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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39화 (139/349)

제139화

139화. 검은 제련소 (2)

말리도크가 순종적으로 말을 이으려던 순간.

[특별 상황으로 방송으로 나가는 일정 부분이 검열됩니다.]

한줄기의 문구가 시문의 앞으로 떠올랐다.

시문은 그것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무심히 말리도크를 내려다봤다.

“4용제 브리트라 님께서 관리하시는…… 시설입니다.”

“4용제 브리트라?”

예상치 못한 존재의 등장에 한쪽 눈썹이 삐쭉 올라가는 시문.

검은 제련소도 5용제 니드호그가 담당하는 시설 아니었나?

“뭐 하는 곳이지?”

“세뇌나 타락 등 대상의 정신을 개조하는 곳입니다…… 또 정보를 캐거나 거짓을 실토…… 큭!”

뿔을 잡은 손아귀로 고통 어린 떨림이 전해져온다.

그에 무심하던 시문의 눈이 처음으로 반짝였다.

‘호오, 내 사안에 저항을 해?’

꿇은 무릎이 펴지지 않는 것을 보아, 사안에 완전히 저항한 것은 아니었지만.

향락의 요람에 대한 설명을 자의적으로 멈춘 걸 보면, 어느 정도 저항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말리도크를 내려다보는 시문의 눈이 한층 차분해졌다.

‘과연. 드라고닉이라 이건가?’

각성 용족인 드라고닉.

깨달음이란 정신적 수양으로 각성한 만큼, 사안에 대한 저항력이 있을 법도 했다.

물론 상급 용족이란 태생도 한몫했을 테지만 말이다.

우웅.

시문은 왼쪽 눈에 용력을 더욱 집중시켰다.

그러자 날카롭게 찢어진 동공이 더욱 확장되며.

“아, 안 돼…… 들어오지……!”

말리도크의 눈 속으로 파고드는 시문.

혼란, 공포, 경악 등

다양한 말리도크의 감정이 격하게 파도친다.

그 속을 유영하던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보기보다 겁이 많은 놈이로군.’

뭐, 이해는 갔다.

타인이 자신의 내면까지 파고드는데 어찌 놀랍고 무섭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시문은 과거 골드 데뷔전에서 만났던 나가를 떠올리며 말리도크의 파도치는 감정을 바라봤다.

‘예전 아샤즈를 만났을 땐, 감정 공유 정도가 한계였는데 말이지.’

나가 공주 아샤즈.

스스로 나가 공주라 표현한 아샤즈는 자신의 사안에도 별다른 영향력을 받지 않았다.

물론 이는 최상급 용족 중에서도 왕족인 아샤즈의 태생과.

사안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컨트롤이 미숙했던 것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구별 정도는 가능했었는데.

‘이젠 마음만 먹으면 용족의 내면까지도 침입할 수 있구나.’

그렇다고 말리도크의 속을 전부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둥.

무언가에 막힌 듯.

말리도크의 속으로 파고들던 시문의 진입이 멈춘다.

시문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말리도크의 정신장벽이군.’

그간 유영해온 것들이 모두 말리도크의 감정일 뿐.

놈의 생각으로 추정되는 것들은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달리 말해.

‘놈의 생각이나 머릿속 정보는 이 벽 너머에 있는 거겠지.’

우웅.

좀 더 용력을 끌어내어, 놈의 정신장벽을 뚫어버리려는 순간.

-그만.

맑고 명랑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여기서 더 파고들어 봐야, 얻을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현자의 돌이었다.

‘왜?’

-저건 단순히 말리도크의 정신을 보호만 하는 벽이 아니거든.

녀석의 말에서 감을 잡은 것일까.

‘아아.’

시문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담아두는 역할도 하는 거구나?’

-정확해. 그러니까 벽이라기보단, 일종의 그릇에 가까운 거지.

그리고 그 그릇을 힘주어 깨버리면.

‘정신도 무너져버리는 거야.’

-정답. 정신장벽을 뚫고 가봐야, 괜히 용력만 낭비할걸? 자칫하다간 저놈의 정신에 휘말릴 수도 있고.

현자의 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말리도크의 속에서 빠져나왔다.

정작 빠져나온 사람은 시문이건만.

“허어억!”

물에 깊이 잠수했다 빠져나온 듯.

말리도크는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헐떡였다.

강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기세도 온데간데없었다.

“히, 히이이!”

말리도크는 겁에 질리다 못해, 실성한 것처럼 몸을 달달 떨었다.

‘정신을 침범당한 후유증인가 보군.’

이런 현상을 전생에서 가끔 본 적 있던 시문이었다.

주로 정신계 능력자들에게 당하면.

그 후유증으로 저렇게 행동이 이상해지거나, 아예 맛이 가버리는 경우가 빈번했지.

놈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시문의 귓가에.

“조, 존귀하신 분이시여……?”

당황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자.

“괜찮으신. 헛!”

염려가 담긴 얼굴에서 화들짝 놀라는 데이나가 보였다.

이유를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았다.

“존귀하신 분이시여! 누, 눈이!”

사인이 활성화된 왼쪽 눈.

