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8화
198화. 정령왕의 요람 (1)
7미터에 달하는 길이.
어지간한 일반 주택 건물 정도의 높이를 지닌 한 존재가.
구그그그.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린다.
이내.
쿠웅.
땅에 발을 내리찍자 묵직한 진동이 울렸다.
시문은 굳은 얼굴 그대로 이 진동을 만들어 낸 존재.
“거인족…….”
거인족을 바라봤다.
놀란 것은 시문뿐만이 아니었다.
-ㅁㅊ ㅋㅋㅋㅋ 거인족이 나와?
-저거 다이아 최상위권에서나 나오는 애들 아님?
-ㅇㅇ. 랭커들 방송에서도 자주 나옴.
-아무리 특수 아레나라지만, 이건 좀…….
-이 형 아직 플래잖어.
-플래티넘급 특수 아레난데. 거인이 왜 나옴?
심드라실 길드의 이슈를 묻던 시청자들은 역시 어느새 거센 반응을 토했다.
이어.
-이거 맞아?
-ㅈ된 거 같은데…….
-이건 진짜 아니다!
-안 돼! 시문 님 아레나 포기 못 하나요?
-ㅅㅂ! 갤럭시 아레나 진짜 미친 거 아님?
줄줄이 걱정을 표하는 시청자들.
무리도 아니었다.
-진심 이 형은 소정규 참가자잖아?
-ㅇㅇ. 매판 돌릴 때마다 목숨 걸어야 함.
-목숨 걸고 하는데 밸런스 개창을 내놨어!
-ㄹㅇ 밸런스 무엇?
-거인족은 진짜 개에반데…… 형, 사망 방지권 같은 거 있어?
저번 저울 위 사막을 기점으로 시문은 소정규에 돌입하지 않았던가?
이젠 매판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플래티넘인 시문이 다이아 최상위권에서나 등장하는 거인족을 만나다니.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나 정작 시문에게선 목숨 걱정에 대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세계수의 성장 버프에 있는 사망 무효화도 그렇지만.
‘거인족이 왜 정령계에 있는 거지?’
거인족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탓이었다.
그때.
[성좌 검은 염소와 바알, 천마가 인상을 찌푸립니다.]
[성좌 제우스와 오딘이 격분을 토합니다.]
시문의 성좌들이 일제히 불쾌감을 토했다.
특히나 제우스와 오딘은 격분까지 내비쳤고.
‘뭐지? 성좌들이 갑자기 왜?’
시문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뿐.
금방 사태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그렇군. 용족처럼 거인족과도 관계가 좋지 않나 보군.’
과거 특수 아레나에서 처음 용족인 드라칸을 만났을 때도.
성좌들은 다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가?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그때 당시와 똑같이 대응해 준다면.
‘일단 후원은 확정이겠네.’
성좌들의 보상도 똑같을 터.
시문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근데 거인이면, 이번 아레나에서 골렘을 사용하는 건 무리겠어.’
아무리 저번 아레나와 스탯 증강제로 주력 스탯을 수십이나 얻었다곤 하나.
일개 연성 골렘으로 아레나 최상위 종족인 거인족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실험해 볼 게 골렘만 있는 건 아니지.’
따악.
시문은 즉시 손가락을 튕겼다.
호문쿨루스 제조법을 얻기 위해 찍었던 옵시디언 타블렛의 완성도 60%.
덕분에.
동시 인체 연성으로 전신을 아우르는 [오우거의 신체조직]과 [블랙팬서의 신체조직]은 각각 60%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이번에 총 274로 늘어난 연성력과 A등급이 된 현자의 돌의 힘으로…….’
우웅.
가슴 정중앙.
현자의 돌에서 용력이 흘러나와 전신으로 뻗어나간다.
그에 호응하듯.
우드득.
인체 연성이 된 시문의 육체가 살짝 뒤틀렸다.
자연스레 먼저 자리했던 인체 연성은 용력에 밀려 해제되려고 했으나.
사라지려는 인체 연성을 부여잡은 시문은.
‘인체 연성과 용체화를 아르스마그나 융합의 묘리로 섞으면!’
그것을 강제로 유지한 채.
깨달았던 융합의 진리를 이용해 인체 연성과 용체화.
교착 상태를 이루던 그 두 개의 힘을 한데로 묶어내다 못해 합쳐버렸다.
그러자.
