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화
155화. 저승의 강 (2)
“못 가는 곳이 없다니…… 되게 위험한 발언을 하시네요?”
“위험할 게 뭐가 있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그래요? 신기하네. 그런 분이 지금까지 랭커팰리스는 얼씬도 못 하셨나?”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다. 네놈 따위에게 내 걸음을 낭비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 말에 눈매를 꿈틀하는 김시혁.
단순히 눈매만을 꿈틀한 것이 아니었다.
랭커.
그것도 랭커 중 랭커라 불리는 이답게.
드르륵.
단순한 감정 변화에도 주변의 가구들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그러나.
“흥. 입이 밀리니 성이 나나? 변함없이 애새끼구나. 네놈의 잘난 형님을 조금은 배우도록.”
김무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코웃음을 칠 따름이었다.
그에 김시혁의 얼굴이 더욱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잘난 형님을 배워야 할 건, 숙부 아닙니까?”
“나?”
잠시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 김무열.
“아버지가 그 자리에 계셨다면, 이딴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아. 그런 뜻인가?”
이내.
“나야 아주 잘 배웠지. 그러니……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것 아닌가?”
형님이 아니라.
그렇게 읊조리는 김무열의 입가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그리고 서늘하게 휘었고.
“당신!!”
눈에 불똥이 튄 김시혁은 인벤토리에서 검을 뽑아 들며 쇄도했다.
설마 덤벼들지는 몰랐는지.
“시혁아!”
“야!”
깜짝 놀란 이유정과 박진욱의 목소리가 뒤따른다.
그에 맞춰.
꾸드득.
어디서 자랐는지도 모를 굵직한 나무줄기가 대리석 바닥을 뚫고 치솟아 오른다.
상대가 철목왕임을 고려해 보면, 나무줄기는 어지간한 금속보다도 단단할 테지만.
서걱.
어느새 백색의 검강을 휘감은 김시혁은 그것을 두부 자르듯 잘라 버리고.
그 기세 그대로 김무열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저 무시무시한 검성의 강기에도.
김무열은 여전히 한결같은 비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아아.
화아악!
김시혁을 뒤쫓은 시커먼 기운과 백금의 빛이 그를 휘감았으니까.
“이!”
김시혁이 그것을 떨쳐낼 틈도 없이.
“이 미친놈아!”
“너 제정신이니?”
박진욱과 이유정이 얼른 그를 붙잡았다.
그에.
“이거 놔!!”
김시혁이 거세게 저항을 했으나 그뿐.
“검강까지 뽑아 들었는데 미쳤다고 놓겠냐! 너 그러다 빌런 딱지 붙는다고!”
박진욱 하나라면 모를까.
“시혁아, 정신 좀 차려. 상대는 협회장이야.”
같은 수준이라 평가받고.
실제로도 비슷한 수준인 이유정까지 힘으로 떨쳐낼 수는 없는 노릇.
김시혁은 하는 수 없이 씩씩거리며, 미동도 없는 제 숙부를 노려볼 뿐이었고.
“주제 파악은 네 동료들이 더 잘하는 것 같군.”
김무열은 여전히 가슴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미소를 머금을 따름이었다.
그에 김시혁이 눈에 다시 불똥이 튀었고.
“이 둘이 말리지만 않았어도, 오늘 숙부는 제 손에 죽었어요.”
“그래? 신기하구나. 1년 전이었나? 가장 최근의 싸움만 놓고 봐도 네놈의 패배였을 텐데?”
“그건 숙부가 비겁한 수를!”
“비겁? 넌 죽고 나서도 비겁하다고 말할 셈이냐? 그래, 김시혁. 네놈이 강하다는 건 인정하마.”
김무열의 미소는 한결 더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칼이 아무리 좋아 봐야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면 그뿐이지. 그만한 힘을 지니고도 내게 졌으면, 쪽팔린 줄 알아라.”
기분 탓일까?
칼날처럼 날카로운 독설을 내뱉는 김무열의 눈은.
“정말이지…… 제 아비를 똑 닮았어. 이래서 피는 못 속인다는 거겠지.”
미소 띤 입가와 달리, 선명한 증오를 담고 있었다.
“당신 정말!”
김시혁의 검에 서린 백색의 검강이 다시 거세게 출렁인다.
하지만.
“시혁아!”
“제발 좀! 진정 좀 해라 새끼야!”
살수를 펼치지 않는 한.
그를 구속하고 있는 이유정과 박진욱을 떨쳐낼 순 없는 노릇.
이를 뿌득 간 김시혁은 감정을 털어내듯.