증오해 마지않는 용족놈들과 똑같은 눈이.

아니, 더 섬뜩하고 위협스러운 눈이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괘, 괜찮으신지요! 혹여나 말리도크놈이 몹쓸 수라도!”

“전 괜찮아요. 데이나.”

부드럽게 미소 짓는 시문.

그의 외모를 떠올려보면 무척이나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왼쪽 눈에 담긴 용족의 눈은 그 아름다움과 결합해, 무척이나 위험하고 퇴폐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 다행입니다…….”

그러한 시문의 미소에 어두운 피부가 살짝 붉어진다.

고개를 홱 돌린 데이나는 일대에 무릎 꿇은 드발리들을 보고 황급히 정신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검은 제련소에서 눈치채기 전에, 어서 놈들을 처리하고 이동해야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저것들도 있었죠.”

무슨 짐짝 보듯 주변을 슥 훑는 시문.

이내.

“너희 전부. 죽어라.”

방금의 그 감미로운 목소리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자아낸 광경은 더욱더 믿을 수 없었다.

“명령을 받듭니다.”

질서정연하게.

푸화아악!

자로 맞춘 듯 스스로의 목을 한시에 베어버리는 드발리들.

긍지 높은 용족들의 단체 자살을 목도한 데이나는 저도 모르게 얼어붙었다.

그런 그녀의 귓가로.

“정신에 타격을 입어서 그런가? 확실히 저항이 약해졌네.”

뚜렷한 미성이 파고든다.

데이나는 삐걱거리는 목을 움직여,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엔.

“말리도크? 너도 얼른 죽자.”

“……감사합니다.”

각성 용족인 드라고닉이자.

검은 제련소의 간부인 순찰대장 말리도크가 무척이나 감사한 얼굴로.

우득.

제 목을 꺾어버리고 있었다.

* * *

-와…… ㅅㅂ! 저건 또 무슨 기술임?

-입술만 움직인 거 같은데 용족을 자살시키다니…….

-나 저런 거 처음 봄. 용족이 자살을? 대체 무슨 치욕을 준 거지?

-그러게. 젤 X신인 드라칸도 어깨에 힘 빡 주고 다니지 않냐?

-근데 이 형 용족들 자살시킬 때 사람이 확 달라지는 느낌인데. 내 착각임?

-22 나도 느낌. 뭔가 분위기 같은 게 확 변함.

-하아아앙! 쌉가능!!

경악을 금치 못하는 채팅창.

-저 말리도크라는 용족은 네임드로 보이는데. 저렇게 쉽게 무력화가 가능한가?

-으아아아! 검열 때문에 제대로 된 상황을 못 보겠네!!

-내 말이! 말이라도 제대로 들리면 짐작이라도 해보겠는데!

-거의 주변 바람 소리랑 지들 목 자르는 소리뿐임 ㅋㅋㅋ.

-정신계 능력이라도 있는 거 아님?

-에효~ 난 이제 뭐가 있다 해도 안 이상하다~. 그저 ‘시문’했을 뿐.

-ㄹㅇ 시문이 시문했을 뿐임…….

지속적인 검열까지 겹친 터라.

상황을 반도 보지 못한 시청자들은 애가 타다 못해 미칠 지경이었고.

데이나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저벅. 저벅.

조용하고 간결한 발걸음.

앞장서서 걷던 데이나의 눈동자는 연신 뒤를 향했으나.

정면을 응시하는 고개는 조금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행동거지에 한해서일 뿐.

‘대체 뭘 어떻게 하신 거지?’

그녀의 속은 시문의 채팅창처럼 온갖 의문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따지고 보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가 알던 모습과 많이 다르셨어.’

복잡함이 그득했던 데이나의 눈매가 한결 깊어진다.

이곳에서의 첫 만남 당시.

바위에 턱 하니 앉아 있던 시문.

은신을 채 풀기도 전에, 시문의 시선은 정확히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해.

‘저분께서 나의 은신을 눈치채셨다는 건데…….’

저 악랄한 검은 제련소에서의 탈출을 도왔던 은신.

어지간한 상급 용족들도 쉽게 눈치채지 못했던 자신의 은신을 그리 여유롭게 간파하다니?

‘만약 저분과 적대적인 관계였다면……. 난 아마 죽은 목숨이었겠지.’

암살자에게 은신 발각이란 곧 죽음을 의미하니까.

엘프인 자신이 세계수의 동반자와 적대적 관계가 될 리가 없는데도.

데이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는 아마 급이 있는 용족을 제외하곤, 늘 포식자의 입장으로 살아왔던 탓만은 아니리라.

‘중독된 보급로에서 뵈었을 때도 강하시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거늘…….’

믿기지 않는 성장 속도.

시문이 플레이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현재 시문의 수준은 정상적인 범주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하긴, 어버이의 동반자시니 이 정도야 이상할 것도 없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정작 문제는…….’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이 떠올랐다.

‘저분의 왼쪽 눈이야.’

말리도크의 뿔을 휘어잡은 채, 자신을 돌아보던 시문.

그 왼쪽 눈에 담겨있던 길게 찢어진 동공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소름이 돋았었다.

