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59화 (59/349)

제59화

59화. 데뷔전 (3)

한국의 골드 랭크 데뷔전.

그것을 중계하는 1번 채널 국아의 화면은 시시각각 변화했다.

-기나긴 접전 끝에 11번 섬의 승자가 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1명이 중상인 상황인데요!

-7번 섬에서 다시 한번 전투가 일어납니다!

어떨 땐 2분할, 또는 4분할로.

결정적인 순간이거나 강렬한 전투가 벌어질 땐 화면 통째로.

국아의 인기 콘텐츠인 만큼, 화면의 전환은 매끄러우면서도 재빨랐고.

그에 맞춰 MC와 해설 역시 쉬지 않고 멘트를 이어 갔다.

특히나.

-아! 이렇게 한성 길드가 무너집니다!

-신화 길드 강합니다. 너무 강해요!

-이게 말이 되는 전투력인가요?

국아의 화면은 대부분.

사실상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유수 길드 출신들에 한해서만 송출되고 있었다.

당연했다.

애당초 이 데뷔전에 참가할 수 있는 플레이어 자체가 길드의 유망주 시스템을 거친 이들뿐이었으니까.

물론 무소속 플레이어가 송출되는 예외가 있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아아! 김시문 플레이어, 또 한 팀을 몰살했습니다!

-제가 시작부터 누누이 말씀드렸죠? 이번 데뷔전에서 가장 포인트가 될 사람은 바로 김시문이라고 말이죠!

바닷속에서 존버 중이던 3인 파티를 쓸어버리는 시문.

-김시문 플레이어는 무슨 인어라도 되는 걸까요? 물속에서도 어마어마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귓가에 아가미 같은 게 보이는데. 아마 아티팩트나 관련 능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 마무리까지 너무 완벽해요! 저게 정말 갓 골드에 오른 플레이어가 맞습니까?

그 광경에 송 해설은 침까지 튀겨 가며 말을 멈추지 않았고.

-그, 그렇군요. 확실히 대단한 활약을 보이는 김시문 플레이어입니다.

MC인 최강엽은 앞에 있는 스태프들의 눈치를 보며 멘트를 이어 갔다.

-최 MC님 기억하십니까? 당장 4년 전의 별들의 세대에서도 데뷔전에 저런 모습을 보여 준 플레이어가 있었죠!

-모를 수가 없지요. 지난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검성의 칭호까지 받은 김시혁 님 아닙니까?

지난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검성의 칭호를 받은 김시혁.

그 역시도 데뷔전에서 무소속으로 파티를 몰살하는 맹활약을 펼쳤었다.

-뭐라 선뜻 말씀드리기가 무섭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당시의 김시혁 님보다 지금의 김시문 플레이어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워우! 송 해설님, 너무 위험한 발언 아닌가요?

장난스럽게 멘트를 까는 최강엽.

그러나 그의 두 눈엔 진심으로 놀란 감정이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현재 검성 김시혁의 위상은 1세대의 쟁쟁한 플레이어들마저 앞질러 버린 상태 아닌가?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김시혁의 팬들까지 생각한다면.

방송에서 이런 멘트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었다.

-아!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골드 당시의 김시혁 님에 한해서니까요.

송 해설도 그런 위험성을 아는 것일까?

-아주 간단합니다. 아시겠지만 당시 김시혁 님께선 무소속이긴 해도 엄연히 파티를 맺지 않았습니까?

사례를 들어가며 찬찬히 말을 이었고.

-당시 최 MC께서 직접 중계하셨으니 아시겠지만, 김시혁 님은 이유정 님과 파티를 맺으셨죠.

-아…… 기억이 납니다. 데뷔전 최초로 2인 듀오로 참여하셔서 화제가 되었죠. 물론 2인으로 우승이라는 기록 역시 만드셨고요.

MC 최강엽은 앞에 포진된 스태프들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김시문 플레이어를 보십쇼. 김시혁 님과 같은 무소속이지만, 데뷔전의 유일한 솔로 참가자이지 않습니까?

-그, 그렇군요. 이렇게 놓고 보니 확실히 납득이 가긴 합니다.

송 해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애당초 이건 갤럭시 아레나에 대해 아냐 모르냐를 떠난 문제다.

조금의 머리만 있어도.

1인 참가와 파티 참가는 그 격이 다르다는 걸 모를 수 없으니까.

하지만.

-아! 전갈 길드의 활약도 어마어마하군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무언의 압박을 보내는 PD의 시선과.

절묘한 화면 전환에 최강엽은 식은땀을 흘리며 관심을 돌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렇습니다! 전갈 길드 역시 만만치 않죠. 특히 유아연, 유아준 남매의 연계는 세계로 나가도 손색이 없다고 볼 수 있지요!

