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79화. 습격 (1)
“어우! 짜증 나!”
올라간 눈꼬리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여성.
“오해 다 풀렸잖아. 뭐가 문제냐.”
“풀리기야 풀렸지. 문제는 왜 그런 오해를 했냐는 거야.”
고말숙은 팔짱을 낀 채, 입술을 잘근거렸다.
“대체 어딜 보고 우리 둘이 사귄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야?”
“나도 좀 놀라긴 했다.”
시문은 너털대며 웃음을 흘렸다.
목숨은 걸지 않았어도.
나름 힘주어 결투까지 한 사이를 사귄다고 생각하다니?
심지어.
‘둘이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니,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박진욱과 김시혁이 그런 소리를 하면 이해라도 했다.
남자들의 농담이라고 치부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설마 유정이마저 그렇게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뭐랄까.
진심의 대명사랄까?
늘 이성적이고 솔직한 유정이의 오해는 시문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따지고 보면 나름 오해할 만한 상황이긴 했어.”
“오해는 무슨! 요즘은 서로 두들겨 패면 사귀는 거냐? 어? 같이 잔 거야?”
“생각을 해라, 말숙아. 생각을.”
시문은 흥분한 말숙의 이마를 톡 밀었다.
“셔츠만 달랑 입고 하의 실종으로, 그것도 내 셔츠를 입고 방에서 나오는데 오해를 안 하겠냐?”
스스로도 납득이 가는 것일까.
“……그렇다고 맨몸으로 나갈 수는 없잖아.”
시문의 말에 고말숙의 흥분이 슬쩍 누그러졌다.
“그럼 기다리거나 날 부르는 방법도 있잖아.”
“그렇게 시끄러운데 내 목소릴 어떻게 듣고?”
“너 폰 없어?”
“…….”
아예 말을 잃어버린 고말숙.
다들 그녀를 보면 무척이나 고집이 세고 우기는 성격이라고들 생각하지만.
“그러네. 듣고 보니 오해할 만했어.”
확실한 근거만 있다면 인정이 무척이나 빠른 성격이었다.
볼을 긁으며 멋쩍어하는 말숙의 모습에 피식 웃은 시문은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잘 해결됐잖아. 이렇게 옷도 빌려주고.”
“어. X나 비싼 옷을 줘서 부담스럽긴 한데, 애는 착하더라.”
말숙이와의 오해가 풀리자마자 극도로 살가워진 이유정.
그녀는 얼른 고말숙을 데려가 자신의 옷까지 입혀 주었다.
‘유정이가 생판 모르는 남한테 이렇게 잘해 준 건 처음이었지.’
보기와 다르게 타인과의 선을 확실히 긋는 유정이다.
아무래도 살아온 환경이 있다 보니 경계심이 상당한 거겠지.
한데 오해가 풀린 직후.
어째서인지 유정이는 말숙이를 무척이나 친근하게 대했었다.
‘내가 모르는 여자들의 세상이 있는 걸까? 서로 동갑이기도 하니까.’
사실 그렇다고 하기엔 유정이만 살갑게 굴 뿐.
말숙이는 오히려 너무 친근하게 다가오는 유정이에게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어찌 됐건.
“결국 서로 마음이 맞는다는 거 아냐? 근데 뭐 하러 이 시간에 옷을 사러 가자는 거야?”
“말했잖아. 이 옷 X나 비싼 거라고.”
“부담이 된다?”
“엉. 옷에 뭐라도 흘릴까 봐, 아주 살이 다 떨린다.”
“그래? 그런 거치고는…….”
무척 자연스러운데?
그 뒷말을 삼킨 시문은.
“그런 거치고는 뭐?”
“아니다. 얼른 가자, 백화점 문 닫을라.”
“어차피 저 앞인데 뭐. 거기에다 유정이가 연락해 뒀다고 했잖아.”
성삼의 손녀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대한민국 최고 인기 랭커 중 하나라서일까.
이유정은 전화 한 통으로 강남 백화점의 마감을 늦추는 기적을 보여 줬다.
“백화점에 누구랑 아는 사이라던가? 하여튼 여유롭게 다녀오랬잖아.”
“그렇긴 한데, 그럼 마감만 기다리던 직원들은 무슨 고생이겠냐?”
“오호라. 이것 봐라? 김시문. 네가 직원 걱정을 다 해 주다니, 의왼데?”