‘말리도크가 꼼짝을 못한 이유도 아마 그 눈 때문이겠지.’

검은 제련소의 간부인 순찰대장 말리도크.

심지어 상급 용족 출신의 드라고닉인 말리도크를 손도 쓰지 않고 제압하다니?

‘거기다 향락의 요람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어떤 심문을 하신 거 같던데.’

어떤 정신적인 공격이나 수단이 쓰인 게 분명했다.

하나 그런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저 오만한 용족들을 말 한마디로 자살시킨다는 건…….’

그녀의 상식이 허용하는 한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데이나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진다.

어느새 걸음을 멈춘 그녀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파르르 떨리는 손을 제 입가로 가져다 대었다.

‘그 눈! 본 적이 있어!’

포식자 앞에 선 초식동물처럼.

저 오만한 용족들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유일한 존재가 있지 않은가?

‘니드호그! 그 저주받을 용제와 똑같은 눈이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도축장에 끌려간 가축마냥.

놈의, 군단장의 손에 끌려가 대면했었던 치욕스럽고도 두려웠던 그 날을 말이다.

저 존귀하신 분의 왼쪽 눈은 스스로를 5용제라 칭했던 니드호그의 그것과 똑 닮아 있었다.

‘물론 니드호그의 것보다 뭔가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눈에 내포된 근본이 같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데이나?”

뚜렷한 미성이 잔혹한 상념에서 그녀를 건져 올렸다.

“이, 이런!”

퍼뜩 정신을 차린 데이나는 얼른 뒤로 고개를 돌렸다.

“존귀하신 분이시여! 죄송합니다! 당신을 모시고 이런 실례를…….”

다행히도.

“실례라니요. 검은 제련소가 눈앞인데. 이 정도면 훌륭한 은신처인걸요.”

깊은 상념 속에서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는지.

시문이 가리키는 정면엔 어느새 익숙한 침낭과 도구들이 펼쳐져 있었다.

데이나는 이유 모를 안도감에 깊은 한숨을 내쉬곤.

“그럼 잠시 쉬시면서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은신처로 들어섰다.

* * *

어둑한 통로.

저벅.

뚜벅.

축축한 두 발소리가 조용히 울린다.

늘씬한 두 인형은 뜨뜻한 열기와 쇠 비린내를 맞으며 걸어 나갔다.

이내.

뚝.

앞서나가던 검은 인형, 데이나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의 발끝엔 불규칙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

얼핏 보면 투박한 석재 건축의 흔한 틈이나 선 정도로 보였으나.

“존귀하신 분이시여. 여기서부턴 기척을 죽여도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검은 제련소의 탈출 경험이 있는 데이나는 이런 사소한 요소마다 용족들의 간악한 수작이 깔려있다는 걸 잘 알았다.

이미 데이나의 은신처에서 검은 제련소의 구조에 대해 들었던 시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키이잉.

오딘의 눈을 활성화시켰다.

앞서 데이나에게 들었던 대로.

‘이거 듣던 것보다 더한데?’

시야를 빼곡히 채우는 형형색색의 마력과 마법진들에 시문은 작은 감탄을 토했다.

‘최소 4성 이상의 마법들로만 구성된 마법에 함정, 결계까지…… 이건 뭐, 제련소가 아니라 마탑이라 해도 믿겠네.’

어림잡아도 백여 가지에 가까운 보안 요소들이 통로를 가득 채운다.

아마 이 너머의 검은 제련소는 더 다양하고 질 높은 보안 체계가 이루어져 있겠지.

여러 용족들과 함께 말이다.

‘이쯤 되면 데이나가 어떻게 이곳을 탈출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지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시문은 형형색색으로 가득한 오딘의 눈을 비활성화시켰다.

“그럼 여기서부턴 예정대로 은신으로 잠입해야겠네요.”

“예. 한데 정말 은신이 가능하십니까?”

데이나의 눈에 의문이 담긴다.

시문의 무력이 뛰어난 것은 방금까지도 체감한 바이지만.

은신은 전혀 다른 영역의 능력 아니던가?

하나 시문은 싱긋 웃으며 앞으로 손을 내밀 따름이었다.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5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하게 떠오르는 메시지.

시문은 익숙하게 ‘예’를 눌렀고.

따악.

튕겨지는 손가락 위로 등가교환으로 치환된 기운이 응집되었다.

이내.

스으으으.

잿빛 연기.

아니, 연기라고 할 수나 있을까?

혼돈계보다도 더 삭막하고 생기 없는 기운이 풀풀 흐르는 무언가가 떠올랐다.

“조, 존귀하신 분이시여! 그건 설마!”

정체를 아는 것일까?

데이나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시문은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고는, 잿빛 기운으로 이루어진 반투명한 왕관을 썼다.

그러자.

스으으으.

시문의 머리를 옭아매듯.

잿빛의 왕관이 뒤통수와 귀 옆까지 확장되었고.

[죽음의 시선이 당신을 향합니다.]

[성좌 하데스가 묵묵히 당신과 주변의 성좌들을 훑어보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창과 함께.

스륵.

시문의 모습은 귀신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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