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01화 (301/349)

제301화

301화. 마스터 랭크 승급전 (3)

3미터에 달하는 근육질의 체구.

뾰족한 엄니와 녹색의 피부색이 독특할 뿐.

그냥 생김새만 놓고 보자면, 인간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외형이었다.

거기다.

‘카를록이라…….’

카를록이라는 이름까지.

시문은 대놓고 ‘티밍’을 신청하는 저 녹색의 거구에.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시문은 작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오크 카를록. 이때는 다이아였구나.’

하이오크 카를록.

연합 차원 그린 스킨의 대군주 중 하나로.

그린 스킨과의 차원대항전에서 매번 지구에 패배를 안겨 주었던 주역이었으니까.

그린 스킨 최강의 플레이어 중 하나라 볼 수 있는 그가.

‘그럼 그 몇 년 사이에 그렇게 강해진 거야?’

지금 이 시기에 다이아 랭크일 거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긴, 아까 웃음에 섞여나온 투기도 그렇고…….’

유니크 스탯이지만.

사실상 그린 스킨의 고유 기운이라 부를 수 있는 투기.

그것이 고작 진심 어린 웃음에 섞여나오는 것을 따져보면.

‘이미 실력 자체는 진즉 마스터 랭크 수준에 들어선 느낌이긴 하지.’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마스터 랭크 승급전에 매칭될 리가 없지 않나?

하이오크라는 압도적인 태생도 그렇고 말이다.

그런 시문의 시선을 읽은 것일까?

“하하! 이거, 내가 마음이 너무 앞섰군.”

한 번 호탕하게 웃은 케를록은.

“동맹을 신청하려면, 먼저 내 가치를 보여줘야 했는데 말이지.”

바위 같은 제 가슴을 퉁퉁 쳤고.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이미 케를록이 어떤 강자가 될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시문은 그를 제지하려 했으나.

‘아니지. 대군주 케를록은 몇 년 후의 모습이지, 지금이 아니잖아?’

잠시 멈칫했고.

그런 시문의 속내를 읽은 것일까?

“크하핫! 어렵게 말할 거 없다네. 하얀 친구.”

호방한 웃음을 터뜨리며, 손사래를 치는 카를록.

“눈으로 평가하는 것쯤이야, 안목이 좀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지. 하지만 그보다야…….”

그는 거구의 덩치에 맞지 않게.

“진짜 실력은 도끼를 맞대봐야 아는 법 아닌가?”

은근한 목소리와 눈빛으로 물어왔고.

그에 잠시 눈을 끔뻑이던 시문은.

“아아.”

작은 탄식을 흘렸다.

카를록이 뭘 말하고 싶은지 알아차린 것이다.

“한번 붙어보고 싶다?”

제대로 짚은 것일까?

“으하핫! 과연. 기세만큼이나 눈치도 남다르군그래.”

대소를 터뜨린 카를록은 곧.

“동맹도 서로 급이 맞아야 하지 않겠나?”

뚜둑.

두터운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호승심을 숨기지 않았고.

“아! 오해하진 말게. 동맹을 신청하는 입장에서, 그저 내 실력을 증명하고 싶을 뿐이니까.”

누가 봐도 자신이 싸우고 싶은 마음이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에.

“음.”

한쪽 눈썹을 까딱이며, 작게 침음을 흘리는 시문.

그의 뚜렷한 눈이 일대를 빠르게 훑는다.

말숙이와 뱀파이어 때처럼.

크고 작은 전투들이 제법 일어났던 아까와 달리.

완전히 소강상태를 이루고 있는 승급전의 참가자들.

이로 미루어볼 때.

‘보아하니, 살아남은 플레이어들도 이번 아레나의 공략법을 대충 눈치챈 모양인데…….’

승천의 성채가 어떤 곳인지 아는 ‘진짜’들도 눈앞의 카를록처럼.

이번 아레나의 공략법을 눈치챈 것일 터.

실제로.

“이봐, 우리와 함께하겠나?”

“상위 종족이군. 저런 중위권의 종족보단 우리가 나을 거다.”

옵시디언 타블렛의 성장으로 향상된 청각엔.

“하! 이 구간대에도 종을 나누나?”

“수준 한번 뻔히 보이는군.”

“흥, 오히려 구간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레 나누어지는 것이 종이다.”

“종의 근본이라는 게, 가장 두드러질 때니까.”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이 서로 규합하려는 대화가 들려오지 않는가?

모두 눈앞의 이 녹색의 거구처럼.

동맹을 맺고 공성전 종목을 먼저 처리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들을 흘낏하던 시문의 눈이 반짝였다.

‘어차피 마지막은 서바이벌. 즉, 생존 순위가 중요해져.’

보통 승급전 기준.

플레이어 개인에게 특별한 조건이 있지 않으면.

통상적으로 상위 10%만 승급을 하기 마련이었다.