“이게 의외라는 소리 들을 일이냐.”
“그럼 랭커팰리스에 사는 애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자연스럽냐?”
그건 또 듣고 보니 그렇네.
수긍하는 시문이었지만, 걸음걸이는 더 빨라졌다.
“그래도 빨리 사고 나와야지. 나 할 일 많아. 아레나도 뛰어야 하고.”
“하긴. 나도 아레나가 마렵긴 해. 이번에 아주 새로 태어난 기분이거든.”
성좌의 후원에 천마신공까지 얻으며, SSS급 특성인 천살성을 온전히 다를 수 있게 된 고말숙이다.
당연히 이번에 얻은 힘이 얼마나 통하는지 체감해 보고 싶을 터였다.
시문은 말했다.
정확히는.
“말숙아, 내가 장담하는데 너 골드까지는 프리패스…….”
말하려고 했다.
-오빠!
등허리를 서늘하게 만드는 기운.
살기가 느껴지기 전까진 말이다.
따악.
곧장 몸을 돌린 시문은 살기가 전해지는 방향으로 손가락을 튕겼고.
드드드득.
날카롭게 연성된 기둥이 살기가 느껴진 방향을 향해 치솟았다.
콰앙!
강렬한 폭음.
연성한 기둥이 박살 나며,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가 착지했다.
“역시, 그냥 골드 수준은 아니군.”
30대쯤 되었을까?
저음의 남성은 뱀 스크래치가 인상적인 옆머리를 슥 쓸었다.
시문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봐 제정신이야? 주변에 민간인도 있는데 이딴 짓을 벌인다고?”
하나.
“싱!”
시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남성은 자신이 내려왔던 허공을 향해 외쳤고.
“알고 있다고.”
싱이라 불린 여성의 손에서 일련의 도형이 흘러나옴과 함께.
우웅.
시문을 포함한 일대의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 *
강남 시내.
“뭐야. 아무 일도 없잖아? 저 새끼들, 허세 부린 거야?”
랭크팰리스마저 보이는 주변 광경은 정체불명의 선이 덮치기 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아니, 있어.”
시문은 알 수 있었다.
정체불명의 기운이 사방을 채우고 있다는 걸.
더 정확히는 일대를 아예 가둬 버렸다고 해야겠지.
-오빠, 이건!
‘그래.’
현자의 돌의 다급한 목소리에 시문은 긍정을 표했다.
“그 귀한 결계 능력자를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엥? 결계라고? 이게?”
어리둥절해하던 고말숙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대로.
“호오. 결계 특성을 알아?”
결계를 펼쳤던 여성.
싱이라 불린 여성은 흥미로운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특성을 꽤 많이 알아서. 보아하니 S급 이상의 결계 특성을 지녔나 본데.”
“호호! 거기까지 알아내다니 놀라운데? 맞아.”
싱은 마른 볼을 혀로 쭉 밀어내며 히죽거렸다.
“S급 특성인 거울 환영. 그게 내 능력이지.”
“싱.”
“뭐 알려 주면 좀 어때? 곧 죽을 놈인데.”
뱀 스크래치의 남성이 낮게 읊조리자, 뾰족한 목소리로 받아치는 싱.
‘아레나 번역기를 쓰는 건가?’
시문은 두 사람의 입 모양과 들려오는 말이 서로 다른 것을 깨달았다.
거기에 동아시아인 특유의 외모와 입 모양까지 더해 본다면.
배후는 뻔했다.
‘대륙성인가? 하긴. 저번 데스페라도 이후로 조용하긴 했지.’
자신들의 정체가 간파되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싱이라 불린 여성은 입맛을 다시며 시문의 전신을 훑었다.
“근데 죽이긴 너무 아깝게 생겼다. 너~무 아까워.”
“싱. 임무 중이다.”
“알아. 그래도 죽이기 전에 맛은 봐도 되잖아? 어차피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탠데.”
싱은 왼손에 쥐고 있는 구체를 설렁설렁 흔들었다.
시문은 단번에 그것이 이 결계의 핵임을 깨달았다.
“헤에~ 쟤 좀 봐. 벌써 결계의 핵을 눈치챈 모양인데?”
“싱, 이 이상은 용납하지 않겠다.”
“공걸륜, 짜게 굴지 말고 사지만 끊어 줘. 나 맛만 보게, 응? 그럼 나도 다음에 네 부탁 하나 들어줄게.”