까드득.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으윽!”
전신의 피와 살, 근육이 따로 노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스친다.
하나 고통은 잠시일 뿐.
두근! 두근!
곧 통증이 잦아들며 무아로 빠진 시문은 거칠게 요동치는 제 심장 소리밖에 느끼지 못했다.
그러한 상태가 좀 더 이어지는 순간.
[인체 연성의 원리가 특성 용체화를 분석합니다.]
한줄기의 메시지가 시문의 눈앞으로 떠올랐고.
[특성 용체화가 인체 연성의 원리로 재해석됩니다.]
[인체 연성의 지식이 온전하지 않습니다.]
[60%의 완성도만큼, 용체화가 재해석됩니다.]
[특성 용체화가 삭제됩니다.]
그 뒤를 따라 또 다른 메시지들이 줄을 이었다.
이내.
[고유 특성 드래고노이드(Dragonoid)를 획득합니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와.
[성좌 검은 염소가 ‘꺄하하핫!! 저 빌어먹을 힘을 이런 식으로 버려내다니! 역시 우리 아가야!’ 광소를 터뜨립니다.]
[성좌 바알의 ‘으음!!’ 기함에 주변 마왕들이 경악합니다.]
[성좌 제우스와 오딘, 천마가 헛웃음을 흘립니다.]
[멀리서 당신을 훔쳐보던 성좌 ?가 안달을 냅니다.]
파도치는 성좌들의 반응을 끝으로.
우드득!
시문의 전신이 뒤틀렸다.
* * *
쿠웅.
묵직한 진동.
그 진동만큼이나.
“으흐흐.”
묵직하고 웃음소리가 대기로 뻗어나간다.
흡사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으흐흐! 흐흐!”
멍청한 웃음을 질질 흘리는 거인은 그 웃음만큼이나 맛이 가버린 눈으로.
“흐으으.”
알록달록한 주변 풍경을 훑었다.
정확히는.
사락.
알록달록한 풍경의 나뭇잎 하나까지.
그 큼직한 눈알로 세세하게 살피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저벅.
무언가의 발소리가 뒤편에서 들려왔고.
거인은 멍청한 웃음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으로.
부아아앙!
뒤편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큼직한 눈 역시 뒤편에 도달하는 순간.
“흐으?”
거인의 큼직한 두 눈엔 의문과 놀라움이 어렸고.
그에 맞춰.
콰아아앙.
집채만 한 주먹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난다.
“후욱.”
그러나 7미터의 거인이 몇 번 바람을 불자.
자욱했던 흙먼지는 삽시간 사라졌고.
처박혔던 거인의 주먹 옆으론 웬 존재 하나가 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2미터쯤 되었을까?
집채만 한 주먹이 날아들었으면 응당 놀랄 법도 하건만.
두 발을 디디고 선 존재는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이.
오히려 평온하다 못해, 무미건조한 얼굴로 거인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에 거인은 히죽 웃으며.
“으흐흐. 흐으!”
흙이 잔뜩 묻은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마치 일부러 맞추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 뜻을 알아들은 것일까?
“일부러 맞추지 않았다, 이 뜻이냐?”
무미건조한 존재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뚜렷하지만.
중후하다 못해 퇴폐적인 목소리.
하나 분명한 미성이라 부를 만한 그 목소리에 거인의 큼직한 눈이 잠시 커졌으나 그뿐.
“으흐!”
거인은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쿠그그.
그의 거대한 팔이 옆을 향한다.
정확히는 하나만 들린 검지라고 해야겠지.
2미터의 존재는 거인의 검지를 따라,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은 사방이 알록달록한 자연 광경인 이곳과 맞지 않게.
어두운 톤의 녹회색으로 아예 다른 공간인 듯 자리하고 있었고.
그 중심부에선.
아아아…….
희미한 아우성이 섞인 무지갯빛 빛줄기가 먹구름을 휘감은 채,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저곳은…… 그렇군. 저기가 정령왕의 요람인가?”
2미터의 존재의 말에.
“흐으.”
똑똑한 강아지를 바라보는 것마냥, 고개를 주억이는 거인.
“으흐흐. 으흐!”
그는 연신 웃음도, 말도 아닌 무언가를 내뱉으며.
2미터의 존재와 녹회색의 장소를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
그에.
“나 같은 이는 정령왕의 요람에 있어야 한다?”
