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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04화 (204/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04화

지하에서 일어난 충격은 호텔을 지탱하던 건물과 지반을 무너뜨렸고, 수십 층에 아우르는 건물이 크게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험천만한 모습.

그 갑작스러운 재난에 사람들의 시선이 호텔로 모여들려던 찰나.

콰아앙!!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꽃과 굉음.

초고층 빌딩부터 시작해 5층 남짓한 작은 건물, 강가의 대교와 도로 위를 달리던 차, 그리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번화가의 인도에서까지 무차별적으로 폭발이 터진다.

며칠 전부터 도심 곳곳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갔던 인형사의 수하, 괴뢰들이 신호에 맞춰 임시육체 안에 심어진 폭탄을 동시에 터뜨린 것.

“테, 테러다!”

“만마전의 공습이야!!”

“시민 여러분들! 침착하게 움직여주십시오!”

사방에서 일어난 폭발에 도심 곳곳에 지하의 대피소와 연결된 입구가 나타났고, 인근의 영웅들이 빠르게 흩어져 시민들을 대피시켰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프랑크프루트의 거리. 그 모습을 빠르게 훑어본 나인이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어림도 없나.”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던 호텔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짝 기울어진 상태로 안정화되었다.

이세훈을 경비하기 위해 배치되었던 언데드들이 자신의 몸을 사용해 임시로 뼈대를 형성하고 지반을 고정시킨 것이다.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다른 곳들도 비슷한 상태겠지.’

만약 UD그룹 본사를 습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제대로 된 피해도 못주고 경계심만 키웠을 형편없는 습격.

하지만 그 결과에도 나인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처음 테러를 준비할 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아앙! 콰앙!

괴뢰들이 계속해서 육체를 갈아타며 자폭테러를 일으키고 영웅들과 언데드들이 상대를 알아차리고 본체를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그 혼란을 바라본 나인은 창가에서 살짝 떨어진 다음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스릉─

초록색 도신을 지닌 요사스러운 느낌의 도.

도신은 전체적으로 얇고 주변에 희미하게 바람이 휘감겨 있었는데 이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고 있었다.

전설등급 무구 ‘에위니아Ewiniar’.

그 날 끝을 앞으로 겨눈 나인은 그대로 오른손을 활시위를 당기듯 뒤로 쭉 당겼다.

그리고 왼손을 앞으로 뻗어 창밖으로 손끝을 겨눈 다음 오른쪽 눈가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콰드득!

눈가의 문신이 붉은색으로 빛나자 오른쪽 눈동자가 초록색으로 물들더니 별개의 생명체처럼 미친 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동자에 핏발이 도드라지며 삐걱거리더니 움직임이 멎었고, 나인은 그대로 이세훈이 있는 호텔의 최상층을 바라보았다.

‘찾았다.’

부서진 창문을 통해 바깥을 살피고 있는 이세훈.

건물의 붕괴가 멈춰서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경호가 올 때까지 기다리려는 것으로 보였는데 판단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장전.’

저격의 위험만 없었다면.

우우웅─

사방의 공기가 에위니아의 도신을 타고 흐르며 날 끝에 압축되었고, 이내 초록빛을 머금은 폭풍의 탄환이 빚어진다.

그 끝을 호텔을 향해 겨눈 나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명치 안쪽에 장착된 A급 공간능력자의 큐브를 발동시켰고.

파앙!

눈앞에 만들어진 소형 게이트를 향해 전력으로 에위니아를 찔러 넣었다.

날 끝에 압축된 폭풍의 탄환이 게이트를 통해 수십 킬로미터의 공간을 단숨에 뛰어넘어 호텔에서 300m 떨어진 상공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처음 쏘아진 기세 그대로 창가에 서 있는 이세훈의 몸을 후려쳤고.

콰가가가각!

압축되었던 바람이 단숨에 폭발하며 호텔 최상층의 스위트룸을 완전히 갈아버렸다.

수백, 수천 개의 참격을 압축시켜서 만들어낸 탄환.

첫 일격을 막아낸다고 해도 그 직후 쏟아지는 바람의 칼날까지 모조리 막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이 정도면 됐다.’

본래라면 표적의 상태까지 확인해야 했지만 아무리 위르겐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로 일을 벌이면 불쾌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나인이 후퇴하기 위해 곧장 큐브에 마력을 불어넣어 공간이동을 사용하던 순간.

[어딜 가려는 거지?]

싸늘한 목소리가 폐허에 울려 퍼졌다.

“?!”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공간이동에 실패했고 이어서 폐허 곳곳이 검은색으로 물들며 수많은 눈이 떠올랐다.

