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303화 (303/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303화

울창하게 자라난 이디그나 열대우림의 안쪽.

본래 열대우림이라는 지형 자체가 고온다습한 곳으로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곳이었지만, S급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이디그나는 기본적인 환경 자체가 달랐다.

“숲속이 화산지대만큼 뜨겁다니…… 여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먹은 거야?”

“식물들이 열기를 빨아들여서 증폭시키고 있는 거야. 나무는 더 뜨거우니까 조심해.”

하늘에서 내리쬐는 열기를 흡수하여 수십 배로 부풀린 뒤 사방으로 방출하는 이디그나의 식물들.

그 온도가 화산지대에 버금갈 정도다 보니 기본적인 저항력이 높은 고위영웅들조차 뜨거움을 느낄 정도였는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부글부글─

이디그나의 곳곳에 흐르는 검은 강줄기, 오랜 세월 동안 농축되어온 마기가 기화되며 주변을 대기를 한 가득 채운다.

그리고 인근에 ‘마력’을 지닌 무언가가 다가오면 재빠르게 결집되어 검은 안개로 변해 달려들었다.

치지직

마력을 품고 있는 물체라면 무엇이든지 달라붙어 갉아먹으려하는 대기 중의 마기들.

그 모양새가 마치 ‘침식’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영웅 등급도 안 되는 장비들은 잠깐만 노출되어도 기능이 망가질 만큼 강력했다.

“윽…… 안 되겠다. 방어막 더 넓게 펼쳐.”

“진짜 지독하네……. 순례길 바깥도 이 정돈 아니던데.”

“그건 네가 멀리 안 나가서 그렇지. 남극 근처로 가면 이것보다 더 해.”

S급이라는 등급에 걸맞은 가혹하기 그지없는 환경.

그나마 정식으로 허가받고 들어온 고위영웅들은 무력은 물론이고 경험도 풍부해 안정적으로 대처했지만, 몰래 신성장벽을 넘어온 이들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아악……!”

“난 인간이 아니라고 이 개 같은……!”

장비가 고장나마자 주변에서 달려든 나무줄기에 묶여 숯 덩어리가 되어버린 범죄자. 강줄기에 빠졌다가 그대로 마기에 갉아 먹혀 녹아버린 마인.

일확천금을 노리고 들어온 이들이 곳곳에서 허무하게 죽었고, 그 비명은 멀리 퍼지지 못한 채 사그라들었다.

생명력이 넘쳐나는 겉모습과 달리 죽음 그 자체나 다름없는 이디그나 열대우림. 그 안쪽에 목련장창을 둘러싼 쟁탈전이 점점 고조되고 있을 때.

“흐음…….”

이세훈은 가장 외곽, 신성장벽과 맞닿아 있는 지대를 천천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치이익

신성장벽 위로 타고 오르려다가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신성력에 그대로 녹아내리는 열대우림의 식물과 마기들.

지성이 있다면 힘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신성장벽에 굳이 접근하지 않았겠지만 열대우림의 생명력은 끝없이 확장을 시도하며 신성력에 타오른다.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싸움의 흔적들을 살피며 이세훈이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슬슬 보일 때가 됐는데…….’

벌써 1시간째 벽을 따라서 쭉 걷고 있는데 찾고 있는 물건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혹시 자신이 잘못 짚은 건가 싶어 이세훈이 눈매를 찌푸리고 있을 때. 뒤따라오던 발소리가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뭘 그렇게 찾는 거야?”

평소와 같이 화사하게 웃으며 말을 걸어오는 아리아. 그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히 대답했다.

“저쪽에서 준비해 둔 게 있는지 살펴보는 중입니다.”

“준비라면…… 함정 같은 거?”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흐음~”

이세훈의 대답에 흥미를 보이며 주변을 살피는 아리아.

질문도 끝났으니 다시 뒤쪽으로 가리라 생각했던 이세훈은 계속 옆에서 걷는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계속 거기 계실 겁니까?”

“그러면 안 돼?”

“선배 때문에 주변을 살펴보기가 힘들어서요.”

정확히는 아리아가 옆에 있는 게 거슬려서 그런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걸 노골적으로 말할 순 없다.

