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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98화 (298/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98화

“……?”

본질에 대한 깨달음에 한참 빠져 있던 이세훈은 문득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물통 속에서 회색빛을 머금은 검. 주변에서 느껴지는 경악한 시선.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정보창.

가장 먼저 정보창의 내용을 보게 된 이세훈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신성력이랑 정토가 합쳐졌다고?’

그 두 개가 도대체 무슨 연결고리가 있다고 합쳐지고, 신력이라는 건 또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회귀 전에도 들어본 적 없는 현상에 이세훈이 당황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느껴지던 시선이 변하기 시작했다.

“회색빛의…… 신성력…….”

“저, 저건…….”

두려움과 불길함, 그리고 적의를 담아서 바라보는 순례교의 기술자들. 그 모습에 이세훈은 그들이 자신에게 뭐라고 하려는 것인지 알아차렸다.

‘이단……!’

배교자와 같은 이단자로 선언하며 곧장 자신을 향해 달려들 것 같은 기술자들.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재빠르게 대응하려던 그때.

후웅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한 풍경.

모든 것이 황금빛으로 가득 찬 세계에 모든 것이 새하얀 화원이 나타났고, 그 위에 선 이세훈이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공간이동? 아냐, 그런 징조는 없었어.’

루트비히의 공간이동도 포착해 내는 자신이 그 전조를 놓쳤을 리가 없다.

무언가 다른 기술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세훈이 곧바로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우려던 그때.

“앗. 잠깐!”

앞쪽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그에 이세훈이 고개를 들자 새하얀 신부복을 입은 사내, 칼이 화원에 나타나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급하게 만든 ‘성역聖域’이라 현실을 강하게 인식하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긴장 푸시고 이곳을 최대한 현실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혹시라도 이세훈이 오해할까봐 재빠르게 상황을 설명하는 칼. 그 이야기에 이세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성역…… 확실히 그런 기술이 있었지.’

대주교가 최소 세 명 이상 모여야 발동할 수 있는 최상위 신성마법.

주변과 눈앞의 칼을 신중히 살펴보던 이세훈은 이곳이 성역과 비슷한 장소이며 상대가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칼의 말대로 긴장을 풀…… 지 않고 언제든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게 감각을 곤두세웠다.

‘기술자들은 상황이 난감해지는 정도지만…… 이 양반이 이단이라고 선언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그때부터는 완등자인 칼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모든 순례교인들이 자신을 적대하며 덤벼들 터.

십악과 싸우는 것보다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 언제든지 성역에서 탈출할 수 있게 이세훈이 방법을 구상하던 그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세훈님의 힘은 이단이 아니니까요.”

그 경계심을 읽어낸 칼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

그 이야기에 당장이라도 성역을 탈출할 것 같았던 이세훈의 감각이 가라앉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변을 현실로 인식하며 안정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성역에 자리 잡은 이세훈. 그 모습에 칼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인식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뒤바꿀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떤 심상을 가졌기에 저런 게 가능한 것인가.

칼이 신기하게 보고 있을 때, 분위기를 살피던 이세훈이 조심스레 물었다.

“제 힘이 이단이 아니라고요?”

완등자가 본인의 분야에서 거짓말을 할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안심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이세훈의 모습에 칼이 주변에 펼쳐진 새하얀 화원을 가리켰다.

“이 성역은 이단자를 불러들일 수 없는 곳이거든요.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 그들을 폐인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이단이 아닌 이들만 불러들일 수 있는 성역. 그 설명에 이세훈이 칼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는 건 만약 제가 이곳에 불러지지 않았다면…….”

“그땐 이단자가 되었다는 뜻이겠죠?”

태연하게 대답하는 칼의 모습에 이세훈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방금까지는 이곳에 불려 큰일이 난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이곳에 불린 덕분에 위기를 피한 것이다.

‘일단 제일 귀찮은 일은 피한 건가…….’

한결 여유가 생긴 이세훈은 자신의 몸, 정확히는 그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신성력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지금 정신만 이곳에 와 있는 거죠? 몸은 본래 있던 장소에 그대로 있고요.”

