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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59화 (159/349)

제159화

159화. 타르타로스 (2)

-ㄷㄷ…… 운송전 도착 1팀 실화냐?

-100명 어디 감?

-어디긴. 즉시 스틱스행 해 버렸짘ㅋㅋㅋ

100명의 참가자 중 단 2명만이 도착한 운송전.

시청자들은 이 압도적인 결과에 감탄을 터뜨렸으나 그뿐.

그리 화제가 되지는 못했고.

-시문좌. 패기 보소.

-시문님…… 강한 건 알겠는데 데스페라도는 좀…….

-그 새끼들은 진짜야. 형.

-이 형 모가담이랑도 마찰 있었음?

-모름. 내가 이 형 첫방부터 다 챙겨봤는데. 폭탄마랑 연관될 일은 전혀 없었음.

오히려 대부분의 시청자가 저마다의 우려를 표했다.

당연했다.

데스페라도.

갱들처럼 흔하게 널린 빌런 조직이 아닌, 구성원 하나하나가 상당한 실력자인 빌런 조직 아닌가?

그런 데스페라도와 마찰을 일으켰으니.

지난 수많은 희생자가 그랬듯, 시문 역시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으니까.

특히나.

-말리크나 모가담은 랭커들도 쉽게 못 건드리는 놈들 아닌가?

-ㅇㅇ 둘 다 데스페라도 핵심 멤버들이라 랭커급일 거임.

-랭커급이 아니라, 랭커입니다. 쥰나게 강합니다.

-거참. 랭커씩이나 되어서 뭣 하러 범죄를 저지르는지.

-그런 힘이 있으니까 범죄를 저지르는 거임. 아무도 못 막는데 얼마나 재밌겠음?

-아무도 못 막긴. 거대 세력 눈치 살살 봐가면서 나대더만 ㅋㅋ.

-그것도 칭찬이지. 약았고 똑똑하단 말이잖아.

-아까부터 은근슬쩍 빨아대는데. 너 데스페라도지?

데스페라도에서 핵심 멤버로 분류되는 이들은 하나하나가 랭커.

그런 이들 중 무려 둘이나 언급이 되었으니.

다들 시문의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흐음…….”

300만 명이 넘는 수많은 시청자의 우려를 자아내는 당사자.

데스페라도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은 턱을 쓸며, 이러한 상황의 화면을 바라봤다.

이내.

쾅.

“X발!”

강한 충격음과 함께 거친 욕설이 들려온다.

이어.

“오빠! 어딨어!”

온갖 종류의 뼈가 덕지덕지 붙은 문을 벌컥 열고 한 여성이 난입한다.

어둑한 방에서 빛이 나는 몇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일까?

“오빠! 그 새끼 방송 봤어?”

말리크를 금방 찾아낸 여성은 신경질적인 걸음으로 다가왔다.

다가온 그녀가 말리크 앞에 놓인 화면을 향한다.

“역시 봤구나? 다 본 거지?”

“그래.”

여동생이 어떤 치욕을 겪었는지 실시간으로 봤음에도.

무미건조한 답에 말리나는 잠시 몸을 움찔했다.

하나 방금 당한 치욕이 더 컸던 탓일까?

“다 봤으면서 반응이 왜 그래!”

말리나는 오빠의 기분이 어떤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실수를 범했고.

“김시문. 그 아시안 새끼가 나한테…….”

곧장 그 대가를 치렀다.

뻐억.

묵직한 타격음.

바닥에서 솟아난 뼈 주먹이 그녀의 복부를 강타한 것이다.

말리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허공을 날아.

쿵.

“컥!”

바닥으로 처박혔다.

“말리나. 내가 저번에 말했을 텐데? 아레나에서 내 이름 함부로 팔고 다니지 말라고.”

메마른 입술에서 고저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의자에서 일어난 마른 몸매의 흑인 남성.

말리크는 제 동생을 본다곤 믿기 힘들 정도로 서늘한 눈으로.

“오, 오빠…….”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말리나를 내려다봤다.

