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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57화 (157/349)

제157화

157화. 저승의 강 (4)

-뭐임?

-언데드가 한 방에…….

-턴 언데드라도 터진 건가?

-턴 언데드가 무영창으로 써지는 마법임?

-ㄴㄴ. 걍 아예 다른 능력 같음.

우르르 올라가는 채팅창.

특히나.

-저 노인도 킴의 소환수인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 그는 킴을 귀빈이라고 불렀잖아.

-노인의 지팡이가 핵심인 듯?

-난 이 배와 연관이 있다고 봐. 아마 네크로맨서들은 다 눈치챘을걸?

-맞아. 방금 노인한테서 배와 똑같은 사기가 느껴졌어.

-나도 실제로 보는 게 아니라 확실친 않지만, 분명 사기를 느꼈어.

세계 각국의 네크로맨서들은 저마다의 뜨거운 의견을 나누었고.

종합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을 내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럼 같은 사령술로 언데드들을 무효화시켰다는 건데…….

-못할 것도 없지. 말리나가 사용하는 소환수의 구조나 패턴, 술식만 안다면 말이야.

-그게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저 노인이 무슨 신이라도 돼?

-내 말이. 처음 보는 네크로맨서의 소환수 체계를 어떻게 알아?

노인과 말리나는 알고 지내거나.

악연으로 자주 싸웠던 사이도 아니지 않은가?

서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진대.

어떻게 그녀의 소환수 체계를 꿰뚫고, 무효화까지 시켜버린단 말인가?

그리고 이는.

“뭘 어떻게 한 거야?!”

당사자인 말리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 아레나에 진입한 이후 처음으로.

“내가 묻잖아! 어떻게 내 소환수를 무효화시킨 거냐고!!”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

“끌끌. 감히 자격없이 승선한 것들을 치웠을 뿐이라네.”

아까와 같은 웃음으로 답해주는 흐림.

그에.

“개소리 마!”

말리나는 목에 핏대를 세웠다.

“자격이 없어? 이렇게 사기가 가득한 배에, 나와 내 소환수만큼 자격이 어울리는 존재가 어디 있다고!”

그녀는 팔을 홱 들어.

“자격이 없는 건 오히려 저것들이겠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는 시문과 어정쩡한 자세로 상황을 살피는 최진수를 가리켰다.

“누가 봐도 죽음과 거리가 먼 놈들이잖아!”

“당찬 아가씨로군. 한데 그 발언은 동의하지 못하겠구먼.”

“하! 이 노인네가 진짜! 늙어서 맛이라도 가버린 거야?”

말리나가 거칠게 손을 들어 올린다.

그런 그녀의 손 위로.

스아아아.

생기는 1도 느껴지지 않는 음산한 기운이 피어오른다.

죽음의 기운.

사기였다.

“내 소환수를 한 방에 무력화시킬 정도면 나름 수준은 있을 텐데. 꼭 이렇게 확인을 시켜줘야겠어? 플래티넘에서 나만 한 네크로맨서가 있는 줄 알아?!”

“과연, 수준에 비해 제법 뛰어난 사기로군. 세월이 더 흐르면 훌륭한 네크로맨서가 되겠어.”

“할아범. 지금 그딴 소리나 들으려고 내 사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야.”

흐림의 칭찬에 짜증으로 답하는 말리나.

“더는 긴말 안 해. 보아하니 이 배의 주인 같은데. 어때? 내 밑으로 들어오는 게.”

“끌끌! 재밌구먼. 자네 말대로 그쪽 소환수는 전부 무력화시켰는데. 내가 그쪽 밑으로 들어갈 이유가 어디 있겠나?”

“그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그녀는 옆으로 팔을 뻗었다.

“근데 할아범. 누가 그래?”

웅.

뻗은 팔을 타고 사령술로 추정되는 진녹색의 마법진들이 줄줄이 피어오른다.

그녀의 손끝에 도달했을 땐.

오딘의 눈을 연상시킬 만큼, 복잡한 진녹색의 마법진이 겹겹이 회전하더니 쩍 갈라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까 그게 내 소환수의 전부라고?”

끄어어.

끼아아악!

진녹색 안광의 언데드들이 쏟아졌다.

* * *

철그럭.

다양한 갑주와 무기를 지닌 스켈레톤 시리즈와 좀비.

끼아아아.

스펙터, 레이스 등.

다이아는 되어야 다룰 수 있다는 유령형 언데드들까지.

진녹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불길한 기운.

그것을 연기처럼 풀풀 풍기는 언데드들이 순식간에 나글파르의 선체를 넘어, 공중까지 점거해나갔다.

그리고.

“음…….”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문은 작은 침음성을 흘렸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도의 언데드들 때문이 아니었다.

‘오빠 말리크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말리나도 이때부터 케찰코아틀의 후원을 받고 있었군.’

말리나가 소환한 진녹색의 언데드들.