“맞습니다. 그게 이 성역의 힘이죠.”

자신과 대상의 정신을 불러들여 현실에서 만나는 것처럼 꾸며내는 기술. 그 효과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그렇다 쳐도 순레자님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자신이야 바벨이 있으니 기술자들이 무슨 짓을 한다 싶으면 루트비히가 막아주겠지만 순례길에 있는 칼은 누가 도와준단 말인가.

이단검증도 끝냈으니 빨리 헤어져야하는 게 아닌가하고 이세훈이 걱정하던 그때. 칼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깥과 성역은 시간의 흐름이 다르니까요.”

“……정말입니까?”

“물론이지요. 아, 그렇다고 시간이 완전히 멈추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이곳에서 열흘이 바깥에서 약 1초 정도죠.”

칼의 설명에 이세훈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1초당 열흘.

저게 사실이라면 바깥과 성역의 시간배율은 무려 80만 배가 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문하면 고위 영웅도 몇 초 만에 뻗겠는데.’

물론 이단자도 아닌 이들에게 칼이 그런 짓을 할 것 같진 않지만, 본인이 고문이라고 자각하지 못하고 반복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역시 긴장하고 있어야겠네.’

회귀 전에는 몰랐던 순례자의 힘, 그리고 그 위험성을 알게 된 이세훈은 다시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문제가 없다는 건 알겠습니다만…… 그 이외에 또 용건이 있으십니까?”

“흠. 일단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두 사람이 서 있던 장소가 순식간에 서양식 정자 안쪽으로 바뀌었고, 작은 테이블과 의자도 생겨났다.

새롭게 생겨난 물건들 역시 기존의 화원처럼 온통 하얀색이었는데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도대체 뭘로 만든 거지?’

처음에는 신성력인가 했지만 볼수록 그와 다른 힘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감촉은 나무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힘으로 구성된 테이블. 그 모습에 이세훈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제 권능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칼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예?”

“주변에 새하얀 힘 말입니다. 모두 제 은혜의 권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칼의 설명에 이세훈이 주변을 다시금 둘러보았다.

세간에 두루뭉술하게 알려졌던 순례자의 권능. 그 힘이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신성력 그 자체가 권능이 아닌가도 생각해 봤었는데…… 역시 다른 힘이었나.’

은혜의 권능이 도대체 뭐기에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걸까. 이세훈이 더욱 흥미를 드러내자 칼이 설명을 이어갔다.

“은혜의 권능은 이름 그대로 신께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은혜를 받을 수 있는 힘입니다.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소통의 힘이죠.”

“소통…….”

“아실지 모르겠지만 과거의 종교는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종교인들은 내면으로만 그 존재를 느끼고, 무신론자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아무리 자신이 신의 계시를 듣고 그 모습을 봤다고 주장한들 다른 이들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면 인정받을 수 없다.

그 때문에 과거의 종교는 늘 누군가에게 의심을 받아왔지만 칼이 창시한 순례교는 달랐다.

“저는 제가 목도한 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그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신성력이지요.”

신의 존재와 신앙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

그것이 바로 신성력이었으며 순례교가 전 세계의 종교를 합병하며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이다.

‘신성력을 탄생시켰다고……?’

칼의 설명을 들은 이세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순례교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신성력은 칼이 완등에 도달한 이후 전 세계에서 무분별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순례교와 칼에 대해서 아예 모르던 이들도 있었는데, 그런데도 신성력을 자유롭게 다룬 것이다.

‘칼이 신성력을 만들었다면…… 어째서 그걸 배우지 않고도 다루는 사람이 나타나는 거지?’

애초에 신성력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가. 그 의문을 곱씹던 이세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답을 떠올렸다.

‘신앙…….’

교인들이 무의식중에 만들어내는 기운이자 신성력의 재료라고 추측되던 새하얀 힘.

회귀 전에 순례교와 발견한 정체불명의 힘을 떠올린 이세훈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가설이 떠올랐다.