“네가 처맞고 다닐수록, 내 위신에 똥칠한다는 거 모르냐?”

“오빠. 난!”

“닥쳐.”

짜악.

또다시 바닥에서 솟아오른 손뼈가 그녀의 뺨을 후려갈긴다.

말리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삼켰다.

“감히 날 언급하고 처발린 것도 모자라, 모가담까지 언급해?”

무미건조했던 말리크의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모가담이 김시문에게 이를 간다는 건 조직 내부의 일이야. 놈의 제자 제이스 클라크가 김시문을 암살하려다 실패했다는 건, 우리밖에 모르는 일이라고! 근데 네가!”

“내, 내가 잘못했어!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오빠도 봤잖아? 그 자식이 내게 얼마나…….”

“닥치랬지!”

기어코 터져버리는 말리크의 언성.

마르고 음침한 외형만큼이나, 평소에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말리크라는 것을 되뇌어보면.

지금 말리크가 얼마나 화가 난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말리나는 황급히 눈을 내리깔며 입을 꾹 다물었다.

“…….”

명령대로 아무 답도 하지 않는 말리나.

잠잠해진 여동생에 말리크는 거칠게 이마를 쓸어올렸다.

“잘 들어. 곧 모가담 쪽 사람이 올 거다. 조직 내부 기밀 발설이니 뭐니 하며 지X을 떨겠지.”

그 말에 말리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말리크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놈의 배와 독특한 언데드들은 잘 봤으니, 이번만은 막아 준다.”

“고, 고마워 오빠!”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는 말리나.

말리크는 그런 동생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김시문이라…….’

화면 속의 미남자를 바라봤다.

‘거대한 배도 배지만, 그 헬헤임의 전사라는 언데드들은 대체 뭐지? 완전 처음 보는 형태의 언데드였는데…….’

말리크의 점점 미간이 깊어진다.

‘형태가 온전한 걸 보면 고위 언데드는 확실할 테고.’

시문의 보여 주었던 거대한 죽음의 배와 언데드들.

저 멍청한 여동생은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다이아 이상의 네크로맨서들이라면 모두 눈치챘으리라.

현재 알려진 어떤 사령술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언데드라는 것을.

특히나.

‘그 흐림 노인이 가장 의문이야. 산 자인지 죽은 자인지조차 감이 안 잡혀.’

흐림이라는 노인.

노쇠한 모습과 달리.

잿빛의 거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그 노인은 랭커 네크로맨서인 말리크가 보아도 범상치 않았다.

결정적으로.

‘단순한 지팡이를 한 번 찍는 것으로 보여 준 그 능력은…….’

여동생의 소환수를 한 방에 무효화시킨 노인.

또한 스틱스의 강물도 파도급으로 일으켜냈지.

어떤 준비나 시동어도 없이 말이다.

이는 말리크 본인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로.

‘마법이라 보기 힘들어.’

마법적인 현상이 아니다.

어쩌면.

‘권능이라 봐야 할지도…….’

피식.

곧바로 실소를 흘리는 말리크.

권능이라니?

배후성을 둔 자신조차 다루지 못하는 힘이거늘.

‘어디 유명한 랭커가 쓴다 해도 믿기 힘든데. 고작 플래티넘의 소환물이 권능을?’

물론 모든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고 싶긴 하지만.

권능은 정말이지 말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일까?

‘X나 가지고 싶네.’

화면 속의 거대한 배와 노인, 그리고 잿빛의 언데드들까지.

김시문이 지닌 저 소환수들이 무척이나 탐이 났다.

이내.

“아!”

작게 탄식한 말리크는 뒤편의 여동생을 힐끗했고.

“말리나. 케찰코아틀님께서 너한테 화가 좀 나셨다.”

안 그래도 울상이었던 말리나는 아예 죽을상이 되었다.

“케찰코아틀님께서?! 갑자기 왜?”

“나도 자세히는 몰라. 네가 진 저쪽 언데드들과 무슨 대립 관계라도 되나 보던데.”

“그럴 수가! 어, 어쩐지! 그놈들. 케찰코아틀님에 대해 아는 눈치였어!”

