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34화 (134/349)

제134화

134화. 독일전 (2)

그에.

“파우스트으으!!”

레오니의 눈에 절로 독기가 끓어올랐다.

그녀는 저 멀리 가슴에 말뚝이 박힌 채, 죽어버린 파우스트를 노려봤다.

“주 스탯도 봉인했다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소리치는 레오니.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대신 그녀의 의문은 다른 이가 답해주었다.

“파우스트의 저주는 제대로 먹혔어.”

“뭐?”

방금까지만 해도 그녀가 두 동강 내버리려던 남자.

김시문이었다.

“말 그대로야. 파우스트의 저주는 제대로 걸렸어. 내 주 스탯이 꼼짝도 안 하거든.”

그의 말에 레오니는 얼굴을 확 찌푸렸다.

“그렇게 안 봤는데 조롱을 즐기는 스타일인가 보군.”

“진짠데.”

“그럼 그 몸은 대체 뭐냐! 마기와 주 스탯, 둘 모두를 봉인했는데!”

“간단하지. 봉인당한 두 스탯의 영향을 안 받는 능력이니까.”

“…….”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답하는 시문.

사실이었다.

‘용력도 용력이지만, 기본적으로 용체화는 특성에 해당되거든.’

파우스트가 봉인한 것은 어디까지나 연성력과 마기.

용력과 특성을 봉인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연성력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현자의 돌이 아니고서야,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그마저도 말만 못 할 뿐.

‘전보다 등급이 올라서 그런지, 현자의 돌도 멀쩡하니까.’

현자의 돌 역시 멀쩡한 상태였다.

-이씨…… 진짜…… 엿같……!

그것도 아주 멀쩡하게 말이다.

“하…….”

시문의 말에 얼이 빠지는 레오니.

사실 그녀도 알고는 있었다.

더 이상 손가락을 튕기지 않는 것을 보아, 주 스탯을 봉인하는 파우스트의 저주는 제대로 먹혔다는 걸.

하지만.

‘주력 스탯 2개를 틀어막았는데…… 뭐가 더 있다고?’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 아니던가?

하나 일은 벌어졌고.

“빌어먹을!”

그녀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레오니는 분함에 땅을 쾅 차고는 바닥에 박힌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안 그래도 이딴 식으로 이기는 게 그리 달갑진 않았으니까.”

제 키만 한 대검이 무겁지도 않은지.

한 손으로 대검을 척 늘어뜨린 레오니.

“날 후원하는 성좌도, 이런 식의 승리는 그다지 즐기지 않거든.”

“성좌?”

시문이 저도 모르게 되물었으나, 그녀는 대답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브륀힐드시여! 그대의 용사가 청하나이다!”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는 레오니.

그에 호응하듯.

우우웅.

환한 빛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는다.

이내 전신으로 조형되는 한 세트의 갑옷.

휘황찬란한 빛으로 조형된 그것은 어둑한 이 철로에 신성함과 강맹함을 여과 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다이아나 올라가서야 쓸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빛의 파편을 흩날리는 레오니.

“인정해주마. 김시문. 넌 지금껏 내가 상대해온 이들 중 최강이다. 그러니.”

그녀는 대검을 고쳐 쥐며 쇄도했다.

“전력으로 박살 내겠다!”

슈아아아!

어마어마한 기세로 날아드는 레오니.

시문의 두 눈엔 이채가 어렸다.

‘엄청나군.’

과연 성좌의 힘답게.

그녀의 돌진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저릿했다.

현 상태가 용체화를 이뤘음을 따져보면 무척이나 위협스러운 상황.

그러나 용체화가 연신 보내오는 경고에도, 시문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좌 오딘이 ‘헤에? 익숙한 기운이다 했더니 브륀힐드였어?’ 짓궂은 눈으로 주시합니다.]

갑자기 눈앞으로 오딘의 반응이 떠오른 것이다.

[성좌 오딘이 흥미가 가득한 눈으로 당신의 왼쪽 눈을 바라봅니다.]