‘설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그동안 품고 있었던 몇몇 의문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몇 번이고 자신의 생각을 검토하던 이세훈은 이내 확신을 가지며 이야기했다.

“은혜의 권능은 인류를 신과 이어주는 송신탑의 역할을 하고 있었군요.”

본래 사람들이 지니고 있던 신앙을 신에게 전달하여 응답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권능.

그게 바로 칼이 지닌 은혜의 권능이었으며 신성력은 거기서 파생되는 힘이었던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겠군요.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드리자면…….”

테이블 위에 작은 구체가 생겨나고, 그것을 둘러싸는 반투명한 막이 생겨난다.

그리고 막에서 새하얀 실들이 사방으로 뻗어지더니 구체를 둘러싼 거대한 ‘고리’에 연결되었다.

“구체가 지구. 막과 거기서 나온 실이 은혜의 권능. 마지막으로 이 고리가 신입니다.”

평평한 지구 모형처럼 유사과학에나 나올 법한 기괴한 형태.

하지만 완등자의 특성과 신성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한다면 거짓말일 가능성은 낮았다.

‘신이 커다란 고리라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칼이 그렇게 인식해서 그리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저 ‘신’이라는 것이 정말 저런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일까.

미묘한 표정으로 고리를 바라보던 이세훈은 그에 관한 생각을 잠시 밀어두고 더 궁금한 부분을 물었다.

“혹시 다른 완등자분들도 순례자님이랑 비슷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까요?”

“비슷하다는 게…….”

“예를 들면 위르겐 님이 발견하신 명계 같은 거죠.”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명계는 위르겐이 완등에 도달하면서 발견한 미지의 세계라고 여겨졌지만, 방금의 대화로 이세훈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경계의 권능이 명계와 지구를 연결시켰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만들어낸 걸지도 몰라.’

완등에 도달하면 새로운 세상, 개념을 창조할 수 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였지만 완등자가 보여주는 무한에 가까운 힘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진 않았다.

“다른 분들의 권능은 자세히 몰라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여쭤보신 것처럼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기는 할 겁니다. 그게 완등자니까요.”

“…….”

칼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완등에 도달하면 권능과 관련된 개념이 새롭게 생겨난다. 그 말인즉 리 켄세에게도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그럼 그걸 이용해서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면…….’

고집불통인 리 켄세도 자신의 고집을 꺾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정보와 함께 떠오르는 수많은 가능성. 그에 이세훈이 다시 집중에 빠지려던 그때. 그 모습을 살피던 칼이 불렀다.

“저…… 이세훈 님?”

“아, 예. 말씀하세요.”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이번에 새로 습득하신 힘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이단이 아니시긴 하지만 뭔가 다른 것 같아서요.”

“아아. 잠시만요.”

칼의 부탁에 이세훈이 그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새로운 마력과 스킬을 살펴보았다.

[신력信力] 『A+』

별의 근원에서 생성되는 토속성마력.

근원과 연결된 거대한 힘을 다루는데 특화되어 있으며 인지하고 있는 만큼 현실로 ‘강림’시킬 수 있다.

[순례의 기도] 『A+』

완등에 성공한 절대자, ‘칼 안데르센’이 창시한 기도.

세계를 둘러싼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그에 따른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생명력을 사용하여 은혜를 더욱 강화할 수 있습니다.

*신과 소통이 가능합니다.

*소통을 통하여 은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생명력으로 은혜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단 사용된 생명력은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신의 힘이 아니라 믿음의 힘인가.’

둘 다 내용이 심상치 않았지만 이세훈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순례의 기도, 거기에 적힌 부작용이었다.

‘생명력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저 생명력이라는 것이 정확히 뭘 뜻하는지 알 수 없지만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뭐가 됐든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죽기 일보 직전이 아니면 절대 쓰지 않기로 하며 이세훈이 칼을 바라보았다.

“신력이라는 토속성마력과 순례의 기도라는 스킬이 생겼는데…… 직접 보여드릴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는 칼.

기대가 잔뜩 담긴 시선을 받으며 이세훈이 체내의 신력을 끌어올렸다.