방송 경험이 이번 해설 자리가 처음이어서일까?

송 해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또 다른 인재들의 활약에 목청을 높여 준다는 거였다.

그제야 풀리는 PD의 얼굴에.

-하하! 그 말씀을 들으니 이번 기수들이 펼칠 플래티넘 데뷔전이 무척이나 기대되는데요?

최강엽은 다시 본래의 페이스를 찾으며, 미소와 함께 멘트를 이어 나갔다.

* * *

“음…… 생각보다 킬이 빡세네.”

허공을 보던 시문의 눈매가 슬쩍 찌푸려진다.

그에.

“이 망할 놈이!”

“앞에 사람을 두고 뭘 보는 거야!”

성난 목소리의 두 남성이 날아들었다.

양쪽에서 목과 가슴을 노리며 파고드는 칼날.

좌우에다 서로 다른 급소를 노리는 치명적인 합공이었지만.

스륵.

시문은 물 흐르듯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 냈다.

언뜻 보면 타격 부위를 움직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고급 기술 ‘흘리기’와 다름없는 모습.

물론 진짜 흘리기는 아니었다.

영약 섭취로 얻은 스탯 증가와 천마신공이라는 신공절학.

그리고 인체 연성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무식할 정도로 높은 스펙이 이루어 낸 회피였다.

하나.

“무, 무슨!”

“흘리기라고?!”

아무리 데뷔전에 참가하는 유망주라도 갓 골드인 플레이어가 그것을 구별할 리는 없을 터.

‘설령 구별할 수 있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지.’

시문은 무심한 얼굴로 두 검사의 빈틈을 타 주먹을 박아 넣었다.

쿠웅.

묵직한 쇳덩어리가 박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문은 허공을 나는 두 검사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쐐애액.

고개를 젖혀 날아드는 화살을 피하곤.

화살 방향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드드득.

순식간에 연성되며 솟아나는 돌가시.

“어림없어!”

그러나 궁수들이 으레 그렇듯이.

예민한 감각으로 솟구치는 돌가시를 피해 낸 그녀는 공중에서 회전하며 시위를 당겼다.

“어, 어느 틈에!”

기다렸다는 듯.

어느새 궁수의 눈앞으로 날아든 시문의 다리가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우득.

힘없이 꺾이는 궁수의 목.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문은 힘없이 떨어지는 궁수의 시체를 걷어차며, 다시 한번 공중으로 도약했고.

“큭……!”

“으윽!”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는 두 검사를 향해 날아들었다.

우웅.

천마신공의 구결에 따라.

현자의 돌로부터 시작된 저돌적인 마기는 이명을 토하며, 시문의 두 다리로 뻗어 나갔고.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패황쇄(覇皇碎).

콰아아아앙!

자칫 이 작은 섬이 내려앉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폭음을 터뜨렸다.

몇 초가 흘렀을까.

자욱한 흙먼지가 걷히며 운석이라도 충돌한 것처럼 거대한 크레이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

-와…… X발!

-저 기술은 진짜 볼 때마다 경이롭네.

-저거 주먹만으로 쓰는 기술이 아니었어?

-ㄴㄴ. 일종의 초식 같은데, 저런 건 응용하기 나름임.

-요즘 골드는 초식 응용도 할 줄 앎?

-님 눈엔 저게 골드로 보입니까?

잠시간의 정적을 겪고 우르르 올라오는 채팅창.

-님들 혹시 착각할까 봐 짚어 드립니다. 이분 마법곕니다. 전투계 아니에요.

-아 참 그랬지? 그걸 깜빡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골드에서 허우적거리는 전투계는 그저 웁니다.

-여기 플래도 추가 좀요. ㅠㅠ.

하나같이 천마신공의 위력에 감탄하는 내용뿐이었지만.

정작 이 괴랄한 크레이터의 창조자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마기 소모가 여전히 커.’

지난 일들로 연성력이 증가하며, 마기 스탯 역시 상당량 증가한 상태.

그럼에도 천마신공의 초식인 패황쇄는 제법 부담스러운 코스트로 다가왔다.

‘아마 내가 연금술사인 것도 있겠지만…… 성취도가 1성인 게 가장 크겠지.’

무공은 성취도가 올라갈수록 요구 마기량도 커지지만.

반대로 위력만 조절한다면, 높아진 성취와 더해져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주소도 보내 놨으니까, 말숙이만 도착하면 다 해결될 문제긴 한데…….’

턱을 톡톡 두드리던 시문은 아레나 보드를 열었다.

1위 – 유아연, 유아준, 강철민 15킬.

2위 – 최진수, 장지수, 차현우 12킬.

