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87화 (87/349)

제87화

87화. 스쿠아마 원 (1)

“케구루!”

“케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드라그들의 비명.

비명의 생산자인 시문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팔과 달리.

‘생각보다 잘 안 죽네.’

차분한 눈으로 전방을 살폈다.

‘역시 상급 용족 드라그다 이건가?’

상급 용족 드라그.

개구리와 파충류의 중간인 다소 우스꽝스러운 얼굴과 달리.

플래티넘 상위권부터 등장하는 용족이었다.

특히 상급 용족들 중에선 맷집 좋고 질기기로 유명했다.

하나.

천마신공(天魔神功).

파(波) 섬멸포(殲滅砲).

절세의 무공인 천마신공의 초식은 이야기가 달랐다.

“케…….”

제대로 된 신음조차 흘리지 못하는 드라그.

소멸포가 스친 상체가 절반이 소멸해 버린 것이다.

이어.

피잉.

또 한 번의 섬멸포가 허공을 갈랐다.

이번엔 하나가 아닌 세 마리의 드라그들이 꼬치처럼 줄줄이 꿰뚫렸다.

“흐음. 한 번에 셋 정도는 맞혀야 수지타산이 맞는 건가?”

시문은 신체의 일부가 소멸해 버린 세 마리의 드라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연성력 스탯이 100을 넘어도 섬멸포는 좀 부담스럽네.’

잔여 스탯 10을 모두 투자해 순수 연성력은 110.

여기에 왕들의 픽 +4로 총 114가 된 연성력.

비록 귀속 스탯이 연성력의 절반이라곤 하나.

천마신공의 섬멸포는 부담스러운 감이 있었다.

‘뭐, 파(波)에 해당하는 초식들이 대부분 마기 소모도가 크니까.’

전생의 말숙이도 그랬었다.

본디 천마신공이 강대한 내공을 베이스로 펼치는 무공이었고.

그중 파의 초식는 주먹 같은 매개체도 없이 100% 순수 내공만으로 펼쳐 내는 초식.

덕분에 마기를 더럽게 잡아먹는다고 자주 투덜대었다.

‘그래도 무지성 난사만 아니면 감당할 수는 있겠어. 여차하면 아스트라페로 펼쳐도 되고.’

천마신공을 마기가 아닌 뇌기로 운용하면 된다는.

전생의 고말숙이 들었으면 기함을 토할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시문.

“슬슬 저쪽도 무너지려나.”

그는 또 한 번의 섬멸포로 드라그들을 꿰뚫으며.

어느새 폭음이 잦아들기 시작한 전방을 바라봤다.

그그극.

“케구루! 그만 죽어라! 빌어먹을 골렘아!”

다른 놈들보다 큰 덩치에 유난히 화려한 드라그.

놈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드라그가 어느새 거대한 골렘을 반파시키고 있었다.

시문은 한창 전투 중인 본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막아! 막으라고!”

“제기랄! 해독 좀 빨리빨리 해! 몸이 안 움직이잖아!”

“공격 마법보단 진입을 방해하는 마법 위주로 쓰세요! 지금 딜이 부족한 게 아니라고욧!”

드라그와의 전투 소리에.

주변 습지에서 몰려온 야수형 몬스터들.

중독된 보급로라는 이름답게.

몬스터들은 공격부터 죽음까지, 모든 행위에서 독기를 뿌려 대고 있었다.

언뜻 보면 본대가 수세에 몰리는 것 같지만.

“크아아앙! 꺼져라!”

콰드득.

거구의 도마뱀 인간.

흡사 용족을 연상시키는 최진수의 압도적인 활약에, 본대는 나름 선방하고 있었다.

‘역시 야수왕. 저 정도면 본대는 아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린 시문은.

“인간! 네놈의 사지를, 켁!”

뻐어어억.

옆에서 폴짝 날아드는 드라그의 면상에 패황쇄를 박아 넣곤 곧장 손가락을 튕겼다.