우웅!

기존에 정토가 자리 잡았던 마력회로에서 신력이 천천히 움직였고, 몸 안쪽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솟구치는 압력이 느껴졌다.

‘처음이라 그런가…… 좀 빡세구만.’

신성력과 합쳐진 탓인지 다른 토속성마력과 달라 다루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나쁘지는 않았다.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던 신성력과 달리 신력은 느리긴 해도 순순히 따랐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완전히 독립된 것 같은데…… 이러면 이전처럼 갑자기 움직이는 일은 없겠네.’

신력의 특징의 파악하며 계속해서 끌어올렸고, 이내 손바닥에 회색빛 마력이 맺히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는 반투명한 바위처럼 느껴지는 질감. 신력을 살펴본 칼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저희와는 다른 방식으로 신의 힘을 사용하시는군요.”

“다른 방식이요?”

“믿음의 방식이 다르다고 해야 할지…… 쉽게 말하자면 마음가짐의 차이죠.”

이세훈의 손바닥에 맺힌 신력을 툭툭 건드려본 칼이 계속해서 설명했다

“저희가 신의 은혜를 ‘기적’이라 생각하고 사용한다면 이세훈 님은 그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하며 사용하는 겁니다.”

“현상…….”

“신과 소통하면 그로부터 힘을 받는 건 당연한 이치다. 저희들보다 냉소적인 느낌으로 믿으시는 거죠.”

재밌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칼의 모습에 이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데도 이단이 아닌 겁니까?”

“물론이지요. 가치관이야 어찌 됐든 신의 존재를 인정하시지 않습니까. 그게 중요한 겁니다.”

이전에 염진현을 치료하고 나서 들은 것과 똑같은 대답.

너무 느슨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 덕분에 이단으로 몰리지 않았으니 이세훈의 입장에서 나쁠 건 없었다.

‘근데 이러면 이단으로 몰리는 녀석들은 뭐가 다른 거지?’

문득 생겨난 의문에 이세훈이 막 물어보려던 찰나. 그보다 먼저 칼이 물었다.

“혹시 이 힘으로 다른 물건을 만드실 수 있겠습니까?”

“다른 물건이라면…… 이 주변처럼요?”

이세훈이 화원과 가구를 바라보며 물어보자 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게 가능하면 나중에 성역을 사용하실 수도 있어서요.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네요.”

칼의 설명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마신들과의 싸움에서도 큰 활약을 펼쳤던 성역. 그걸 만들 수 있다면 앞으로의 전투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해본 적은 없지만, 어떻게 할지는 대강 예상이 간다.

정신을 집중한 이세훈은 이번에 습득한 순례의 기도를 사용하여 망치를 만들어달라고 신에게 요청했다.

우웅

그러자 신력이 살짝 소모되더니 손 안에 회색으로 이뤄진 망치가 나타났고, 그 모습을 본 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 설마 단번에 성공할 줄은…….”

이전에 시간역행도 그렇고 심상치 않은 이세훈의 재능에 칼이 놀라고 있을 때. 이세훈 역시 자신이 만들어낸 망치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진짜 같은데?’

겉보기에는 회색으로 이뤄진 망치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감촉은 현실에 있던 진짜와 비슷했다.

그 모습을 빤히 내려다보던 이세훈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른 물건들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후웅!

테이블에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회색 주괴가 나타나고 화원의 한쪽에 회색 화로가 덩그러니 나타난다.

‘……된다.’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이 두 눈을 빛내며 연신 감탄하고 있는 칼에게 물었다.

“순례자님. 바깥에는 얼마나 여유가 있으신가요?”

“예? 으음…… 신성마법을 펼쳐두고 오긴 했지만 장소가 장소니 그래도 5초 안에는 돌아가는 편이 좋겠네요.”

“5초…….”

그 말인즉 이곳에서 50일 동안 리 켄세를 설득할 설계도를 구상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도 훌륭한 시간절약법에 이세훈이 미소를 지으며 칼을 바라보았다.

“그럼 5초만 빌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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