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56화 (56/349)

제56화

56화. 용족 (3)

[상태창]

칭호 : 연금술의 선구자 (외 3)

계통 : 마법계

레벨 : 42

소속 : 대한민국

힘 : 11 (+4)

민첩 : 11 (+4)

체력 : 17 (+4)

연성력 : 52 (+4)

-마기 : 28

-용력 : 28

잔여 스탯 : 12

보유 특성 – 현자의 돌 (D), 성흔, 오딘의 눈

업적 포인트 – 7,500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탯.

42에서 방금 10이 증가해 42에서 52가 된 연성력과.

‘그러고 보니 잔여 스탯을 투자 안 했구나.’

아래 12개나 남아 있는 잔여 스탯이 시문의 눈길을 끌었다.

‘나도 참. 12업이나 해 놓고 이걸 안 올리고 있었네.’

다른 플레이어가 봤다면 기가 찰 광경이겠지.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상태창을 확인할 여유가 없었으니까.’

폭탄 테러에 테러리스트 제거, 협회로의 소환과 갑작스러운 내 집 마련까지.

저번 아레나를 끝낸 이후, 상태창을 열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 않은가?

시문은 연성력에 잔여 스탯 12를 모두 투자했다.

“이러면 연성력이 64인가?”

분명 레벨은 42인데.

주력 스탯이 64가 되는 상황.

1레벨 최고 스탯인 10에서 시작했음을 고려해 봐도, 무려 54스탯이나 되었다.

거기에다 이번에 칭호 ‘왕들의 픽’에 추가된 오딘 덕분에 +3이던 스탯은 +4가 되었으니.

총 연성력은 68.

그 괴랄한 수치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상태창을 향했다.

“음. 용력이라.”

새로 추가된 스탯인 용력.

전생에 용족들과 치가 떨리게 싸웠던 시문은 이 용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용족 고유의 기운일 텐데?”

마족의 마기와 천족의 성력처럼 용족만의 독자적인 기운인 용력.

물론 마기나 성력은 직업에 따라 플레이어들 역시 사용이 가능했지만.

시문이 아는 한 용력은 어떤 플레이어도 사용하지 못했었다.

적어도 지금까진 말이다.

‘뭐, 티아메트는 용신이니까 크게 이상할 것도 없지.’

용신의 피를 흡수한 자신이 용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우스운 일이리라.

가볍게 코웃음을 친 시문은 칭호창을 열어 ‘연금술의 선구자’를 확인했다.

[연금술의 선구자] - 성장형

연금술의 신화적인 산물을 모두 연성한 연금술사에게 주어지는 칭호.

-연성 관련에 아주 작은 보너스를 받는다.

-연성에 소모되는 연성력이 15% 감소한다.

“흐음. 연성력 소모도가 10%에서 15%로 성장했네.”

10%일 때도 나름대로 체감이 되었는데 15%라니?

비록 ‘연성 관련’이라는 제한이 붙기는 하지만, 연성이 주력인 시문에겐 무척이나 달가운 소식이었다.

시문은 인벤토리에서 작은 조각 하나를 꺼냈다.

‘이 정도면 특수 아레나를 진행해도 되겠어.’

히든 보스 ‘미쳐 버린 초목지기 뮤리에’를 처리하고 얻었던 입장 아이템.

망가진 세계수의 씨앗 조각.

저번 아레나에서의 12레벨 폭업과 이번 티아마트의 피로 인한 성장까지 했으니.

이만하면 갓 골드에 입성한 자신이라도.

골드 랭크 제한의 특수 아레나는 무난히 클리어가 가능하리라.

‘사실 지금의 성장이 없더라도 깰 수야 있었겠지만 말이지.’

연금술사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일종의 강박증이랄까?

성공률 100%를 선호하는 시문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망가진 세계수의 씨앗 조각]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띵.

테이블 위에 둔 핸드폰이 작게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자.

[박진욱 : 시문 씨, 마력경화증 치료제 판매가 방금 막 완료되었습니다.]

시문의 미소는 한결 더 짙어졌다.