그런 이세훈의 대답에 아리아가 재차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아. 네가 못 보는 부분은 내가 봐줄 테니까.”

“그럴 필요 없…….”

후웅!

대답을 끝내기도 전에 눈앞을 가득 채우는 황금빛 섬광.

아리아가 허리춤에서 뽑아든 클레어가 폭발적인 속도로 이세훈을 위협하듯 관자놀이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고.

카앙!

앞에서 쏘아진 탄환이 위쪽으로 튕겨 나갔다.

파스슥!

저 멀리서 들려오는 수풀을 박차는 소리.

저격이 실패하자 곧장 도망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아리아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콰앙─!

바닥을 박찬 아리아가 숲속으로 사라졌고, 몇 번의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땀은커녕 방금까지 휘두른 클레어에 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은 아리아. 그 여유로운 모습에 이세훈이 걸어온 쪽을 바라보았다.

“마인?”

“사람이었어. 몰래 들어온 녀석들 중에 만만한 녀석들만 골라서 사냥하고 있었나봐.”

후웅!

범죄자들에게서 빼앗은 아공간 포켓을 던져주는 아리아. 그것을 낚아챈 이세훈이 내부에 들어 있는 전리품을 살폈다.

‘이런 놈들도 온 걸 보니 많이 모인 모양이네.’

무리해서 쟁탈전에 끼어들기보다 부상자나 실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사냥하기로 마음먹은 약탈자들.

이번처럼 한 장소에 많은 이가 모여들었을 때 종종 나타나는 놈들이었는데 여기서도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다.

“이래도 필요 없니?”

클레어를 집어넣으며 보란 듯이 미소를 짓는 아리아.

자신이 지켜줬다고 힘껏 생색내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먼저 피하려던 걸 칼로 막아놓고는 무슨…….’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의 옆에 설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리아의 성격상 얌전히 포기할 리가 없다.

수색에 방해는 안 할 테니 적당히 받아주기로 한 이세훈이 대답하려던 그때.

“필요 없습니다.”

뒤쪽에서 따라오던 류은하가 이세훈의 곁에 서서 대답했다.

“지금 이세훈 생도의 실력이라면 밀착 경호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처음처럼 거리를 유지한 채로 경호하십시오. 아리아 마이어스 생도.”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류은하. 그 모습에 아리아가 미소를 지은 채 눈을 마주했다.

“그것도 누구냐에 따라서 다르지 않겠어요?”

“적어도 경호 대상이 피할 수 있는 공격을 못 피하게 만드는 사람은 해당이 안 될 것 같군요.”

“…….”

“…….”

한마디씩 주고받고 말없이 응시하는 류은하와 아리아.

두 사람 사이에 맴도는 그 불편한 기류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꽤 옛날인데도 사이가 별로 안 좋네.’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류은하와 아리아 사이의 기묘한 알력다툼은 경매 쪽에서는 꽤 유명한 이야기였다.

류은하가 노리던 검을 아리아가, 아리아가 노리던 검을 류은하가 사가면서 경쟁 비슷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경매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니 괜찮지만 문제는 두 사람의 성격이었다.

‘정말 지리멸렬하게 안 맞았지…….’

자신이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아리아와 원리원칙을 준수하려는 류은하.

두 사람 모두 일정 선을 지키기는 했지만 성향 자체가 완전히 반대다 보니 무슨 일만 벌어졌다하면 지금처럼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뭐, 그래도 회귀 전보다는 낫구만.’

지금은 서로 불편해하는 정도지만 회귀 전에는 오랜 세월 갈등이 쌓이면서 거의 앙숙에 가까웠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인류 연합이 같은 장소에 투입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을 때는 반드시 두 사람과 친분이 있는 사람, 바로 자신을 투입했었다.

‘그때 참 고생 많이 했었는데 말이야…….’

중재한답시고 양쪽을 돌아다니며 흉봤다가 들킨 적도 있고, 뒤치다꺼리하다가 열 받아서 다 엎은 적도 있었다.

세월이 세월인 만큼 떠오르는 기억들도 많았고, 자연스레 그 끝에 도달하는 것은 두 사람의 끝이었다.

푸화악!

