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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69화 (69/349)

제69화

69화.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 (3)

“캬하! 이거지! 이 맛이거덩!”

시원한 감탄사.

500cc의 맥주잔을 단번에 반이나 비워 버린 고말숙은 소매로 입가를 슥 닦았다.

“너 잘살긴 잘사는구나? 맥주도 수제로 쟁여 놨네.”

랭크팰리스에 들어와 놓고.

정작 수제 맥주 하나로 잘산다고 판별하는 고말숙.

그녀답다 싶어, 시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맛있냐?”

“어, X나 맛있어. 어디 거야?”

“나중에 알려 줄게. 지금은 그게 먼저가 아니잖아.”

“하긴.”

가볍게 수궁하고는 남은 맥주를 아예 비워 버리는 고말숙.

다시 말하지만 500cc다.

그걸 두 모금만에 처리해 버리는 고말숙에 시문은 고개를 저었다.

“성좌 만나기 전에 술을 그렇게 비우는 애는 너밖에 없을 거다.”

“네가 하도 내 열을 올리니까 그렇지! 이걸로라도 속을 달래야 하지 않겠냐?”

“그러게 왜 딜교를 걸어? 이기지도 못하면서.”

“이런 X!”

이기지도 못한다.

그 발작 버튼에 고말숙의 눈매가 다시 한번 치켜올라 갔다.

물론.

“손에서 힘 빼라. 내 머리통 깨면 성좌 못 만난다.”

“아오!”

그조차도 이미 훤히 꿰뚫고 놀려 대는 시문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그녀는 분한 듯 몸을 파르르 떨면서도 잔을 내렸다.

몇 시간에 걸쳐 찾아온 보람도 그렇지만.

애당초 단 한 번의 주도권도 내주지 않는 저 뺀질이를 흔들어 보려고 한 말이었으니까.

단지.

‘저 자식, 왜 이렇게 날 잘 아는 느낌이지?’

스스로도 모르는 부분까지 훤히 꿰뚫고 흔든다는 시문에 분할 따름이었다.

거기에다.

분명 저번 상록숲 던전의 아레나로 처음 만났을 텐데.

시문은 자신을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처럼 무척이나 친근하게 대했다.

웃긴 건.

‘나도 묘하게 친근하게 느껴진단 말이지.’

그녀 역시도 그런 시문이 무척이나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대체 왜?’

혼란스러운 고말숙의 시선을 뒤로하고.

훈련장 중앙에 무언가를 그린 시문은.

“됐다. 말숙아, 여기에 서 봐.”

허공을 몇 번 터치하더니, 고말숙을 불렀다.

“이게 뭐냐?”

“지금은 정규 아레나가 아니라서, 성좌를 직접 대면하는 방식은 제약이 좀 있거든.”

“그럼 만나지는 못한다는 거네?”

“아니, 만나긴 할 거야. 그 대가는 전부 성좌 쪽에서 부담할 거니까. 이 원은 그걸 위한 절차고.”

고말숙이 원의 중앙에 서자, 시문은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을 조용히 바라보는 고말숙.

“뭐 해? 얼른 잡아.”

그에 시문이 재촉했지만, 고말숙은 여전히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김시문, 있잖아.”

시문의 손을 내려다보던 고말숙의 시선이 그의 눈을 향했다.

“너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거냐?”

“갑자기 뭔 소리야?”

“말 그대로야. 왜 이렇게까지 잘해 주는 거냐고.”

눈꼬리가 슬쩍 올라가 매력적인 눈.

그런 눈에 매력적인 미남자가 담겼다.

“기술 정도야, 던전 돌다 만난 인연으로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전투계는 의리란 게 있으니까.”

건들거리거나 걸걸한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고말숙은 한껏 가라앉은 차분한 분위기로 말을 이었고.

“하지만 성좌는 이야기가 다르잖아. 네가 얻어서 마음껏 누려도 될 기회인데, 어째서 나한테 양보하는 거야?”

그녀의 말을 모두 듣고 난 시문은 그제야 고말숙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하긴, 궁금할 만도 하겠네.’

의심은 아니었다.

의심하는 고말숙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시문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고로 진지하게 마주하고 말을 해 주어야 했지만.

“말숙아, 넌 여전히 머리를 안 쓰는구나.”