“어쨌거나, 한동안 나대지 말고 공양할 준비나 해. 조만간에 큰 건이 하나 있을 거야. 거기서도 실패하면, 나도 더는 못 봐줘.”

“무, 물론이지! 차질없이 준비할게!”

두 주먹을 꽉 쥐며 열렬히 답하는 말리나.

‘그래. 내겐 인신 공양이 있어!’

죽을상이었던 그녀의 얼굴은 금방 화색이 돌았다.

‘각성도 못 한 X신들만 바쳐도, 난 더 강해질 수 있어. 그것도 무한대로!’

제물만 바친다면.

죽음의 성좌인 케찰코아틀의 언데드들을 얼마든지 받아 낼 수 있다.

그것도 지금보다 더 강력한 상위 놈들도 말이다.

그렇게 되면.

‘김시문…… 네놈의 언데드들을 전부 빼앗고,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 버리겠어!’

오늘 겪은 이 모든 수모와 치욕을 되갚아 주리라.

그녀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시문의 방송 화면을 노려봤다.

* * *

[특별 상황으로 방송이 종료됩니다.]

갑자기 종료되는 시문의 방송.

-ㅅㅂ! 이게 뭐야?

-이번엔 방송을 아예 종료해 버리네?

-아 뭔데! 뭐 때문에 종료까지 시키는데?

-모르지. 또 뭐 히든 피스 발동했나 본데.

-쾅쾅! 문 열어!

당연히 잘만 시청 중이던 채팅창은 불이 났다.

하나.

-아레나 측에서 닫았는데 열리겠냐고 ㅋㅋㅋ.

-이건 답 없음.

-와…… 340만 명인데. 이걸 전부 쳐낸다고?

-너만 억울하겠냐. 김시문이 젤 억울하지.

-ㄹㅇㅋㅋ 오늘 방송이 시청자 최다 아님?

-그래도 이 형은 눈 하나 깜짝 안 할 듯.

-22 시문 님은 시청자나 돈 같은 거 신경 안 쓰잖아.

아레나측에서 내린 방종이기에.

시청자들은 하나둘씩 미련을 접고 방송을 나갔다.

-혹시 모르지 않아? 다시 켜질지?

-ㅇㅇ. 히든 피스 같은 거 끝나면 다시 켜질 수도?

-어차피 이 형 방송 아니면 볼 것도 없음.

-ㄹㅇ. 요즘 최고 꿀잼임 ㅋㅋ 늘 새로워! 짜릿해!

다수의 시청자는 혹시 모를 기대감을 지니고 대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문은 시청자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대체 언제까지 내려가는 거야?’

나글파르와 함께 타르타로스로 향하는 추락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무슨 공허의 영역에 빠진 기분이야. 아무것도 보이질 않으니 원.’

빛 한 점 존재하지 않는 암흑.

휘이이이!

머리칼과 옷자락을 펄럭이는 저승 특유의 서늘한 바람만이.

이 어둠 속에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입장하지 않는 건데. 하긴, 나한테 선택지는 없었지.’

작게 한숨을 내뱉은 시문은 타르타로스로 입장하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타르타로스에 입장하겠냐고 묻는 메시지.

그에 뭐라 답할 틈도 없이.

‘타르타로스의 입구가 날 집어삼켰으니까.’

지금과 같은 이 시커먼 어둠이 자신을 집어삼키지 않았나?

그나마 다행이라면.

“으아아하핫! 타르타로스라니!”

“허허…… 내 오랜 세월을 경험했으나, 타르타로스는 감히 범접하지도 못했거늘…….”

나글파르와 선원들을 함께 집어삼켜 주었다는 것.

유독 감격한 눈으로 탄식하던 흐림이 낡은 로브를 펄럭이며 시문을 향해 다가왔다.

“귀빈. 참으로 감사하오.”

“감사요?”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어서 말이오.”

“아아.”

시문은 작게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죽음에 속한 이들에게 타르타로스는 일종의 낙원처럼 여겨졌지.’

산 자들의 버전으로 말하자면 천국이랄까?