* * *

치이이.

달궈진 팬 위로 떨어지는 고기들이 으레 그렇듯.

맛있는 소리가 묵직한 고기 냄새를 타고 귀와 코를 간질였다.

하나.

“아이 씨! 이 새낀 산 거야? 뒤진 거야?”

불판 앞의 여성은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그녀는 노련한 수공업자처럼.

엄청난 속도로 폰 화면을 두들겼다.

당연했다.

농담 안 하고 이 짓만 수백 번은 했으니까.

이젠 눈 감고도 누를 수 있는 터치가 빠르게 이어지자, 화면 위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고말숙 : 어떻게 된 거야? 테러라니? 너 괜찮은 거지? ㅇㅇ?]

[고말숙 : 야! 뭐라 말 좀 해 봐. 주소가 네가 보낸 곳이랑 똑같은데. 아니지? 그치?]

[고말숙 : 아오 ㅆㅂ! 뭐라 답 좀 해! 살아 있냐고!]

[고말숙 : 무조건 살아 있어라. 너 죽기만 해! 진짜 가만…….]

[고말…….]

총 50여 개에 달하는 메시지.

귓속말로 교환했던 번호가 맞긴 한 건지.

수많은 메시지에도 한 번의 답도 오질 않았다.

고말숙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설마 진짜 죽은 건 아니겠지? 아, 아니야! 아직 조사 중이랬잖아.’

TV로 테러 보도를 접한 이후.

많은 인터넷 기사들이 신림의 테러 사건을 다뤘고.

고말숙은 그녀답지 않게 그것들을 줄줄이 정독하지 않았던가?

‘망할 기레기 새끼들!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기사만 줄줄 늘어놔서는!’

많은 기사들에 일관되게 서술되어 있는 ‘아직 조사 중’과 ‘협회의 입장 발표를 기다려…….’ 등.

이번 신림의 테러 사건은 뭐 하나 제대로 알려지는 게 없었다.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애당초 저들 역시 보도하는 입장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인명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는 나와야 되는 거잖아!’

심지어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나고, 각성자들의 전투까지 포착된 상황.

그 바람에 협회가 수사에 들어갔지만, 그 과정에서 정확한 피해 내용은 보도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김시문은 아예 연락이 두절되었으니.

“으아! X발! 속이 탄다, 타!”

고말숙으로선 그저 가슴을 쿵쿵 두드릴 수밖에.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통이.

“아이구! 내 속도 탄다, 타! 요것아!”

빠악.

“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휘청거렸다.

“X! 어떤…….”

그에 고말숙은 눈을 치켜뜨고 감히 자신의 머리통을 후린 원인을 노려봤고.

정갈한 검은색 수녀복.

머리에 길게 늘어진 특유의 베일 아래로 주름진 괄괄한 얼굴을 확인한 고말숙은.

“크, 크흠!”

스윽.

어느새 새까맣게 타 버린 고기를 팬에서 치우며 눈 역시 슬그머니 돌렸다.

“요것아! 내가 고기를 구우라고 했지, 태우라고 했냐?”

“아, 고기야 다시 구우면 되잖아.”

“다시 구워서 어느 천년에 시간 맞출래? 애들 배고파서 손가락만 빨고 있잖아.”

“그러게 반찬 좀 맛있게 담지 그랬어? 할매 반찬이 얼마나 맛없으…….”

“요년이!”

빡.

다시 한번 이어지는 경쾌한 소리.

그에 뒤통수를 움켜쥔 고말숙은 소리쳤다.

“아씨! 자꾸 왜 때려!”

“맞을 만하니까! 흰소리하지 말고 얼른 고기나 구워. 또 태우면 너도 같이 콱! 태워 버리려니까!”

“아, 알았어…….”

서슬 퍼런 노수녀의 말에 입을 삐쭉 내민 고말숙은 집게를 들었다.

그때.

띠링.

옆에 놓아둔 폰이 울렸고.

고말숙은 얼른 그것을 낚아채 화면을 터치했다.