‘이번 아레나의 참가자는 총 1,000명이니까. 여기서 딱 100명만 마스터로 승급하겠지.’

100명.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는 숫자였으나.

총 참가인원이 1,000명임을 고려해 보면 상당히 적은 숫자.

따라서.

‘2인 협력 조건이긴 해도. 여기서 티밍을 맺고 안정적으로 100위권에 들어가는 게 현명해.’

애당초 자신 혼자였다면.

이런 조건은 따지지도 않고 달려 나갔겠지만.

곁에는 한 사람이 더 있지 않은가?

힐끔거리는 시문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뭐야 그 눈빛은? X나 기분 나쁜데?”

고말숙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으나 그뿐.

그녀의 자존심을 건들 수 없었던 시문은 마침 할 말도 없겠다.

“그냥. 귀여워서.”

아예 다른 방식으로 고말숙을 긁어버렸고.

상상도 못 한 대답에.

“……미, 미, 미, 미쳤어?!”

답지 않게 좀처럼 충격을 숨기지 못하는 고말숙.

그녀만이 아니었다.

-?????

-이건 또 무슨 개소리임?

-미스 X발이 귀엽다고? 이 형 미쳤음?

-방금 뱀파이어들 찢는 거 못 봤나?

-어휴. 아싸들아. 딱 봐도 플러팅이잖아.

-ㅈㄹ하네. 요즘 누가 저딴 식으로 플러팅함?

-ㄹㅇ ㅋㅋㅋ 아싸는 자기가 아싸겠지.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 역시 난리가 났다.

-저건 걍 고말숙한테 시비 거는 거임.

-22 X나 뜬금없이 갈기잖아.

-주먹만 안 들었지. ㄹㅇ 잘 패네 ㅋㅋㅋ

-이미 고말숙 안면에 핵펀치 박힌 거임 ㅋㅋ

하나 애당초 어떤 의미를 담아 던진 말이 아니었기에.

시문은 고말숙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좋습니다. 일단 동맹 제안은 받아들이죠.”

카를록의 동맹 제안을 수락했고.

뒤늦게 놀림당했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이 X발! 야! 대답 안 해?! 갑자기 미쳤냐고!”

뒤편에서 들려오는 고말숙의 격노를 등진 채.

“단.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은 공성전이 끝나고 가지죠.”

시문은 카를록이 제시한 대련을 뒤로 미루었다.

먼저 내밀었던 동맹이 체결되었음에도.

정작 목적은 승급전의 임시 동맹이 아니었던 것일까?

“음, 공성전이 끝나고…… 말인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는 카를록.

그에.

“예, 주변을 둘러보세요.”

시문은 턱짓으로 동맹을 맺기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을 가리켰다.

“이제 우리 말고도. 이번 아레나의 공략법을 눈치챈 이들이 많아요.”

“동맹을 맺고, 승천의 성채를 먼저 통과하는 것 말이지?”

“그렇죠.”

시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마 동맹을 맺고 정공법에 들어가면, 발키리의 숫자가 2인당 1명씩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요.”

시문의 시선이 카를록의 뒤편에 고정된다.

“아니면…….”

카를록과 네를록이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볼 수 있었다.

“커, 커헉!”

“빨리 처리해라.”

“여기서 킬도 올리고, 인원수도 좀 줄이자고.”

“다른 조건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가장 약해 보이거나 인원수가 적은 무리들부터.

일방적인 합공에 쓰러지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이를 보며.

“참가 인원 자체가 줄어들어, 승천의 성채의 통과 방식이 바뀐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말을 잇는 시문에.

“확실히…….”

“그건 우리도 생각했던 부분이었지.”

아레나 초반부터.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던 카를록과 네를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좋아. 그럼 그…….”

뭔가를 말하려던 카를록의 말끝이 흐려진다.

그에 잠시 눈을 끔뻑이던 시문은.

“아! 아직 이름도 알려드리지 못했네요. 전 김시문입니다. 여긴…….”

“고말숙.”

자신과 고말숙의 이름을 소개했고.

“김시문, 고말숙이라…… 독특한 이름이군. 우리도 정식적으로 소개하지.”

이름 소개에 대해 달리 무게가 있는 문화인 걸까?

카를록과 네를록은 탄탄한 제 가슴을 주먹으로 퉁 치며.

“난 하이오크 카를록 데르취라고 하네.”

“난 네를록 데르취다.”

절도 있는 예를 건넸다.

당연히.

‘하이오크의 출신에 성까지 말하다니…… 우릴 제법 좋게 봤나 보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잘 아는 시문은.

“전사들의 진심 어린 예우에 감사를 표합니다.”

카를록과 네를록만큼은 아니었으나.

그들과 같이 나름의 절도를 지닌 몸가짐으로 제 가슴을 퉁 쳤고.

이를 힐끔하던 고말숙 역시.

“뭔지는 모르겠지만, 잘해 보자고.”

시문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시크함이 섞인 주먹으로 제 가슴을 퉁 쳤다.

