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30화 (230/349)

제230화

230화. 의외의 거래 (1)

[특별 상황으로 방송으로 나가는 모든 대화와 일부의 내용이 검열됩니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메시지.

그 뒤로.

‘여긴……?’

마기보다 어두운 악기의 밤이 보였다.

하지만 악기의 밤하늘 아래로 펼쳐지는 광경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빛이 왜 이렇게 많아?’

어느 번화가의 밤거리처럼 화려하다고 해야겠지.

각양각색으로 빛나는 조명들은 화려하다 못해 요사스러울 정도였고.

그 아래론.

“하아~ 그대의 살 내음은 늘 향기롭군.”

“오호호! 왜 그래요~.”

“부드럽군. 한입에 씹어 삼켜 버리고 싶을 정도야.”

“아이~ 간지러워요.”

혼잡한 살색의 향연이 가득했다.

갖가지의 생김새와 피부색으로 보아, 종족의 구분이 없이 뒤엉킨 이들.

“아흣! 더! 더 때려 줘!”

“아아…… 약…… 그 약 좀!!”

그리고 이해 못 할 폭력과 마약 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습까지.

꼭 예전에 방문했었던 암시장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굳이 그때와 다른 점을 뽑는다면.

“으흐흐!!”

“아흑! 좋아!”

오로지 쾌락.

그래.

오로지 성욕과 쾌락에 미쳐버린 모습이랄까?

그러나 시문은 달리 당황한다거나, 놀라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키이잉.

어느새 활성화된 오딘의 눈.

그곳엔.

눈앞에 보이는 이 쾌락의 향연이 모두 반투명한 형태로 비추어졌으니까.

이는 즉.

“전부 환영이군.”

저 모든 것들이 환영이라는 뜻.

그런 시문의 귓가로.

“이런. 이렇게 쉽게 간파해 버릴 줄은 몰랐는데.”

무섭도록 퇴폐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자.

“환영인 건 맞지만, 오감에 생생하게 전달되는 환영이지.”

이 붉고 뜨거운 연회장의 정 중앙.

피인지 레드카펫인지 모를 벨벳의 계단을 밟으며 내려오는 미남자가 보였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계단으로 내려온 금발의 미남자는 양옆으로 늘씬한 팔을 활짝 펼쳤다.

그곳엔.

“이것 봐. 촉감이나 체온까지 아주 생생하다고?”

푸른, 그리고 녹색의 피부를 가진 두 남녀의 나체의 둔부가 쥐어졌다.

그 하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잡힌 둔부가 우악스럽게 일그러진다.

저만하면 사실상 살을 쥐어짜 내는 수준이거늘.

“아앗!”

“으흐흐!”

제정신이 아닌 것인지.

애당초 환영이어서인지.

두 남녀는 간헐적인 신음만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둔부를 움켜쥔 금발의 미남자.

“남녀? 아니면 동물? 괴물도 좋지. 어때? 이 진짜 같은 쾌락을 한 번 즐겨보는 게, 장담컨대 후회는 없을 거야.”

피처럼 시뻘건 익숙한 눈을 지닌 남자는 욕망이 번들거리는 미소로 시문을 바라봤고.

“…….”

시문 역시 가라앉은 눈으로 남자의 눈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에.

“왜 아무런 답도 없이 그리 뚫어져라…… 아! 이런, 이런.”

한쪽 눈썹을 색스럽게 까딱인 남자가 한 걸음 다가온다.

놀랍게도.

스륵.

“날 원하는 거였나?”

눈 깜빡할 사이에 시문의 앞으로 당도하는 남자.

“하하! 과연 안목이 상당히 높으시군. 하긴…….”

그는 색스러운 웃음을 터뜨리며, 시문의 턱을 조심스레 쥐어왔다.

지나침을 넘어 광기가 느껴질 정도의 욕정이 흐르는 붉은 눈.

그러나 그런 눈과 달리.

