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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04화 (104/349)

제104화

104화. 플래티넘 승급전 (4)

“어…… 그러니까.”

살짝 얼이 빠진 목소리.

그 주인공인 시문은 승급전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이걸 저한테 주겠다고요?”

[그렇습니다.]

당황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서로 적대적인 관계 아니었나?’

비록 아레나 때문이긴 하나.

아까까지만 해도 수백, 수천의 엔츠를 학살한 시문이다.

한데 갑자기 이 깊은 땅굴까지 추격해 온 자신에게 역으로 무언가를 내밀다니?

‘보아하니 고위 인섹터 같은데…….’

본디 인섹터는 급이 높을수록 의사소통이 뛰어나다.

얼핏 들으면 언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인섹터 특유의 이명을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것에 가까웠다.

당연히 고위종일수록 그들의 의사는 뛰어난 어휘처럼.

보다 명확하고 확실하게 전달된다.

고로 눈앞의 인섹터는 외형만큼이나 고위종의 엔츠인 것이 분명한데.

‘왜 나에게 존대를 하는 거지?’

이명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의 소통 체계인 만큼.

저 고위종 엔츠의 감정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호의와 존경, 그리고 공경이 말이다.

다행히도.

[존귀하신 분의 눈에서 의심이 느껴지는군요.]

시문의 의문은 금방 풀렸다.

아까도 들었던 존귀하신 분.

이는 당장 얼마 전에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존칭이었으니까.

[그럴 만도 합니다. 미천한 것들은 능력이 없어, 신목의 동반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부터 했을 테니.]

특성 세계수.

혹은 칭호 ‘세계수의 동반자’.

어느 쪽이건.

‘신목의 동반자까지 거론한 이상 확실하군.’

저 고위종이 이토록 존대와 호의를 보이는 것은 세계수의 영향이 분명했다.

[제가 대신해 사죄드리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소서.]

왕자 엔츠는 턱을 세우고 경계하는 두 호위 엔츠를 향해 눈짓한다.

그러자 주춤거리며 뾰족했던 턱을 내린 두 호위 엔츠는 투구 같은 머리를 깊게 조아렸다.

‘이런 고위종 인섹터가 아니면 내가 세계수의 동반자라는 걸 못 알아본단 말이지?’

대충 상황을 파악한 시문도.

“어음…… 괜찮아요.”

끌어올렸던 연성력을 가라앉히며, 맞붙였던 손가락 역시 힘을 풀었다.

그에.

-이건 또 머선 일인고?

-서로 아는 눈친데?

-ㅅㅂ! X나 답답하네!

시문이 당황했던 만큼.

이 평화로운 인섹터와의 교류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시청자들을 더욱 미치게 하는 건.

-인섹터는 이게 문제임. 말이 안 들렼ㅋㅋ

-원래 인섹터는 이명으로 의사소통을 해서 직접 이명을 듣는 거 아니면 답 없음.

-ㄹㅇ? X나 신기한 종족이네.

-이상하다? 내가 만난 인섹터들은 그런 거 없던데?

-인섹터 중에서도 중상위급은 되어야 의사소통이 가능함. 그 아래론 걍 덩치 큰 곤충임.

시문과 왕자 엔츠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더 정확히는 시문만이 일방적으로 듣고 답하는 모습이라고 해야겠지.

[역시, 신목의 동반자답게 자애로우시군요.]

시문의 답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왕자 엔츠.

[지원 병력도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상황. 이대론 놈들의 손아귀에 넘어갈지도 모르니…….]

뚜둑.

말끝을 흐린 왕자 엔츠의 몸이 이리저리 뒤틀린다.

작아진다기보다는 압축되어 간다는 느낌이랄까?

화려한 문양의 외골격은 그대로였으나, 거대했던 왕자 엔츠의 몸은 점점 작아졌고.

[부디 신목의 동반자께선 이것을 받아 주시지요.]

