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86화 (286/349)

제286화

286화. 향락의 요람 (4)

꾸드득.

살점.

혹은 생물체의 그러한 것들로 이루어진 소리가 들려온다.

화라락!

저 살인적이다 못해, 악랄한 흑염에 당한 육체가 재생하는 소리였다.

이런 엄청난 재생 능력을 자랑하면서도.

[키아악!]

금속을 긁는 듯한 비명을 내지른 용족.

메두사는 다급히 8미터에 달하는 거체를 물리며.

화륵.

용력을 끌어올려 팔에 붙은 흑염을 털어냈다.

치이이.

허연 김 사이로 시커먼 살결이 드러난다.

하나 이 지독한 작열감보다.

[빌어먹을!]

처음 가슴이 꿰뚫렸을 때부터 치솟은 의문이 계속 그녀의 신경을 긁어댔고.

메두사는 날카로운 눈으로 작금의 상황을 만든 원인.

[대체…… 네놈의 정체가 뭐란 말이냐!]

타오르는 검은 날개의 주인인 타락 천사를 노려봤다.

그러나 서슬 퍼런 그녀의 호통에도.

“아까 말했잖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타락 천사.

“네가 직접 알아내 보라고.”

시문은 입꼬리를 슥 끌어올리며.

화르륵!

또다시 지독한 흑염을 쏟아낼 따름이었다.

[망할!]

일갈과 함께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르는 메두사.

손톱의 형상대로 날아간 용력이 흑염을 갈라버렸으나 그뿐.

분명 중간에 흑염을 격추시켰음에도.

[으윽!]

피부 위로 아려오는 열기에 메두사는 또다시 뒷걸음질 쳤다.

그녀의 뾰족한 송곳니가 질끈 제 입술을 꿰뚫는다.

이 빌어먹을 흑염도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몰라도. 내 정신 지배까지 완벽히 저항한 놈이다.’

처음 저 시무엘이라는 타락 천사를 이곳으로 끌고 오게 해주었던 정신 지배.

그것을 완전히 저항하지 않았던가?

그 정신 지배가 무려.

‘음욕의 죄종이 가진 힘을 이용한 내 정신 지배가 통하지 않는다는 건…….’

저 뒤에 놓은 7마제의 유산 음욕의 죄종.

그것이 가진 힘으로 이루어진 정신 지배였음을 돌이켜보자면.

‘음욕의 죄종을 기반으로 한, 그 어떤 기술도 저놈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주륵.

질끈 깨문 그녀의 입술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온다.

무리도 아니었다.

음욕의 죄종의 힘이 막힌다?

이는 곧.

‘관리자로서의 모든 힘을 내려놓고. 내 본신의 힘만으로 저놈을 상대해야 한다라…….’

향락의 요람의 관리자로서 지니는 힘을 전부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녀의 심정을 읽어낸 것일까?

“왜. 자신이 없나?”

타락 천사 특유의 오만이 담긴.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오만함이 과하다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자.

펄럭.

“진명을 지닌 진화종이면서…….”

제 몸집에 두 배는 될 듯한 거대한 흑염 날개.

그것을 펄럭이며.

“이거 꽤 실망스러운데?”

이죽거리는 시문의 비소에 빠득 이를 가는 것도 잠시.

[그깟 같잖은 도발 따위가, 내게 통할 것이라 생각하나?]

어느새 화상을 모두 회복한 메두사는 의연한 얼굴로 그를 마주 보았다.

시문의 고개가 옆으로 슬쩍 기운다.

“그럼 아닌가? 앞서 보인 반응은 딱 그렇던데.”

[오호호! 솔직히 당황하긴 했다.]

교소를 터뜨리는 메두사.

[아무리 악기를 다루는 타락 천사라지만…… 칠 죄종의 힘을 이렇게 쉽게 저항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아아, 동감이야.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 좀 곤란했을 거 같거든.”

[예전의 나?]

그의 대답에 한쪽 눈썹이 슥 올라가는 메두사.

하지만 더 물어봐야.

‘직접 알아내 봐’ 라는 아까의 대답이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흥! 상관없지. 굳이 정신 지배가 아니더라도…….]

뚜둑.

날카로운 손아귀를 강하게 움켜쥔 그녀는.

[실토하게 만들 방법은 많으니까!]

웅.

이명이 어릴 정도로 용력을 응축시킨 팔을 휘둘렀다.

어지간한 랭커들의 강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기운.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공격이라 한들.

“단조롭군.”