“그러니 바알 님의 관심도 끌고, 이리 악기도 얻은 거겠지. 안 그래?”

남자의 행동은 아주 귀하다 못해, 무슨 신화급의 아이템을 다루는 듯.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섬세했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던 시문은.

‘이 자. 눈이나 존재감이나…….’

아까부터 저 자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함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루시퍼 그놈과 굉장히 흡사하다.’

루시퍼.

이 눈앞의 존재는 아르스 테우르기아에 숨어 있던 그와 똑 닮아 있었다.

형제로 착각해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다.

“왜 말이 없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설마 이 몸의 미에 홀려 버…….”

“너.”

시문은 헛소리를 늘어놓는 그의 손을 가볍게 쳐내며 물었다.

“루시퍼와 무슨 관계지?”

예상외의 질문이었던 걸까?

잠시 눈이 동그래지던 그는.

“크하하하하!”

갑작스레 귀청이 울릴 만큼 거대한 광소를 터뜨렸다.

이내.

“아아. 이만한 쾌락들을 앞두고도 흔들림 없이 본론인가? 젊어 보이는데 과연 대단하군.”

웃음을 가다듬은 그는 가볍게 허공으로 손을 저었다.

그러자.

화르륵.

아까의 그 자극적이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쾌락으로 점철되었던 연회장은 삽시간 검게 타버리고.

일전 천계에서 봤을 때처럼 경건한 분위기의 석재 신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아주 오래 방치된 천계의 신전처럼.

빛이 바랜 것을 넘어, 곳곳이 침식되고 무너졌다는 것.

그리고.

화르르!

보기만 해도 아득해질 정도로 시커먼 화염이 신전의 일대를 감싸고 있다는 것.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위대한 이에게 실례했군. 제대로 소개하지.”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운 금발의 남자에게는 무척이나 어울리는 배경이었다.

“난 벨리알. 마계의 ‘서열상’으론 68위에 속하는 성좌이지.”

유난히 ‘서열상’을 강조하는 벨리알.

하나 레메게톤의 원본을 이미 2개나 지니고 있는 시문은 잘 알고 있었다.

‘마계의 서열은 1위인 바알을 제외하곤 아무 의미도 없지.’

총 72명의 마왕이 존재하지만, 서열대로 강할 거라는 보편적인 시각과 달리.

마계 성좌들의 무력은 바알을 제외하곤, 서열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레메게톤에 저술된 지식에 의하면.

‘벨리알은 서열 9위의 파이몬과 함께 바알 다음가는 마계의 최강자이자…….’

마계의 공동 2인자임과 동시에.

‘파이몬과 함께 전생에 천사였던 존재.’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시문은 눈앞의 벨리알이 루시퍼와 왜 그리 닮은 느낌이었는지.

그리고 왜 자신이 이곳으로 소환되었는지 알아차렸다.

“너. 루시퍼와 관련해 내게 할 말이 있나 보군. 아니, 부탁인가?”

“하핫! 이거 정말 물건이군! 고작 30년도 안 된 머리로 거기까지 꿰뚫다니!”

즐거운 웃음을 흘리며, 흥미가 그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벨리알.

“참 신기하단 말이지. 오딘의 눈에 성좌의 속내를 훔쳐보는 힘은 없을 텐데.”

그는 연신 싱글거리더니.

“맞아. 그대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친히 이곳으로 모셨지.”

고개를 까딱이며 긍정을 표했고.

“꽤 대담하군. 난 아레나 중인데. 이리 대놓고 소환을 다 하고.”

시문은 어이없다는 듯, 한쪽 눈썹을 슬쩍 끌어올렸다.

“원래라면 그대의 말이 맞겠지만, 마침 우리의 계승자께서 친히 정당한 절차를 만들어 주셔서 말이지.”

“정당한 절차? 아. 악기를 이용했던 마수 소환 말인가?”