불명자 위르겐 크루거를 상징하는 ‘명안冥眼’.

자신이 포위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나인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역추적을 방지하기 위해 탄환의 사출 방향도 조정했고, 마력을 감추기 위해 폐허 곳곳에 마법진까지 설치해 뒀었다.

그런데 승천제도 아니고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이렇게 빨리 파악한단 말인가.

그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나인은 자연스럽게 답을 알아차렸다.

‘처음부터?’

오늘 계획을 시작하기 전부터 위르겐은 이미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나인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불명자가 이세훈의 안전을 위해서 기존 감지거리의 몇 배나 되는 영역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살핀다?

자신들이 파악한 위르겐의 성향, 가치관에 따르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열차가 레일에서 벗어나 바다를 달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군.]

그런 나인의 반응에 위르겐의 명안들이 우습다는 듯 초승달을 그려냈고.

[무지한 놈들이 깨달은 체하면 그리 되는 것이다.]

우우웅

주변의 어둠이 크게 출렁였고 위르겐이 사역하고 있는 언데드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려한다.

하나하나가 S급 영웅에 준한다는 정예 언데드 ‘아인헤랴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나인은 재빠르게 판단을 내렸고.

푸욱!

자신의 오른쪽 눈을 잡아 뜯으며 에위니아로 명치에 있는 큐브를 찔렀다.

퍼엉─!

공간 전체가 뒤흔들리는 충격이 터져 나온 뒤. 나인의 시야가 단숨에 뒤바뀌었다.

만일을 대비하여 도심 속에 숨겨두었던 예비 육체. 그 안으로 정신이 이동된 것을 확인한 나인은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있다.’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눈알과 에위니아.

위르겐과 싸우는 대신 큐브를 소모품으로 사용하여 핵심 부품들을 밖으로 강제전이 시킨 것이었는데 다행히 성공한 것이다.

도망치는 데만 A급 공간능력자를 제물로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물론 이대로 도망칠 수 있다면 싸게 먹혔다고 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해서 나인은 회의적이었다.

‘완등자가 이렇게 허무하게 놓칠 리가 없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처음부터 자신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육체를 갈아타는 도주 역시 대비해 뒀을 터.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주인, 인형사에게 해가 갈 것이라고 판단한 나인은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떠올렸다.

‘……이세훈을 죽인다.’

계획이 어긋났다면 표적인 이세훈 역시 상처 없이 무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위르겐을 저렇게 움직이게 만든 영향력이었다.

만마전에게 있어 가장 위협적인 것은 완등자의 변화.

빠르게 판단을 내린 나인은 위르겐이 추적해 오기 전에 재빠르게 바닥에 놓인 부품을 챙기고 박으로 나갔다.

콰앙!

슈퍼마켓의 창고에서 빠져나온 나인은 곧장 저 멀리 보이는 호텔을 향해 달리면서 오른쪽 눈, 폭풍의 마안을 발동했다.

키이잉─

대기 중의 미미한 바람의 움직임들이 마안을 통해 분석되고 이내 도심 곳곳에 존재하는 영웅들과 시민, 언데드의 위치가 정확히 느껴진다.

그리고 처참하게 부서진 호텔의 최상층.

그곳에서도 미약하게나마 생명반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인은 속도를 더욱 높이면서 에위니아를 휘둘렀다.

카가가각!

주변의 대기를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인 에위니아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폭풍의 참격.

몸을 숨겨야 하는 저격 때와 다르게 지금부터는 속전속결이었기 때문에 위력부터가 달랐고, 순식간에 호텔의 외벽이 거대한 짐승에게 긁힌 것처럼 갈라졌다.

쿠구구궁!

그 무시무시한 위력에 안정화되었던 호텔이 다시 흔들렸고 최상층은 아예 반파되어 무너져 버렸다.

하지만 그 안쪽의 생명반응은 여전히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매우 기묘한 감각이었다.

‘위르겐이 사령술로 보호하고 있는 건가.’

이세훈을 죽이는 것도 가능할지 미지수였지만 이미 자신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참격을 날리는 것을 멈추지 않은 채 나인의 몸이 순식간에 호텔 아래에 도착했고 그대로 엉망이 된 외벽을 순식간에 타고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반파된 최상층까지 올라선 순간.

“오느라 수고했어.”

왼손 검지를 앞으로 겨눈 이세훈이 씩 웃었다.

투웅!

이세훈의 뒤쪽에 펼쳐진 어둠에서부터 통나무에 비견되는 거대한 창이 쏘아졌고, 그 모습에 나인이 깜짝 놀라면서도 재빠르게 에위니아를 휘둘렀다.