“뭬야?!”

역시 한 번은 골려 주고 싶단 말이지.

시문은 대번에 반응이 오는 고말숙을 보며 작은 웃음을 흘렸다.

“생각해 봐. 내가 너한테 가르쳐 주려고 했던 기술을 왜 성좌한테 배우라 하겠냐?”

“그거야! 어라?”

도끼눈을 뜨려던 고말숙의 눈꼬리가 스르르 내려온다.

“맞아! 그러고 보니 넌 이미 성좌가 가르쳐 줄 기술을 사용하고 있잖아?”

“그렇지. 그 말은 즉, 난 이미 너한테 소개해 줄 성좌의 기술을 이미 배웠다는 말이 되겠지?”

“……그러네.”

뻘쭘한 것일까.

고말숙은 멋쩍은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내.

“하, 하지만! 그게 아레나에서 파티 한번 맺었다고 성좌까지 이어 줄 이유는 안 되잖아!”

호오, 우리 말숙이. 은근히 날카로운 구석이 있네?

속으로 살짝 감탄한 시문은 답했다.

“충분히 돼. 나도 따로 이것저것 챙기는 게 많거든.”

“성좌를 배후성으로 두는 것보다?”

“그래.”

천마신공 2성에 업적 포인트 5,000점까지 공짜로 주지 않는가?

어차피 성흔 특성 때문에 배후성을 못 두기도 하고 말이다.

“거기에다…….”

말끝을 흐린 시문은 한 걸음 다가가, 고말숙의 손을 잡았다.

[대상에게 성좌 천마와의 단말을 연결합니다.]

그러곤 천마와의 단말을 연결하며 속삭였다.

“네가 있어 줘서,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거거든.”

“어, 엉?”

잠시 얼이 빠진 듯, 눈을 끔뻑이는 고말숙.

곧 얼굴이 확 붉어졌지만.

천마와의 연결이 시작되어, 빛무리 고말숙을 휘감는 상태였다.

이내.

“잘 다녀와.”

“야! 갑자기 그게 무…….”

파앗.

시문이 따뜻한 미소로 배웅하자, 빛무리가 되어 사라지는 고말숙.

잠시간의 정적이 내려앉았고.

그 정적 사이로.

-오빠, 혹시 일부러 막 그렇게…… 말하는 거야?

현자의 돌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일부러?”

-아까 말한 거 있잖아. 네가 있어 줘서 살아간다는 거.

“그게 왜? 맞는 말이잖아.”

시문은 의아한 눈으로 자신의 가슴께를 내려다봤다.

“말숙이가 없었으면 전생에 난 진즉에 죽었어. 시혁이 녀석보다 날 더 많이 도와줬거든.”

-아니, 내 말은!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오빠 멘트가 딱…….

“딱?”

-후, 아니다. 어차피 내 일도 아닌데 뭐. 이렇게 흘리는 콘셉트도 난 좋아! 존잘 is 뭔들~.

“말하다가 끊는 거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열받는 행동 중 하나인 거 몰라?”

-오빠는 좀 열받아도 돼. 그나저나, 우리 도련님이 전생에 그렇게 잘 챙겨 주셨어?

급히 화제를 돌리는 현자의 돌의 의도가 훤히 보였지만.

크게 궁금하지도 않았기에.

시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가 주었다.

“그럼. 많이 챙겨 줬지.”

대한민국이 멸망하고 중국으로 망명을 간 후.

시혁이는 비단 무력뿐만이 아니라, 한국 생존자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

더불어 길드까지 이끌고 중국의 견제까지 받아 내야 하는 상황.

당연히 형인 자신에게 신경 쓸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녀석은 틈만 나면 연구실을 찾아와,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냈었지.

‘이렇게 보니까 시혁이 녀석, 나한테 신경 엄청 써 줬구나.’

에메랄드 태블릿을 포함한 각 아이템들을 요구할 때마다 들어줬었고.

위험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땐 어지간해선 다 들어줬었지.

‘기다려라, 시혁아. 이번엔 형이 널 챙겨 줄 테니까.’

한창 연구실에서 자동 제작되고 있을 영약들을 떠올린 시문은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

“읏차! 슬슬 보상이나 받아 볼까.”