그들의 주인인 케찰코아틀이라는 성좌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좌 검은 염소가 ‘헤에. 숫자를 보니, 꽤나 많이 바쳤나 보네?’ 비소를 짓습니다.]

[성좌 오딘이 ‘으으! 나글파르도 모자라서 역겨운 뱀 놈이라니.’ 인상을 팍 찌푸립니다.]

케찰코아틀의 후원을 받기 위한 대가라고 해야겠지.

시문은 떠오르는 성좌들의 반응을 보곤 확신했다.

‘이미 인신 공양을 했구나. 그것도 많이.’

인신 공양.

신에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행위.

인류의 고대 역사에도 종종 있었던 행위이나, 현대에선 감히 상상도 못 할 짓이다.

하지만 전생에도 그랬듯이.

갤럭시 아레나가 등장한 이후로 인신 공양 역시 다시 이루어졌다.

바로 성좌에게 바치기 위해서 말이다.

‘대부분의 성좌는 인신 공양을 받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성좌는 인신 공양을 받지 않았다.

그 이유야 자세히 모르지만.

당장 검은 염소나 바알과 같은 무시무시한 성좌들도 인신 공양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고.

‘케찰코아틀 같은 부류의 성좌는 인신 공양을 무척이나 즐기지.’

전생의 지구에서.

죽음의 남매인 말리크와 말리나의 악명이 높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망국의 난민이나 생존자들을 전부 제물로 바쳐서, 자기 언데드 군세를 늘렸으니까.’

사람의 목숨이라는 걸 배제하고, 아주 냉정하게 봤을 때.

인신 공양은 무척이나 남는 장사였다.

죽음의 성좌 케찰코아틀은 독특하게도 플레이어의 가능성이나 호감보단.

인신 공양에 따라 후원의 수준이 달라졌으니까.

시문은 전생에서 두 남매가 방송으로 떠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비각성자 1~2명으로 케찰코아틀에게 소속된 언데드 하나를 얻을 수 있다고 했었지.’

평범한 인간의 시체는 아무리 수준 높은 사령술을 써도 하급 언데드 정도가 한계이다.

한데 케찰코아틀이 후원해주는 언데드는 최소 중급 이상.

거기다 케찰코아틀의 영역에서 불러오는 형식이라, 일반적인 언데드들처럼 별다른 관리도 필요치 않은 것을 따져보면.

인신 공양이 얼마나 남는 장사인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케찰코아틀의 후원을 받는 말리크와 말리나.

저 두 당사자에 한해서지만 말이다.

시문은 미간을 슬쩍 찌푸리며, 선체와 그 위를 맴도는 언데드들의 수를 헤아렸다.

‘대충 8, 90여 구 정돈가…….’

거의 100에 달하는 케찰코아틀의 언데드들.

이는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공양한 거로군.’

하.

헛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누가 최악의 빌런 집단 소속원이 아니랄까 봐.

200명이라니?

시문의 표정이 순식간에 서늘해진다.

그것을 다른 의미로 착각했는지.

“키킥! 왜, 이제 좀 엿 됐다는 실감이 나? 근데 이제 와서 빌어봐야 늦었어.”

그녀는 특유의 경박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서 널 산 채로 언데드로 만든 다음, 현실에서도 똑같이 만들어줄 거니까. 물론 이 배부터 빼앗은 다음에 말이야.”

동화 속 마녀같이 깔깔대는 말리나.

주변 언데드들의 기세까지 더해져, 그녀의 웃음은 저승사자의 그것처럼 들렸으나.

“흐림.”

시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흐림을 불렀다.

“끌끌. 분부하시게나.”

“처리, 가능하시죠?”

그 말에 흐림의 눈이 묘해진다.

“어째 귀빈께선…… 저것들의 소속을 아시는 눈치시오?”

“그리 잘 알진 못해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역겨워하는 부류라서.”

“아아! 그렇지. 저 아가씨는 귀빈과 같은 세계의 플레이어이니, 그럴 만도 하겠어.”

깊은 탄식을 흘리는 흐림.

이내.

“끌끌! 이거 그냥 귀빈이 아니셨구먼. 하긴, 나를 이런 식으로 불러내신 존재이니…….”

저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탄하던 흐림.

“둘이서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뭣들 해?! 가서 둘 다 죽여 버려!”

그에 잔뜩 독이 오른 말리나가 삿대질을 해댔고.

“그어어!”

“끼아아악!

100여 구에 가까운 진녹색의 언데드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스틱스에 본 노가 온 것도 모자라서, 케찰코아틀이라…… 아주 저승의 동호회구먼.”

그것을 가만 바라보던 흐림이 허연 수염을 쓸며 물어온다.

“귀빈. 저래 봐야 중상급이라 내 선에서 그냥 처리해도 되지만, 나름의 예를 차리고 싶어서 말일세. 괜찮겠나?”