빛으로 만들어진 월계관을 쓴 채 멸광의 마신이라 불리게 된 아리아. 그리고 그녀가 휘두른 기괴한 검에 심장을 꿰뚫린 류은하.

바로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광경에 이세훈의 눈이 찌푸려지려던 그때. 한쪽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

류은하에서 어느새 자신을 향해 있는 아리아의 눈.

그렇게 잠시 눈을 마주치고 있자 아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학과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할게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가는 아리아. 생각보다 순순히 물러서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조금 의외인 표정을 지었다.

‘웬일이래.’

S급도 달았으니 좀 더 부딪치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얌전히 물러나다니. 이세훈이 의아해하자 옆에서 바라보던 류은하가 입을 열었다.

“이세훈 생도에게 관심이 많으신 것 같군요.”

“그래요?”

“그게 아니라면 이세훈 생도가 불쾌감을 드러내자마자 물러설 이유가 없겠지요.”

류은하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방금 전 자신을 바라보던 아리아의 시선을 깨달았다.

‘감정이 조금 샜었나.’

어지간하면 숨기려고 하지만 순간적으로 옛 기억이 떠올라서 그대로 흘려 버린 모양이다.

거기에 아리아는 다른 이들보다 감각이 뛰어난 만큼 그게 자신을 향한 불쾌감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으리라.

‘그렇다는 건 아리아가 내 눈치를 봤다는 건데…….’

아리아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또 마냥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아리아의 인연레벨을 2레벨까지 올리면서 인연관계까지 성립시키지 않았는가.

‘……회귀 전이랑 다른 사람이 맞긴 하네.’

근원은 같을지라도 자신과의 관계에 따라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 사실을 이세훈이 새삼스레 깨닫고 있을 때.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

방금 아리아처럼 이쪽을 쳐다보는 류은하. 뭔가 못마땅해 보이는 그 시선에 이세훈이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슬슬 출발하시죠.”

짧게 대답하고는 방벽이 없는 왼쪽 대각선 아래로 걸어가는 류은하. 묘하게 쌀쌀맞은 대답에 이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 결말은 회귀 전이랑 비슷하구만.’

회귀 전이든 회귀 후든 이 둘 사이에 끼면 자신이 고생하는 건 변함없는 모양이다.

한숨을 내쉰 이세훈이 다시금 앞으로 걸음을 옮겼고, 두 사람은 거리를 유지한 채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다시 1시간 쯤 움직였을 때.

콰앙──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폭음.

바로 근처의 비명도 희미하게 들릴 장소에서 이 정도 소리라면 규모가 상당히 큰 것이 분명했다.

“S급끼리 충돌한 것 같은데…… 슬슬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

몬스터가 몰려들 수도 있는데 저렇게 충돌한 걸 보면 무언가 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하다.

아리아의 물음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정도면 아직 괜찮습니다.”

어차피 본격적으로 싸우는 건 배교자나 주시자의 병력이 모습을 드러낸 뒤니 지금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속도를 높인 이세훈은 계속해서 외곽지대를 살폈고, 안쪽의 전투는 점점 거세지는지 굉음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땅까지 흔들리던 그때.

“……!”

달리던 이세훈이 한쪽 땅을 바라보았고, 곧장 그 아래로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앙!

손에서 뻗어 나온 마력이 주변의 땅을 뒤엎었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나무뿌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꿈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이는 초록빛의 나무뿌리. 목표물을 찾은 이세훈이 재빠르게 그 뿌리를 낚아챘고.

“찾았다.”

촤라락!

씩 웃으며 손끝으로 흑무사를 펼쳐냈다.

* * *

쿠구궁─

이디그나 열대우림의 깊은 지하.

거대한 땅굴을 만들어서 숨어 있던 초록색 머리칼의 여인, 드리아스는 바깥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피식 웃었다.

“분신도 어찌 못해서 쩔쩔 매기는…….”

드리아스의 능력은 마력을 생명력으로 변환해 식물을 성장시키거나 조종하는 생명주술.

바깥에서 싸우고 있는 분신들 역시 생명주술로 식물들을 엮어서 만들어낸 것이었는데, 본래라면 잘 만들어져도 B급 정도라 고위영웅들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했다.

콰앙!!