[김시문 : 미안. 그동안 바빠서 폰을 제대로 못 봤네.]

기다렸던 답장이 날아오자 기분이 확 밝아졌으나 거기까지.

‘폰을 못 봤다고? 이게 진짜!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뭐 얼마나 바쁘길래 요즘 세상에 폰을 확인하지 못한단 말인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답에 열이 차올랐지만.

[김시문 : 네 말이 맞음. 폭발이 일어난 건 내 자취방임. 근데 이건 협회 쪽에서 아직 조사 중이라, 비밀로 해 줘.]

이어지는 메시지에 뜨거웠던 속은 금방 식어 버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고말숙은 재차 자판을 두드렸다.

[고말숙 : 알았어. 다친 데는 없고?]

[김시문 : ㅇㅇ. 근데 메시지 엄청 보냈네. 걱정해 준 거냐? 왠지 고마운데.]

아까까지만 해도 속에서 차오르던 열기가 이번엔 얼굴로 확 퍼진다.

하나 보내는 메시지의 내용은 정반대였다.

[고말숙 : ㅈㄹ ㄴㄴ. 어이 X나 없네 ㅋㅋ. 내가 니 걱정을 왜함? 걍 그 기술을 못 배울까 봐 쫄려서 그런 거지.]

[김시문 : 아…… 하긴, 네가 그렇지.]

‘뭐지 이 반응은? 내가 뭐 어때서?’

시문의 답장에 한쪽 눈썹이 슥 올라가는 고말숙.

이 뺀질이에게 자신의 이미지가 대체 어떻단 말인가?

[김시문 : 걱정 ㄴ. 기술은 꼭 알려 줌. 얼마 전에 새집 구했거든? 정리 끝나면 부름.]

[고말숙 : 오냐. 뒤지지 말고 몸조심해라.]

[김시문 : ㅇㅇㅅㄱ.]

ㅇㅇㅅㄱ.

분명 자신도 자주 쓰는 문구인데.

‘……왜 이렇게 거슬리지?’

왜 입술과 눈썹이 빼쭉 올라가는 걸까?

이내.

“흘흘. 요년 봐라?”

“히꺄아악!”

귓가에 속삭이는 마귀할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고말숙.

“아씨! 놀랐잖아!”

“고기라면 환장하는 년이 웬일로 고기를 다 태우나 했더니…… 남자 때문이었어?”

말끝이 흐려지며 음흉하게 웃는 노수녀.

그에 고말숙은 팔짱을 끼며 눈을 흘겼다.

“그런 거 아니거든? 괜히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요즘 맨날 폰에 빠져 있는 이유가 있구먼. 어디 사는 애야?”

“아! 진짜, 아니라니까! 이 할매가 오늘 왜 이래!”

이젠 몸까지 홱 돌리는 고말숙.

그러나 고랭크의 암살계 플레이어처럼.

이미 핸드폰 속 내용을 다 확인한 노수녀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물었다.

“저번에 뜬금없이 서울 간다고 한 것도 그 애 때문이야?”

“아니 그…… 마, 맞긴 맞는데! 할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김시문이라. 고놈 참 이름도 마음에 드는구먼.”

“할매애액!”

기어이 터져 버리는 고말숙.

하나 서슬 퍼런 그녀의 기세에도 노수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 하는 앤데? 잘생겼어? 어깨는? 능력은 있고?”

“아…… 말을 말자.”

고개를 푹 숙이고 이마를 쓸어 올리는 고말숙.

그녀는 보이지 않는 귀마개를 쑤셔박곤 집게를 들었다.

치이익.

듣기 좋은 소리가 보이지 않는 귀마개를 뚫고 들려온다.

그 사이로.

“서울 갈 거면 언능 올라가 가.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잖니.”

노수녀의 목소리 역시 파고들었다.

고말숙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집게를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

“겸사겸사 아비 얼굴도 좀 보고.”

노수녀의 마지막 말이 들리기 전까진 말이다.

“……할매,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몰라서 묻냐? 할미가 제 새끼한테 부모 좀 보라는 게 못할 말이라도 되냐?”