정확한 목적어가 없는 말이었지만.

시문은 흐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아는 것인지.

“편한 대로 하세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끌끌! 고맙네. 그럼 그 왕좌에서 감상해주시게나.”

흐림은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지팡이를 톡 찍었다.

“우리의 접대를 말일세.”

그러자.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6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시문의 앞으로 익숙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엥? 600점이나 들어?’

이 거대한 죽음의 크루즈선.

나글파르도 400점밖에 안 들었는데 600점이라니?

하나.

‘뭐, 업적 포인트는 37,700점 정도 있으니까.’

지난 특수 아레나.

검은 제련소 덕분에 업적 포인트는 상당량 벌어둔 상태.

길드 성장 버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세계수의 씨앗 조각을 연성하더라도 27,000점 정도가 남고.

현자의 돌이 주는 페이백까지 고려하면, 업적 포인트는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그러니.

“플렉스.”

시문은 부담 없이 ‘예’를 택하며.

따악.

손가락을 튕겼고.

스아아아아아아!!

갑작스러운 잿빛의 운무가 순식간에 나글파르를 뒤덮었다.

단순한 안개가 아닌 것인지.

“끄어어?”

“끼, 끼아악!”

덤벼들던 성좌 케찰코아틀의 언데드들이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물러난다.

정말 고수준의 언데드가 아니고서야.

감정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범상치 않은 풍경.

그걸 말리나도 알았기에.

“뭐, 뭐야?! 무슨 개수작이야!”

그녀 역시 당황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말리나와 언데드들의 당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저벅.

묵직한 발걸음.

큼직한 군화가 낼 법한 발소리가 잿빛의 운무 너머에서 들려온다.

이내.

“으흐흐! 선장. 당신만 이런 유희를 즐기실 거라 생각했거늘.”

“우리에게도 이런 기회를 주실 줄은 참으로 몰랐소.”

발걸음만큼이나 묵직하고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굵직하고 단단한 뿔이 달린 투구.

흡사 바이킹의 그것을 똑 닮은 투구의 거구들이 잿빛의 운무 속에서 줄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우리의 선장 아니겠나? 전투는 같이 즐겨야 제맛이지!”

“크하핫! 그냥 귀찮아서가 분명하다고. 선장만큼 게으른 전사가 또 있던가?”

작게는 오크부터, 크게는 트롤까지.

어지간한 그린스킨들과 맞먹는 체구의 전사들은 바윗덩이 같은 근육을 지니고 있었고.

드러난 피부는 죽은 이의 것처럼 창백하다 못해.

잿빛으로 물들어 진짜 바위처럼 보이기도 했다.

“구, 구워어……!”

“끼이이…….”

기세 좋게 달려들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언데드라면 결코 보일 수 없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여실 없이 내보이는 진녹색의 언데드들.

그들이 성좌 케찰코아틀의 소속 언데드임을 따져보면.

정말이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망할 놈들! 얼른 귀빈께 감사부터 드려라! 너희에게 이런 유희를 허락해 주신 것은 저분이시니.”

흐림의 호통에 인심 좋은 아저씨처럼.

또는 저잣거리의 왈패처럼.

앉아 있는 시문의 앞으로 도열한 잿빛의 거구들은.

“크핫! 그랬지, 참!”

“진심으로 감사드리오. 귀빈.”

쿠쿵.

일제히 크고 흉악한 무기와 한쪽 무릎을 처박았다.

그 크기와 진동만 봐도 선체가 내려앉을까 걱정이 들 정도.

하나 헬의 나글파르가 선원들의 행사에 부서질 리가 없었기에.

“별말씀을.”

시문은 여유롭게 고개를 까딱일 뿐이었다.

흡사 수많은 전사의 충성을 받는 왕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

그에.

“이, 이게 대체…….”

말리나의 얼굴이 핼쑥해짐을 넘어 창백해진다.

그런 그녀의 귓가로.

“가세요.”

뚜렷한 미성이 들려왔다.

“사지만 잘라서 내 앞으로 가져 오십쇼.”

익숙한 대사와 함께 말이다.

그것이 처음 그녀가 언데드들에게 내렸던 명령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을 틈도 없이.

“귀빈께서 명을 내리셨다! 당장 저 불경한 뱀의 권속들에게 헬헤임의 힘을 보여주어라!”

천둥 같은 흐림의 호통이 터져 나왔고.

“크아아하핫! 아주 화통하신 귀빈이구만! 마음에 들어!”

“사지는 또 내 전문이지.”

“다들 비켜! 저 계집의 사지는 내가 토막 내 바칠 거니까!”

“꺼져라! 귀빈께 바칠 제물은 내 것이다!”

고함인지 웃음인지 모를 거친 전사들의 함성과 함께.

콰가강.

끼아아악!

끄, 끄어어!!

죽은 자들을 또 죽이는 기묘한 학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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