또다시 떠오르는 오딘의 반응에 뭐라 물을 틈도 없이.

‘일단 피해야겠어.’

키이잉.

시문은 오딘의 눈을 활성화하고,

코앞까지 들이닥치는 레오니를 한결 느린 배속으로 보며 그녀의 검을 피했다.

아니, 피하려고 했다.

휘청!

빛과 같이 쇄도하던 레오니의 신형이 거칠게 흔들려.

꽈아아앙!

곧장 벽면으로 처박히기 전까진 말이다.

* * *

[전투계에게 팔 한 짝은 너무 치명적인데요? 저런 부상은 원거리 힐로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절단상은 제대로된 치료가…… 어어!! 말씀드리는 순간 레오니 선수! 갑자기 전신에서 빛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채널 국아의 두 남자.

최강엽과 송재경은 침을 튀겨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했다.

[방금 자기 입으로 후원하는 성좌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저건 성좌의 힘일 가능성이 커지는데요!]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범상치 않은 기세를 보니 확실한 것 같습니다!]

성좌.

현 플레이어들의 최고 관심사이자, 갤럭시 아레나 최대의 미스터리 중 하나.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조건으로 나타나는지는 아무도 몰랐으나.

성좌의 후원을 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다이아 이상의 최상위권 플레이어가 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성좌의 후원을 받고 그 힘을 발하는데 어찌 흥분을 하지 않을까?

-미친! 성좌라고? ㄷㄷ…….

-독일 클라스 보소. 플래티넘인데 성좌의 후원을 받아?

-사실일 듯. 오빠 파비안 볼프도 성좌랑 커넥이 있다고 들었음.

-성좌의 힘이면 아무리 김시문이라도 좀…….

그것을 증명하듯.

특별전의 채팅창 역시 성좌라는 이름에 한껏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러면 아무리 김시문이라도 좀…….

-ㄹㅇ 성좌는 개에바지. 저걸 어케 이겨?

-글쎄. 난 김시문도 성좌랑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ㅇㅇ. 안 그래도 해외에서 돌고 있는 말임. 김시문 성좌 후원받고 있는 거 아니냐고.

-말 되네? 보통 자기가 성좌 후원받는 거 잘 안 밝히잖아.

-알려져 봐야 좋은 꼴을 거의 못 보니까 그렇지 ㅋㅋ

-근데 김시문이 성좌 후원을 받는 거면 지금 성좌의 힘 써야 하는 거 아님?

-그러게. 근데 아무것도 안 하네? 손 놓은 건가?

성좌의 힘을 받은 플레이어는 보통 해당 랭크대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고로 같은 성좌의 힘이나 그 급에 걸맞은 무언가가 아니고서야, 대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국아의 두 진행자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레오니 선수! 엄청난 속도로 돌진합니다!]

[아…… 김시문 선수, 포기한 걸까요? 상대는 성좌의 후원을 받았으니 이해 못 할 것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하는데요.]

아무런 움직임 없이 서 있는 시문에 아쉬움을 한껏 표했다.

그때.

[어엇?!]

[아니!]

돌진하던 레오니가 휘청하며 벽면에 처박히는 장면이 송출되었고.

[레오니 선수. 갑자기 벽으로 돌진합니다!]

[이, 이게 무슨!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 레오니 뭐 하는 짓임?

-설마 성좌의 힘이 너무 강해서 제대로 못 다룬다 그런 거임?

-개소리는 정도껏 해주세요. 성좌가 애 장난입니까?

-걍 가지고 놀려는 거 아님?

두 해설과 채팅창은 의문과 물음표로 차올랐다.

이내.

흙먼지가 걷히고 드러나는 상황에.

[누, 눈을 감고 있는데요?]

[잠깐. 설마 지금 잠을 자는 건가요?!]

모두 입을 떡 벌렸다.

* * *

자욱한 흙먼지가 걷힌다.

그 속으론 눈을 감은 채, 쥐 죽은 듯 누워 있는 레오니가 보였다.