닿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펄럭.

고도를 높여, 가볍게 그것을 피해낸 시문.

이내.

화륵.

역공을 위해 흑염을 끌어올리려던 순간.

“호오?”

작은 이채와 함께.

펄럭!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날개를 펄럭이며, 더욱 높이 솟아오르는 시문.

그 아래로.

슈아악!

용력이 응축된 잿빛의 손톱자국이 지나친다.

그러나 그것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화륵.

한 손에 흑염을 거머쥐며, 벼락같이 앞으로 내질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그극.

아까의 응축된 용력은 미끼였다는 듯.

경악스런 얼굴의 석상 하나가 검을 뻗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우웅.

메두사의 용력인 잿빛의 기운을 담은 검을 말이다.

그러나.

퉁.

둔탁한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는 조각상.

응축시킨 흑염에 적중당한 것이다.

시문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잇달아 응축된 흑염을 내질렀고.

투두두둥.

사방에서 날아들던 조각상들은 내지르는 흑염에 막혀,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에.

[흥! 우두머리 격인 이유가 있구나.]

코웃음을 친 메두사가 또다시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른다.

그러나 이번엔 손톱 모양의 용력이 날아드는 것이 아닌.

사아아!

잿빛의 용력이 둥근 파장을 그리며,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잿빛 파장에 닿은 조각상들의 흑염이 사그라듦도 잠시.

후두둑.

돌가루를 흩뿌리며 허공으로 떠오른 그것들이, 갑자기 한데 뭉치기 시작하더니.

까가각!

그극!

서로 부딪치고 얽혀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인족만큼이나 훌쩍 커져 버린 조각상.

그어어어…….

비명도, 신음도 아닌 괴상한 소리가 수백 개의 얼굴에서 흘러나온다.

이어.

쿠그그그.

그 크기에 알맞은 거대한 주먹이 잿빛의 기운을 머금은 채.

시문을 향해 날아들었으나.

이 압도적인 체급의 공격 앞에서도.

“석화된 이들을 골렘의 원리로 재활용한다라…… 취미 한번 고약하네.”

시문은 피식 웃음을 머금을 따름이었고.

[호홋! 걱정 마.]

교소를 터뜨린 메두사는 거대한 골렘의 일격 사이로.

[너 역시 그 고약한 취미 중 하나가 될 테니까!]

잿빛의 기운이 뚝뚝 흐르는 송곳니와 손톱을 세우며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거대 석상과 진화종 메두사.

빈틈이라곤 보이지도 않는 시간 차 합공이었으나.

이를 맞이하는 시문의 눈과 입은 호를 그릴 뿐이었다.

‘중심이 되는 핵도 없이, 순수 힘만으로 저만한 골렘을 가동하다니.’

골렘의 핵심은 핵.

하나 저 조각상 무더기로 이루어진 골렘은 그런 핵도 없이 급조되었을뿐더러.

주인인 메두사의 용력까지 머금고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막대한 용력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뿐.

“정말 대단하긴 한데…….”

따악.

시문이 중얼거림과 함께 손가락을 튕기자.

뚝.

거대했던 석상의 동체가 거짓말처럼 멈춘다.

이내.

와르륵!

비스킷처럼 순식간에 부서지는 석상.

그에.

[무…….]

달려들던 메두사가 이 사태를 파악할 새도 없이.

터억.

어느새 그녀의 이마를 붙잡는 하얀 손.

정확히는 가져다 대었다고 해야 할 그 손은.

“상대가 너무 안 좋았어.”

작은 속삭임과 함께.

콰아아앙!

검은 폭발을 일으켰다.

* * *

머리만 쏙 사라진 8미터의 거체가.

쿠그그…….

허연 김을 풀풀 흘리며 천천히 쓰러진다.

전생의 유럽 연합.

그곳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존재 중 하나인 메두사가 쓰러지고 있건만.

정작 메두사의 머리를 날려 버린 당사자.

‘확실히, 저 상태에서의 방어력은 약하네.’

시문은 무심한 눈으로 메두사의 거체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까지는 유럽 연합의 랭커들도 충분히 해냈었지.’

다소 피해가 있기는 했으나.

아무리 진명을 지닌 진화종 메두사라 해도.

유럽 랭커들의 합공은 버텨 낼 수 없었다.

그래.

딱 ‘지금까지의 상태’에선 말이다.

시문은 긴장감을 놓지 않은 채.

벌목당한 고목처럼 쓰러지는 메두사를 바라봤다.