어느새 3미터의 인간형 개미가 된 왕자 엔츠가 공손히 하얀 구슬을 내밀었다.

그에 시문의 눈이 슬쩍 커졌다.

목표로 하고 추격했던 하얀 구슬을 내밀어서가 아니었다.

‘탈태가 이렇게 깔끔하다니…… 그냥 상위종이 아니라 최상위종이었구나.’

탈태.

상위종의 인섹터들이 가장 강력해지는 일종의 전투 형태.

이 탈태의 과정이 빠르고 매끄러울수록, 해당 인섹터의 급은 높다고 봐야 했다.

실제로 알을 내민 화려한 엔츠에게선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기세가 느껴졌다.

‘이 정도면 최소 다이아급은 되겠어.’

골드와 플래티넘 간의 격차가 높듯.

플래티넘과 다이아의 격차 역시 높았다.

아니.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갤럭시 아레나 특유의 보정으로 플래티넘까진 어떻게 비비더라도.

다이아부턴 순수 재능의 영역이었으니까.

고로 눈앞의 화려한 엔츠는 그만큼 강력한 존재였으나.

“일단 주시니 받겠습니다.”

이미 골드 승급전에서 나가를 둘이나 잡아 본 시문은 별다른 내색 없이 백색 구슬을 받았다.

그러곤 곧장 백색 구슬의 정보창을 확인하려 했으나.

‘뭐야? 아무것도 안 나오잖아?’

백색의 구슬 위론 어떤 정보창도 나오지 않았다.

본디 미감정 아이템도 안에 내용이 가려질 뿐.

창 자체는 뜨기 마련이었는데 아무것도 뜨지 않다니?

물론 이런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군. 가져나갈 수 없는 아이템이구나.’

가져나갈 수 없는 아이템.

아레나 내부에서 사용은 가능할지 몰라도.

외부로 가지고 나갈 수 없는 아이템들은 거의 대부분이 정보창을 제공하지 않았다.

사실 납득이 가는 처사이긴 했다.

막말로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아레나를 뒷전으로 하고 귀한 재료들만 채집하는 이들이 널릴 테니까 말이다.

시문은 아쉬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여기까지 쫓아왔네.’

최고위종 인섹터가 귀하게 품고 있는 거라면 분명 좋은 것일 텐데 가져나갈 수 없다니?

이럴 거면 이 깊은 지하까지 추격해 올 필요가 없었는데.

그때.

터덩, 텅!

땅굴에 지속적인 충돌음이 울렸다.

원인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쿠웅.

“커헉!”

시문이 뚫고 왔던 천장.

그곳에서 사람 하나가 떨어진 것이다.

“당신은…….”

그를 본 시문이 미간을 슬쩍 찌푸린다.

피투성이의 몰골 때문이 아니었다.

“그 백호 길드의 창민인가 뭔가 하는 사람 맞죠?”

백호 길드의 창민.

승급전 매칭이 되자마자 시문을 저격하며 선동했던 이.

‘본대에서 쫓겨났던 거 같은데, 주변에 숨어 있었나 보군.’

암살계 같더라니.

용케도 기척을 숨기고 주변에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하나.

“으…… 으!”

이젠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인지.

그는 신음하며 시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내.

“살…….”

힘겹게 입을 달싹이던 창민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시문의 시선은 창민의 전신을 빠르게 훑었다.

깊은 지하까지 떨어져서 곳곳이 골절되긴 했으나.

‘정작 사망의 원인은 복부의 관통상이야.’

기다란 무언가가 배를 꿰뚫어 버린 듯, 뻥 뚫린 창민의 복부.

그리고.

‘잠깐. 독기도 있잖아?’

복부에선 희미한 녹색의 연기까지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그때.

[역시, 당도했나…….]

뒤에 있던 왕자 엔츠가 굳은 얼굴로 천장의 구멍을 노려봤다.