2미터의 존재는 퇴폐적인 미성으로 읊조렸고.
거인의 뜻을 잘 해석해 낸 것인지.
쫘아악! 쫘아악!
“으흐흐!!”
7미터의 거인은 귀청이 터져나갈 정도로 박수를 치며.
연신 멍청한 웃음을 흘려댔다.
그를 따라 헐벗은 몸의 축 늘어진 살들이 흔들거린다.
생식기가 없긴 했으나.
가슴과 배를 비롯한 여러 부위의 늘어진 살들이 흉하게 춤을 췄고.
“쯧.”
그 모습이 가히 보기 좋지 않았는지.
무미건조했던 2미터의 존재의 얼굴엔 작은 혐오감이 어렸다.
이내.
“여하튼 정보 고맙다.”
2미터의 존재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를 따라.
살랑.
그의 흑단 같은 머리칼이 이마 양쪽에 자란 뿔을 간질였고.
그것이.
콰직!
“흐으……?”
거인이 본 마지막 광경이 되었다.
* * *
7미터의 건물.
현대의 흔한 주택급의 건물이 벌목된 나무처럼 서서히 넘어간다.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뒷배경이 훤히 보일 정도로 뻥 뚫려버린 가슴.
그리고.
두근.
여전히 박동 중인 시문의 손아귀에 쥐어진 큼직한 심장까지.
심장을 잃은 생명체가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으니까.
“흐으으…….”
거대한 팔을 느릿하게 허공을 휘적거린다.
하나 심장을 잃은 거인은 결국.
쿠우웅!
체구에 걸맞은 진동을 남기며 바닥으로 쓰러졌고.
콰득.
시문의 손아귀는 박동 중인 거인의 심장을 그대로 쥐어 터뜨려버렸다.
치이이.
허연 김이 펄펄 날 정도로 뜨거운 핏물이 시문의 볼에 닿았으나 그뿐.
시문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볼에 묻은 핏물을 슥 닦아냈다.
‘미지근하군.’
거인족.
용족과 마찬가지로 갤럭시 아레나의 최상위 종족인 만큼.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이 펄펄 끓는 핏물이었다.
‘다이아 상위권의 탱커들도 거인족의 피가 닿으면 화상을 입는데…….’
시문은 김이 펄펄 나는 핏물을 닦은 손을.
정확히는 드래고니안의 그것처럼 유려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렇게나 미지근하게 느껴질 줄이야.’
피를 닦아 낸 손에서는 여전히 허연 김이 펄펄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나.
피가 닿은 볼이나, 그걸 닦아 낸 손은 그냥 미지근한 물이 묻은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거인의 피가 이렇게 느껴질 정도면, 기본적인 방어력이나 저항력이 상당하다는 건데…….’
시문은 핏물이 흐르는 날카로운 손아귀를 쥐었다 폈다.
‘거기다 거인족의 심장을 적출해 낼 수준의 공격력을 얻을 줄이야.’
아무리 기습이었다곤 하나.
‘그것도 천마신공의 도움도 없이 말이지.’
거인족의 타고난 신체 능력을 고려해본다면.
‘드래고노이드…… 확실히 용체화와는 성능부터가 다르군.’
이 드래고노이드라는 특성은 정말이지 말이 안 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이는 시문만이 느끼는 놀람이 아니었다.
-미친…… 거인족을 원킬 낸다고?
-말도 못 하는 거 보면 최하급 같긴 한데.
-최하급이라도 이건 선 넘은 거임.
-22 당장 다이아 최상위권 방송만 봐도, 최하급 거인들이 얼마나 재빠른데.
-거기다 방어력이랑 재생력은 트롤 뺨칠 수준이잖아 ㅋㅋ
-ㄹㅇ 괴물새끼들임.
-근데 그걸 한 방에…….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특히.
-심장을 노렸잖아. 애당초 약점 공략했는데 왜케 호들갑임?
-내 말이. 약점 공략 누가 못하냐고 ㅋㅋㅋ
-X발ㅋㅋㅋ 위에는 도라이들임?
-너흰 거인족 약점 아는데. 저렇게 한 방 컷 낼 수 있음?
-와…… 진짜 다이아 상위권 미만은 입들 닫아라.
-ㄹㅇ 모르면 X칩시다. 거인족은 만나보고 씨불이나.
수백만 단위의 시청자 수만큼이나.
