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86화 (86/349)

제86화

86화. 연금술의 친구 (3)

끼리릭.

녹슨 쇠가 마찰하는 것처럼.

낡은 목재들 사이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비명의 원인인 마차는 조잡하고 낡아 보였음에도.

끼릭.

상당한 양의 짐을 실은 채, 위태로운 행군을 지속하고 있었다.

“케굴, 얼른 움직여라! 이 굼벵이야!”

짜악.

날이 선 목소리와 함께 휘둘러지는 채찍.

구우우.

그에 작게 신음을 흘린 거대한 두꺼비는 느릿하던 발걸음에 힘을 더했고.

주변에서 마차를 이끌던 다른 거대 두꺼비들 역시 앞선 동족처럼 채찍을 맞을까.

끼리리릭.

느릿하던 발걸음에 속력을 냈다.

“쯧쯧.”

그에 채찍을.

정확히는 채찍과 같은 기다란 혀를 휘두른 존재.

개구리와 파충류의 얼굴이 반반 섞인 존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독 두꺼비는 이래서 문제야. 꼭 맞아야 말을 듣는단 말이지.”

“킥! 그러니 마수 아니겠습니까? 어쩔 도리가 없지요.”

그의 곁에 있던 이 역시 멸시가 가득한 눈으로 독 두꺼비들을 흘겼다.

덩치만 놓고 보면.

거대한 독 두꺼비들이 저들을 한입에 집어삼켜도 이상한 것이 없었으나.

구우우…….

독 두꺼비들은 큼직한 눈알에 한껏 두려움을 머금고.

그저 두 존재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쯧. 아포피스 님의 심중은 당최 헤아릴 수가 없어. 이딴 미물들을 군단에 합류시키시다니.”

“그래서 저희도 함께 보내셨지요. 이 미물들을 잘 다스리라고 말이죠.”

“하긴, 우리 드라그가 아니면 이 미천한 것들을 누가 다스리겠나? 크하핫!”

채찍 같은 혀를 큼직한 입 속으로 되돌린 용족.

상급 용족인 드라그는 독 두꺼비들에겐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였으니까.

“츄릅. 그나저나.”

웃느라 흘러나온 혀를 자연스레 되돌린 드라헬은.

“검은 제련소의 기후는 몹시도 살벌하다는데. 여긴 참 좋군그래?”

용족 특유의 길게 갈라진 동공으로 주변을 훑었다.

“뜨뜻하고 진득한 습기에, 곳곳에 흐르는 독기까지. 휴양하기 아주 딱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드라헬 님, 나중에 보급을 끝내면 이곳에서 잠시 즐기다 가는 것이 어떨지요?”

“크하핫! 그거 좋겠구만. 여기에 혈주 한 병을 걸치면 딱이겠어! 검은 제련소에 도착하면 좀 받아야겠구만.”

또다시 큰 웃음을 터뜨리는 드라헬.

그에 곁에 있던 드라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 혈주는 무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뭬야?”

“아시다시피 검은 제련소의 현 관리소장은 사르가스 님이 아니십니까? 그분이 과연 혈주를 허락하실지…….”

불패의 사르가스.

제 주군인 3용제를 닮은 그 냉철한 성정은 이미 용족들에게 유명하지 않은가?

그런 사르가스가 혈주를 허용할 리 없을뿐더러.

애당초 그의 성격상 혈주와 같은 기호 식품을 검은 제련소에 구비해 둘 리도 없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않는 것인지.

“하! 사르가스 그놈이 뭐가 어째?!”

드라헬의 얼굴엔 불쾌감이 번졌다.

“감히 내가 혈주를 내놓으라는데 제 놈이 어쩌려고? 잠깐. 너 설마…… 이 드라헬이 사르가스 놈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무, 물론 아니지요! 드라헬 님 역시 숭고한 스쿠아마 원(Squama One)의 일원이신데,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요?”

화들짝 놀란 드라그가 대번에 고개를 젓는다.

하나 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부우욱.

드라헬의 얼굴이 점점 풍선처럼 빵빵하게 불어났다.

그에 드라그는 서둘러 추가 진압에 나섰다.

“제 말은! 같은 스쿠아마 원의 일원이 혈주를 즐기면서 편한 시간을 보내게 두진 않을 겁니다. 사르가스 님은 워낙 소, 속이 좁으시니까!”

다행히 진압이 먹힌 것일까?

“흠…… 하긴.”

빵빵하게 부풀던 드라헬의 얼굴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놈이 검은 제련소에서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 남이 편안하게 쉬는 꼴은 보지도 못하겠지. 원래부터 못돼 먹은 놈이니.”

“그러니까요! 거기에다 최근에 검은 제련소에 자꾸 악재가 겹치지 않았습니까요?”

“그렇지. 그 X랄 맞…… 크흠! 무시무시하신 니드호그 님의 구역이니, 아무리 사르가스라도 똥줄이 꽤 탈 게야.”

