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149화. 여론이란 (1)
강남구의 어느 오피스.
며칠 전.
세계적인 길드인 아메리칸드림의 지부가 들어선 이곳의 지부장실은 현재.
“누나! 제정신이야?!”
금발의 남성이 토해내는 격한 언성으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설마 막 갑자기 향수병이라도 돋은 거야? 다 집어치우고 얼른 미국으로 가려고?”
남성이 들고 있는 휴대폰 속의 뉴스는 그만큼 얼토당토않은 보도로 가득했으니까.
남성은 침묵하는 금발의 지적인 여성.
“계속 그렇게 입만 다물고 있을 거야? 이게 무슨 일인지 말이라도 좀 해보라고!”
제 누나의 앞으로 휴대폰을 툭 던졌다.
휴대폰 화면 속엔 ‘김시문’이라는 단어와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았다.
그럼에도.
“올리버 팀장. 여긴 직장입니다. 공과 사는…….”
올리비아가 평소의 모습을 고수하자.
“제길! 그놈의 공과 사!”
올리버는 기어이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공과 사는 무슨! 누나가 지금 그런 걸 논할 자격이 있어?”
그는 올리비아의 책상에 놓인 서류를 쾅 내리쳤다.
평소라면 즉각 발차기라도 날렸을 텐데.
“…….”
올리비아는 말없이 그런 동생의 하극상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 모습이 더욱 화를 부추겼는지.
“바로 어제야. 바로 어제! 누나가 직접! 이 서류를 들고 가서! 김시문한테 제의를 했다고!”
그는 말을 또박또박 끊어가며 강조했다.
그리곤 책상 위에 던져진 휴대폰을 제 누나에게 들이밀었다.
“근데 이게 뭐야? 응? ‘아메리칸드림 측, 이미 김시문과의 협의가 끝나’. ‘김시문, 미국으로 이민 확정?’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
동생이 얼굴까지 들이민 휴대폰.
그 화면을 주륵 읽은 올리비아는 잠시 눈을 감더니.
“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고.
“이유는 개뿔! 첫 만남 잘 끝내놓고 이딴 하류 언플이나 하는데. 이유가 있다고?”
올리버는 뒷목까지 잡아가며, 당최 납득이 가질 않는 상황에 열을 올렸다.
“대체 왜 그런 건데? 설마 더위라도 먹은 거야? 하긴, 아직 6월인데 지독할 정도로 후덥지근 하더니마는.”
“올리버 팀장. 더위는 당신보다 내가 더 싫어합니다. 알지 않습니까?”
“그래 알긴 더럽게 잘 알지! 근데 이딴 멍청한 수를 쓸 사람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근처 소파로 털썩 몸을 던지는 올리버.
잠시 죽은 듯.
소파에 늘어져 있던 그는 힘 빠진 목소리로 애원했다.
“누나. 제발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줘라…… 난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가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를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거든?”
올리비아 덴슨.
다이아 상위권의 뛰어난 실력과 걸맞은 안목까지 갖춘 인물.
현 아메리칸드림의 두 유망주인 앤드류와 론 역시 그녀가 발굴해 낸 인재가 아니던가?
심지어 앤드류는 길드 가입 이전부터.
성좌 아테나와 연이 닿은 그야말로 최상의 유망주였다.
또한 그 이전부터도.
아메리칸드림의 수많은 실력자를 발굴해 온 이가 바로 올리비아다.
한데 그런 인물이.
“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언플을 펼친 이유가 뭐야? 누나가 그랬잖아. 김시문은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도, 조심히 다가가야 한다고.”
작은 논의도 없이 목표의 신뢰와 호감을 몽땅 걷어차 버리는 짓을 하다니?
근데 아무리 물어도 입만 꾹 닫고 있으니.
올리버로서는 말 그대로 미쳐버릴 상황이었다.
그리고.
“누나! 제발 좀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나 답답해서 죽을 거 같앙! 아아아앙!!”
그 광기는 결국 몸 밖으로 표출되고 말았고.
“이 미친놈이 어디서 앙탈이야!”
갖은 고함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올리비아의 부동을 대번에 깨버렸다.
“뒈졋!!”
쩌저적.
순식간에 허공을 나르는 한기.
“누, 누나! 여기 직장이야! 오피스라고!”
그에 식겁한 올리버는 손에 오러를 둘러, 날아드는 얼음덩어리를 쳐냈고.