“그런 뜻이 아니잖아!”

결국 몸을 돌려 노수녀를 바라보는 고말숙.

“이미 끝난 사이야. 몰라?”

“에이구, 인석아. 부모와 자식의 연이라는 게, 그리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여.”

“웃겨! 그래서 그 인간은 뭐 하는데? 어? 할매 혼자 여기 두고 지는 뭐 하냐고!”

“적어도 자기 할 도리는 다 하고 있다.”

그 말에.

“……그게 무슨 말이야?”

고말숙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할매, 설마 그 인간한테 돈 받아?”

“계집애가! 아비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말 돌리지 말고 대답이나 해! 돈 받아? 그래?!”

굳어 갈수록 올라가는 고말숙의 언성.

결국 노수녀 역시 언성을 높였다.

“그래, 이년아! 받았다! 왜!”

“미쳤어? 그걸 왜 받아!”

“그럼 안 받고 어찌 사냐? 응? 고아원 운영비는? 저 애들은 다 어쩌고!”

노수녀의 말에 고말숙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가 더 벌게. 그러면 되잖아. 나도 각성자야.”

“네가 고생하는 거 안다. 그 나이에 그만하면 됐어. 뭐 더 하려 하지 말고, 아레난지 뭔지 벌어서 주는 것도 이제 그만 혀.”

“할매!”

“할미 말 들어.”

짧게 한숨을 내쉰 노수녀는 고말숙의 손을 부드럽게 보듬었다.

“말숙아, 이제 그만하고 네 인생 살어. 여기는 할미 혼자서도 충분해.”

“할매 나이가 몇인데 혼자서도 충분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사람 쓰면 된다.”

“웃겨. 사람은 돈 아냐?”

“부족하면 네 아비한테 더 뜯으면 돼. 그리고 그 돈이 내 돈이지 니 돈이냐? 왜 니가 지X이야?”

장난스럽게 웃는 노수녀.

그에 헛웃음을 흘린 고말숙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으나 그뿐.

더 이상 아까와 같은 화는 내지 않았다.

“마귀할멈답네. 독해, 아주.”

“그 나이에 여기 뒷바라지하는 너도 마찬가지야, 이것아.”

“할매, 나 할매 핏줄이거든?”

“쓰읍! 흰소리 말고, 가서 수저 좀 놔. 요즘 수저통 여는 것만 해도 아주 뼈마디가 쑤셔.”

“알았어.”

피식 웃은 고말숙이 부엌을 나선다.

그녀의 등 뒤로 노수녀의 목소리가 다가왔다.

“말숙아, 서울 올라갈 거지?”

“가야지. 근데 그 인간 보러 가는 건 아냐.”

“그러면 잠은 어디서 자고?”

“내가 애야? 알아서 해.”

“그 김시문인가 뭔가 하는 남자애 집에서 자려고?”

“왜 이야기가 또 그렇게 돼?”

풀렸던 고말숙의 눈가가 다시 샐쭉해진다.

“하이고! 딸년 키워 봐야 소용없다더니…… 그냥 어디서 자나 물어봤다.”

“아니 왜 말을 이상하게! 아니다. 그래! 걔 집에서 잘 거다. 왜!”

“오냐, 잘 생각했다. 이 할미는 보기보다 열려 있어.”

“이 할망구가 또 뭔 말을 하려고?”

“요즘 세상 좋잖니? 약이든 기구든, 혼인 전에 애만 안 배면 이 할미는 신경…….”

“할매애애액!!”

결국 빼액 소리치는 고말숙.

“내가 못 살아, 정말!”

그녀는 씩씩거리며 부엌을 나섰고.

“쯧쯧. 누굴 닮아서 성격이 저리도 지X 맞는지.”

노수녀는 혀를 차며 불판 앞으로 움직였다.

치이이.

“망할 것. 귀한 고기를 또 태웠네.”

시커멓게 타는 고기를 치우는 노수녀.

그녀의 입가엔 따스한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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