전생에서 본 고위 언데드나 죽음과 관련된 존재들은 하나같이 타르타로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왜인지는 시문도 잘 모른다.

아마 정규 아레나가 꽤 진행되었던 전생을 통틀어도 아는 자가 없을 것이다.

‘애당초 타르타로스는 전생의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이니까.’

죽음에 소속된 이들의 입에서 간혹 나온 것 말고는.

타르타로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으니까.

감탄하는 것은 흐림뿐만이 아니었다.

[당신을 주시하던 다섯 성좌가 감탄을 표합니다.]

[성좌 헬이 경외를 담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왕들의 픽에 속하는 성위 서열 성좌 다섯부터.

나글파르의 주인인 헬까지.

성좌들 모두가 감탄을 표하고 있었다

다만 시문이 당황스러운 것은.

‘근데 내가 딱히 뭘 한 게 없는데…….’

타르타로스의 진입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

다시 말하지만 입장 메시지에 대한 답을 하기도 전에.

타르타로스의 입구가 자신을 집어삼킨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맞아. 그러고 보니 인벤토리에서 이명이 울렸지?’

이 모든 시작이 인벤토리였음을 떠올린 시문은 서둘러 인벤토리를 열었다.

우웅.

자신이 범인이라는 듯.

당차게 존재감을 표하는 아이템.

시문은 즉시 그 아이템을 꺼냈다.

[죽음의 증표]

등급 : ?

죽음의 성좌들이 플레이어 김시문에게 선물한 아이템.

죽음의 호의를 받는다.

정보창이 아주 단순하다 못해, 존재 이유가 감도 잡히지 않는 아이템.

모양조차 단순한 정보창을 따라, 액세서리처럼 작은 해골의 형태였다.

‘검은 제련소에서 미션을 클리어하고 받은 아이템이었지.’

정보창의 설명대로 죽음의 성좌들이 보상으로 지급했던 그것이 지금 이렇게 힘차게 존재감을 알리다니?

하나 가치를 모르는 것은 시문뿐인 것일까?

“아, 아니! 그것은?!”

곁에 있던 흐림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진다.

그때.

우우우웅!!

죽음의 징표가 더욱 거세게 울음을 터뜨렸고.

추락을 알려주던 바람도.

그와 함께 흔들리던 머리칼과 옷자락도.

뚝.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니, 멈췄다고 해야겠지.

이내.

“윽!”

시문의 눈이 질끈 감긴다.

갑작스러운 흡입력이 시문과 나글파르를 잡아끈 것이다.

이윽고 감긴 눈이 떠졌을 땐.

“세상에…….”

시문은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밤.

아니, 우주에 가깝겠지.

빛 한 점 보이지 않던 암흑은 어디로 갔는지.

저마다 크기가 다른 별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고.

행성으로 추정되는 구체들도 곳곳에서 제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광대하다는 말로는 차마 표현조차 하지 못할 광경.

그런 시문의 귓가로.

“후후. 어쩐 일로 여러 죽음이 조각까지 써가며 하나로 모였나 했더니.”

절로 눈이 감길 정도로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자.

수백, 수천 개의 은하계를 욱여넣은 듯.

은하 그 자체가 담긴 기다란 머리칼의 여성이 보였다.

동시에.

[성좌 천마와 오딘, 바알이 눈을 부릅뜹니다.]

[성좌 제우스가 기함을 토합니다.]

성좌들의 경악 어린 반응이 떠올랐다.

그런 성좌들의 반응이 보이기라도 하는 듯.

은하를 담은 머리칼의 여성은 정확히 성좌들의 반응이 떠오른 곳을 향했다.

“죽음만 모인 것이 아니었네요? 하긴…….”

그리곤 천천히.

시문을 향하는 여성의 시선.

“그의 시선까지 받은 이가 있으니, 다들 눈독을 들일 만도 하죠.”

그녀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윽!”

시문은 몸을 휘청거렸다.

여성이 무언가를 한 것이 아니었다.

‘저 여자…… 몸 속에 우주가……!’

블랙홀.

