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부터는 먼저 말씀드리고…… 이세훈 생도. 왼손에 그건 뭡니까?”
위르겐의 눈을 발견하고는 단숨에 정색하고 바라보는 류은하. 그 모습에 이세훈이 아차 싶을 때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무구를 어떻게 만드는지 구경하러 왔는데…… 그보다 더 귀한 광경을 봤군 그래.]
“…….”
평소보다 더욱 싸늘하게 굳어가는 류은하의 모습에 이세훈이 재빨리 왼쪽 손등에 있는 눈을 오른손으로 덮었다.
“위르겐 님이랑 먼저 제작하고 있을 테니까 학과장님은 밖에서 마저 드신 다음에 들어오세요.”
“……알겠습니다.”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순순히 무구를 챙긴 다음 제련실과 복도 사이에 있는 휴게실로 향하는 류은하.
‘휴…… 또 싸우는 줄 알았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세훈은 오른손을 치웠고, 위르겐이 신기한 눈으로 류은하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네가 만든 무구를 먹으면 저러는 건가?]
“조금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네요”
[흐음…… 네놈한테 정말 뭔가 있기는 한 모양이군.]
잠시 문 너머를 바라보던 위르겐이 다시금 이세훈에게 눈을 돌렸다.
[내 손가락도 빨리 만들어봐라.]
“알겠습니다.”
위르겐의 재촉에 이세훈은 곧장 아공간포켓에서 천운철을 꺼내들었다.
밤하늘의 일부분이 도려내진 것 같은 형상. 그 모습에 왼쪽 손등에 있는 위르겐의 눈이 유심히 살펴봤다.
[다시 봐도 신기하군 그래. 순수한 암속성마력을 추출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텐데.]
“주변에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거든요.”
우우웅!
이세훈의 왼손에 암속성마력 야계암이 맺히더니 곧장 천운철을 코팅하듯이 얇게 감싸기 시작했다.
작업 도중에 천운철이 붕괴되면서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처리.
재료가 재료인 만큼 이세훈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오른손으로 흑령사를 펼쳤다.
스스스
축 늘어진 흑령사들은 천운철의 표면에 반짝거리는 광점, 제련 당시에 투영시켰던 별자리에 하나둘씩 연결되었다.
그 과정을 끝낸 이세훈은 오른손의 감각을 최대한 이끌어 올린 다음 천천히 흑령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우웅
천운철에 떠올라 있는 별자리들이 이세훈의 손길에 맞춰 천천히 자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시간에 따른 천체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듯한 모습. 그 신비로운 광경에 위르겐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천체를 투영시킨 뒤 그것을 조정하여 무구의 특성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비튼다…… 꽤나 머리를 쓰는군 그래.’
본래 천운철은 하늘의 기운을 담아낸 광석으로 내부에 부여된 마력을 강화시키는 데 특화된 재료였다.
간단히 예시를 들자면 촛불은 하늘을 뒤덮을 불꽃으로, 정전기는 끝없이 쏟아지는 뇌우로, 물방울은 범람하는 해일로 만드는 등 속성과 성질에 따라 위력을 강화되는 것이다.
그 증가폭이 매우 크다보니 천운철을 사용하면 전설 등급의 무구를 비교적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한 가지 단점이 존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구들은 버러지들이 사용하기 힘들지.’
무구에 담긴 힘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제어하기 위한 힘도 커지는 법.
특히 천운철로 만들어진 무구들은 그 제약이 심해 A급 영웅도 쉽게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이세훈은 지금 몸으로 다루기 힘든 무구를 만드느니 차라리 출력이 조금 깎이더라도 특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잡은 것이다.
‘이쪽도 특성을 제대로 제어할 줄 알아야 하니 버러지들이 쓰기 어려운 건 다를 바 없지만…… 자기는 자신 있다 이건가.’
힘으로는 S급에 못 미치지만 기술로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오만하다고 할 수 있는 그 선택에 위르겐이 어떻게 될 것인지 기대하며 다음 과정을 살폈다.
키이잉!
흑령사에 의해 천체가 일정한 형태로 갖춰진 순간. 천운철이 더욱 새카맣게 물들며 음산한 기운을 흩뿌렸다.
음기가 충만해져 영혼이 들끓게 되는 천체의 형상을 갖춰 사령술과 관련된 무구를 만들기 적합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밑 준비는 이 정도면 됐고…… 위르겐 님. 이 안에다가 권능을 좀 부여해주시겠습니까?”