-응응. 2성이면 꽤 복잡하겠지? 오랜만에 머리 좀 쓰겠네!

눈앞에 둥둥 떠 있는 메시지.

시문은 성좌 천마가 준 퀘스트 [제자를 찾아라]의 보상을 받았다.

[성좌 천마의 퀘스트 ‘제자를 찾아라’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5,000을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천마신공 2성을 획득합니다.]

부드럽게 떨어져 내리는 종이 한 장.

사락.

그것을 받아 든 시문은 곧장 가슴께로 가져다 대었다.

“현자의 돌.”

-웅. 맡겨 두라궁!

녀석의 명랑한 외침과 함께 눈 녹듯 사라지는 종이.

이내.

사아아.

현자의 돌을 중심으로 짙은 마기가 순환을 시작했다.

시문은 본능적으로 가부좌를 틀고.

현자의 돌이 인도하는 대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 * *

사각사각.

일정하고 부드럽게 들려오는 소리.

그러나 그런 소리와는 다른 결과물에, 깡마른 중년 여성.

“계집애! 어쩜 넌 그 나이가 되도록 사과 하나를 제대로 못 깎니?”

이영희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사각사각.

그럼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칼질.

하나 뭉텅이로 뚝뚝 떨어지는 과육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게 어지간히도 거슬렸던 것일까.

“그냥 이리 내. 엄마가 깎을 테니까.”

이영희는 마른 가지처럼 앙상한 팔을 내밀었다.

“아, 진짜! 왜 이렇게 잔소리야!”

대번에 볼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회복된 지 아직 하루도 안 지난 사람이 무슨 과일을 깎아?”

“그럼 네가 좀 이쁘게 깎던가. 그게 사과니? 먹고 남은 쪼가리지.”

“엄마!”

결국 빼액 소리치는 이유정.

평소의 청아한 그녀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

아예 다른 사람이라 해도 믿을 태도를 이유정은 가감 없이 취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애당초 눈앞의 여성이 7년 만에 깨어난 어머니일뿐더러.

“내가 먹을 사과야! 엄마 먹으라고 깎는 거 아니라고!”

열을 낼 만한 나름의 합당한 이유도 있었으니까.

“누가 먹겠다니? 너 먹여 주려고 그러지.”

“엄마, 그냥 제발 절대 안정만 취해 줘. 부탁이야.”

“하나 깎을 때마다 사과 한 쪽밖에 안 나오는데 안정이 취해지겠니? 어디 가서 도후 딸이라고 말이나 하지 말렴.”

“엄마……!”

기어코 낮게 깔리는 이유정의 목소리.

“후후, 알았어. 계집애, 성격하고는.”

그러나 이영희는 부드럽게 웃을 따름이었다.

“……나 둔기 위주로 쓰니까 엄마보다 칼을 못 쓰는 거야. 당연한 거라고.”

아삭.

결국 칼을 내려놓고 껍질째 사과를 베어 물며 중얼거리는 이유정.

그렇게 한동안 사과를 우물거리던 그녀는 조용히 쟁반을 치우고.

“이거 정말 꿈은 아니지? 그치?”

이영희의 품으로 부드럽게 안겨 들었다.

“어이구, 딸아. 벌써 다섯 번째다. 이만하면 이제 실감이 날 때도 되지 않았니?”

그에 이영희는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이유정의 머리를 쓸어 주었다.

“몰라, 몰라.”

이유정은 그런 손길을 즐기듯.

머리를 비비며 이영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맑고 익숙하게 흘러드는 향기.

‘엄마 냄새, 좋다.’

병원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긴 했으나.

그리웠던 엄마의 냄새에 이유정은 한껏 어리광을 피웠다.

그에 이영희는 옆에 있는 빈 포션병을 힐끔하곤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럴 거면 시문이가 준 포션은 마시지 않을 걸 그랬나 봐.”

“왜?”

포션을 먹지 않을 걸 그랬다는 말 때문일까?

아니면 앞서 거론한 시문이란 이름 때문일까?

품에 파고든 그대로 잠이라도 청할 기세였던 이유정은 고개를 벌떡 들었다.

그런 딸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흘린 이영희는 마른 손가락으로 이유정의 하얀 볼을 잡아당겼다.