“맞아. 그대도 이미 알잖아? 악기와 마기가 섞이면, 어떤 시너지가 일어나는지는.”

능글맞은 벨리알의 말에 시문은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잠깐. 근데 계승자는 무슨 소리지?”

멈칫한 시문이 앞선 벨리알의 말을 되짚었고.

“뭐긴. 7마제가 붕괴된 이후로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악기를 유일하게 이어받은 그대를 말하는 거지.”

벨리알은 특유의 미소로 답했다.

그에.

‘7마제는 또 뭐야?’

시문은 영문 모를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고.

“후후. 궁금하지? 그럼 부탁 하나만 들어줘. 물론 그대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야.”

미소가 한결 진득해진 벨리알은 허공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의 가죽을 벗기고.

꿈틀!

그 내부의 살점과 근육, 장기들로 조형한 듯한 종이가 꿈틀거린다.

“봐 봐. 그럼 조금은 알 수 있을 테니까.”

싱글거리며 그것을 내미는 벨리알.

그러자.

[성좌 벨리알의 퀘스트를 의뢰합니다.]

살점 종이 위로 일련의 메시지와 함께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시문은 조금 다가가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했고.

[색욕의 주인] - 히든 퀘스트

-성좌 벨리알은 과거 전 차원을 뒤흔들었던 7마제의 영광을 좇고 있습니다.

그는 7마제의 유산 중 하나인 ‘음욕의 죄종’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향락의 요람’ 어딘가에 있는 ‘음욕의 죄종’을 수거하십시오.

입장 제한 : 다이아 랭크 이상.

보상 : 업적 포인트 100,000, 벨리알의 선물.

‘미친!’

두 눈을 부릅떴다.

무리도 아니었다.

업적 포인트가 무려 10만 점이나 되는 보상은 둘째치더라도.

‘향락의 요람이라니!’

퀘스트 내용에 분명 ‘향락의 요람’이라는 단어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지난 일들을 떠올려보면 저곳은 분명.

‘4용제 브리트라가 맡고 있는 용족의 핵심 시설이잖아?’

과거 5용제 니드호그가 담당했던 용족의 군수물자 보급 시설 ‘검은 제련소’처럼.

향락의 요람은 4용제 브리트라가 담당하는 시설이었다.

그런 시문의 반응이 만족스러운 것일까?

“거봐. 내 말 맞지?”

색기 어린 미소를 흘린 그는 살점 종이를 도로 거두어 갔고.

떠올랐던 히든 퀘스트의 내용도 함께 사라졌다.

“참고로 이건 아무나 못 구하는 거다? 성좌도 마음대로 구할 수 없는 물건이거든. 내 부탁을 들어주면 이 초대장을 줄게. 물론…….”

그렇게 싱글거린 벨리알은 악기로 이루어진 어둑한 하늘을 힐끔했다.

“먼저 바알 님의 허락이 있어야겠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성좌 바알이 말없이 벨리알을 내려다봅니다.]

[성좌 천마가 ‘하! 누가 타락 천사 아니랄까 봐. 참으로 간악하군.’ 코웃음을 흘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잘 생겨서 봐준다.’ 오묘한 얼굴로 입술을 씰룩입니다.]

성좌들의 반응이 주르륵 떠올랐고.

“하.”

시문은 헛웃음을 머금었다.

루시퍼와의 관계도 그렇고.

‘보아하니 바알은 루시퍼와 연관되는 일을 반기지 않는 눈치던데…….’

이리 대놓고 자신 앞에서 이런 일을 언급한다는 건.

“퀘스트를 구실로 날 이용하시겠다?”

바알과 자신의 친분을 이용해, 저 음욕의 죄종이라는 것을 얻겠다는 뜻일 터.

아니었다면 진즉 벨리알 스스로가 저 초대장을 이용해서 움직였을 테니 말이다.

정곡을 찌른 것일까?

“어이쿠! 무슨 그런 큰일 날 소리를!”