이세훈의 부탁에 위르겐이 천운철을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전에 이 재료의 일부분만 쓴다고 하지 않았었나?]
“예? 그렇기는 한데…….”
[근데 왜 재료 전체에 권능을 부여해야하지? 일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네가 사용할 텐데.]
‘쯧.’
위르겐에게 읽히지 않게 속으로 혀를 찬 이세훈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아뇨아뇨. 권능을 영구적으로 부여해 달라는 게 아니라 제가 됐다고 할 때까지만 넣어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제가 제대로 설명을 못 드렸네요.”
[되도 않는 핑계를 대는 걸 보니 날 아주 우습게 보는군 그래. 시원찮은 걸 만들었을 때는 각오해라. 네놈의 영혼으로 네쌍둥이를 만들어버릴 테니까.]
소름끼치는 경고를 날리며 위르겐의 눈이 왼쪽 손등에서 천운철 겉면으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우우웅!
위르겐의 눈이 감긴 순간. 천운철에 권능이 스며들면서 표면에 떠있던 별들이 모두 크고 작은 눈으로 변했다.
그리고 밀려들어 오는 권능에 침식당해 천운철의 내부 구조가 변질되려던 그 순간.
“됐습니다!”
이세훈의 신호에 맞춰 모든 힘이 단숨에 회수되었다.
스스스
권능이 회수되면서 천운철의 표면에 떠올랐던 눈들이 감겼고 자국들만 남아서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다.
‘흐음. 잘 새겨졌네.’
기존의 천운철은 당장에라도 흩어질 것 같은 흐릿한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안쪽에서부터 단단한 결집력이 느껴졌다.
위르겐의 권능이 일으킨 침식이 천운철이 무너지지 않도록 고정시켜 주는 강한 ‘기둥’이 된 것이다.
‘실수했으면 천운철의 특성이 사라졌겠지만…… 실수를 안 하면 그만이지.’
모든 가공을 끝낸 이세훈은 불명의 율법을 사용하여 곧장 경계의 힘을 사용했다.
후웅!
검지 끝을 따라 표면에 선이 그어졌고 천운철의 3분의 1이 본래 떨어져 있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분리되었다.
이세훈은 그 조각을 다시 반으로 쪼개 두 손가락 정도 되는 크기로 만든 다음 양손에 각각 하나씩 움켜쥐었다.
“위르겐님. 왼손에 있는 조각을 명계로 보내야 하는데 분해되지 않도록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
매끄럽게 제작을 진행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위르겐이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디 한 군데라도 어설픈 곳이 보이면 바로 뭐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흠잡을 곳이 없는 데다 제작 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위르겐 님?”
[알았으니까 재촉하지마라.]
위르겐의 눈이 왼손의 조각으로 옮겨졌고, 눈이 감김과 동시에 경계를 넘어서 명계로 사라졌다.
“후우…….”
그 모습을 확인한 이세훈은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오른손에 미리 인연각인을 발동시켰다.
[인연각인 ‘축조석’이 발동됩니다.]
우우웅
오른손에 깃드는 기묘한 힘.
방금까지 쥐고 있던 천운철의 조각이 매우 물렁하게 느껴졌는데 조금만 힘을 줘도 단숨에 짜부라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이크의 인연석인 축조석이 완벽히 적용된 것을 본 이세훈은 명계에 있을 위르겐을 불렀다.
“위르겐 님. 들리십니까?”
[말해라.]
“제가 신호를 보내면 명계에 있는 조각을 오른손에 쥐어진 조각의 좌표에 겹치도록 투영시켜주시겠습니까?”
[……투영시키라고? 되돌리는 게 아니라?]
조각을 다시 현실로 돌려보내는 것과 명계에 있는 조각을 현실에 투영시키는 것은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조각을 본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지만 후자는 명계와 일체화된 상태, 쉽게 말하자면 본래 살아있는 사람을 시체로 만들어서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 반드시 투영해 주셔야 됩니다. 좌표도 절대 틀리면 안 되고요.”
[두 조각을 겹치게 만들 셈인가……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는 거냐?]
“아마 충돌이 일어나서 어느 한쪽은 못 쓰게 될 겁니다.”
오른손의 조각을 내려다본 이세훈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위르겐님의 권능이 없었다면 말이죠.”
[…….]
“제가 무슨 말을 하시는지 아시죠? 다른 것도 아니고 위르겐 님의 권능이니까요.”