그 모습이 그려지는 것일까?

“크하핫! 그 사르가스가 쩔쩔매는 모습이라니? 혈주보다 더욱 좋은 별미가 되겠어!”

길쭉한 혀를 내밀며 한껏 웃음을 터뜨린 드라헬은 다시 채찍과 같은 기다란 혀를 휘둘렀다.

짜악.

“어서 움직여라, 미천한 것들아! 내 당장 사르가스의 면상을 봐야겠으니!”

구우우우.

구슬픈 독 두꺼비의 울음과 함께 박차가 가해지는 마차들.

그때.

“드라헬 님!”

전방이 있던 드라그 하나가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

보급대의 중간에 있던 드라헬의 앞까지 날아왔다.

고전하는 사르가스를 볼 생각에 한껏 흥분해 있던 드라헬은 짜증을 토했다.

“무슨 소란이냐! 쓸데없는 일이라면 산 채로 녹여 버릴 테야!”

드라헬의 으름장에 잠시 당황하던 드라그는 전방을 힐끔하더니 얼른 말을 이었다.

“저, 전방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뭐가 있다는 거냐?”

“그…… 거, 거대한 바위 같은 것이 막…….”

“바~위? 고작 바위 따위에, 이 드라헬의 면전에 뛰어들었단 말이냐?”

점점 빵빵하게 부푸는 드라헬의 머리.

“바위가 있다면 치우면 될 노릇이거늘! 네놈의 멍청한 머리통을 먼저 치워 버려야겠구나!”

드라헬의 분노에 드라그는 얼른 말을 이었다.

“그게, 가볍게 볼 것이 아닙니다. 그 바위는 마치 살아 있는…….”

아니.

말을 이을 필요도 없었다.

콰아아아앙!

전방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폭음이 이를 대변했으니까.

이내.

자욱한 흙먼지가 가시고.

“감히 어느 미친놈이냐!”

이 소란을 피운 범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그극.

돌이 긁히는 소리.

그와 함께 일어나는 거대한 몸체까지.

“이, 이게 대체…….”

기습자를 확인한 드라헬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럴 수밖에.

“골렘이 대체 왜 이곳에 있는 것이냐?!”

난데없이 나타난 골렘.

그것도.

드라헬이 있는 곳까지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거대한 골렘이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그런 드라헬의 머리 위로.

그그그극!

거대한 골렘의 팔이 내리꽂혔다.

* * *

그그극.

거대한 골렘이 움직일 때마다.

콰아아아앙!

강렬한 폭음과 진동이 중독된 보급로를 뒤흔든다.

그 압도적인 광경을 지켜보던 플레이어들은 입을 멍하니 벌렸다.

“세상에…….”

“혼자 쓸어버리고 있잖아?”

“나 저렇게 큰 골렘은 처음 봐…….”

당연했다.

시문이 연성한 거대한 골렘.

보급로 다리를 매개 삼아 연성해, 곳곳에 독초와 독버섯이 자리한 골렘이.

콰아앙.

“케굴!”

“꾸르륵!”

기계적으로 팔을 내리칠 때마다, 수십의 용족들이 손쉽게 쓸려 나가고 있었으니까.

이미 김시문이란 존재를 두어 번 겪어 봤기 때문일까?

그나마 감정을 컨트롤하고 있던 최진수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야 진형을 갖춘 의미가 없군.”

그의 말대로.

일자의 형태인 중독된 보급로를 막아선 거대한 골렘은 일종의 성벽이나 다름없었기에.

데이나의 독설을 들어가며 애써 맞춘 진형은 조금의 의미도 없었다.

“쓰레기들, 뭘 멀뚱멀뚱 보고 있나? 상황이 바뀌었으니 어서 엄호해야지!”

어느새 진형으로 돌아온 데이나가 일갈한다.

그에 전투계 플레이어들은 서둘러 무기를 고쳐 쥐었지만 그뿐.

“그, 그게…….”

“……이제 어쩌지?”

“이거 각이 안 나오는데.”

감히 전장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당연했다.

그그그극!

“캬아아아! 망할 골렘 같으니!”

“박살 내 주마!”

날뛰는 골렘과 피 떡이 되어서도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처절한 전투는 물론.

샤아아아.

중독된 보급로라는 이름답게.

박살 난 몬스터들과 주변 독물들이 지독한 독기를 내뿜고 있었으니까.

‘가면 100% 죽는다…….’

‘저런 곳에서 뭘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검을 휘두를 각도 안 보여…….’

아마 싸우기도 전에 독기에 쓰러지고.

그걸 버텨 내더라도 저 난장판에서 감히 싸워 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는 다른 궁수, 마법계의 플레이어들도 다르지 않았다.

“어, 어쩌지? 마법이 자칫 골렘이라도 맞혀 버리면 어쩌냐?”

“저 독기에 가연성 성분이 있을까? 만약 있으면 난 마법은 못 써. 화속성 특화라고!”