직장이란 말에 간신히 이성을 붙잡은 올리비아는.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쓸어올렸다.
이내.
딸각.
책상에 놓은 작은 구슬을 건드는 올리비아.
그와 함께.
우우우.
낮은 이명이 방 전체를 휩쓸었다.
“방음 아티팩트를 쓴 것만 봐도 알겠지만, 이 이야기는 어디로도 새어 나가면 안 돼. 알겠어?”
맞은편 소파로 털썩 앉으며 경고하는 올리비아.
그에.
“물론이지! 나 입 완전 무겁잖아!”
얼른 자세를 바로 한 올리버는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그런 동생놈을 미덥지 못한 눈으로 잠시 보던 올리비아는.
“네 말대로, 평소 같았으면 결코 이딴 짓은 하지 않았어. 멍청한 걸 떠나서, 이건 너무 질 낮은 짓거리니까.”
미간을 좁히며 아랫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그것이 저 차가운 누이의 심경이 매우 불편할 때 나오는 습관임을 잘 아는 올리버는.
“어쩐지. 누나답지 않은 짓이긴 했어. 밑에 직원들도 다 난리였다고. 설마 누가 누나를 사칭한 거 아니냐고.”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이내.
“잠깐.”
고개를 열렬히 끄덕이던 올리버의 움직임이 뚝 멈춘다.
“왠지 누나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맞아. 처음 그 부탁을 들었을 땐 단박에 거절했어.”
현시점에서 저 괴물 같은 누이에게 싫은 일을 시킬 수 있는 존재는 단둘.
하나는 아메리칸드림의 길드 마스터 데릭이었고.
다른 하나는…….
“잠깐. 그럼?!”
“……네 생각대로야. 더불어 그쪽에서 내건 제의는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는 내용이라, 어쩔 수 없이 승낙했어.”
이제야 어떻게 된 상황이 깨달은 올리버는.
“하! 다음 미팅에서 저 여론을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선수를 칠 줄이야.”
말없이 이를 가는 제 누이를 바라봤다.
“김시문의 가치를 더 높여야겠어. 길드에 연락해서 길드 지분 더 짜네. 난 데릭에게 따로 연락할 테니.”
* * *
[속보! 김시문 미국가다?]
[아메리칸드림 측, ‘이미 김시문과의 협의가 끝나’]
[김시문, 미국 이민설!]
쾅!
거칠게 내려 찍히는 책상.
불과 얼마 전에 같은 책상을 교체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저 책상의 수명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터였다.
하나.
“최창욱!”
“부르셨습니까. 협회장님.”
이 칼날 같은 사내는 그런 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지.
“이건 또 무슨 개소리냐? 김시문이 이민이라니!”
아까부터 쏟아지는 뉴스에 성을 토할 따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점에서 그놈이 이민을 하면 내 입장이 뭐가 된단 말이냐!”
이번 본선 진출의 영웅이자, 대한민국 최대의 유망주로 관심받는 김시문이다.
지금 전갈 길드를 비롯한 몇몇 길드가 국가대항전의 비리로 떠들어대지만.
그조차 검성과 성녀에 비견되는 유망주라며, 용서하라는 여론이 생성되는 와중이다.
실제로 김시문에 대한 프레임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김무열의 주도로 그 휘하의 언론들이 아주 열심히 말이다.
한데 여기서 김시문이 미국으로 튀어버린다?
“이 망할 능구렁이 놈이! 기껏 뒷수습을 해 주었더니, 감히 내 뒤통수를 쳐?!”
그럼 지금껏 시문에 맞춰, 언플을 펼쳐준 자신만 X신이 되어 버린다.
도리어 한 걸음 나아가.
김시문 같은 유망주를 타국으로 배출시켰다며, 무능하다는 프레임으로 더욱 물어 뜯기겠지.
전갈 길드를 비롯한 저 빌어먹을 놈들의 언플로 말이다.
‘거기까지 가면 아무리 나라도……!’
김무열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미 차기 랭커는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김시문.
사실상 랭커라는 전력을 버리다 못해, 타국에 가져다 바친 꼴이 되어 버리니.
제아무리 김무열이라도 제어할 수 없는 여론이 형성될 터였다.
“당장 놈에게 연락해! 아니, 내가 직접 그놈의 면상을 봐야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김무열.
“저…… 협회장님. 안 그래도 김시문에게서 연락이 온 참이었습니다.”