이세훈의 이야기에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고, 이내 귓가로 위르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
평소에 차갑고 냉정한 위르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호탕한 웃음소리.
그렇게 한참동안 웃음이 계속되더니 잠시 후 본래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그냥 권능을 회수했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큰 실수를 했군.]
“화나셨습니까?”
[화날 건 없지. 다만 지금이라도 네놈을 죽여서 수습해야 할지가 고민되는데…….]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밀려오는 오한.
정말로 죽여야 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살기가 밀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기가 말끔히 사라지며 위르겐의 이야기기 이어졌다.
[그것보다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게 더 재밌겠지. 준비됐으니 신호나 보내라.]
“……알겠습니다.”
한숨을 내쉰 이세훈은 잠시 흐트러졌던 집중을 다시금 곤두세운 다음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전신의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진 순간.
“지금!”
꿀렁
명계의 조각과 현실의 조각이 같은 좌표에 겹쳐졌다.
콰드득!!
그 모습을 본 순간. 이세훈은 전신의 모든 힘과 마력을 오른손에 집중시켜 겹쳐진 두 조각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본래 바로 튕겨져 나갔어야 할 두 조각들이 한 공간 안에서 강제로 압축되기 시작했고, 그에 맞서 이세훈의 손아귀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반발력이 터져 나왔다.
우드득! 푸콰악!
손가락뼈와 근육이 으깨지며 손 틈새로 핏물이 터져 나온다.
이것도 인연각인을 사용했기에 이 정도지 아니었다면 진작 오른손이 갈기갈기 찢어졌으리라.
‘조금 더……!’
아직 두 조각은 서로 완벽하게 맞물리지 못했다.
꽉 움켜쥔 오른손 위에 왼손을 덮은 이세훈은 이빨에 금이 갈 정도로 모든 힘을 이끌어내며 꽉 움켜쥐었다.
주르륵─
힘을 너무 준 탓인지 코와 입가에 피가 흐르고 눈앞의 시야가 흐릿해져간다. 그럼에도 맞물리지 않는 조각들에 이세훈의 눈매가 일그러지던 그때.
쾅!
제련실의 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류은하가 다급히 맞은편으로 달려왔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류은하의 물음에 이세훈은 빠르게 머리를 굴린 다음에 대답했다.
“제가 신호를 주면 양손으로 있는 힘껏 열기를 방출시켜 주세요. 손은 신경 쓰지 마시고요.”
이세훈의 과격한 주문에 류은하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화르륵!
류은하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진홍빛으로 물들고 이내 그 열기가 두 손에 집중되며 어마어마한 구동음을 낸다.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은 오른손을 꽉 붙들고 있던 왼손을 놓은 다음 재빠르게 소리쳤다.
“잡아요!”
류은하의 두 손이 재빠르게 막 풀리려던 이세훈의 오른손을 감싸며 붙잡았고, 단숨에 열기를 방출시켰다.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압력.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한 채 이세훈은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올려 있는 힘껏 조각을 움켜쥐었고.
철컥─
무언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졌다.
후웅!
류은하의 손에서 터져 나오던 열기도, 이세훈의 손아귀의 힘도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건…….”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류은하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고, 이세훈은 자신의 오른손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느꼈다.
이 안에 있으면서도 없고,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 있다.
그 아리송한 감각에 이세훈이 미소를 지으며 엉망이 되어버린 오른손을 천천히 펼쳤다.
우우웅
그러자 보이는 것은 공중에 떠 있는 검은색 조각.
손가락 하나만 한 크기로 이세훈의 손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엉망이었는데 그 안에서 느껴지는 힘이 심상치 않았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오른손이 이래서야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세훈이 피곤한 표정으로 보고 있을 때.
[좋은 걸 봤으니 마무리는 내가 하마.]
우드득!
검은 조각이 이리저리 압축되며 형태가 다듬어졌고 동시에 겉 부분에 자그마한 글귀들이 하나둘씩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타난 것은 주문이 빼곡하게 새겨진 검은색 손가락 뼈.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 완성된 물건에 이세훈이 놀란 눈으로 보았고.
[무구 ‘불명자의 지골’이 완성되었습니다!]
[경지에 오른 대장장이가 절대자의 힘을 빌려서 만들어낸 초월적인 무구!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겨난 이 모순은 절대자가 아닌 이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판정 결과 ‘불명자의 지골’의 등급은 ‘전설’입니다.]
회귀 후 처음으로 전설 등급의 무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