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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72화 (172/349)

제172화

172화. 일타쌍피 (5)

끼리릭.

익숙한 소음들이 들려온다.

“넌 조기! 넌 이러케!”

멀지 않은 곳에서 열심히 골렘들을 움직이는 시연.

턱을 괸 채.

그런 시연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문의 곁으로.

-오빠. 괜찮아?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다가왔다.

시문은 모습 그대로 고개를 까딱였고.

-거짓말.

현자의 돌의 눈은 게슴츠레해졌다.

“정말이야.”

-정말은 무슨. 괜찮다는 사람이 몇 시간 동안이나 그러고 앉아 있어?

“그냥…… 그때의 진상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까. 뭔가 어안이 벙벙해서.”

시문은 여전히 멍한 눈으로 열심히 율동하는 시연이를 바라봤다.

‘결국 10년 전 그날의 범인은 이순철 회장이었네.’

대체 왜?

라는 의문까지는 들지 않았다.

‘아마 영희 이모가 거슬려서겠지. 10년 전이면 이모의 최전성기였으니까.’

도후 이영희.

1세대 랭커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던 전투계의 플레이어.

어디 그뿐이던가?

성삼 바이오, 아레나 접속기기 등.

국내의 여러 아레나 관련 산업에서 선두주자로 달려, 지금의 성삼을 일궈낸 인물이다.

플레이어와 경영.

두 부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단 말이다.

당연히 제 딸과 관계가 좋지 않은 이순철 회장으로선 퍽이나 거슬렸겠지.

‘이미 린에게 들은 것도 있고, 김종준의 자백 영상도 있으니. 이순철 회장이 범인이라는 게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시문의 눈매가 슬쩍 찌푸려진다.

진즉 예상하고 있던 10년 전 사건의 진범이 명확해졌음에도.

가슴이 찝찝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숙부는 왜 내 안전을 보장받으려 했을까?’

이순철 회장과 나름의 파트너 관계인 숙부 김무열.

그가 테러 사건의 주도자가 아님은 물론.

자신의 안전을 챙겨주려 한 부분 때문이었다.

‘내심 이순철 회장과 함께 테러를 주도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신을 살리려 했다니?

완전히 빗나간 예상이었다.

더 웃긴 것은.

‘시혁이 녀석은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거야.’

시혁이 녀석의 안전은 요구하질 않았다는 것.

뭐,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가문의 적통을 증오하는 숙부로선, 시혁이의 존재는 눈엣가시일 테니까.

하지만.

‘대체 난 왜 살리려고 한 거지?’

단순히 살려 두려고 한 것도 아니다.

한 발 나아가.

밀입국을 조건으로 데스페라도에게 안전까지 보장받으려 했단다.

대체 왜?

시문의 눈이 한층 깊어졌다.

‘그래. 그러고 보니 내게 마력 불능을 선사했던 놈도 어딘가 이상하긴 했어.’

두 동생을 공격하려던 가면의 테러범.

그리고 두 동생 대신 놈의 살수를 몸으로 받아냈던 자신.

당시엔 워낙 고통이 심했던 터라, 테러범의 반응을 제대로 확인하진 못했으나.

‘X, X발! 왜 이 새끼가 맞아!’

테러범이 당황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던 것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다친 것이 곤란하다는 듯 말이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숙부가 내 안전을 요구했던 건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애들을 서슴없이 공격하던 놈이 누가 대신 맞았다고 당황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상념에 잠긴 시문을.

-그러게. 그때 사안을 써서 알아내지 그랬어?

명랑한 목소리가 일깨운다.

-오빠 용력 스탯도 100을 넘었겠다, 자백 정도는 시킬 수 있잖아.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시문은 쓰게 웃으며 이마를 쓸어올렸다.

“왠지 더 들어가면 안 될 거 같아서.”

-흐응. 알겠다. 지금의 관계가 무너질 거 같아서구나?

“그래.”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숙부는 지금처럼 협회장직에서 내 뜻대로 일해줘야 하거든.”