한 차례 몸을 떨고는 쥐고 있던 검을 놓았다.
철그럭.
무게가 제법 나가는지.
범상치 않은 검이 무겁게 바닥을 두드린다.
김시혁은 거칠게 얼굴을 쓸고는 물었다.
“……여긴 왜 왔습니까?”
“빨리도 묻는군.”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는 김무열.
그는 품속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네놈에게 말해 줄 이유는 없지.”
그 말에 김시혁의 눈이 다시 한번 분노로 번뜩인다.
하지만 김시혁보다 먼저 움직인 이가 있었으니.
스윽.
예리한 암기처럼.
백금의 빛이 김무열의 앞을 스친다.
그와 함께 반으로 잘려 뚝 떨어지는 담배.
김무열은 얼굴을 굳히며, 감히 담배를 잘라낸 이를 바라봤고.
“죄송하지만 협회장님. 여긴 금연이라서요. 흡연은 야외에서 부탁드릴게요.”
방금까지 김시혁을 막아선 여성.
이유정은 싱긋 웃으며, 손에 감긴 성력을 해제했다.
저벅.
그에 곁에 있던 최창욱이 굳은 얼굴로 한 걸음 나선다.
김무열은 손을 슬쩍 들어 심복을 제지하고는.
“까고 있군.”
제집처럼 주변 소파에 털썩 앉아, 새 담배를 빼어 물었다.
잠시 진정될 것처럼 보였던 펜트하우스의 분위기가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이번엔 이유정까지 어두운 기색이라.
아까보다 2배는 더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유, 유정아…… 너까지는 그러지 마라. 응?”
박진욱만이 식은땀을 흘리며, 두 괴물 랭커를 달랠 따름이었다.
그때.
“우웅…….”
잠이 어린 작은 신음이 박진욱을 구원해 주었다.
“시, 시연아!”
시연이었다.
목소리처럼 잠이 덜 깬 건지.
시연이는 검은 수정을 한 손으로 꼭 끌어안은 채.
“삼쫀…….”
한걸음에 다가온 김시혁의 품에 폭 안겼다.
김시혁은 그런 시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었다.
“미안. 많이 시끄러웠어?”
“웅…….”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연.
이내.
“우움?”
잠에 어려있던 시연의 두 눈이 동그래진다.
그 눈은 점점 커져 갔고.
어느새 본래의 똘망똘망한 눈을 되찾은 시연은.
“나무다!”
대리석 바닥을 뚫고 나온 나무.
정확히는 철목왕이 만들고, 검성이 베어 버린 나무줄기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곤.
“헤~.”
나무줄기를 끌어안는 시연.
이내.
“좋은 냄새네?”
갓 세탁한 베개에 얼굴을 비비듯.
나무줄기를 킁킁 맡던 시연은 점차 좋은 냄새의 원인을 향했고.
“차자따!”
자신을 말없이 내려다보는 중년인.
좋은 냄새의 원인에게 다가간 시연은.
“시, 시연아! 잠깐!”
다급히 자신을 부르는 삼촌의 목소릴 뒤로한 채.
“헤헤!”
닿기만 해도 베일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인의 품에 폭 안겼다.
설마 김무열의 품에 안겨들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
“…….”
살벌하던 펜트하우스엔 다른 의미의 침묵이 내려앉았고.
“……떨어져라.”
날카로운 칼날처럼.
날이 실린 목소리가 충격에 젖은 침묵을 일깨웠다.
하나.
한껏 기분이 좋아진 아이에겐 그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헤헤! 좋은 냄새!”
시연은 시문에게 그러듯.
머리까지 도리도리 비비며 더욱 김무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혀, 협회장님!”
곁에 있던 최창욱은 황급히 시연에게 손을 뻗었다.
그런 최창욱의 손길을.
“최 비서님? 시연이한테 손가락 하나 까닥해 봐요.”
서늘한 목소리가 가로막는다.
어느새 다가온 이유정은 서늘한 눈으로 최창욱을 노려봤다.
“저 안 참아요.”
우웅.
그러쥔 그녀의 두 주먹엔 눈부실 정도로 환한 백금의 빛이 응집되어 있었고.
저 빛이 어떤 위력을 담고 있는지 잘 아는 최창욱은.
꿀꺽.
절로 목울대를 꿀렁이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유정이 말 대롭니다. 시연이의 털끝이라도 건들었다간, 빌런법이고 뭐고 다 죽여 버릴 겁니다.”
그런 이유정의 기세에 김시혁 역시 한 손을 보탠다.
위태로운 화약고처럼.
손가락 하나라고 까딱하다간, 그대로 터져버릴 일촉즉발의 상황.