반격을 펼친 것이 이세훈이라서 조금 놀랐을 뿐이지 그 자체는 예상하고 있었다.

“?!”

하지만 단숨에 창을 잘라낼 것이라 생각했던 에위니아가 절반쯤에 돌연 속도가 느려졌고, 도신에 달라붙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건……!’

고위 사령술사만 직접 다룰 수 있다는 명계의 어둠.

접촉하는 것만으로 침식현상을 일으키는 그 까다로운 마력이 에위니아를 붙잡으며 공중에 떠 있던 나인을 밀어냈고.

콰아아앙!

그대로 호텔의 최상층에서 다시 아래로 처박혔다.

“큭……!”

도로 한가운데 추락한 나인은 자신을 옭아매려드는 창을 향해 다시금 에위니아를 휘둘렀다.

스각!

예비육체에도 장착되어 있는 A급 공간능력자의 큐뷰를 활용하여 펼친 참격. 형체를 잃고 사라지는 창의 모습에 나인은 최상층을 노려보며 눈매를 일그러뜨렸다.

‘조율만 흐트러지지 않았어도…….’

육체의 스펙 자체는 기존 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급하게 전이하는 과정에서 조율이 흐트러졌다보니 출력이 상당히 불안정해졌다.

이대로라면 위르겐이 오기 전까지 결착을 지을 수 없다고 판단한 나인이 각오를 다지며 전력을 끌어올리려던 찰나.

“야! 들리냐!?”

부서진 창가에 쭈그리고 앉은 이세훈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보니까 아직 몸이 덜 풀린 것 같은데 내가 도와줄게! 다 끝나면 전력으로 싸워라 알겠지?!”

“뭐…….”

이세훈의 외침에 나인이 멍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죽이러 온 상대에게 몸을 풀 시간을 줄 테니 전력으로 싸우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한단 말인가.

상황이 상상 이상으로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인이 계획을 재검토하려 했지만.

“간다!”

당연하게도 이세훈은 그런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글귀가 빼곡하게 새겨진 왼쪽 검지, 불명자의 지골이 장착된 손가락을 지상에 겨눈 이세훈은 곧장 경계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호텔의 외벽 전체에 명계가 투영되었고, 그 안쪽의 어둠이 용암처럼 끓어오른다. 그리고 곳곳에서 거품처럼 무언가 솟구쳐 오른 순간.

투두두두!!

방금 날렸던 거대한 창이 화살처럼 쏟아져 내렸다.

“?!”

그 상상을 초월하는 공세에 나인은 재빠르게 바닥을 박차며 지상으로 쏟아지는 창들을 향해 에위니아를 휘둘렀다.

카가가각!

처음이야 명계의 어둠으로 만들어진 창이라는 것을 몰랐기에 대응하지 못했지만 알고 난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공간능력으로 코팅된 에위니아의 참격들이 쏟아지는 창들을 완벽하게 갈라내는 데 성공했지만, 문제는 그 수였다.

콰가가각!

외벽에서 쏘아지는 창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늘어났고 형태 역시 자신의 대응에 맞춰서 크기가 줄어들고 속도가 더욱더 빨라졌다.

A급 영웅 수십 명을 상대하고 있는 듯한 감각. 그 어마어마한 화력에 나인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마력이 어느 정도 길래 이런 규모의 공격을……!’

이 정도 공격을 퍼붓고 표정하나 바뀌지 않을 정도라면 최소한 S급은 되어야 한다.

비정상적인 마력양에 나인이 위르겐의 지원을 의심하고 있을 때, 이세훈은 자신이 쏘아내는 창들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끝없이 나오네.’

명계의 특성 중 하나인 무한에 가까운 암속성마력.

이세훈은 그 힘을 경계의 권능으로 끌어온 다음 창으로 쏘아내고 있는 것이었는데 효율이 말도 안 될 정도였다.

과거에 불명자의 지골을 사용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

이세훈은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권능에 대한 이해도인가.’

마력을 소모하여 권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해서 완등자와 같은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구에 불어넣는 마력은 어디까지나 권능을 가동시키기 위한 연료일 뿐. 그것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힘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과 빌려 쓰는 것…… 그때 말한 건 이걸 말하는 거였나.’

특별시험 때 위르겐에게 들었던 충고를 떠올린 이세훈은 왼손 검지에 녹아들어 있는 불명자의 지골을 바라보았다.

새롭게 만들어낸 불명자의 지골에는 무구스킬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는 제작 중에 어떤 실수가 있었나 했지만, 지금은 어째서 그렇게 된 것인지 확실하게 이해했다.