3위 – 김시문 9킬.

4위…….

…….

‘여전히 3등인가.’

110명의 인원수를 고려해 보면 높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무력이 있음을 고려해 보면 분명 이치에 맞지 않는 등수였다.

이유야 간단했다.

‘한 손으로 열 손은 못 따라간다는 거겠지.’

1인 솔로큐.

아무리 강해도 결국 혼자라는 요소는 다른 파티를 이룬 이들보다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유망주라 그런가. 처리하는 데 시간을 잡아먹는 게 제일 큰 문제야.’

이곳이 데뷔전임을 고려해 보면 당연한 사실이었다.

해서 패황쇄와 같은 강력한 기술로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베스트인데.

마기 소모도가 워낙 크니, 킬 수가 밀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급한 건.

‘참가자가 얼마 남지 않았어.’

당장 1등에서 3등까지의 킬 수만 따져도 36킬이다.

나머지 등수의 킬 수들까지 더하면, 벌써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상태.

고로 우승을 차지하려면 다른 이들이 남은 킬 수를 차지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쓸어버려야 했다.

‘결국 업적 포인트 난사밖에 없나?’

뭐, 아깝지는 않았다.

애당초 전력을 다하려던 아레나였으니까.

단지 피 같은 업적 포인트를 소모전으로 사용하자니 아쉬울 뿐.

그때.

[열심히 응원봉을 흔들던 성좌들이 저들끼리 수군거립니다.]

[4명의 성좌들이 당신에게 미션을 겁니다.]

[미션]

-상위 서열의 네 성좌들은 각 차원의 정점에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 역시 그러기를 바랍니다.

이번 아레나인 ‘골드 랭크 데뷔전’에서 1등을 달성하십시오.

보상 : 업적 포인트 5,000

4명의 성좌들이 보란 듯이 미션을 걸었다.

미션을 확인한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미션을 받았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시문은 곧장 손을 들어 올리곤, 현 상황에 맞는 연성물을 떠올렸다.

섬, 바다, 그리고 남은 킬을 독식할 수 있는 효율성까지.

마침 이 조건에 해당하는 연성물이 있었고.

-오빠답네. 이거면 여긴 확실히 쓸어버릴 수 있겠어. 준비할게.

아직 뭐라 말하지도 않았는데.

현자의 돌은 알아서 답을 하며 신호를 보내왔다.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2,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한 메시지창이 눈앞으로 떠올랐다.

시문은 고개를 갸웃했다.

‘2천 점이라고?’

아스트라페도 500점인데 이게 2,000점이나 든다니?

그런 시문의 의문을 예상했다는 듯.

-어쩔 수 없어. 원래는 아스트라페랑 동급이라 500점이면 되는데, 오빠는 여기 있는 섬들 전체를 노리잖아?

‘그래서 저번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처럼 일시적으로 위력을 높였다?’

-응. 업적 포인트 대비론 비효율적이지만, 오빠가 원하는 위력을 맞출 순 있으니까.

현자의 돌은 조잘거리며 말을 이었고.

-이것도 사방이 바다라 엄청 싸게 먹히는 거야. 여기 섬 하나당, 아스트라페 한 자루씩 날린다고 생각해 봐.

‘그렇게 말하니 확 와닿네.’

-그렇지?

시문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2천 점이 비싼 값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값으로 섬 전체를 휩쓸 수 있다는 게 다행이지.

이내.

우웅.

‘예’를 터치한 시문의 손끝으로 업적 포인트가 치환된 기운이 몰려들었고.

따악.

그것을 머금은 손가락을 튕기자.

솨아아아아.

시문이 있는 섬 주변의 바닷물이 요동쳤다.

그것은 고운 실크로 짜 낸 커튼처럼.

사방으로 펄럭거리며 섬을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시문이 서 있는 땅마저 삼켜 버리며, 점점 높게 치솟았다.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다면 이 출렁이는 바닷물 위에서도.

시문은 여전히 바닥을 딛고 있는 것처럼 멀쩡히 서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문의 앞으로.

스으으.

미스릴과 사파이어로 벼려 낸 듯한 막대가 솟아올랐다.

아스트라페와 같이 본래의 모습에서 다소 퇴보된 형태.

그러나 끝부분이 세 갈래로 갈라진 그것은 아스트라페와는 다른 존재감을 분명하게 표출했다.

그래.

마치 삼지창처럼 말이다.

[성좌 제우스가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성좌 포세이돈이 당신과 주변의 성좌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무시한 채.

시문은 세 갈래의 뾰족한 날 부분을 바다로 쑤셔 박곤 읊조렸다.

“전부 뒤엎어라, 트리아이나.”

그러자.

쿠르르르르르르!

바다가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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