“그럼 요 어리광쟁이가 이 엄마를 가만 놔뒀을 거 아니니.”

“이씽! 엄마!”

볼이 잡힌 채 삐약, 하고 노려보는 이유정.

한번 웃어 준 이영희는 눈을 감기 이전과 확 달라진 창밖을 바라봤다.

‘쓰러질 때만 해도 다시는 못 볼 광경인 줄 알았는데…….’

한국이 변화가 빠른 나라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듯 7년이란 세월을 두고 다시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물끄러미 창밖을 응시하는 이영희.

달라진 시내만큼이나, 훤칠하게 자라 버린 두 청년의 형상이 떠올렸다.

“시문이랑 시혁이, 둘 다 근사하게 자랐더라? 고작 7년인데, 남자애들은 정말 금방금방 큰다니까.”

“오라버니는 근사해도 시혁이는 아냐. 키도 오라버니보다 작은데 뭐.”

“어머. 그래 봐야 1, 2 차이 아니니.”

“엄마는 플레이어면서 그런 말을 해? 1, 2 차이가 얼마나 큰데.”

“투덜거리는 걸 보니, 시혁이랑 여전히 사이가 좋은 모양이네.”

“……오라버니한테 포션 더 받아 와야겠는데? 엄마 아직 회복이 덜 됐어.”

툴툴대는 이유정.

그런 딸을 보며 따스하게 웃은 이영희는 옆에 놓인 빈 포션병을 바라봤다.

“어젠 성대도 제대로 안 움직여서 감사 인사도 못 했는데. 시문이한테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

“걱정 마. 오라버니는 내가 제대로 챙겨 줄 거니까.”

“어머나. 생각해 둔 건 있고?”

이영희의 물음에 이유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아직 정해 둔 건 없어. 오라버니에게 필요한 게 뭔지 잘 모르겠거든.”

“이제 골드로 승급했다며? 아이템이나 스펙업을 할 수 있는 걸 줘 보렴. 강해지는 거 싫어하는 남자 없단다.”

“그건 나도 알아. 마음 같아선 SSS급 무기라도 주고 싶은데…….”

“싶은데?”

“이런 말 하면 믿기 힘들겠지만, 오라버니한테 그런 건 1도 필요 없어 보였거든.”

스스로가 말하고도 웃긴지 헛웃음을 흘리는 이유정.

당연했다.

SSS급 아이템.

그것도 무기라면 어느 플레이어건 직업을 바꿔서라도 쓰려고 기를 쓸 테지만.

‘오라버니가 쓰는 그 무기들에 비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야.’

바다를 뒤엎던 기다란 포크나 전투계 나가를 한 방에 작살 내 버리던 번개 막대.

그리고 아직 보여 주지 않았을 다른 무기들까지.

어떤 개념으로 그것들을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SSS급 무구들을 견주어 보면 한참 뒤처지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아직도 그 흔한 지팡이 하나 들고 다니지 않는 거겠지.’

잠자코 생각에 빠진 딸을 조용히 보던 이영희는 말했다.

“딸. 그럼 다른 부분에서 도와주는 게 어떠니?”

“다른 부분?”

“아레나의 보상이랑 똑같단다. 보상이라는 게, 꼭 장비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어.”

“재료 아이템이라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걸 전부 줬어. 앞으로 얻을 것도 전부 줄 거고.”

“엄마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슬쩍 고개를 저은 이영희는 옆에 있는 빈 포션병을 쥐었다.

“이 회복 포션도 그렇고, 엄마 치료제를 시문이가 직접 만들었다고 했지?”

“응. 엄마의 마력 회로를 유지하려고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럼 답은 나왔네.”

“답?”

이영희는 쥐고 있던 빈 포션병을 내밀곤 살짝 흔들었다.

“시문이가 만들었다는 아레나 질병 치료제, 보나 마나 암시장으로 팔겠지?”

“아마도? 저번에 마력경화증 치료제도 암시장으로 팔았으니까.”

“딸아, 생각해 보렴. 골드 데뷔전을 우승했다곤 해도, 이제 갓 골드에 들어선 플레이어야.”

그런 애가 아레나 질병 치료제를 파는데.

정말 문제가 하나도 없을까?

이영희의 물음에 이유정의 얼굴은 잠시 멍해졌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 것이다.