숙부 김무열을 협회장직에 유지시켜 두는 것은 어디까지나 협회의 영향력과 정계, 재계 등.

귀찮고 복잡한 일들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기 위함이다.

그래.

대놓고 말해서 더럽고 귀찮은 일들을 처리하기 위한 도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한데.

-협회장이 오빠의 안전을 요구했던 이유를 알게되면…… 협회장에 대한 오빠 마음이 흔들릴 것 같다, 이거지?

자신의 심정을 정확히 꿰뚫는 지적에.

시문은 대답 대신 쓴 미소를 지었다.

-이해가 간다. 우리 오빠 마음이 좀 약하니?

현자의 돌은 그런 시문을 보곤 알 만하다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는 자기한테 좀만 잘해줘도 홀라당 넘어가는 경향이 있잖아. 안 듣는 게 백번 나았어.

“현아야. 너 뭘 잘못 알고 있는데. 나 그렇게 쉬운 놈 아니다.”

-뉘에뉘에~. 그렇다고 칩시당! 착한 건 죄가 아니니까.

“야.”

얄밉게 기계 팔을 으쓱한 현자의 돌은 작업대로 몸을 돌렸다.

-어쨌거나 잘했어. 오빠, 전생의 김무열 씨를 떠올려봐. 마음 약해지면 큰일 난다?

말을 남기고 작업대로 향하는 현자의 돌.

그에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전생의 숙부까지 생각해 보면…… 이게 맞아.’

DS의 용력으로 인해 대륙성의 노예가 된 김무열.

후로 매국노 소리를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놈들의 앞잡이질을 하지 않았었나?

종리추의 명으로 시혁이를 그렇게 노려대기도 했었고 말이다.

‘이미 숙부를 그 진창 같은 미래에서 꺼내준 것만으로 충분해.’

이 이상 가까워질 것도.

그렇다고 멀어질 것도 없다.

자신과 숙부의 관계는 지금이 딱 맞았다.

생각을 털어낸 시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스륵.

손가락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감겨온다.

시문은 오른쪽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지.’

검보라색 실로 이루어진 얇고 가는 반지.

검보라색만 아니었다면 실이 감겨 있다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얇고 투명했다.

‘최우석 박사를 잡아 준 보상으로 받은 반지.’

최우석을 잡아 주면 보상을 주겠다는 약속대로.

경계의 방직공은 일전에 주었던 팔찌와 같은 거미줄의 반지를 선사했었다.

시문은 새끼손가락에 감긴 실반지를 요리조리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역시 정보창은 안 뜨네.”

여타 아레나의 아이템들처럼 정보창이 떠오르진 않았다.

‘저번에 서위룡이 가져온 DS도 그랬지.’

갤럭시 아레나에서 허용되지 않은 아이템들의 특징이었다.

물론 사용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미 경계의 방직공이 실반지를 건네줄 때.

‘이걸 소모해서 자신의 권속을 일정 시간 불러낼 수 있다고 했었지?’

사용법과 능력을 전부 알려주었으니까.

‘이렇게 보상으로 줄 권속이라……. 대체 얼마나 강할까?’

검은 염소한테 눌려서 그렇지.

경계의 방직공은 존재감만으로도 최상급 용족을 육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존재다.

그런 존재의 권속이라면 틀림없이 평범한 존재는 아닐 터.

거기다.

‘100레벨이 넘어서 파라켈수스의 실린더도 옵션이 성장했지.’

시문의 시선이 왼쪽 팔에 부착된 파라켈수스의 실린더를 향했다.

[파라켈수스의 실린더]

등급 : (구) 신화

소멸해버린 연금술의 신 파라켈수스의 창조물.

연성진을 담아 언제든 원할 때 발현할 수 있다.

착용자의 레벨에 따라 옵션이 달라진다.

-연성진 저장 가능 개수 : 4개

-이중 발현

본래 3개였던 연성진 저장 개수는 총 4개.

그리고 현자의 돌이 미리 알려줬던 대로 이중 발현까지 가능해졌다.