‘후. 오랜만이라 좀 떨리네.’

그런 속마음과 달리.

시문의 입꼬리는 기대라는 감정으로 한껏 올라가 있었지만 말이다.

이내.

드드드드.

시문의 주변은 물론.

“케, 케굴?”

“꾸륵. 이건 또 뭐야?”

드라그들이 폴짝폴짝 뛰어오는 보급로 곳곳에서 바닥이 솟아올랐다.

앞선 골렘보다는 작은 크기였지만.

2미터는 훌쩍 넘는 골렘.

그리고 그 수는 무려 20기에 달했다.

시문은 뿌듯한 눈으로 연성된 골렘들을 바라봤다.

‘전생에는 온갖 아이템을 다 써도 최대 10기가 고작이었는데…….’

이젠 마력불능도 없는데다, 114라는 연성력을 지녀서일까?

시문은 20기의 소형 골렘들을 즉석에서 거뜬히 연성해 냈다.

[성좌 오딘과 제우스가 한결 관심 깊은 눈으로 바라봅니다.]

[성좌 검은 염소와 천마가 당신이 창조한 골렘에 흥미로운 시선을 보냅니다.]

이게 성좌들을 자극한 것인지.

아레나 시작부터 잠잠하던 성좌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부터야.’

시문은 그런 성좌들의 관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내 주변부터…… 보급로 전체까지.’

아까 연성했던 거대한 1기의 골렘과 달리.

연성된 20기의 골렘 모두를.

따악.

“연결.”

혼자서 컨트롤해야 했으니까.

욱신!

“읏!”

손가락을 튕겨 골렘들과 연결을 시도하자, 찌릿한 두통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나 잠시일 뿐.

그그극.

연성된 20기의 골렘들은 금세 시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연성력이 연금술의 고유 스탯이라 그런 건가? 골렘 컨트롤에도 영향을 미치는군.’

사실 처음엔 10기 정도의 컨트롤을 예상한 시문이었지만.

손가락을 튕기기 전 114라는 연성력 스탯이 본능적으로 시문에게 알려왔다.

두 배는 더 컨트롤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놈들의 발을 최대한 묶어.’

그그극!

20기의 골렘 모두 ‘각기 다른 움직임’으로 드라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흔히들 말하는 더블 캐스팅.

한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다른 한 손으로 네모를 그리는 것과 비슷한 개념.

하나 이는 전반적인 개념이 비슷할 뿐이지.

핵심 개념은 완전히 달랐다.

[성좌 제우스와 오딘이 당신의 컨트롤에 탄성을 내뱉습니다.]

[성좌 검은 염소와 천마가 두 눈을 반짝입니다.]

20기의 골렘을 동시에 다룬다는 것은 성좌조차 놀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애당초 전생에서 여러 아이템의 도움이 있다 해도.

1레벨의 마력불능인 몸으로 10기의 골렘을 컨트롤했다는 것부터가 말이 되질 않았다.

한데 지금의 시문은 발목을 잡던 마력불능도, 1레벨치고 저열한 스탯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114에 육박하는 고유 스탯 연성력이 시문의 뒤를 받쳐 주었고.

“하…… 이거 기분 죽이네!”

시문은 바퀴가 고장 난 자전거에서.

그그극!

“케, 케굴!”

“컥!”

제트기를 타고 하늘을 질주하는 기분을 만끽했다.

당연히.

-오메! 이건 또 뭐여!

-미친 ㅋㅋㅋ. 대충 봐도 20개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저걸 다 움직인다고?

-그것도 전부 따로 움직임. 걍 X발ㅋㅋㅋ 웃음밖에 안 나오네.

-뭐 프로그램 같은 거라도 쓴 거 아님? 인간의 뇌로 저게 가능한 일인가?

-갤럭시 아레나에 통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듯 ㅋㅋ.

-킹치만…… 나도 20개의 다중 컨트롤은 이해가 안 가는걸…….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 역시 기함을 토했다.

