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76화 (276/349)

제276화

276화. 적합자 (1)

[드디어 아시아의 최강국을 가리는 결승전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됩니다!]

[아! 개인적으로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당연하죠! 아시아 최강국이 결정되는 마지막 경기 아닙니까!]

채널 국아의 두 진행자가 한껏 고조된 얼굴로 말을 내뱉는다.

그도 그럴 것이.

[거기다 최근 김시문 선수의 방송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 괜히 대표로 선정된 게 아니다 싶더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김시문 선수가 대표로 소환됐을 당시, 그 환호만큼이나 의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거든요.]

한국과 중국 양측의 대표가 모두 확정되었을 땐.

김시혁을 제외한 두 대표에 대한 말이 상당히 많이 나오지 않았던가?

그나마 플래티넘의 대표인 고말숙은 다이아 승급을 앞두고 있었기에.

크게 말이 나오지 않았으나.

[아무래도 갓 다이아 초입에 오른 인물이라 그렇지 않나 싶은데요.]

다이아 초입인 시문은 이야기가 달랐다.

[맞습니다. 사실 개인 방송을 지켜봐 오신 분들이라면, 모두 다이아 초입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셨을 텐데요.]

[하하! 제가 그랬지요. 개인 방송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김시문 플레이어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그렇지요. 더불어 예선전을 비롯해 지금까지 보여 준 압도적인 실력을 보면, 다이아 대표로 뽑히기에 충분하다 보여집니다.]

[물론입니다. 실제로 현재의 여론은 대륙 대표전 초기랑 완전 달라진 상태니까요!]

그간의 경기 결과들로 이러한 여론을 완벽히 뒤집어 버린 시문.

실제로.

[전문가들도 철춘류 플레이어의 승리를 섣불리 점칠 수 없다는 견해인데요.]

[해외의 전문가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사 결과, 과반수가 김시문 플레이어의 승리를 점쳤다더군요.]

[키야! 그만큼 두 대표가 막상막하의 실력이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중국 대륙성의 다이아 대표인 철춘류.

랭커를 앞두고 있다는 구 대륙성의 유망주에 비해, 시문을 향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전혀 부족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도.

-제발! 시문 형! 꼭 이겨줘!

-1승만 하면 우리가 아시아 최강국이라고!

-전대 협회장 이후로 최강이란 타이틀을 달아본 게 언제냐!

-그니까! 꼭 이겨야 돼!

아시아 최강국을 가리는 마지막 경기 아니던가?

이런 데이터적인 측면을 집어치우더라도.

반드시 이겼으면 하는 것이 시청자들의 마음이었고.

-이거 지면 ㄹㅇ 랭커팰리스 찾아감.

-ㅋㅋㅋㅋㅋㅋㅋ 찾아가서 뭐 어쩌게?

-너…… 뭐 돼?

-입구에서 바로 곤봉 찜질 컷 당하겠짘ㅋㅋㅋ

이러한 관심들 속에서.

파앗.

무주 공간으로 소환되는 두 남자.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군.”

“저도요.”

철춘류와 시문은 다소 비교되는 체급 차이로 서로를 마주 보았고.

[결승전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됩니다.]

[지역은 ‘천산의 제단’입니다.]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사사삭.

세상이 일변했다.

신령함이 절로 연상되는 산맥과 그 주변을 둘러싼 구름.

그리고 무대로 보이는 거대한 석재 제단까지.

주변을 슥 본 시문은.

“거참.”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거 좀 놀랍네요.”

그에.

“뭐가 말인가?”

철춘류는 아무렇지 않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서둘러 허공을 터치했고.

이를 보던 시문의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음소거 하난 칼 같네. 뭐, 그만큼 찔리긴 한다는 거겠죠.”

“거,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네만.”

“너무 빼지 맙시다. 선계가 맵 선정에 손쓴 거 다 보이는데, 너무 없어 보여요.”

그 말에.

“……어떻게 알았지?”

미소 짓던 철춘류의 얼굴이 대번에 굳는다.