여전히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휘황찬란한 빛의 갑옷이 아니었다면.

아마 죽었다 라고 생각될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런 레오니를 본 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성좌 브륀힐드의 힘을 받은 레오니.

그녀의 기세는 용체화를 한 시문으로서도 피부가 저릿할 정도였는데.

갑자기 저렇게 꼬꾸라지다니?

심지어.

새근새근.

팔 한 짝이 날아가도 싸우려던 사람이 갑자기 저렇게 깊은 잠에 빠질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 시문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성좌 검은 염소가 ‘저 벌은 왜 안 끝난 거야? 쟤 이제 유부녀잖아.’ 오딘을 보며 고개를 갸웃합니다.]

[성좌 오딘이 ‘그게…… 까먹고 있었어. 헤헤!’ 머리를 긁적이며 해맑게 웃습니다.]

[성좌 바알이 “으음.” 한심한 눈으로 오딘을 바라봅니다.]

[성좌 제우스와 천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눈앞으로 주르륵 떠오르는 성좌들의 반응.

그것이 레오니의 갑작스러운 수면을 어느 정도 납득시켜 준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 성좌 브륀힐드와 오딘 사이에 뭔가 일이 있나 보군.’

검은 염소가 ‘벌’이라고 논하는 것을 보니.

필시 잠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는 거겠지.

‘그럼 아까 멀쩡했던 건…… 그렇군. 아까는 성좌 브륀힐드의 힘을 빌리지 않아선가?’

처음 레오니를 마주했을 때.

그리고 그녀의 팔 한 짝을 날려버릴 때까지만 해도, 레오니는 멀쩡히 움직였었다.

한데 성좌 브륀힐드의 힘을 얻고 난 후의 그 위협적인 돌진 때.

활성화된 오딘의 눈을 마주하자마자 움직임이 꺾이지 않았는가?

‘그렇다기엔 나도 오딘의 눈을 늦게 활성화했는데…… 이거 궁금해지네.’

시문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과연 성좌 브륀힐드의 힘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오딘의 눈을 활성화하면 레오니는 잠이 들까?

‘지금은 특별전 중이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실험해 봐야겠군.’

연금술사 특유의 호기심.

그것을 간신히 억제한 시문은 잠자는 철로의 여전사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

쐐애액!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시문의 앞으로 우수수 꽂히는 화살들.

가볍게 두어 걸음 물러나 그것들을 피해 낸 시문은.

화르륵.

이어 날아드는 화염 마법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퍼석.

용체화가 된 주먹에 힘없이 깨지는 화염 마법.

시문은 손에 붙은 작은 불꽃들을 무심히 털어 내며, 투사체가 날아든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레오니가 끝이 아니었지.”

시문의 시선이 광물 수레를 둘러싼 독일팀을 향한다.

수레를 수비하던 한국팀은 어느새 이상민을 제외하곤 모두 쓰러져있었다.

“으윽…….”

그마저도 부상이 심각한지.

만신창이로 몸을 비틀거리는 이상민.

‘특별전에서 최대한 업적 포인트는 안 쓰려고 했지만.’

상황이 상황일뿐더러, 어차피 바알의 미션으로 5,000점을 얻지 않는가?

미션만 클리어하면 검은 염소의 퀘스트를 깨고도 업적 포인트가 남으니.

시문은 지체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이어.

쿠르릉.

땅속이라는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천둥소리가 철로 전체를 울렸고.

“뭐야?! 손가락을 튕기잖아?”

“마력 봉인된 거 아니었어?”

“이제 30분 지났는데?!”

그를 본 독일팀은 대번에 혼란에 빠졌다.

그때.

“수, 수레!”

한 독일 선수가 황급히 소리쳤다.

“레오니는 포기하고 그냥 수레만 박살 내!!”

“맞아! 이거 운송전이잖아!”

그 말에 혼비백산이던 독일팀의 정신이 돌아온다.

현 특별전은 운송전.

