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14화 (114/349)

제114화

114화. 플래티넘 랭크 데뷔전 (2)

눈앞에서 사람 둘이 쓰러졌건만.

“히잉!”

천사 같은 아이는 그저 눈을 글썽이며 한 남자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남자 역시도 쓰러진 두 남녀는 안중에도 없는지.

“하아…….”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머지않은 곳에서 플레이어 하나를 처리하던 사이에.

뒤에서 얌전히 있던 시연이가 사라진 게 아닌가?

‘애들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더니. 정말 잠시 눈을 뗐다고 여기까지 왔을 줄이야.’

심지어 잠시, 그것도 진짜 한 30초 걸렸나 싶은 잠시였다.

그사이에 뒤에 있던 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후…… 그나마 각인인지 결속인지, 나랑 이어져 있어서 다행이지.’

각인과 결속 작업 덕분인지.

시연이의 위치는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어, 금방 따라붙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시문은 주춤했다.

‘잠깐. 정말 큰일이 났을까?’

시문의 시선은 울먹이는 아이를 향했다.

연성 때 들어간 재료 수준만 따져도 어지간한 플래티넘에겐 밀리지도 않을 텐데.

아까 전투 때도 그랬다.

‘분명 30초대였단 말이지.’

아무리 플래티넘 데뷔전의 참가자라도 지금의 시문에게 비빌 수는 없는 노릇.

진짜 일방적으로 두들겨 팼었고, 그렇게 걸린 시간이 30초다.

그 30초 사이에 요 조그마한 아이가 여기까지 이동했다는 건.

‘역시 시연이의 기본 스펙이 엄청나다는 뜻 아닐까?’

아무래도 맞는 거 같은데?

꽤나 진중한 얼굴로 턱을 괴는 시문.

그런 시문을 오해한 것일까?

“시, 시여니 잘못해쪄…….”

시연이의 둥근 눈망울에 한층 더 수분이 차올랐다.

“응? 아.”

그에 화들짝 놀란 시문은 작게 탄식하고는 몸을 낮췄다.

“시연아, 나 화내는 거 아니야. 이리 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양팔을 슬쩍 벌리는 시문.

그에.

“아빠!”

눈물을 글썽이던 시연이 대번에 시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가볍게 포옥 안기는 시연.

‘음? 기본 스펙이 높다면 제법 충격이 와야 하는데?’

그에 나름 충격에 대비하던 시문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뿐.

“시연이 혼자 안 가께! 아빠한테 이쓰께!”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며 파고드는 아이에 그러한 의문은 사르르 녹아 버렸다.

‘그래,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냐.’

이렇게나 귀여운데.

순간 이런 아이에게 기초 스펙이니 뭐니 따졌던 스스로에게 희미한 죄책감까지 들었다.

시문은 고개를 슬쩍 젓고는 포옥 안긴 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 너무 귀엽다!

-우리 시연이 우는 것 좀 봐 ㅜㅜ. 삼촌이 사탕이라도 주고 싶다!

-삼촌…… 그러다 잡혀가요…….

-시문 님! 왜 우리 애를 울리고 그래욧!

그 모습에 우르르 올라가는 채팅창.

아레나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늘.

벌써부터 시연이에 반한 시청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연맘들 불났네.

-그나저나, 애가 아레나에 참가할 수 있음? 참가 연령 15세부터 아니었나?

-맞음. 근데 애가 아닌 거 같은데?

-방금 이 형 보고 아빠라고 했잖아. 숨겨 둔 딸 아닐까?

-아니, 님아. 방금 위에 나왔잖아요. 15세 이하 아레나 금진데 딸은 무슨 ㅋㅋㅋ

-딸 같은 소리 하는 비각성자들은 좀 나가자.

뜬금없는 아이의 등장에 의문을 품는 채팅이 더욱 많았다.

-아마 소환수의 일종이 아닐까 싶은데?

-맞아. 소환수들 가끔 주인보고 아빠, 엄마 거릴 때 있잖아.

-그러네? 미스터 킴은 저번에 골렘도 연성했잖아. 그럴 수도?

-그럼 쟤가 골렘이라는 말임? 오마이갓…… 아무리 봐도 사람인데?

-골렘은 아니다. 너희는 골렘 보지 못했나? 저렇게 감정이 풍부할 수 없다.

-동감한다, 브로. 나에게도 골렘이 있지만, 저런 행동은 입력이 불가하다.

줄줄이 이어지는 시연에 관한 의문들.

이젠 외국인 시청자들도 상당수인 터라.

소환수이냐 아니냐로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채팅창을 꺼 두는 시문이 이를 알리는 만무했다.

그러나.

[성좌 검은 염소가 김시연을 호감 어린 눈으로 바라봅니다.]

[성좌 오딘이 김시연과 소꿉놀이를 원합니다.]