시문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뻔하잖아요. 안 그래도 선계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 와중인데. 마침 이렇게 딱, 맵까지 선계 쪽의 차원으로 지정되니까.”

“음. 듣고 보니 모르는 게 이상하긴 하군.”

더는 오리발을 내밀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철춘류.

“대륙 대표전의 맵에 영향을 줄 정도면, 꽤 투자를 많이 했겠네요?”

“적진 않지. 반대로 그만큼 우리 길마님께서, 널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거야 일전에 그쪽의 길마가 보낸 손님들로도 잘 알고 있긴 한데…….”

말끝을 슬쩍 흐리는 시문.

지난 암살 시도를 거론하는 것임을 알고 있는 철춘류는.

“…….”

음소거가 되어 있음에도 얼굴을 굳혔고.

시문은 그런 철춘류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보단 그쪽을 더 신경 쓴 게 아닐까요?”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죠. 그쪽이 저한테 패배할 가능성이 높으니, 그걸 막기 위해 이런 투자를 했다는 겁니다.”

“…….”

이어지는 시문의 말에 더욱더 얼굴을 굳히는 철춘류.

다이아 랭크 최상위.

달리 랭커를 눈앞에 두고 있는 그로선.

방금 시문의 발언이 무척이나 오만하게 느껴질 수 있었으나.

“……그래. 네 말대로다. 김시문.”

화는커녕.

오히려 인정해 버리는 철춘류.

그에.

‘호오?’

시문의 한쪽 눈썹이 흥미로 올라가자.

“부끄러울 것도 없지. 나만 아니라, 나 정도 되는 놈들은 죄다 같은 생각을 텐데.”

철춘류는 허심탄회한 웃음을 흘렸다.

“너와 우리 길드간의 일들을 제외하더라도. 당장 방송으로 보여 주는 퍼포먼스만 봐도, 네가 다이아 최상위권임을 다들 모르지 않아.”

“전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

“그래? 밤사냥꾼이 아무 말도 하지 않던가? 하긴, 그놈은 검성 그 괴물 같은 놈이랑 맨날 붙어 다니니까.”

코웃음을 친 철춘류가.

저벅.

두꺼운 다리로 한 걸음 내디딘다.

“어쨌거나. 네가 다이아 초입급이 아니라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거든? 해서…….”

철컹.

등에 쥐고 있던 둔기.

달리 호리병처럼 보이는 큼직한 그것을 앞으로 내려놓는 철춘류.

이내.

“준비를 좀 큼직하게 해왔지.”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자.

우드득.

시문의 몸 역시 뒤틀리며 순식간에 2미터로 자라난다.

“그거 기대되네요.”

그 말과 함께.

타앗.

바닥을 박차며 쏘아지는 시문.

옅은 상앗빛 갈기가 희미한 궤적을 남겼고.

“내 거하게 한잔 바칠 테니. 오시오!”

두툼한 가슴을 치며, 호기롭게 소리치는 철춘류.

그에.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야?’

시문의 고개를 갸웃함도 잠시.

우웅.

강맹한 묵색 기운이 어린 주먹.

격의 초식 패황쇄를 내지르던 찰나.

터억!

강맹했던 묵색의 기운이 큼직한 철춘류의 손에 틀어막힌다.

어디 틀어막힐 뿐인가?

맞닿은 모든 것을 분쇄, 혹은 파괴해 버려야 할 그 강맹한 기운이.

우우웅!

무형의 벽들에 둘러싸인 듯.

성난 이명을 토하며 그대로 멈춰있지 않은가?

‘이걸 이렇게 막아?’

이를 본 시문의 눈은 당연히 동그래졌고.

그런 시문의 귓가로.

“허허! 천마 그 망할 놈의 전승자라는 게 정녕 사실이었군.”

이전의 철춘류와 똑같으면서도.

어딘가 분명하게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자.

“하나 이상하구나. 천마신공은 분명 단일 전승이 원칙일 텐데…….”

삐죽삐죽한 수염이 난 두툼한 얼굴과 매서운 두 눈에서.