‘반신 수준으로 권능까지 사용하는 이제부터가 진짜야.’

그 말을 증명하듯.

으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던 메두사의 육체가 뚝 멈춘다.

이내.

콰득!

까드득.

파육음과 파골음.

두 개의 소리가 연신 합주를 이루며, 메두사의 몸을 일으켜 세웠고.

터져버렸던 머리통은 삽시간 재건되며.

스스슥.

살점으로 이루어졌던 상반신에 잿빛의 비늘이 오소소 돋아난다.

이윽고 나가를 연상시키듯.

[네놈…….]

얼굴까지 비늘로 뒤덮인 그녀는 이전보다 더 거대해진 몸집과.

[감히 날 탈태시킨 값은 제대로 치러야 할 것이다!]

쉬아악!

뱀의 머리칼로 시문을 노려봤다.

과연 진화종의 진신답게.

화아아아아!

대기가 일렁일 정도로 강렬한 기세가 엄습했으나 그뿐.

태연히 그것을 맞이하던 시문은 무심한 얼굴로 손을 들었다.

메두사 역시.

시문이 이유 없이 자신의 탈태를 기다려줬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캬아악! 죽엇!!]

근 1미터 가까이 자란 뱀의 머리칼들을 일제히 내질렀다.

쉬르르!

지금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쏘아지는 뱀들.

그 수백 개의 아가리를 바라보는 시문의 오른손에서 시커먼 화염이 타오른다.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우우웅!

그동안 사용했던 흑염보다 더욱 검고.

위태로울 만치 이명을 흘리고 있다는 것.

‘그럼 이곳의 악기가 어디까지 통하나 볼까?’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은 시문이 바로 앞까지 들이닥친 뱀의 아가리로 손을 뻗는다.

그러자.

공간 전체가 움직이듯.

쿠그그그.

거대한 진동이 일어나며, 칠흑의 기운이 삽시간 시문의 손으로 모여들었고.

쉬아악!

쩍 벌어진 뱀의 아가리와 시문의 흑염이 맞붙는 순간.

파아앙!

커다란 파공음과 함께.

화르르르르륵!

어마어마한 수준의 흑염이 쏟아져 나온다.

사실상 흑염의 파도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것은.

쉬르륵!

키이이…….

시야를 빽빽이 채우던 수백 마리의 뱀 머리칼을 순식간에 바스러뜨렸고.

당연하게도.

그 본체인 메두사에게 직격했다.

[끼아아아아아!!]

골이 울릴 정도로 강렬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진명을 지닌 진화종의 탈태.

그것이 지닌 방어력과 재생력은 가히 반신의 수준이라 불릴 만했으나.

방금 시문이 쏟아 낸 흑염의 파도는 그런 메두사로서도.

감히 버틸 만한 성질이 아니었는지.

[뜨, 뜨거워! 뜨거워어어!!]

연신 고통 어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나 정작 이 사달을 일으킨 당사자.

“음…….”

시문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남아 있는 악기의 잔재를 모조리 끌어모았는데도. 이걸 버틴다라?’

애당초 메두사의 탈태를 기다렸던 이유 자체가.

이곳에 남아 있는 악기의 잔재를 이용해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는가?

‘이러면 타른헬름을 이용한 타락 천사로서의 칠 죄악 사용은…… 그다지 만족스러울 수준은 아니겠는데.’

악기로 인해 탄생한 종족인 타락 천사.

그 몸으로 칠 죄악의 악기를 사용한 것인데.

아무리 진명을 지닌 진화종이라지만, 저걸 뚫어내지 못하다니?

물론.

‘저번 마몬이 남겼던 악기의 잔재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 한 수준이긴 하지만…….’

저번 선계의 심문계라는 마몬의 무덤에서 접했던 악기의 잔재.

심문계라는 차원 전체를 이루던 악기의 잔재에 비하면.

방금 다루었던 악기의 잔재는 비교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적은 양이긴 했다.

그렇더라도.

‘흑염의 화력만 놓고 보면 레바테인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이야.’

그간 신화급 무구를 다뤄온 시문의 입장에선 썩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

‘뭐, 음욕의 죄종이 좀 회복되면 그땐 또 다를지도 모르지.’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읊조리는 시문의 귓가로.

[캬아악! 이 찢어발길 놈이!!]

날카로운 괴성이 파고든다.

어느새 흑염의 파도에서 벗어난 메두사.

그 대가로 전신이 반쯤 녹아버린 그녀는 그 고통을 모두 분노로 치환한 듯.