또한.

-말도 안 됩니다! 동시에 20기의 골렘을 컨트롤한다?

-난 당신의 말에 동감한다. 이건 불가능하다.

-그는 아마 어떤 컨트롤 수단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예를 들면 아티팩트 같은 것.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입니다. 미스터 김은 소환수 관련의 SSS급 아티팩트가 있을 것입니다.

-오! 그런 아이템이 있다면 제발 내게 팔아 줘. 그게 얼마든 난 살 용의가 있다.

골드 데뷔전 이후로 조금씩 유입되었던 외국인들 역시.

채팅으로 서로 믿기 힘든 컨트롤에 대해 논했다.

그러나.

“꾸르륵! 돌덩이 주제에!”

콰콱.

골렘들의 활약은 오래가지 않았다.

“감히 골렘 따위가!”

“꾸륵! 부서져라!”

드라그들을 압박하던 골렘들이 빠른 속도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최하급 용족인 드라칸.

하다못해 중급 용족인 드발리라면 모를까.

상급 용족인 드라그를 즉석 연성한 골렘이 상대하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하지만.

따악.

손가락이 튕겨지는 소리와 함께.

그그극.

박살 났던 골렘들은 금세 몸을 수복했다.

시문이 망가진 골렘들을 단번에 고쳐 버린 것이다.

그에 무장과 덩치가 남다른 드라그가 외쳤다.

“케, 케굴! 핵을! 핵을 찾아라!”

이어.

“아니다! 소환자부터 처리해야 한다! 그게 더 빨라!”

또 다른 드라그 역시 외치자, 드라그들은 일제히 혼란에 빠졌다.

시문은 혼란에 빠진 드라그 중 가장 마지막에 명령을 내린 놈을 바라봤다.

‘그나마 저놈이 똑똑한 편이네.’

어떤 준비도 없이 즉석에서 연성된 골렘.

핵과 같은 특정한 재료나 제작으로 만들어지는 제작 골렘보다 위력은 떨어졌지만.

‘백날 골렘을 부숴 봐야 소용이 없긴 하지.’

반대로 핵심 부품이 없으니.

연금술사의 마력만 받쳐 주면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했다.

시문은 이제 형체도 남지 않은 전방의 거대 골렘을 힐끔했다.

‘뭐, 골렘 연성은 이쯤하면 되겠네.’

골렘을 연성하긴 했으나.

애당초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시문이었다.

‘원래 놈들의 독기가 본대까지 퍼지는 걸 최대한 늦추려고 연성한 거니까.’

사전에 어떤 준비도 없이 연성한 골렘으로 이 정도면 충분한 이득을 보았다.

더불어.

‘이만하면 제작 골렘을 만들어 봐도 되겠어.’

앞으로 골렘을 어떻게 채용할지에 대한 견적도 대충 뽑을 수 있었다.

따악.

시문이 손가락을 튕기자, 드라그를 상대하던 20기의 골렘들이 우수수 부서져 내린다.

이어.

따악.

다시 한번 튕겨지는 손가락.

쿠르르릉!

그와 함께 갑작스러운 천둥이 울리며, 시문의 앞으로 벼락 한줄기가 틀어박혔다.

-오오오! 나왔다!

-드라그들 긴급 사태! ‘그 무기’ 출현!

-무기가 아니라 마법이라니까. 진짜 비각성자 티를 오지게 내넼ㅋㅋㅋㅋ.

-깔끔하게 쓸리겠네.

아스트라페.

이미 수차례 그 위력을 경험한 시청자들로 채팅창은 다시 한번 들끓었다.

-어라? 근데 저거, 저번보다 좀 길어진 거 같지 않음?

-진짜네? 예전엔 작은 막대기 정도밖에 안 되는 거 같았는데…….

-지금은 지팡이 정도는 되는 듯?

-설마 저것도 막 성장하고 그런 건가?

아스트라페의 존재도 모르는데.