‘이러면 내가 소환할 수 있는 마수는 약 400마리.’

마수소환 연성진이 개당 100마리를 소환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여기에.

‘최상급 용족 세 놈이 사용했던 용제의 신물. 거기서 용력을 10이나 얻었지.’

용력은 귀속스탯이기에.

10의 용력은 자연스레 5의 연성력으로 치환되었다.

고로 현재 순수 연성력만 무려 207.

‘왕들에 픽 +5를 더하면 총 연성력은 212. 이걸로 골렘까지 소환한다면…….’

물량만 뽑아내면 최대 50기의 골렘을 연성할 수 있으니.

앞선 마수까지 합쳐, 총 450에 달하는 소환물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거 참…… 소환사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네.”

소환계열에선 최고 물량을 자랑하는 네크로맨서와 비빌지도 모르겠다.

하나 시문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그래봐야 결국 소환물. 자신보다 수준 높은 적들을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쓸릴 수밖에 없지.’

일전에 실미도에서 만났던 최상급 용족 세 놈이 그러했다.

‘지금 내가 소환 가능한 마수는 중급 정도니까. 상급 용족급이나 그 이상을 만나면 의미가 없어.’

고로.

“레벨업 밖에 없나…….”

가장 원론적인 성장법.

본인 자체의 스펙을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뭐, 아레나는 계속 뛰어줘야 하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시문은 보유 업적 포인트를 확인했다.

‘27,000점이라…….’

일전에 세계수의 씨앗 조각으로 만 점을 소모했음에도.

꽤 다량의 업적 포인트가 남아 있었다.

시문은 제 가슴께를 내려다봤다.

“현아야.”

-응?

멀리서 작업 중인 플라스크가 아닌, 가슴 속의 현자의 돌이 반응한다.

“저번에 천마신공 4성의 요구 업적 포인트가 2만 점이었지?”

-맞아. 왜? 4성으로 올라가게?

“어, 당장 업적 포인트가 나갈 곳도 없고, 마기 스탯도 100이 넘었으니까.”

-하긴. 무공 주제에 마기를 좀 잡아먹어야지.

성좌의 무공답게 엄청난 마기량을 요구하는 천마신공.

특히나.

-4성은 파(波)의 초식이었지?

“맞아.”

그런 천마신공 중에서도 마기 소모율이 큰 파의 초식이 이번 4성의 메인이었다.

-그럼 바로 준비할게.

현자의 돌의 말과 함께.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20,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하게 떠오르는 메시지창.

시문은 곧장 예를 선택하곤 손가락을 튕겼고.

따악.

사아아아.

시커먼 마기 모여들더니.

팔랑.

낡은 한 장의 종이가 되어, 시문의 앞에서 하늘거렸다.

시문은 그것을 조심스레 잡고 가슴께로 가져다 대었고.

스륵.

천마신공은 눈 녹듯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내.

우우웅!

현자의 돌을 중심으로 급격히 뻗어나가는 마력.

시문은 재빨리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후우…….”

깊은숨을 내쉬며 뜨이는 시문의 눈.

뚜렷하고 맑았던 눈동자는 어느새 시커먼 먹물처럼 들끓었으나 그뿐.

“좋네.”

짧지만 만족스러운 답을 뱉은 시문은 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숨기지 않은 채.

‘숙부에게 연락이 오기 전까지. 아레나 좀 뛰어야겠군.’

시문은 고글형 아레나 접속기기를 썼다.

* * *

[갤럭시 아레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아레나의 종목은 ‘공성전’이고, 참가 인원은 200명입니다.]

[인원이 모두 보이면 아레나가 시작됩니다.]

익숙한 메시지창이 시문을 반긴다.

“호오? 공성전이네.”

특히나 종목인 공성전은 유달리 시문의 시선을 끌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명이면 대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플래티넘에선 손에 꼽을 만한 단체전이지.’

무엇보다도.

‘공성전의 보상은 상당하니까.’

아레나에 몇 없는 대규모 종목에 걸맞게.