[영혼조차 뜯어내, 영겁의 시간 동안 불태워 주마!!]

사아아!

남은 한쪽 눈과 거의 다 재생되어가는 눈에서 잿빛을 뿜어냈다.

이를 따라 비교적 멀쩡한 뱀 머리칼들 역시 그녀와 같은 안광을 토했고.

이를 본 시문의 몸이.

우드드득.

급속도로 마비되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는 돌로 변해가고 있다고 해야겠지.

진명을 지닌 진화종.

메두사의 권능인.

‘석화의 주시로군.’

석화의 주시였다.

하나 몸이 실시간으로 석화되고 있음에도.

“재밌네.”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릴 뿐이었고.

[재미……?]

그에 잿빛 안광을 꿈틀한 그녀는.

[오냐. 그 육신이 산산조각 나고도 재미가 있을지 보자!]

탈태 후 10미터에 달하는 몸집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후우웅!

빠르고 유려한 몸놀림으로 거대한 꼬리를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무슨!]

다시 몸을 돌린 그녀의 시야에.

후두둑.

석화되었던 시문의 몸에서 돌가루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전까지 말이다.

이어.

키이잉!

날카로운 이명을 토하는 그의 왼쪽 눈.

심지어 용족 특유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동공을 확인한 메두사는.

‘와, 왕의 눈?! 저걸 어찌 타락 천사가…….’

입까지 슬쩍 벌렸고.

따악.

또다시 튕겨지는 손가락과.

파츠측.

[이, 이럴 수가!]

그 위로 떠오르는 낫처럼 휜 곡검을 보곤 비명을 내질렀다.

그럴 수밖에.

[하르페라니!!]

앞선 수많은 선대 메두사들을 무참히도 도륙해 버렸던 저주받을 무구.

하르페이지 않은가?

하나 이러한 경악 속에서도.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다름 아닌 ‘의문’이었다.

‘타락 천사가 어찌 왕의 눈과 하르페까지…….’

왕의 눈.

그리고 곡검 하르페.

타락 천사와는 조금도 관련이 없는 것들이지 않은가?

그때.

‘잠깐. 그러고 보니 저놈은 분명 손가락을 튕겼었는데…….’

따악!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튕기던 시무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로 인해 탈태 전.

그녀가 사역할 수 있는 최대의 권능으로 만들어 냈던 거대 조각상도.

그리고 지금.

메두사라면 모를 수 없는 낫과 같은 곡검도 나타났었지.

이 믿기지 않는 일련의 상황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며.

‘서, 설마……!’

하나의 가능성을 도출해 내었고.

[네놈! 설마 김시…….]

용족이라면 모를 수 없는 그 이름을 언급하려던 순간.

서걱.

그녀의 목이 두부처럼 잘려 나갔다.

* * *

건물 한 채가 무너지듯.

쿠우우웅!

묵직한 진동이 발바닥을 스친다.

근 10미터에 달하는 거체와 그 아래 처박힌 경악 어린 얼굴을 힐끔하던 시문은.

스르르.

입자화가 되어 사라지는 하르페를 내려다봤다.

‘전용 무구라 그런가? 리바운드도 빠르네.’

어차피 메두사 같은 특정 진화종을 상대할 때가 아니고서야.

더 이상 사용할 곳이 없음을 잘 아는 시문은.

저벅.

미련 없이 음욕의 죄종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고.

-대체…… 하르페가 메두사한테 쥐약이라는 건, 어떻게 아는 거야?

얼이 빠진 목소리로 물어오는 루시퍼에.

“그냥…… 예전에 봤어.”

짧게 답해주는 시문.

당연히.

-예전에 언제? 저 라비라는 메두사가 제 입으로 그랬잖아, 전대 메두사는 만 년 전에 죽었다고.

루시퍼는 이 짧은 답변에 어린 모순을 빠르게 지적해왔지만 그뿐.

“글쎄…… 미래시라도 작동한 게 아닐까?”

-푸흡! 하여간에. 오빠도 참 짓궂다니까?

이어지는 시문의 대답과 현자의 돌의 반응에.

-아니 씨! 둘이서 뭐냐고! 뭐가 있는 건데? 나도 끼워 줘! 알려 달라고!

씩씩거리며 방방 날뛰었다.

그리고.

어린아이와 같은 그 반응에 실소를 머금는 시문의 머릿속으로.

-시무엘…… 아니, 시문 님. 하명하신 대로 준비가 끝났습니다.

타락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