시청자들의 추리는 정답에 다가가고 있었다.

당연했다.

시문이 거머쥔 아스트라페의 크기도 길어졌을뿐더러.

파츠측!

아스트라페가 뿜어내는 뇌기 역시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으니까.

시문은 그런 아스트라페에 잠시 집중해, 정보창을 열었다.

[아스트라페]

등급 – 모조품 (30%)

올림포스의 지배자 제우스의 창.

번개를 다룰 수 있지만, 어째서인지 제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본래는 완성도 10%에 불과했던 아스트라페.

하나 지금의 아스트라페는 모양과 뇌기에 걸맞게 완성도가 30%나 증가해 있었다.

‘역시 아스트라페도 연성력이 100을 넘으니 확 달라지는구나.’

그간 꾸준히 성장해 온 것도 영향이 있긴 하겠지만.

보통 주 스탯 100을 넘어 101에 도달하면 성장 체감이 확 다가오는 만큼.

아스트라페 역시 완성도가 확 뛰어 버린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번 아레나가 끝나자마자 연성력을 올려 두는 건데.’

그때 당시엔 연성력이 마침 딱 100이었던지라.

‘그럼 공걸륜을 상대할 때도 여러모로 편했겠지.’

대륙성의 암살팀.

공걸륜 무리를 상대할 때 이만한 성장을 체감하지 못한 시문이었다.

‘어쩔 수 없지. 주 스탯을 단번에 25나 얻는 일이 흔한 것도 아니니까.’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입맛을 다신 시문은 그립감마저 달라진 아스트라페를 꾹 쥐고.

힘껏 정면을 향해 던졌다.

이어.

“울어라.”

나지막이 읊조리는 시문의 명과 함께.

파츠츠츠츠측!!

중독된 보급로 한가운데를 날던 아스트라페에서 어마어마한 뇌전이 쏟아졌다.

이전보다 배 단위로 강해진 아스트라페에.

“키아아악!”

“케구르르르!”

상급 용족 중 맷집으론 수위를 달리던 드라그들이 대거 쓸려나갔다.

드라그뿐만이 아니었다.

치이익.

중독된 보급로를 가득 채우던 알록달록한 독버섯과 독초들.

그리고 본대를 향해 달려들던 독 몬스터들과 전투로 피어난 독기까지.

악몽 같았던 그것들이 한순간에 시커먼 재로 변해 버렸다.

“…….”

“…….”

재앙 같은 뇌전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침묵에 빠진다.

그때.

쿠웅.

시커먼 잔상이 날아와 시문의 앞으로 처박혔다.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시문은 두 눈을 부릅떴다.

“데이나!”

다크엘프 데이나.

다이아 플레이어조차 우습게 보는 그녀가 피투성이로 바닥에 처박힌 것이다.

하나 놀란 시문이 그녀에게 다가갈 틈도 없이.

촤륵.

“읏.”

기다란 무언가가 쏜살같이 시문의 발치에 틀어박혔다.

미리 반응해 몸을 물리지 않았다면.

저 바닥 대신 시문의 몸이 움푹 파였으리라.

따악.

시문은 돌로 이루어진 손바닥을 연성해, 데이나를 본대로 이동시키곤.

“케굴! 네놈! 네놈이로구나!”

피어가 한껏 실린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망할 골렘의 주인이!”

아까 보았던 유난히도 크고 화려한 드라그.

그리고 큼직하고 날이 선 눈알은 마치 시문을 안다는 듯 살기를 띠며 노려보고 있었다.

동시에.

“감히 위대하신…….”

[특별 상황으로 방송으로 나가는 모든 대화는 음소거됩니다.]

“용제 아포피스 님의 행사를 방해하다니!”

시문의 앞으로 익숙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하지만 시문은 그 메시지창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당장 시문의 눈앞으로.

“이 드라헬이 친히 네 수급을 그분께 바치겠노라!”

굵직한 혓바닥이 날아들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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