공성전의 보상은 상당히 짭짤했다.

‘특히 경험치 부분이 말이지.’

경험치가 짠 승급전과 정반대의 느낌이랄까?

안 그래도 확 늘어나 버린 요구 경험치량에 많이 아쉬워진 상태였다.

이젠 폭업이 아니면 안 되는 몸이 되어버렸으니까.

시문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뭐야. 공성전이네?”

“대박! 나 공성전은 처음인데!”

“난 딱 한 번 해본 적 있어. 그때 한 10레벨업 땡겼는데!”

매칭되자마자 감탄을 터뜨리는 플레이어들.

파티도 더러 있는지 저마다 공성전에 대해 수군거렸다.

이내.

“어? 김시문이다!”

“김시문? 어디!”

“진짜잖아!”

매칭된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일제히 시문을 향한다.

“김시문 마법계라며? 이번 아레나 그냥 날아다니겠는데?”

“드디어 같이 매칭되나 했더니, 하필 공성전이야!”

“서바이벌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 그래도 이건 50% 확률로 같은 팀이 되잖아.”

“아! 제발 같은 팀으로 뽑혀라! 제발!”

70여 명이 넘어가는 이들의 시선.

특히나 같은 팀을 갈망하는 간절한 시선은 곤혹스러울 만도 했지만.

‘슬슬 사람들이 모이네.’

시문은 태연하게 그들의 시선을 받아넘길 따름이었다.

‘방송이나 켜놔야겠다.’

시문이 아레니아를 켰다.

-쾅쾅! 문열…… 어! 열렸다!

-시하~.

-드디어 왔네. 며칠 만임여 ㅠㅠ

-횽! 살아 있지? 괜찮은 거지?

-멀쩡한데 호들갑은 ㅋㅋ

방송이 켜지자마자 주르륵 올라가는 채팅창.

진즉부터 대기하고 있던 시청자들이었다.

채팅을 보던 시문은 고개를 갸웃했다.

‘철원에 실미도까지 간다고 오랜만에 키긴 했는데…… 다들 반응이 왜 이래?’

그간 이리저리 좀 다닌다고 방송을 오랜만에 켜긴 했으나.

곧 죽을 사람처럼 대하는 채팅창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시문은 어렵지 않게.

[나는야플래 님이 AP 1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역시 형이야! 멀쩡할 줄 알았음!

[천상계칼잡이 님이 AP 4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데스페라도 ㄹㅇ 미친놈들임. 이상한 조짐 보이면 바로 신고 ㄱ

[핑거회대표 님이 AP 1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시문 님. 우리 핑거회는 협회에 매일 시문 님의 보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디 안심하시길.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아. 데스페라도 때문이구나.’

천만 원대부터 1억이 넘는 금액까지.

자신의 안위에 대한 후원 메시지가 줄줄이 이어진 것이다.

‘하긴, 이상할 것도 없지.’

백악관까지 테러했던 전적이 있는 놈들이다.

그런 빌런 조직의 구성원과 마찰을 빚었으니.

저렇게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그리고 누군가가 걱정해 주는 건 늘 기분 좋은 일이었기에.

“하하! 다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주의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시문은 따스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ㄷㄷ…… 미모 보소.

-헤으으응!

-이런 게… 시각 쾌락?

[가능충 님이 AP 2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ㄹㅇ 쌉가능.

-가능이 어서 오고 ㅋㅋ

그로인해 또 한바탕 채팅창이 난리가 날 때쯤.

[참가인원이 모두 매칭되었습니다.]

아레나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시문의 앞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플레이어 김시문은 현재 매칭의 MMR로도 완전한 매칭이 불가능합니다.]

[공정한 아레나를 위해, 공성전의 인원 배분을 조정합니다.]

이어.

파앗.

일대의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빛에 감겨 사라진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사라지는 플레이어들은 결국.

“어어?!”

“서, 설마…….”

“아니지? 공성전인데 이거 아니지?”

시문을 포함한 단 10명만을 남기고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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