‘불명자의 지골에 있던 무구스킬은 처음부터 불완전한 기술이었던 거지.’

경계의 권능을 모르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게끔 부분부분 쪼개서 만들어놓은 기술.

그렇기에 똑같은 불명자의 지골을 사용해도 이세훈은 일정이상 힘을 끌어내지 못했고, 위르겐의 자아는 몽환마의 분신을 제압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지금도 본인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흉내는 낼 수 있겠지!’

두 눈을 빛낸 이세훈은 호텔 외벽에 투영된 명계의 어둠을 재빠르게 가다듬었다.

우우웅!

어둠 속에 선이 그어지며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문양을 이뤄냈고, 그것이 사출되는 창의 표면에 자연스럽게 달라붙으며 입체적으로 변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문양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정교한 마법진으로 변한 선. 그와 동시에 장창에서 이전에 볼 수 없는 힘이 소용돌이쳤고.

콰가가각!

지면에 떨어짐과 동시에 사방으로 가시가 솟구쳐 올랐다.

“큭!”

콰아앙!

그 변칙적인 공격에 나인이 한 방 얻어맞으며 맞은편에 카페에 처박혔고, 이세훈은 재빠르게 문양의 형태를 수정하여 창의 효과를 바꿨다.

콰앙!

건물에 부딪친 창들이 산탄처럼 산산조각 나며 사방을 휩쓸었고, 모든 조각을 다 쳐내지 못한 나인의 몸이 비틀거렸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몸에 달라붙은 조각들이 내부에 침식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위험하다……!’

방금까지는 단순히 수가 많아서 까다로웠다면, 이제는 변칙적인 공격 때문에 받아치기도 힘들어졌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이세훈이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깨달은 나인은 공격을 막는 대신 옆 건물로 달렸다.

콰가가강!

가로막는 벽들을 부수며 나아가는 나인.

외벽 때문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 데다 단거리 공간이동까지 사용해서 맞추기가 쉽지 않아 투안으로 위치를 파악하던 이세훈이 눈매를 찌푸렸다.

‘그냥 당해주진 않겠다 이거구만.’

이세훈이 경계의 권능을 다루는데 익숙해지는 동안 나인은 임시육체로 갈아타면서 흐트러졌었던 부품 간의 조율을 빠르게 정상화시켰다.

움직임도 빨라지고 에위니아의 위력 역시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공간이동 역시 더욱더 빨라져 그 움직임을 놓친 순간.

후웅!

나인의 몸이 바로 앞에 나타났다.

단거리 공간이동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심어졌을 때를 노린 한 수.

그 찰나의 틈을 파고든 나인은 재빠르게 이세훈의 목을 노리고 에위니아에 압축시켜둔 참격을 흩뿌렸다.

카아앙!

하지만 지면에서 솟아오른 명계의 어둠이 간발의 차로 참격을 막아냈고, 그 모습에 나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떴다.

‘여기에도 반응했다고?’

마치 자신이 여기로 공간이동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대응. 그 비정상적인 반응 속도에 나인이 깜짝 놀라면서도 멈추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후웅!

허공을 박차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고, 나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수를 펼칠 수 있도록 마력을 끌어올렸다.

다시 거리가 벌어진다면 틈을 찾기도 어렵고 그 전에 위르겐이 끼어들지도 모른다.

‘이번에 반드시 죽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세훈의 목을 쳐낸다.

그 다짐이 전해졌는지 이세훈은 다가오는 나인에 맞서서 명계의 어둠을 끌어올려 입구를 만들어냈다.

언데드를 전위로 세워서 시간을 벌려는 듯한 모습. 그 판단에 회장실에서 전투를 구경하고 있던 위르겐이 혀를 찼다.

‘쯧…… 실수했군.’

지금 이세훈이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라 해봐야 오전 훈련에 사용되는 짐승거미뿐.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싱글넘버를 상대로 시간을 끌어주기에는 전투 능력이 떨어졌다.

포격전에 승산이 있다는 생각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위르겐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베냐민에게 눈을 돌렸고.

꿀렁!

그의 충직한 비서실장이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

그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위르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내 무언가 깨달으며 다시 전장을 바라보았다.

“무슨……!”

“뭣……!”

그러자 보이는 것은 이세훈 앞에 소환된 베냐민과 그 상대를 알아차리고 깜짝 놀란 나인.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모두가 당혹스러운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가라, 베냐민!”

위르겐의 언데드를 강탈하는데 성공한 이세훈이 힘차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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