“어찌 앞선 그 계집을 포함해, 둘이나 익히고 있을꼬?”

영문 모를 기운이 어린 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건…….’

그리고 전생의 기억으로.

“선기?”

그것이 선기임을 단박에 알아차리는 시문.

의외였던 것일까?

“호오? 아해야. 천마신공을 익혔거늘, 선기를 알아보더냐?”

은은한 빛이 흐르는 철춘류의 얼굴에는 흥미가 번졌고.

“평소라면 어디 정자에서 술이라도 걸치며 도를 나눠보겠건만…….”

그것이 살기로 물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천마신공의 전승자와 도를 나눌 순 없지.”

그 말과 함께.

콰가각!

철준류의 손에 막힌 패황쇄가 일그러졌고.

“하물며 선계의 대역죄인을 풀어 준 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콰아아아앙!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 * *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난다.

하나 강력했던 폭발과 달리.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흡수한 드래고노이드 덕일까?

‘하! 이거 참…….’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시문은 헛웃음을 머금었다.

‘종리추와 같은 신화급 무구나, 최소 선계의 지원을 받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앞선 경기에서 보았던 종리추의 신화급 무기.

혹은 그와 관련된 선계의 다양한 지원 방식 등.

사실 이렇게 결승전 맵에 손을 대는 것까지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시문이었다.

하지만.

“적합자라니…….”

‘성좌를 강신’시킬 수 있는 적합자의 등장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상하네. 전생의 철춘류는 일반적인 랭커 정도지. 적합자로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거기다.

‘적합자는 정규 아레나가 시작되고도 1년은 지나야 나타나는 이들인데…… 왜 벌써 나타난 거야?’

이제 막 정규 아레나가 열려, 대륙 대표전이 시작된 지구에선 결코 나타날 수 없어야 하는 존재였고.

실제로 전생에도 그랬었거늘.

어찌 벌써 적합자가 모습을 드러낸단 말인가?

놀란 건 시문만이 아닌 것일까?

[성좌 제우스가 ‘음. 적합자라…….’ 침음을 흘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맵으로 따지려 들랬더니. 적합자면 좀…….’ 눈살을 와락 찌푸립니다.]

[성좌 라가 ‘정규 아레나이니 이상할 건 없지요.(뭐, 맵의 영향도 있겠지만. 보아하니 적합률도 꽤 높은 것 같네.)’ 혀를 찹니다.]

적합자의 등장이 꽤나 놀라웠던 것인지.

[성좌 오딘이 ‘에휴! 우린 얘한테 강신 못 하나?’ 입맛을 다십니다.]

[성좌 천마가 ‘허허. 오딘. 자네 신왕이 맞나?’ 헛웃음을 흘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우리 아가가 성흔이 없다고 가정해도, 강신을 시도할 자신은 있냐? 누구의 관심을 받았는지 잊었어?’ 쏘아붙입니다.]

[성좌 오딘이 ‘아 나도 알아! 답답하니까 하는 소리지!’ 입을 삐쭉 내밉니다.]

그간 조용했던 성좌들의 반응이 줄줄이 떠오른다.

이어.

“오호라. 내 손아귀를 뿌리친 것도 놀라운데. 적합자까지 아는가?”

자욱한 흙먼지가 점차 걷히며.

약간의 놀라움이 담긴 건장한 중년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막 정규 아레나가 시작되었을 텐데…… 이거 보면 볼수록 놀랍군. 아니, 이러니 신왕들의 관심을 받는 겐가?”

그는 평소보다 동그래진 눈으로 삐죽삐죽 난 수염을 쓸었다.

이내.

“음…… 역시 대충 끝낼 수가 없겠구먼.”

저 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나 팔선 종리권이 명하노니…….”

철춘류가 놓았던 제 몸만 한 호리병을 향해 손을 뻗었고.

“거짓된 삼라만상(森羅萬象) 속에서, 진정한 삼라만상(森羅萬象)이 펼쳐지리라.”

영문 모를 선기가 느껴지는 그의 말과 함께.

솨아아아아아!!

거대했던 호리병은 흡사 우주의 블랙홀처럼.