“으으! 독기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네. 이러면 활을 어떻게 쏴!”

혹여나 골렘이 맞을까.

또는 자신의 지원이 되레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싶어서.

서로 눈치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저벅.

유일하게 최전방에 있던 최진수만이, 독성이 있는 파충류로 야수화한 채 나아갈 뿐이었다.

“쯧. 쓸모없는 쓰레기들 같으니.”

그에 혀를 찬 데이나는 전방을 향하는 최진수의 어깨를 붙잡았다.

“크릉? 뭐지?”

“멈춰라, 쓸 만한 놈. 너 혼자서 저곳을 지원하는 건 무의미하다.”

“흥. 개소리 마라.”

그에 코웃음을 친 최진수는 되레 승부욕을 불태우며 데이나를 뿌리치려 했지만.

‘엘프 주제에 무슨 힘이!’

깊게 박힌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데이나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일까?

“호기로운 자로군. 이름은?”

데이나는 자신의 말을 거역한 인간의 이름을 물었다.

“최진수다.”

“최진수. 난 너의 패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저 쓰레기들과 달리 전사의 혼을 지니고 있어. 하지만.”

데이나는 날렵한 팔에서 나오는 근력만으로.

“너 혼자서 저곳에 참전하는 건 자살 행위다. 원거리 지원이 아니면 그냥 본대로 돌아가.”

야수화를 한 최진수의 거구를 돌려세웠다.

“…….”

최진수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데이나의 손을 가만히 보고는.

“알겠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그렇다고 이 전투에서 손만 놓고 있을 순 없다. 난 가만히 버스나 타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야. 강해지려고 온 것이다.”

“정말이지 참된 전사로구나. 이거 참…… 그분의 부탁만 아니었어도 당장 네놈과 저곳으로 뛰어들었을 텐데.”

“부탁?”

최진수가 고개를 갸웃하자.

데이나는 잠시 본대와 떨어진 곳에서 전방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에 최진수의 시선 역시 그곳을 향했고.

“설마…… 김시문이 네게 우리의 목숨을 부탁한 건가?”

얼이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눈치도 빠르군. 그렇다.”

데이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너와 저 쓰레기들이 모두 살아야 보상을 전부 챙길 수 있다, 라고 하시더군.”

“하.”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최진수.

하나 곧 분노할 거란 데이나의 예상과 달리.

“정말 지독하게도 현실적이군. 하긴, 틀린 말도 아니지.”

최진수는 헛웃음을 머금을 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 말대로 저곳엔 가지 않겠다.”

물론 아예 물러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냥 손만 놓고 있을 순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난 놀러 온 것이 아니야. 필요하다면 후방의 기습이라도 노리겠다.”

투기와 승부심.

최진수는 그것을 가득 담은 눈으로 시문과 난리 통인 전방을 힐끔했고.

“싸움터에 몸을 던지고 싶은 네 마음은 잘 안다, 전사여. 걱정은 말아라.”

그런 최진수에 만족스럽게 웃은 데이나는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와 저 쓰레기들이 손가락만 빨고 있을 일은 없을 테니.”

“무슨 말이지?”

“직접 보거라.”

데이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쿠궁.

날뛰던 골렘의 거체가 뒤로 밀려나고.

“캬아아악! 이 빌어먹을 돌덩이가!”

촤륵!

기다란 혀 채찍에 골렘의 팔 한 짝이 날아가 버렸다.

이어.

“가라! 가서 이 빌어먹을 골렘의 주인을 찾아! 사지를 끊어 내 이 드라헬 님의 앞에 대령시켜라!”

듣기만 해도 절로 근육이 경직되는 위협적인 고함이 들려왔다.

그리고 팔 한쪽이 날아간 골렘의 빈틈으로.

“케굴!”

“케구룰! 저쪽이다! 건너편에 인간들이 있어!”

일련의 무리가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올랐다.

그뿐만 아니었다.

크르릉.

캬악!

주변에서도 짐승 특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최진수는 SS급 특성 야수화를 통해, 그것들의 정체를 금방 파악했다.

‘야수형 몬스터들이군. 일대에 사는 놈들인가?’

그렇다면 죄다 독기를 지니고 있을 터.

데이나는 최진수를 향해 고개를 까딱했다.

“이제 알겠지? 얼른 진형으로 돌아가라. 그대 같은 전사가 있어야, 저 쓰레기들을 조금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러곤 땅으로 꺼지듯 사라져 버리는 데이나.

그런 바닥을 잠시 내려다보던 최진수는 어느새 넘어온 몬스터들을 향해 바쁘게 손가락을 튕기는 미남자를 바라봤다.

“김시문…….”

시문이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다리를 넘어오던 적들이 일제히 비산한다.

그 광경을 잠시 보던 최진수는 야수화가 된 주먹을 꽉 그러쥐고는.

“반드시 뛰어넘어 주마.”

주변 야수형 몬스터들을 맞이한 본대를 향해 달려갔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