시청 중인 다이아급 상위 플레이어들도 많은 것인지.
-ㄷㄷ 천상계 형님들 뿔났네.
-제발 심해 새끼들은 좀 다물자. 같은 심해로서 쪽팔림.
-다이아 중에서도 상위 애들이 인정하는데. 즈그가 뭐라고 입을 엶 ㅋㅋ.
-개역겹긴 해 ㅋㅋ.
상위권으로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더러 나타나.
부정적인 여론을 자체적인 진압을 하고 있었고.
-근데 이 형 생김새가 좀 변한 거 같지 않음?
-ㅇㅇ 예전이랑 뭔가 많이 달라졌는데.
-머리카락도 좀 길어진 거 같고. 뿔도 나 있음.
-전반적인 체구 자체도 커진 듯? 2미터는 되어 보이는데.
-그래서 거인족 원킬 낸 듯.
-모르겠고. 시문 님! 목소리 살살녹!
-ㄹㅇ 더 잘생겨짐. 형! 나 가능해!
드래고노이드로 변화한 시문의 모습에 대해서도 쉬지 않고 떠들고 있었다.
하나.
아레나 중엔 대부분 채팅창을 꺼두는 시문은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용체화 때보다 골격의 변화가 크니, 적응하기가 영 쉽지 않네. 돌아가면 수련 좀 해야겠어.’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만을 되새길 뿐이었다.
물론 이는 시청자들일 뿐.
[성좌 검은 염소가 ‘하아…… 어쩜 저렇게나! 망할. 내 아가만 아니었어도 한입에 그냥!’ 당신을 보며 침을 꼴딱입니다.]
[성좌 제우스와 천마가 욕망 어린 눈으로 당신을 훑습니다.]
[성좌 바알과 ?가 당신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들의 반응은 아주 훤히 보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당신의 행동에 다섯 성좌가 무척이나 흡족해합니다.]
[다섯 성좌가 업적 포인트 5,000점을 후원합니다.]
거인족을 용족만큼이나 싫어하는 것인지.
“오.”
하급 거인 하나에 성좌들은 무려 5천 점의 업적 포인트를 후원해왔다.
시문의 입가는 절로 올라갔다.
‘안 그래도 길드 인원수 증가에, 세계수 씨앗 조각까지 연성한다고 출혈이 좀 있었는데.’
최근 업적 포인트 3만 점이라는 큰 지출이 있지 않았나?
무척이나 달가운 소식에 시문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후원 보상을 받았다.
이내.
“그나저나. 저기란 말이지?”
죽여버린 거인이 가리켰던 방향.
‘딱 봐도 심상치 않은 게, 정령왕의 요람일 필이 팍 오긴 하네.’
녹회색의 어두운 곳을 바라본 시문은 곧바로 바닥을 박찼다.
쐐애액.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처럼.
주변의 모든 사물이 쭉쭉 늘어져 보인다.
‘히야! 아까도 느꼈지만, 신체 수준이 진짜 엄청난데? 민첩 위주의 전투계라 해도 믿겠어.’
용체화 때와 차원이 다른 스펙에 감탄하던 시문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근데 드래고노이드는 무슨 용족이지?’
드래고노이드.
전생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명칭이지 않은가?
시문은 부지런히 다리를 놀리며, 이마 양쪽에 자라난 뿔을 매만졌다.
‘보통 용족의 뿔은 드래곤급이거나 진화종에게만 나타나니까, 평범한 용족은 아닌 거 같은데…….’
유사한 용족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심지어 용체화 때보다 비늘의 영역도 줄어들어.
얼굴과 목 같은 부분은 아예 비늘까지 사라져버리지 않았나?
갑작스레 자라난 뿔과 머리칼.
2미터 넘게 커진 체격과 날카로운 손만 아니었다면.
그냥 인간으로 봐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모습이었다.
결정적으로.
‘이게 전력을 다해서 변신한 게 아니란 말이지.’
드래고노이드가 특성이 된 만큼.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시문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의 모습은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게.
저벅.
순식간에 어두운 녹회색의 지역에 도달한 시문은 볼 수 있었다.
‘미친!’
아아아아!
한결 거대해진 아우성.
아니, 비명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무지갯빛 기둥과.
-구아아악!
-아파…… 아파!
-차, 차라리 죽여줘!
한 폭의 지옥도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