하지만 지금은 그 분신들이 고위영웅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버티고 있었는데 그 비밀은 바로 동굴에 뿌리를 내린 초록색 나무창, 목련장창 때문이었다.

우우웅!

목련장창이 이디그나 곳곳에 퍼뜨려둔 뿌리를 이용하여 힘을 빨아들이고, 그것을 분신들에게 공급한다.

그 결과 위에서 싸우는 수천 마리의 분신들이 본체에 버금가는 무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아. 밖에서 가능하다면 좋았을 텐데.”

이디그나로부터 힘을 빨아들이는 목련장창의 모습에 드리아스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처럼 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생명주술이 목련장창과 상성이 좋은 것도 있지만 주변의 생명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풍부했기 때문이다.

‘다른 곳은 아무리 울창한 숲으로 가도 여기에 반의반도 안 되겠지.’

이디그나 혹은 그에 준하는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 있을 때만 가능한 전략. 하지만 그조차도 아무런 대가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치직─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마기도 함께 밀려들어 왔고, 목련장창 곳곳에 검은 얼룩이 조금씩 번져갔다.

아무리 전설 등급의 무구라고는 해도 마기에 무적인 것은 아니다. 야금야금 갉아 먹히는 목련장창을 바라보던 드리아스가 위쪽을 힐끔 보았다.

“근데 그 녀석들은 언제 오는 거야……?”

드리아스가 맡은 역할은 분신들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이세훈과 류은하를 자신이 숨어 있는 중심부로 유인하는 것.

그다음은 목련장창을 놔둔 뒤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공양』과 『탈각』의 정예, 그리고 십악의 배교자에게 맡긴다.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지만 드리아스로서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았다.

“내 능력이면 목련장창도 제대로 쓸 수 있는데…….”

불가살은 무슨 프로젝트랍시고 데려가서 강화시켜주고 있으면서 자신은 왜 미끼로 밖에 쓰지 않는 것인가.

드리아스가 속으로 대장을 씹어대며 목련장창을 아쉬운 눈으로 보고 있던 그때.

우웅─

갑작스레 목련장창에서 흘러나온 기묘한 파동.

그와 동시에 위쪽의 분신에게 공급되던 생명력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그것을 본 드리아스의 눈이 찌푸려졌다.

‘뭐지?’

사방에 퍼뜨려놓은 뿌리 쪽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드리아스가 곧장 목련장창에 손을 가져다대며 자신과 연결시켰다.

그리고 사방에 퍼뜨려놓은 뿌리의 상태를 살펴보았고.

화르륵!

도화선처럼 빠르게 타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게 뭔…….”

몇 군데에서 불타는 게 아니라 뿌리에 뿌리를 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번지는 불꽃.

땅 아래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화재에 드리아스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뿌리 전체에 피해가 번지면 끊어서 차단하게끔 주술을 걸어뒀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드리아스가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목련장창에 더욱 집중했고, 잠시 후 문제의 원인을 찾아냈다.

뿌리로 흡수되는 생명력을 타고 흘러와 목련장창 내부에 간섭한 주술.

‘어떤 미친놈이…… 설마?’

자신들의 표적인 이세훈이 뿌리를 발견해서 간섭한 걸까. 그 추측에 드리아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도 안 돼. 그딴 게 될 리가 없잖아.’

바로 앞에서 한 것도 아니고 원거리에서, 그것도 뿌리로 빨려 들어가는 생명력에 주술을 흘려보내서 목련장창에 안착시키다니.

주술이 버틴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렇게 해서 술식을 완성시키는 것도 터무니없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이대로라면 생명력의 공급에 차질이 생겨 분신들이 버티지 못하게 된다.

원인을 찾아낸 드리아스는 곧장 마력을 끌어올려 목련장창에 스며든 주술을 움켜쥐었고.

찾았다

머릿속으로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 소름끼치는 감각에 드리아스가 반사적으로 목련장창에서 떨어졌고, 이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바, 발각됐다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눈앞에 벌어진 상황부터가 말이 안 된다.

이대로 도망칠지 아니면 좀 더 대기할지 드리아스가 고민하던 그때.

“아아─”

땅 위, 분신을 통해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드리아스가 분신의 시선을 올려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운석 떨어집니다.”

류은하라 불리는 붉은 유성이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