맵인 ‘천산의 제단’을 포함한 모든 풍경을 한순간에 빨아들였다.

한 1초는 되었을까?

순식간에 호리병 속으로 빨려든 시문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여긴…….’

신령함이 느껴지던 풍경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쿠르릉!

귀청을 두들기는 불길한 천둥소리를 비롯해.

그와 똑 어울리는 어둡고 시커먼 환경이 펼쳐질 뿐.

흡사 먹물을 들이부어, 땅을 비롯한 온갖 구성체들을 무질서하게 칠해 버린 느낌이었다.

한데 어째서일까?

‘뭔가…… 친숙한데?’

어딘가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기분.

시문은 언제 이런 느낌을 받았었는지 빠르게 알아차렸다.

‘그래 저편. 저편에 떨어졌을 때와 똑같아.’

과거 공허의 차원인 저편에 들렀을 때와 똑같은 느낌.

하나 그 느낌만 같을 뿐.

‘하지만 공허는 어디에도 없는데?’

공허의 존재감은 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시문의 귓가로.

“선계의 심문계에 온 것을 환영하네.”

이곳에서 유일하게 백색으로 빛나는 배불뚝이의 중년인.

팔선 종리권의 목소리가 파고든다.

“어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세나. 아! 그래. 나찰녀와의 관계부터 알아야겠구먼. 그 파초선을 어떻게 얻었는지부터 말일세.”

그가 어느새 휘감은 구름에 몸을 누인 채.

“어차피 영혼까지 모두 털어 낼 작정이긴 하네만…… 그래도 제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죄다 토하는 게 좋을 걸세.”

허공으로 가볍게 손을 젓자.

“그래야 고통도, 후유증도 덜할 테니.”

파앗!

사방으로 종리권과 같은 하얀 빛을 휘감은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전 성좌 이랑진군만큼은 아니었으나.

그에 준할 정도로 화려한 갑주를 걸친 이들.

“신장(神將)이 팔선을 뵙습니다!”

“신장(神將)이 팔선을 뵙습니다!”

스스로를 신장이라 칭한 이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분위기로 종리권을 향해 예를 표했고.

종리권은 팔선이라는 별칭과 달리.

권세를 누리는 황제처럼.

보란 듯 시문을 향해 턱을 치켜올렸다.

하나 거기까지.

“음?”

한껏 오만이란 감정에 젖은 종리권의 눈매가 슬쩍 찌푸려진다.

무리도 아니었다.

“……라고? 진짜? 그래서 이런 친숙한 느낌이…….”

선계의 신장.

정규 아레나의 날고 긴다 하는 랭커들도 쉬이 덤빌 수 없는 이들이 무려 여덟이거늘.

김시문이란 인간은 이제 막 정규 아레나에 들어선 다이아 초입급 답지 않게.

“정말이지? 안 그래도 바쁜데 괜히 헛소리하는 거면…….”

저 혼자 정체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지 않나?

그런 시문을.

‘그렇군. 미쳐버린 겐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최대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해한 종리권은.

“쯧, 이건 노부의 실책이구먼. 필멸의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 내 잠시 잊어 버렸으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혀를 차며.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우월감을 담은 눈으로.

“신장들은 죄인을 앞으로 대령하게나.”

신장들에게 턱짓했고.

“팔선의 명을 받듭니다!”

힘차게 답한 신장들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흩뿌리며, 시문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그러니까. 이게 다 악기의 잔재란 말이지?”

시문의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이 실렸고.

“그 마몬이라는 7마제가, 여기서 죽은 거고?”

감히 상상치도 못한 그 이름에.

“갈!!”

“네놈! 어찌 그 이름을!”

“정녕 불경을 넘어선 이로구나!!”

신장들의 경악은 물론.

“그, 그걸 어찌!”

종리권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진다.

이내.

“그럼 잔재긴 해도, 이렇게 움직이면…….”

시문이 커튼을 걷듯.

손을 옆으로 부드럽게 젓자.

쿠그그그그!

칠흑의 세상이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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