“그러니까 엄마 말은 치료제 판매의 뒤를 봐줘라?”

“더 정확하겐 치료제를 안전하게 판매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 주라는 거야.”

“루트라…… 무슨 말인지 감이 잡혀.”

“애당초 성삼바이오도 그런 목적으로 세운 거 아니니. 그때 엄마가 연금술사들 뒷바라지를 얼마나 해 줬는데.”

갤럭시 아레나가 막 등장했을 당시.

생산계들의 중요성은 그리 대두되지 않았고.

당연히 연금술사를 포함한 생산계들은 각성을 했음에도 빈곤한 삶을 살았다.

하나 당시에도 선두를 달리던 플레이어 이영희는 생산계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차렸고.

성삼바이오 역시 그런 이영희의 지휘 아래 생겨났음을, 이유정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성삼 길드를 지탱하는 강력한 기반 중 하나이니까.

“하지만 엄마, 자칫 오라버니가 오해하실 수도 있잖아.”

단순 포션이나 스크롤을 넘어서.

이젠 아레나의 부산물로 각종 의료기기와 의약품까지 선도해나가는 성삼바이오.

성삼의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자칫 대기업이 집어삼키려 한다는 오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하나.

“얘는, 맨날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아직도 걜 모르니?”

이영희의 뜻은 전혀 달랐다.

“시문이는 멍청한 애 아냐. 오히려 좋다고 계약하려 들걸? 암시장이 길게 거래할 만한 곳은 아니니까.”

“그, 그럴까?”

“그래. 너도 유통만 국한해서 조건 좋게 맞춰 주면 될 노릇이고. 으휴! 이것아. 엄마 누워 있는 동안 경영은 뒤로하고, 아레나만 주야장천 했구나?”

의표를 찌르는 엄마의 예리함에 움찔하는 이유정.

그녀는 대답 대신 눈을 슬쩍 돌렸고, 이영희는 그런 딸을 흘기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렇지만 엄마가 쓰러지고 나서 성삼바이오는 전부 할아버지가 관리하고 있단 말이야! 이젠 중국이랑 연계해서 국제적으로…….”

그에 이유정은 항의하듯 목소리를 냈지만.

“그럼 사업인데 내팽겨 둘까? 하지만 딸아, 성삼바이오의 소유주가 누구니?”

“……엄마지?”

“그럼 엄마가 깨어났으니, 할아버지는 문제가 될까요, 안 될까요?”

“안…… 되겠지?”

“그래, 요 철부지야!”

“으에에! 당기지 마! 화장 벗겨져!”

딸의 볼을 죽 잡아당기는 이영희.

이내.

“유정아, 네가 고생 많았을 거란 거 알아.”

따스한 미소로 이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할아버지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지. 철저한 자본주의자시니까. 아마 네가 어리다고 간섭도 많이 하셨을 거야.”

“엄마…….”

촉촉해지는 이유정의 눈.

“하지만 성삼의 독녀가 이 정도 머리도 못 쓰는 건 용서가 안 되네. 너, 엄마 침대 생활만 끝나 봐. 경영부터 다시 가르칠 거야.”

“어, 엄마!”

물론 이어지는 으름장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깨지긴 했지만.

외롭기만 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엄마라는 든든한 지원군에 힘이 절로 났다.

그러자 자연스레.

‘오라버니…… 이 은혜는 제가 어떻게든 갚을게요.’

이 행복을 되찾아 준 한 남자가 떠올랐다.

그때.

띠링.

이유정의 폰에서 익숙한 효과음이 났다.

“이 소린?”

이유정은 얼른 폰을 꺼내 알림창을 확인했다.

“뭔데 그렇게 놀라? 설마, 남자 친구?”

“아니거든! 오라버니 방송 알림이야.”

“계집애, 그게 그거구만 앙칼은. 어디, 나도 좀 보자.”

과거의 랭커와 지금 랭커인 두 모녀는 그렇게.

“어머, 저 어깨 좀 봐! 남자들은 나이 먹을수록 근사해진다니까. 어엿한 사내가 다 됐어, 정말.”

“그치그치? 전투도 얼마나 터프하게 하는데. 저번에…….”

도란도란 갓 승급한 골드의 방송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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