“뭐?”
그에 반듯이 서 있던 최창욱은 대답 대신.
스윽.
조심스레 가지고 있던 휴대폰을 내밀었다.
그곳엔.
[김시문 : 숙부. 제 실드 많이 쳐주시길래 선물 하나 준비했습니다. 알아서 잘 쓰십쇼.]
김시문이 보낸 문자가 떠올라 있었다.
한동안 그것을 가만 보던 김무열이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아까 미국 이적 기사가 뜬 직후, 김시문이 보내온 문자입니다.”
최창욱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김무열.
“따로 알아본 게 있나?”
“예, 어제 아메리칸드림의 영입부가 랭커팰리스에 방문했다더군요.”
“영입부? 그래. 그러고 보니 아메리칸드림의 지부 건이 있었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김무열은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아, 최창욱을 바라봤다.
“한 2주 되었나?”
“예, 협회장님께 지부 설립 허가 서류가 올라간 지 딱 2주째입니다.”
“그랬지. 그리고 난 허가를 내어줬었고.”
보통 타국의 거대 길드가 지부를 설립하면 안 좋게 보기 마련이다.
이는 과거.
갤럭시 아레나가 등장하기 전에도 그랬었다.
해외 대기업들이 들어와, 자국의 기업들이 죽어 나간다든가.
혹은 국내의 자금을 해외로 들고 나간다는 말들이 엄청 많았었다.
이래저래 복잡하지만.
결과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다.
특히 국내의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부분은 더더욱 그랬다.
마냥 국내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해외 기업도 지부 설립부터 직원 고용까지, 기본적인 투자를 거치고 세금까지 다 내야 하지.’
국가에서 정한 법적인 절차를 거쳐, 돈을 벌어간다는 말이 옳은 것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 역시도 그러한 방법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어오지 않는가?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갤럭시 아레나가 등장한 이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때 아메리칸드림 쪽에서 내민 조건이 꽤 파격적이었지?”
“예, 세금도 세금이지만, SS급 이상의 아이템을 제외하고. 한국 서버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모두 국내에서 처분하겠다는 항목에 만족하셨습니다.”
“으음. 그랬지.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마음에 들었었고.”
본래라면 저런 조건들을 들먹이더라도.
그토록 쉽게 허가를 내어 주진 않았을 것이다.
‘지부를 설립하려는 의도가 너무 뻔하니까.’
별의 세대 이후.
지난 몇 년간 한국엔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지부를 설립하겠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의 이목을 끌 만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김시문. 그 망할 놈을 영입하고 싶어서겠지.’
그리고 예상대로.
아메리칸드림은 김시문을 찾아갔다.
하나 쉽게 지부 설립의 허가를 내준 것은 아메리칸드림이 내건 조건들보다.
‘돈 따위에 연연할 놈이 아니니까. 김시혁과 이유정만 놓고 봐도 결코 한국을 뜰 놈이 아니고.’
김시문이 넘어가지 않으리라는 나름의 확신이 있어서였다.
한데.
‘갑작스레 미국 이민 기사가 쏟아지더니, 이제는 선물이라고?’
톡톡.
팔짱을 낀 손가락이 팔을 두드린다.
이내.
“하…… 그렇게 된 건가? 이 능구렁이 같은 놈.”
작은 비소를 흘린 김무열은 날카로운 턱을 쓸더니.
“그래. 감히 이 나를 엿 먹일 놈인데. 이 정도 판을 짤 능력은 있겠지. 한데 궁금하군.”
김무열은 최창욱을 흘낏하며 물었다.
“놈을 만난 미국 측 인사가 누구길래, 이딴 수작질에 동참해 준 거지?”
“보고에 의하면 덴슨 남매라고 합니다.”
“호오.”
김무열의 날카로운 눈이 반짝인다.
“윈터 퀸께서 몸소 행차하셨다? 이거 더 흥미가 동하는군.”
올리비아 덴슨.
다이아 상위권의 플레이어이자, 귀하디 귀한 마법계인 여성.
과거 몇 차례, 그녀와의 아레나 경험이 있는 김무열로서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 여자의 성격상 이딴 짓은 결코 해 주지 않을 텐데…… 대체 어떻게 그 고고한 겨울 여왕을 구워삶은 거지?”
“저도 거기까지는…… 그 뒤로 별다른 만남은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개인적인 연락이 오갔나 봅니다.”