화들짝 놀라며 유난을 떨어대는 벨리알.

여전한 특유의 미소와 여유로움으로 보아, 반쯤은 농담 어조였지만.

“계승자? 어느 성좌 앞에서도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특히 나같이 여린 성좌들은 아주 심장 떨어진다고.”

연신 하늘을 힐끔거리는 것이 반쯤은 진심이기도 한 모양.

그런 벨리알을 가만히 바라보던 시문은 제 턱을 살짝 쓸었다.

‘뭐, 벨리알의 속셈이 어떻든 간에. 조건은 나쁘지 않아. 아니, 아주 좋아.’

부탁이라고 했지만, 결국 퀘스트의 형태.

업적 포인트 10만 점과 마계 무력 서열 2위의 선물은 퀘스트 내용에 걸맞은 보상이기도 했다.

거기다.

‘향락의 요람은 아레나 의원 같은 놈들과 선을 대는 시설. 거길 최소 반파만 시켜도, 검은 제련소와 다른 방향으로 엄청난 타격을 주겠지.’

직접적인 군수물자를 보급하던 검은 제련소와 달리.

향락의 요람은 아레나 의원과 같은 권력자들을 상대로 용족의 이익을 만드는 시설일 터.

어찌 보면 검은 제련소보다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확실히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아이템이야 얻으면 된다지만, 권력이나 인맥은 대체가 아예 불가능하니까.’

고로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아마 지금까지 봐온 바알의 성격을 돌이켜본다면 분명 허락도 해 줄 터.

하지만.

‘날 이용해서 바알의 허락을 받으려는 게 좀 괘씸하네.’

단순한 심술은 아니었다.

시문은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성좌들에게 마찬가지로 호의를 가지고 있었고.

그런 자신과 성좌들의 관계를 이용하려는 행태는 현실적인 이익을 떠나.

‘그냥은 못 넘어가겠어.’

목에 걸린 생선 뼈처럼 많이 거슬렸다.

해서.

“거절할게.”

시문은 이 괘씸한 마왕을 한번 혼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설마 거절할 줄은 몰랐던 것일까?

“아니 왜! 향락의 요람은 초대장 없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벨리알은 능글맞던 여유를 처음으로 잃어버리고.

“이건 진짜 바알 님도 못 구하는 거니까? 진짜라고! 못 믿겠으면 바알 님께 직접 물어봐!”

살점 종이를 흔들며 속사포같이 말을 내뱉었다.

“알아. 그게 가능했으면 진즉 나한테 그 초대장을 주었겠지.”

미션이나 퀘스트 등.

어떤 방식으로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깟 초대장쯤이야 내가 만들면 되는 거고. 네 조건이 딱히 끌리지도 않거든.”

시문은 일말의 아쉬움도 없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고.

“뭐, 뭘 만든다고?”

벨리알의 얼굴은 대번에 해괴해졌다.

“이봐 계승자, 그대가 뭔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 초대장은 용제 브리트라가 직접 창조해서 배포…….”

어이없는 어조로 말하는 벨리알.

그를 차분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문은 잠시 허공을 터치하더니.

따악.

말없이 손가락을 튕겼고.

파츠측.

짧은 연성 스파크와 함께.

“그, 그건!”

꿈틀.

벨리알의 것과 똑같은 형태의 살점 종이가 떠올랐다.

“이럴 수가! 브, 브리트라의 초대장을 창조했다고?!”

입이 쩍 벌어지는 벨리알.

상할 것도 없었다.

“이건 바알 님께서도 불가능한 일인데!!”

마계 서열 1위의 바알도 불가능한 일.

달리 말해 신왕급 성좌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시문의 속내를 읽은 것일까?

[당신을 바라보는 다섯 성좌들의 시선이 무척이나 깊어집니다.]

[성좌 바알이 ‘으음…….’ 사르륵 녹아내리는 듯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상황을 주시하던 성좌들은 이전과 색다른 반응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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