이런 살벌한 상황 속에서도.
“헤헤! 냄새.”
시연이는 김무열을 꼭 껴안은 채.
연신 그의 가슴께에 얼굴을 비비며 킁킁거렸다.
흔들리는 눈으로 그런 시연을 내려보던 김무열은 물었다.
“이, 이건…… 대체 뭐냐?”
“이거라니요. 숙부, 이름 듣지 않았습니까? 김시연입니다. 똑바로 부르세요.”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잖나!”
처음으로 언성을 높인 김무열.
답지않게.
그는 미세하지만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대체 이 애는 뭐란 말이냐! 어디서 나온 튀어나온 거지?”
“형의 딸입니다. 제 조카고요.”
“뭐, 뭐라고?”
김시혁의 말에 얼이 빠지는 김무열.
하지만.
“숙뿌? 삼쫀, 숙뿌가 모야?”
김무열의 수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당장 검이라도 내지를 것처럼 살기를 흘리던 김시혁.
그 냉담한 얼굴에는 순식간에 미소가 자리 잡았다.
“숙부는 삼촌의 작은 아버지야. 어…… 그러니까. 족보상 시연이는 종손이…….”
그리고 그 미소는 점차 난처함으로 번졌고.
“그래! 작은 할아버지. 아니, 그냥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돼.”
점점 복잡해져서일까?
할아버지란 호칭으로 아주 간단하게 일단락해 버리는 김시혁.
그에.
“네놈! 누구 마음대로!”
김무열이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반박하려 했으나.
“할아부지! 시여니 할아부지야?”
그를 올려다보는 해맑은 미소가 완벽히 제지해 버렸다.
“할아부지! 헤헤! 할아부지 냄새!”
뭐가 그리 좋은 것인지.
또다시 머리를 비비는 시연.
그에.
“……가, 가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김무열.
어지간히도 꼭 안고 있는지.
“꺄하하!”
김무열의 상체에 매달린 시연이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렸다.
“저, 저리 가라! 당장!”
김무열은 더욱 당황스러운 얼굴로 신이 난 시연을 내민다.
“자, 시연아. 삼촌한테 와.”
“싫어.”
“싫, 싫다고?”
싫다는 말이 제법 충격이었는지.
입을 떡 벌리는 김시혁.
“시, 시연아. 지금 이 삼촌보다 저딴 할아버지가 더 좋다는…….”
“으이구!”
그런 김시혁을 한 대 쥐어박은 이유정은 부드럽게 웃으며.
“시연아. 할아버지는 이제 가셔야 한대. 이모랑 할아버지께 빠빠 하자?”
자연스레 시연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다행히도.
“웅…….”
알아들었는지 얌전히 들려오는 시연이.
이유정의 목에 손을 감은 시연은 미세하게 떨기까지 하는 김무열을 바라봤고.
“할아부지. 빠빠!”
조막만 한 손을 흔들었다.
“…….”
그런 시연을 말없이 보던 김무열은.
“……가지.”
홱 몸을 돌렸고.
그렇게 검성이 검을 뽑아도 꼼짝하지 않던 철목왕은 순식간에 펜트하우스를 나섰다.
* * *
쿠르릉.
굵직한 천둥소리가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내달린다.
그 아래로.
주르륵.
투박하고 거뭇한 나룻배들이 노를 저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이봐. 정말 이대로 괜찮겠나?”
시작 지점인 강가에서 지켜보던 야성적인 남성이 물었고.
“괜찮아요.”
그와 상반된 뚜렷한 이목구비의 미남자는 여유롭게 답했다.
“여긴 먼저 간다고 무조건 유리한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김시문, 이건 운송전이다. 이미 선두는 초입부를 지났는데. 아예 출발조차 안 해서야…….”
야성적인 남자, 최진수는 우려를 표했으나 그뿐.
콰아아앙!
곧 이어지는 거대한 폭음에 가득했던 우려가 싹 가셨다.
“죽여!”
“이 개자식들이!”
연신 이어지는 폭음과 고함.
그를 본 시문은 씩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보셨죠?”
발출된 오러들부터 화살, 창 등 온갖 원거리 투사체와 마법까지.
콰과강!
쐐애액.
플래티넘 랭크대답게.
초자연적인 공격들이 오가고.
그 강력한 공격들을 버티기엔 상대적으로 비루한 나룻배들이 줄줄이 전복한다.
당연히.
“으아악!”
“아, 안 돼!”
협력 조건으로 2인 1조로 타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대다수가 강으로 떨어졌다.
저들이 상위 플레이어로 분류되는 플래티넘 랭크임을 고려해 보면.