[성좌 제우스와 천마가 오딘을 한심하게 바라봅니다.]

주야장천 이어지는 성좌들의 관심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즉각적으로 눈앞에 떠올랐으니까.

시문은 한숨을 푹 쉬며 성좌들의 반응을 치웠다.

단순히 그들의 반응이 귀찮아서가 아니었다.

‘웬만하면 시연이를 안전한 곳에 숨겨 두고, 아레나를 끝내 버리려고 했는데…….’

혼돈계에 안전한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천족과 마족의 전투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벙커 같은 것을 연성해서 숨겨 두기는 충분했다.

하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이렇게 시연이와 함께 다니는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미션]

-네 명의 성좌는 당신이 연성한 김시연에게 짙은 호기심을 표합니다.

이번 플래티넘 랭크 데뷔전에서 ‘김시연’과 함께 1등을 달성하십시오.

보상 : 업적 포인트 10,000

바로 미션.

데뷔전에 함께 참가한 시연이를 만나고 나서 곧장 팝업된 성좌들의 미션 때문이었다.

‘어지간하면 이런 미션은 안 하려고 했지만…….’

업적 포인트 만 점이라는 보상은 시문을 쉽게 흔들어버렸다.

이미 시연이의 연성으로 업적 포인트의 출혈을 겪은 시문.

심지어 점점 비싸지는 연성의 대가 때문에 만 점이라는 보상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해서 벙커나 그에 준하는 요새를 연성해.

시연이를 안전하게 숨겨 두고 데뷔전을 쓸어버릴 생각이었지만.

[본 미션은 반드시 ‘김시연과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런 시문의 속내를 애당초 꿰뚫은 것인지.

성좌들은 김시연과 함께 데뷔전을 치러 나가길 바랐다.

시문은 이마를 슬쩍 짚었다.

‘애를 끼고 데뷔전에서 1등까지 하라니.’

사실 작정하면 못 할 것도 없겠으나.

최대한 업적 포인트를 세이브하고픈 시문으로선 그다지 달가운 조건이 아니었다.

‘물론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연이를 끼고 1등하는 건 오히려 쉬운 일이긴 해.’

재료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 제작 골렘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재료들이 들어간 제작 골렘이 시연이라서 그렇지.

당장 저 외형이 만약 본래 제작한 거구의 파츠대로였다면.

진작 데뷔전을 쓸어버리고 다녔을 거였다.

시문은 묘한 시선으로 품속에 안긴 시연을 내려다봤다.

‘확실히 성좌들이 저러는 걸 보면 시연이에게 뭔가 능력이 있나 본데…….’

4명의 상위 서열 성좌들은 바보가 아니다.

아마 자신이 보지 못한 시연이의 능력을, 저들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저런 미션을 내건 거겠지.

‘뭐, 설령 시연이의 능력이 없다 해도, 업적 포인트 만 점이면 고생할 만한 보상이긴 해.’

들어간 재료가 아깝긴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굳이 전투에 쓰고 싶지도 않았다.

미스릴 골렘보다 지성도 훨씬 높으니, 치료제 제작 같은 연구실의 일만 돕게 해도 충분하지 않는가?

‘전투용 제작 골렘이야 또 만들면 되니까.’

그렇게 고개를 주억거린 시문은 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시연아, 편하게 다녀도 돼. 다만 항상 아빠 주변에 있어야 한다?”

“웅! 아라쪄!”

조막만 한 손을 꼭 쥐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연.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쓸어 준 시문은 제 가슴 정중앙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현자의 돌 녀석, 언제 일어나려나?’

시연이를 연성한 이후.

연성의 후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D였던 등급이 C로 상승해서인지는 몰라도.

현자의 돌은 계속 수면 상태였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신화급 무기는 이제 녀석이 없어도 연성이 가능하니까.’

C등급으로 올라간 후.

딱히 현자의 돌의 도움이 없어도 신화급 무구를 연성할 수 있게 된 시문이었다.

‘거기에다 칭호도 성장을 했고.’

시문은 칭호창을 열어 ‘연금술의 선구자’의 옵션을 확인했다.

[연금술의 선구자] - 성장형

연금술의 신화적인 산물을 모두 연성한 연금술사에게 주어지는 칭호.

-연성 관련에 보통 보너스를 받는다.

-연성에 소모되는 연성력이 25% 감소한다.

-연성의 위력이 15% 증가한다.

작은 연성 보너스는 보통으로.

소모되는 연성력은 15%에서 25%.

새로 추가되었던 연성 위력은 5%에서 15%까지.

시연이의 연성이 꽤나 큰일이었는지.

칭호 ‘연금술의 선구자’는 지금까지 5%씩 성장했던 것과 달리.

전체적으로 10%씩 옵션이 성장한 상태였다.