“하아. 어쩔 수 없군.”
공걸륜이라 불린 뱀 스크래치의 남성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히히! 역시 우리 걸륜이라니까~. 일 끝나면 내가 문서로 확실히 남겨 준다!”
그것이 긍정의 표현임을 아는 싱은 음습한 얼굴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한 걸음 걸어 나온 공걸륜은 품에서 폰을 꺼내 읽었다.
“이름 김시문, 28세, 한국 국적의 골드 랭크. 맞나?”
“이미 다 알고 일을 벌인 거 아닌가?”
이미 기습에 결계까지 쳐서 가둔 상황 아니던가.
이제 와서 확인이라니?
그러나 애당초 대답을 염두에 둔 질문이 아니었던 것일까.
“확실하군.”
공걸륜은 제 할 말만 내뱉고는 폰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동시에.
쿠웅!
터져 나오는 폭음.
어느새 시문의 위치에 도달한 공걸륜의 내려찍기가 자아낸 소리였다.
이어.
후웅.
파공음과 함께 허공으로 이어지는 공걸륜의 돌려차기.
하나 아무것도 타격하지 못한 그는 다리를 원위치시키며 뱀 스크래치가 난 옆머리를 슥 쓸었다.
“과연 빠르군. 보고대로야.”
그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고말숙을 끼고 착지하는 시문을 향했다.
“X발! 깜짝 놀랐네!”
고말숙이 걸쭉한 욕설을 토한다.
시문의 옆구리에 끼여 공격에서 벗어났던 그녀는 자연스레 시문의 품을 벗어났다.
“야. 저 새끼 X나 빠른데? 너 아니었으면 나 골로 갔다.”
“그래. 보아하니 다이아 랭크네.”
“미친!”
다이아라는 말에 감탄을 토하는 고말숙.
“다이아가 손수 암살도 하러 오고. 너 뭐 죄 지었냐?”
“그래 보여?”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답하는 시문의 모습에.
“하긴, 네가 누구한테 원한 살 타입은 아니지.”
고말숙은 진중한 얼굴로 공걸륜을 노려봤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방법은 두 가지야. 하나는 저 싱이라는 여자가 지닌 결계의 핵을 깨뜨리는 거야.”
한밤중에 각성자 전투가 일어나면 곧장 각성 전담 부대가 출동할 테고.
그렇게 일이 커지면 대륙성도 곤란해질 터.
“다른 하나는?”
“암살자를 역으로 죽이는 거지.”
“하!”
방금 제 입으로 상대가 다이아 플레이어임을 알려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거리는 시문에 헛웃음을 흘리는 고말숙.
그러나.
“두 번째가 X나 마음에 드네.”
침을 퉤 뱉은 고말숙은.
“그래도 기왕이면 두 가지 다 해야겠지? 상대가 상대니까.”
작게 속삭이고는 옆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암살자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녀를 향했고.
“야.”
고말숙은 턱을 까딱하며 한쪽을 가르쳤다.
그곳엔.
“뭐. 나?”
깡마른 여성.
결계의 핵을 쥐고 있는 싱이 서 있었다.
“그럼 X발 너 말고 거기에 또 누가 있는데?”
“뭐? X발?”
“그럼 X신이라고 할까? 되도 않게 어리버리 까지 말고, 일로 기어 나와.”
“하. 너 미쳤니?”
얼이 빠진 싱의 목소리.
그도 그럴 것이.
“브실골 주제에 나한테 덤빈다고?”
요주의 인물인 김시문과 달리.
길드의 리스트에 오를 가치조차 없는 플레이어.
브실골의 플레이어가 아니던가?
한데 감히.
“나 플래티넘이야. 알아?!”
플래티넘의 플레이어인 자신에게 저딴 소리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지.
“어쩌라고?”
“뭐?”
“네가 플래인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X신아. 일로 나오라니까? 설마 쫄았냐?”
고말숙은 껄렁하게 고개를 까딱일 뿐이었고.
“저게 미쳤나!”
눈이 휙 돌아 버린 싱은 이를 갈며 고말숙을 향했다.
“싱, 어설픈 수작이다.”
공걸륜이 나지막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지만.
“건들지 마! 저 망할 심해년! 아주 작살을 내 버릴 테니까!”
이미 살기까지 줄줄 흘리는 싱은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에 고말숙을 바라보던 공걸륜은.