혹은 우주를 광속으로 내달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우주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감각에 정신이 아득해진 것이다.

“이런. 배려가 부족했네요.”

잠시 난처한 미소를 짓는 여성.

그것을 신호로.

“하아…….”

아득해지던 정신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미안해요. 필멸자는 처음이라.”

싱긋 웃는 여성.

그때.

쿠그그그그그.

은하라 칭해지는 이 공간이 뒤흔들린다.

그에 맞춰.

콰드득.

섬뜩한 파육음이 들려왔다.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 광활한 공간의 한편에선.

까드득.

까득!

정체 모를 검보라색 촉수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균열 안에서.

-내 아가한테 손대지 마.

보통 사람은 듣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그러나 시문에겐 더없이 달콤하고 포근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문은 단박에 목소리의 정체를 눈치챘다.

‘검은 염소?’

이미 한번 검은 염소와 대면해 보았기에 틀림없었다.

하나 강대한 공허의 대모의 등장에도.

“오랜만이야. 슈니. 잘 지냈니?”

여성은 겁을 집어먹긴커녕.

눈을 반짝이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 년이! 내가 그따위로 부르지 말랬지!!

검은 염소가 격하게 노성을 터뜨린다.

그에 공간 전체가 크게 흔들렸으나.

“까칠하긴. 정겹고 좋잖아.”

여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닌지.

-흥. 망할 년.

검은 염소는 더한 분노나 무력 행사 없이 혀만 찰 뿐이었다.

“후후.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넌 좀 놀랐어. 아쉬울 것도 없을 텐데. 그곳에 발을 들일 줄이야.”

-남이사.

까칠하게 답하는 검은 염소.

그런 검은 염소의 태도에도 그저 흐뭇하게 웃던 여성이 다시 시문을 바라본다.

“뭐, 이렇게 직접 보니 네 마음도 이해가 가. 정말 상상 이상인데?”

-눈독 들이지 마. 죽는다.

“후후. 난 참가도 하지 않는데 뭐하러 눈독을 들이겠어? 그래도…….”

시문을 바라보는 여성의 미소가 한결 깊어진다.

“반가운 얼굴들이 이렇게나 관심을 쏟으니. 덩달아 관심이 생기긴 하네. 그런데 제우스?”

[성좌 제우스가 움찔합니다.]

“슈니도 이리 찾아오는데. 당신은 그냥 거기 있을 셈인가요? 안 본 사이에 버릇이 많이 나빠졌네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츠츠측.

우주 같은 공간 한쪽에서 강렬한 번갯불이 튀어 오른다.

점차 뻗어나가는 번갯불은 길고 허연 수염의 형태를 취했다.

-크흠! 바, 반갑소.

“후후. 그래요. 나머지 셋도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고 싶으나…….”

여성의 시선이 허공을 향한다.

“뭐가 그리도 겁이 나는지. 아주 난리를 치네요. 당장 김시문을 돌려보내라고.”

-뭐야? 너 절차도 없이 우리 아가를 부른 거였냐?

“나름 구색은 맞췄어. 저 머저리들의 시스템 허점을 좀 이용했을 뿐.”

그녀의 말에 시문은 왜 메시지가 허락도 없이 자신을 타르타로스로 보냈는지 깨달았다.

‘입장하겠냐는 그 메시지까지 전부 저 여성이 조종한 거로군.’

자신의 인벤토리에 든 이 죽음의 증표에 관심이 끌려서 말이다.

이쯤 되니 상위 서열의 성좌들을 모두 알고 있는 이 여성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보다.

그 존재 자체가 궁금해졌고.

딱히 자신에게 악의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기에.

“실례가 안 된다면. 누군지 물어봐도 될까요?”

시문은 망설임 없이 여성의 정체를 물었다.

뭐에 놀란 것인지.

“오호호!”

잠시 눈이 동그래진 여성은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고.

“미안해요. 절 모르는 분은 또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네요.”

짤막한 사과와 함께 답했다.

“전 닉스라고 해요. 필멸자들은…… 그래, 절 밤의 여신으로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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