‘이 정도면 당장 현자의 돌이 없어도 데뷔전은 무난히 끝내겠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시연아, 이리 와.”

“웅! 어부~바!”

“꽉 잡아야 해?”

“웅!”

폴짝 뛰어드는 시연을 등에 업곤 바닥을 박찼다.

* * *

세계적인 아레나 채널 TWC.

-아! 동남아 플레이어들이 대거 쓸려 나갑니다!

-어쩔 수 없어요! 유럽 쪽은 이미 절반 이상의 플레이어가 뭉쳤는걸요!

그곳은 캐스터 마이클과 해설 조나단의 열띤 진행으로 한창 달아오르고 있었다.

-동남아 쪽도 두셋씩 팀을 이루긴 했으나, 이미 각개격파를 너무 많이 당했군요.

-이래서 플래티넘 데뷔전의 리스폰 위치가 무척이나 중요한 거죠. 아무리 강해도 쪽수로 밀어붙이면 답이 없지 않습니까?

연신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두 사람.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보고 있는 화면.

혼돈계의 한 곳에 완벽한 진형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끄악!”

“쿨럭!”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들을 학살하고 있었으니까.

“다, 달아나! 우선 각자의 생존부터 챙겨라!”

“틀렸어! 결계가!”

“제길! 빨리 부숴!”

1인 혹은 2, 3인.

나름 소규모로 팀을 이룬 동남아의 플레이어들이었으나.

“결계가 펼쳐졌다!”

“이제 놈들은 도망도 가지 못해. 전부 죽여!”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여기서 확실히 탈락시켜!”

10명 이상의 무리를 이룬 유럽의 플레이어들에게 비빌 수는 없었다.

개개인의 차이가 있긴 해도.

결국 플래티넘 랭크 데뷔전에 참가하는 동 실력대의 플레이어들 아닌가?

비슷한 이들끼리 붙으면 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부서져! 좀 부서지라고!”

“빌어먹을! 무슨 결계가 이렇게 단단한 거야?!”

유럽 쪽 플레이어가 펼친 결계.

심지어 마법계 플레이어가 펼친 것인지.

반투명한 흑색 결계는 동남아 플레이어들의 갖은 공격에도 실금조차 가지 않았다.

결국.

“아악!”

“아, 안 돼! 여기서 더 죽으면 우리는!”

통곡의 벽에 막힌 채, 하나둘씩 처리되는 동남아 플레이어들.

그들이 모두 죽고 나서야.

우웅.

철옹성 같던 흑색 결계가 사라졌다.

“흐흐! 제물이 왕창 생겼군. 잘됐어.”

창백한 피부에 다크서클이 짙은 남성이 비죽거리며 터덜터덜 걸어 나온다.

그를 본 조나단이 탄식했다.

-아아! 이 압도적인 결계가 누구의 것인가 했더니, 파우스트였군요!

-파우스트면 이번 유럽 마법계의 최고 기수 중 하나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심지어 조건만 갖춰진다면 사실상 원톱에 가까운 인물이에요!

-조나단, 그 조건이라는 게 무척이나 궁금해지는데요?

마이클이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단순히 해설인 조나단에게 멘트를 넘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름 플래티넘 출신으로서 한 플레이어에 대한 실력이 진심으로 궁금한 것이다.

조나단 역시 마이클의 진심을 눈치챘는지.

-하하! 그러고 보니 마이클도 마법계였죠? 궁금해할 만하네요.

경쾌하게 받아 주었다.

무릇 방송이란 어느 정도 진심이 섞여야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니까 말이다.

화면에 파우스트의 음침한 얼굴을 비춰지자, 조나단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파우스트는 훌륭한 흑마법사죠. 거기에 사기 스탯도 있어서 사령술도 사용이 가능하거든요.

-와우! 마기에 사기까지 지니고 있다고요?

눈이 찢어질 듯 커지는 마이클.

그도 그럴 것이 마기와 사기.

둘 다 희귀 스탯이 아니던가?

진심으로 놀라는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린 조나단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고로 그는 흑마법의 특유의 제물 의식에,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죽은 것들도 바칠 수 있죠.

-잠깐만요, 조나단. 그 말은 설마…….

무언가 깨달은 게 있는 것일까?

마이클이 불신 가득한 눈으로 조나단을 돌아봤고.

-그 설마가 맞습니다. 파우스트는 방금 죽어 버린 동남아 소속 플레이어들, 그들 모두를 제물로 바칠 수 있고…….

조나단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자못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뛰어난 흑마법사인 만큼, 제물 의식으로 마족을 소환할 수 있지요. 그것도 이 혼돈계에서 말이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응답하소서!!”

파우스트의 광기 어린 외침과 함께.

스아아아아!

허공이 찢어지며 음산한 마기가 쏟아졌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