“브실골이 플래티넘을 자극하다니.”
작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김시문, 네놈은 별 미친년과 함께 다니는군.”
“그쪽이 할 말인가?”
“…….”
설마 이런 식으로 답이 되돌아올지는 몰랐던 걸까.
공걸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문은 그동안 공걸륜의 뒤편에 자리한 이들을 바라봤다.
‘저 싱이라는 여자는 플래티넘, 나머지는 전부 골드인가.’
검은 정장을 입은 채, 나서지 않고 관망하는 이들.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파는 모두 골드급.
시문의 눈빛이 한결 차분해졌다.
‘다이아인 공걸륜이 좀 걸리긴 해도, 있는 힘을 다 쏟아 내면 상대가 어렵진 않아.’
이미 최상위 용족인 나가도 둘이나 처리해 본 적이 있지 않던가?
신화급 무구만 있다면 다이아도 그리 어렵진 않았다.
‘문제는 민간인들인데…….’
시문은 주변을 힐끔거렸다.
그 악명 높은 빌런 조직 데스페라도도 쉽게 민간인은 건드리지 않는데.
이놈들은 무서울 것도 없는지.
수십의 민간인들을 망설임도 없이 결계에 가둬 버렸다.
‘이런 곳에서 풀파워로 싸우다간 대참사가 벌어지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잠깐.’
민간인들을 살피던 시문의 미간이 꿈틀했다.
‘각성자들의 전투에 휘말렸는데 일말의 동요도 없다고?’
공포에 질린 비명이라든지.
다급히 도망을 간다든지.
무슨 반응이라도 보여야 정상 아니던가?
한데 주변의 민간인들은 조용히 이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설마, 저 민간인들도 한패?’
“눈치챘나 보군.”
귓가에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시문은 즉시 천마신공의 구결을 운용하며, 뒤편으로 팔꿈치를 쑤셔 넣었다.
파앙.
터져 나오는 충격파.
거기에 몸을 실은 시문은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확실히 마법계면서 속도도 빠르고 근력까지 상당하군.”
공걸륜은 옆머리를 슥 쓸고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전력으로 처리해야겠다. 모두 움직여라.”
그러자.
스슥.
뒤편에 있던 골드급 무리들이 일제히 장비를 꺼내며 달려들었다.
일정한 진형을 유지하며 다가오는 놈들의 모습에 시문의 한쪽 눈썹이 슬쩍 들렸다.
“합격진?”
“골드 주제에 눈썰미도 좋군. 왜 위에서 이렇게까지 네놈을 신경 쓰는지 알겠어.”
어느새 기다란 클로를 착용한 공걸륜이 자세를 잡는다.
그러곤.
“반드시 죽여 주마.”
순식간에 쏘아지는 공걸륜의 신형.
속도 관련 특성이라도 있는 것일까?
슈아아악.
공걸륜은 그야말로 바람을 가르며 쏘아졌다.
하나.
따악.
손가락에서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쿠르릉.
“헛!”
갑작스레 내리꽂히는 벼락에 공걸륜의 돌진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얗다 못해 눈부신 막대.
‘저건!’
하얀 막대를 알아본 공걸륜의 눈이 커진다.
하나 그뿐.
“그래 봤자다!”
그는 다시 진각을 밟으며, 멈추었던 돌진을 이어 갔다.
‘네놈이 극강의 뇌속성 마법을 다룬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이미 대륙성에선 김시문에 대한 정보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응책도.
파지직.
매서운 뇌전이 공걸륜을 덮쳐 온다.
하지만 공걸륜은 보란 듯이 뇌전으로 몸을 던졌다.
스륵.
일렁이는 그의 신형.
그와 함께 아스트라페의 뇌전을 통과한 공걸륜은 다소 놀란 얼굴의 시문을 향해 클로를 내질렀다.
“이만 죽어라!”
그때.
따악.
또 한 번의 벼락이 내리꽂힌다.
“소용없다!”
“알아.”
하나 벼락이 꽂힌 곳은 공걸륜이 아닌, 시문의 손바닥이었고.
“하지만 이건 다를걸?”
싱긋 올라가는 시문의 입꼬리와 함께.
천마신공(天魔神功).
파(波) 섬멸포(殲滅砲).
손에 쥐어진 하얀 막대는 한줄기의 광선이 되어.
콰자자자자작!
어둑한 결계 속을 환하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