고로 상대의 운송을 저지하거나, 운송 목표를 파괴해버리면 아레나는 이쪽의 승리로 끝난다.

룰을 상기한 독일팀은 곧장 목표를 바꿔.

“배쉬!”

“매그넘 샷.”

운송 목표인 광물 수레를 향해 공격을 쏟아 냈다.

하나.

“울어라.”

뚜렷한 미성이 다급한 상황을 가르고 모두의 귓속으로 파고들었고.

쿠르르릉!

뒤이어 거대한 천둥소리가 모두의 고막을 두들겼다.

단순한 소리만이 아니었다.

짜자작!

푸르고 하얀 뇌전.

그것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키며, 광물 수레를 뒤덮었다.

파사삭.

순식간에 생성된 벼락의 결계에 독일팀의 공격이 허무하게 바스러진다.

이어.

또 한 번 손가락을 튕겨 레바테인을 연성하려던 시문의 움직임이 주춤한다.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음?’

활성화된 오딘의 눈.

그 시야엔 통로의 벽 너머로.

복잡하지만 익숙한 형태의 윤곽선들이 포착된 것이다.

‘저건…….’

시문은 그것들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깨달았고.

“과연, 그래서 버려진 철로였나?”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슬쩍 저었다.

이내.

“계, 계속 쏴! 쏟아부으라고!”

발악적으로 외치는 암살계 남성.

막스를 향해 손을 내미는 시문.

정확히는 그 뒤에 있는 벽 너머의 거대하고 익숙한 장치를 향해서였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1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하게 떠오르는 창에 당연히 예를 택했고.

우웅.

잘 익은 과일처럼 샛노란 기운이 벽 너머, 거대한 장치의 중심부에서 연성되었다.

그러자.

쿠르르르르르.

당장 무너지기라도 할 듯.

버려진 철로 전체가 크게 진동한다.

“뭐, 뭐야?!”

“이건 또 무슨 마법이야?”

자세를 잡기도 힘들 정도의 큰 지진으로 혼란에 빠진 독일팀.

덜커덩! 똑딱.

끼리릭.

거칠고 낡은 쇳소리.

그러나 끊임없이 들려오는 정체 모를 기계 소리가 연신 독일팀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내.

철컥.

“저, 저건!”

“대포? 톱니 모양의 칼날도 있는데?”

“잠시만. 설마…… 아니지?”

벽면에서 빼곡히 드러나는 수십의 대포와 톱니 칼날, 그 언저리의 기계들에 독일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늘 그러듯.

[방어 시스템 가동.]

[침입자 발견. 탐색 중.]

불안한 예감은 조금도 빗나가질 않았다.

“괜찮아! 어차피 김시문도 같이 공격당할 거야!”

“마, 맞아! 수는 우리가 많고, 저놈은 운송 목표까지 보호해야 하잖아!”

“다들 힐러진 주변으로 모여!”

또한.

[특별 보호 인물 확인.]

불행은 가끔 지독하게도 겹쳐온다는 것까지.

[정밀 탐색 실행.]

아스트라페의 결계 속으로 들어가려던 시문의 걸음이 멈춘다.

어느새 천장에서 내려온 망원경 형태의 기계가 시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끼리릭.

그것은 이리저리 다각도로 움직이며 시문을 살폈고.

[확인 완료. 보호 대상 0순위. 김시문.]

아까와 같이 딱딱한 음성과 함께.

[보안 레벨 최고 등급으로 발령.]

왜애애애앵!!

강렬한 사이렌 소리가 철로 전체에 메아리쳤다.

튀어나올 장치가 더 있었는지.

차르륵.

철컥!

빼곡하다 못해, 벽면의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수수 튀어나오는 방어 시설들.

이내.

[섬멸 모드 작동.]

[보호 대상을 제외한 모든 대상의 섬멸을 시작합니다.]

듣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내용이 흘러나왔고.

“이래서 사람은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한다니까.”

절로 올라가는 시문의 입가와 함께.

콰과가가가가강!!

고막이 먹먹해지는 폭음이 철로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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