“그렇겠지. 이만한 일을 벌이는데, 이곳저곳 소문낼 놈이 아니니까.”
김무열의 미간이 조였다 풀리기를 반복한다.
그의 손가락은 쉴 새 없이 질 좋은 양복 위를 두드렸고.
“대충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알겠군. 여론을 고려하면 아주 확실한 방법이야.”
결론을 내린 듯.
팔짱을 풀곤 최창욱을 바라봤다.
“이참에 김시혁에게도 연락을 해야겠군, 저녁에 보도가 나가도록 준비시켜.”
“예, 협회장님. 그런데…….”
잠시 망설이던 최창욱이 물었다.
“김시문과 올리비아 덴슨이 어떤 거래를 했는지는 알아보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하!”
코웃음을 치는 김무열.
그는 고개를 슬쩍 저으며 답했다.
“내가 알아보라고 하면. 알아낼 수 있나?”
“……죄송합니다.”
“어차피 나라만 뜨지 않으면, 놈이 어떤 거래를 하건 상관없다.”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는 김무열.
그에 최창욱은 익숙하게 불을 붙였다.
“우린 그저 망할 조카님께서 깔아주신 판을. 실컷 즐겨주면 될 뿐이야.”
* * *
그날 저녁.
[김시문의 이민! 사실은 국대 퇴출당한 길드들의 보복 때문?!]
[세계 최강 길드에서 최소 지분 5% 이상을? ‘영웅을 우대하는 미국과 끌어내리는 한국’]
[‘조직적인 마녀사냥에 진절머리가 나’ 밤사냥꾼의 한숨]
[김시문 이민, 사실 계획적인 끌어내리기?]
[그간 쏟아진 김시문의 비리 의혹, 전부 특정 언론만 보도했다?]
김시문으로 불타던 포털 사이트에 또 한 번의 장작.
아니.
기름이 쏟아졌다.
[아메리칸드림의 지부에 방문한 협회장]
[충격! ‘최선을 다했으나, 그저 국민들에게 죄송할 따름’ 고개 숙인 철목왕!]
[안간힘을 써도, 오랜 국대 카르텔은 부술 수 없었다? 협회의 공식 입장]
[검성의 통탄, ‘김시문의 심정을 전적으로 공감, 현재 심적으로 많이 힘들 것’]
당연하게도.
-이게 무슨 소리야? 국대 카르텔? 언플이라고?
-어쩐지 정황만 봐도…… 에휴!
-그런데도 무지성 욕 박은 애들은 ㅋㅋ 이맛헬!
-ㄹㅇ ㅋㅋ 이게 헬이지. 자! 방구석 고양이분들, 나와주세요!
-이 X발놈들! 매번 해 먹던 새끼들만 국대로 뽑힐 때부터 알아봤음.
-그니까 맨날 플래티넘부가 약체라고 욕을 처먹지!
-이번엔 본선팀도 16강 광탈임.
-김시문 없었으면 16강도 못 갔음 ㅋㅋ 즉시 예선따린데.
국내의 온갖 커뮤니티와 SNS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전갈 이 트롤새끼들은 국대까지 가서도 저 지X을 했네.
-듣기로는 길마가 깡패 출신이라던데?
-같이 퇴출된 길드들도 만만치 않음 ㅋㅋ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전갈이 워낙 엿같아서 그렇지. 저것들도 1세대부터 유명했자너~.
-저 김무열이 고개를 숙이네 ㅋㅋ 진짜 답도 없나 본데?
-사실상 세계 1위 길든데. 지분을 최소 5%나 제안했다잖아. 답이 있겠냐?
그 열기는 곧바로 현실까지 이어져.
“야, 너 기사 봤어?”
“당연하지! 참나! 세계 최강길드에선 지분까지 준다는데. 여기선 물어뜯기 바쁘잖아!”
“검성까지 이민 고민 중이래.”
“김시문이 당하는 꼴을 보고도 남아 있으려는 게 이상하지. 난 백번 이해해.”
“그니까 나 같아도 뜨겠다. 예선전 못 봤니? 완전 국가 망신이었잖아.”
6월 초.
아직 여름치고 다소 선선한 날씨였건만.
“이건 정말 더러워서 못 참겠다!”
“시위든 뭐든 뭐라도 해보죠!”
“그 새끼들 길드 하우스가 어디야?!”
“야! 청원 떴다! 청원!”
대한민국은 한여름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