이내.

[존귀하신 분이시여, 얼른 달아나십시오.]

그는 땅굴 정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리로 쭉 가면 스카라베의 영역과 이어지는 땅굴이 나옵니다. 그들을 만나기만 한다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스카라베라면 풍뎅이 형태의 인섹터들이잖아?’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

그도 그럴 것이.

‘언제부터 엔츠랑 스카라베가 동맹 관계였지?’

인섹티아 자체가 여왕을 필두로 무한한 영역 다툼을 펼치는 차원 아니던가.

한데 타 인섹터의 도움을 받다니?

그러나 의문을 풀 시간은 없었다.

[저희가 최대한 시간을 끌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시길.]

어느새 탈태를 끝낸 호위 엔츠 둘이 왕자 엔츠의 곁으로 붙는다.

이내.

위이이잉.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를 날개를 펄럭이며, 곧장 천장의 구멍 속으로 날아가 버리는 엔츠들.

그들이 사라진 천장의 구멍과 창민의 시체를 번갈아 보던 시문은 머리를 긁적였다.

“원래라면 개꿀인 상황인데…….”

애당초 플래티넘 승급전 때문에 인섹티아로 와 있는 것 아니던가?

게다가 서바이벌 종목인 만큼.

엔츠가 알려 준 도주로를 따라 도망가면 제한 시간까진 충분히 버틸 것이다.

여차하면 풍뎅이형 인섹터인 스카라베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겠지.

하나.

‘이 길로 가면 왠지 보상은 승급 하나로 끝일 것 같단 말이지.’

그간 비정상적인 아레나에 절여진 시문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냥 편한 길을 택하면 뭔가 더 얻을 수 있는 보상도 놓칠 것 같다고.

‘안 그래도 천마신공이니 호문쿨루스니 업적 포인트가 많이 필요한데…….’

저번에도 그랬지만.

원래 승급전의 보상은 짜지 않은가?

이런 시문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일까.

-진짜 승급전에도 이런 욕심을 부리다니, 우리 오빠답다.

현자의 돌의 넋두리가 이어졌다.

* * *

“또 온다!”

“나 마력이 다 떨어졌어! 살려 줘!”

일제히 울리는 비명.

혼비백산에 빠진 플레이어들의 머리 위로.

왜애애애앵!

섬뜩한 소리가 날아들었다.

흡사 말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기분.

아니, 기분이 아니었다.

“치르르르!”

형형색색의 외골격과 2미터가 넘어가는 길쭉한 키.

그리고 잔상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날갯짓까지.

몸집만 커졌다 뿐이지.

베스파란 인섹터는 사실상 지구의 말벌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 이대로 뒤질 순 없어!”

똘똘 뭉쳐 있던 플레이어들의 진형에서 기어코 이탈자가 생긴다.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사람보다 큰 말벌.

그것도 더 흉측하고 살상력이 높은 거대 말벌 수백 마리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였으니까.

“엇! 이봐! 돌아와!”

“저 개X끼가 저 혼자만!”

이탈자의 등 뒤로 플레이어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닥쳐! 어차피 뭉쳐도 뒤지는데 속도 특성이 있는 내가 왜…….”

그에 이탈자의 반문이 끝나기도 전에.

왜애앵.

“으, 으아악!”

요란스러운 날갯소리와 함께 이탈한 플레이어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거대 말벌 형태의 인섹터.

베스파에게 잡아채인 것이다.

이어.

콰지직.

파육음과 함께 분수처럼 쏟아지는 핏물.

시뻘건 핏물과 조각난 시체가 쓰레기처럼 떨어진다.

그에 본대의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

50명이었던 참가자는 어느새 20명대로 반 토막 난 상황.

그나마.

[오너라! 더러운 하늘의 쓰레기들아!]

[엔츠를 위하여!]

시문이 사라졌던 지하에서 나타난 웬 상위종 엔츠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그뿐.