사실 나룻배의 전복쯤이야, 큰 타격이 없어야 했지만.
“커어억!”
“사, 살려…….”
아레나의 안내에도 친히 적혀 있듯.
저들이 빠진 강은 저승의 강 중 스틱스의 강.
강물에 빠지거나 조금이라도 스친 이들은 순식간에 잿빛화가 되어 침몰했다.
“허…….”
그 광경을 본 최진수가 헛웃음을 흘린다.
그런 최진수의 귓속으로.
“보통 저렇게 서둘러서 선두를 나서는 사람은 두 부류입니다.”
뚜렷한 미성이 들려왔다.
“하나는 저희처럼 막 플래티넘에 오른 사람들. 즉, 이런 아레나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죠.”
무지할수록 겁이 없다 하지 않는가?
이런 아레나에서 선두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수밖에.
“또 다른 하나는 정반대의 부류예요. 이런 아레나를 숱하게 겪고, 제 실력에도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죠.”
시문이 손을 들어, 멀쩡한 나룻배들을 가리킨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크하하핫! 꽁킬 잘 먹고 간다!”
“신고식 한번 제대로 치렀네?”
“원래 맞으면서 크는 거야. 너무 억울해 하진 마라?”
선두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세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을 본 최진수는 눈매를 슬쩍 찌푸렸다.
“티밍인가? 정작 저들끼리는 싸우지 않는군?”
“아뇨. 티밍이 아닙니다.”
시문은 강이 이어지는 시커먼 동굴을 가리켰다.
아니, 동굴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누가 봐도 저승의 입구로 보이는 거대한 구멍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었다.
“초입부까진 어중이떠중이들부터 거르는 거죠.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힘 뺄 필요가 없으니까,”
“제대로? 설마 본 게임은 저 너머라는 건가?”
“맞아요. 저 입구 너머가 스틱스 강의 본격적인 시작이죠.”
“하, 지금 이곳도 닿는 즉시 죽음이나 마찬가지인데. 이게 시작도 아니라고?”
과연 플래티넘 아레나라 이건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최진수가 고개를 갸웃한다.
“근데 김시문, 넌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는 거냐?”
“그거야…… 방송으로 봤으니까요.”
미묘한 미소를 머금는 시문.
그러나.
“하긴, 내가 아레나 관련 조사를 안 하는 편이긴 하지. 원래 이런 건 몸으로 직접 겪는 게 제일 좋거든.”
자신의 나태함을 탓한 최진수는 시문의 미묘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경험보다 좋은 스승은 없으니까요.”
시문은 최진수의 자책을 잘 포장해 주곤 강가로 걸어갔다.
“이제 출발할 건가?”
“네.”
다가오는 최진수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그는 아직 출발하지 않은, 다른 강가의 플레이어들을 슥 훑고는 답했다.
“신경 써야 할 플레이어들은 거의 다 확인했거든요.”
시문은 거뭇한 나룻배에 안착된 구슬.
운송 대상인 영혼핵을 꺼냈다.
“그건 왜 꺼내는 거지? 설마, 들고 갈 생각인가?”
“맞아요.”
“하지만…… 아무리 너라도, 그걸 쥐고 아레나를 진행하기엔 힘들지 않겠나?”
최진수의 물음에 피식 웃은 시문.
“그렇죠. 노를 젓든, 전투를 수행하든. 이 나룻배로 진행하면 분명 그럴 거예요.”
말의 내용과 달리, 정작 시문은 걱정 하나 없는 얼굴로 나룻배에서 나온다.
그리곤.
“하지만.”
따악.
손가락을 튕기는 시문.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4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그는 익숙하게 떠오르는 메시지창에 예를 택했고.
스아아아아!
스틱스 강의 그것처럼.
음산하다 못해, 두려울 정도로 사이한 기운이 시문의 뒤편.
저승의 강가로 모여들었다.
그것은 곧.
까드득.
콰직.
끼아아아!
뼈와 살점, 영혼이 되어 무언가를 조형하기 시작했고.
[성좌 헬이 ‘호오? 스틱스에 나의 것이?’ 호의 어린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 오딘이 ‘레바테인에 이어 또…….’ 당신의 연성물에 눈살을 찌푸립니다.]
[성좌 하데스가 ‘음.’ 말없이 수염을 쓰다듬습니다.]
주르륵 올라오는 성좌들의 반응과 함께.
“저런 나룻배가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거대한 형태를 완성했다.
최진수는 해괴한 것을 보는 시선으로.
“저건…….”
시문의 연성물을 멍하니 바라봤다.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