본래 천 마리가 넘었던 베스파 무리를 셋이서 절반 가까이 죽여 버린 만큼.

[크윽!]

[왕자님!]

상위종 엔츠들 역시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저것들이 죽으면 우린 끝이겠지?’

‘지금도 계속 사망자가 생기는데…….’

‘무슨 수를 써야 해.’

베스파 무리의 80%를 상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위종 엔츠들.

그럼에도 본대의 플레이어 수는 반 토막이 난 상황이었다.

저 엔츠들이 쓰러지고 나면 도망은커녕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하리라.

그렇다면.

‘저것들이 버티고 있을 때, 도망가야 해!’

‘일단 살아야 한다. 어차피 제한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그 전에 최대한 제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 방법일 터.

이전까지와 달리 오히려 조용해지는 본대.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아는 것일까?

“저기! 김시문이 사라진 구멍으로 가자!”

누구 하나가 입을 떼며 달리자.

“지하라면 말벌 새끼들도 못 쫓아올 거야!”

“제길! 밀지 마!”

굳건하던 본대가 순식간에 무너지며, 시문이 사라졌던 구멍으로 우르르 달려 나갔다.

그런 플레이어들의 앞으로.

치이이익.

녹색의 진득한 액체가 쏟아졌다.

“끄아아아!”

“해, 해독을……!”

가장 선두로 달려 나가던 이들이 한순간에 독액에 뒤덮인다.

“미친! 회복을 못 시키겠어!”

“무슨 독뎀이 이렇게 세?!”

힐러들이 어찌 손쓸 팀도 없이 녹아 버리는 플레이어들.

그런 플레이어들의 눈앞으로.

[특정 엔츠가 지속적으로 베스파 무리에 노출되었습니다.]

[특수 조건 만족으로 히든 보스 ‘편대사령관 베르파크’가 등장합니다.]

더욱 암울한 소식이 떠올랐다.

“뭐, 뭐라고?”

“아니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지금도 난린데 히든 보스라니? X발! 지금 장난해?!”

히든 보스.

안 그래도 암울한 이 승급전에 종지부를 찍는 존재.

그러나 플레이어들의 한탄은 길게 가지 못했다.

촤아아아.

“또 온다!”

앞서 선두를 절명시켰던 독액.

그것이 또 한 번 플레이어들을 덮친 것이다.

물론 플래티넘을 노리는 이들답게.

“배리어!”

“빛이여!”

이번엔 플레이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법계와 보조계들의 보호막이 펼쳐지고.

전투계들의 방패가 머리 위를 덮었다.

타다다다닥!

겹쳐진 방어진 위로 콩 볶는 소리가 들려온다.

“방어막이 뚫린다!”

“제길! 더는 못 버텨. 다들 나가!”

녹아내리는 방어진에 빠르게 독액의 영역을 벗어나는 플레이어들.

그러고 나서야 이 강력한 독액 세례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천한 종족 주제에 내 독기를 제법 버티는구나.]

굵고 날카로운 이명에 실려 오는 완벽한 의사와 감정.

그리고 타 베스파들에 비하면 몇 배는 거대한 크기까지.

편대사령관 베르파크.

시스템이 알려온 히든 보스를 말이다.

[그래 봐야 미물. 저것들은 너희가 처리하도록. 난 귀한 손님을 모셔야 하니.]

그는 더 손을 쓸 가치도 없다는 듯.

부하들에게 가볍게 손짓하곤 탈태한 엔츠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왜애애앵!

수백 마리 베스파의 사나운 날갯짓 소리가 사방에서 몰려온다.

베르파크의 독액으로 퇴로까지 막혀 버린 상태.

“으으!”

“조, 조졌다…….”

플레이어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흙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런 그들의 귓가로.

“히든 보스까지 뜨다니, 그냥 갔으면 완전 손해 봤겠어.”

익숙한 미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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