예상치도 못한 예우였던 것일까.

“크, 크하하하하!”

“아하핫!”

카를록은 물론.

차분하던 동생 네를록마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두 오크는 무척 만족스러웠는지.

“이제 보니 명예를 아는 전사들이었군!”

“잘 부탁하지.”

짙은 호감이 어린 눈으로 화답했다.

이내.

“그래서.”

그 얼굴 그대로.

“이제 어쩔 텐가? 정공법으로 발키리를 때려잡겠나? 아니면…….”

어느새 이곳을 목표로 잡은 듯.

“저것들을 쓸어버리고, 인원수 축소부터 노리겠나?”

저 멀리서 이곳으로 방향을 잡는 플레이어 무리를 턱짓했다.

그곳을 힐끔한 시문은.

“공성을 우선으로 하죠. 승천의 요새만 넘어가면, 인원수는 알아서 줄어들게 될 테니까.”

“잉? 인원수가 알아서 줄어들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기곤 몸을 돌렸다.

정확히는.

승천의 성채를 바라봤다고 해야겠지.

그러곤 먹구름이 그득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채.

“해 주셨으면 하는 게 있어요.”

날렵하고 유려한 손을 뻗었다.

그에.

“야. 너 아까부터 진짜 왜 그래? 진짜 미친 거냐?”

곁에 있던 고말숙이 진심 어린 걱정을 내비쳤다.

하나.

“호오?”

“으음…….”

뭔가 짐작 가는 바가 있는 것일까?

“승천의 성채는 많이 힘들 텐데?”

“그러게, 여긴 아스가르드의 관할이잖아.”

기대 반, 실망 반이 섞인 눈으로 시문을 바라보는 카를록과 네를록.

그러한 시선들을 한 몸에 받으면서.

시문은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을.

정확히는 그것을 배경으로 떠오른.

[성좌 오딘이 ‘으헤헤! 왜 날 안 부르나 했어!’ 헤실거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하이고. 좋냐? 좋아?’ 입술을 삐죽입니다.]

[성좌 오딘이 ‘그럼 싫겠냐? 왜? 샘나냐? 응? 에베베!’ 혀를 쭉 내밉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저 망할 애새끼가!’ 눈에 불을 켭니다.]

성좌들의 반응을 바라봤다.

이내.

[성좌 오딘이 ‘너. 승천의 성채를 통과시켜달라는 거지?’ 의기양양하게 물어옵니다.]

검은 염소를 실컷 놀려먹고 물어오는 오딘에.

“예,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어지간하면 성좌의 개입 없이, 그냥 아레나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그래야 전투 센스나 여러 경험 등.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부분들이 생기지 않는가?

하나.

‘이번 아레나는 너무 악질적이야.’

이번 아레나는 정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단순히 어렵게 만들어, 플레이어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구조 아니던가?

그런 다분한 악의에 놀아나 줄 만큼.

시문은 호구가 아니었다.

이는 오딘 역시 잘 알고 있었는지.

[성좌 오딘이 ‘하긴, 웬 놈이 손을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번 아레나가 더러운 구조긴 해.’ 고개를 크게 끄덕입니다.]

곧바로 시문의 말에 동의를 표해왔다.

그러곤.

[성좌 오딘이 ‘그런데 이게 마스터 승급전이라, 너와 동료들을 통과시키려면…… 한 5천 점은 들겠는데.’ 턱을 톡톡 두드리며 말합니다.]

5천 점이라는 값을 부르는 오딘.

당연하게도.

‘업적 포인트 5천 점이라…… 좀 하네.’

그것이 업적 포인트임을 잘 아는 시문은 잠시 턱을 괴었다.

“그럼 ‘저와 동료들만’ 한정한다면요?”

또 다른 조건을 붙여 말했고.

그런 시문의 말이 의외였는지.

[성좌 오딘이 ‘으잉?’ 눈을 끔뻑입니다.]

잠시 놀란 반응을 보내오는 오딘.

“왜요?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시문의 말에.

쿠르르르릉!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문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오딘의 웃음임을 깨닫고.

‘역시 가능하나 보군.’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성좌 오딘이 옥좌에서 폭소하며 자지러집니다.]

폭소라는 반응이 눈앞으로 떠올랐다.

얼마 가지 않아.

[성좌 오딘이 ‘으하! 으하핫! 김시문, 너 진짜 난놈이야!’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냅니다.]

정신을 차린 오딘은.

[성좌 오딘이 ‘좋아! 2만 점. 딱 2만 점으로 끝내줄게. 여긴 내 영역이니까.’ 손가락 2개를 펼쳐 보입니다.]

업적 포인트 2만 점이라는 대가를 제시했고.

[성좌 오딘이 업적 포인트 20,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이를 반영한 시스템창이 눈앞으로 떠오른다.

‘여유 업적 포인트는 충분하니까.’

보유 업적 포인트를 떠올린 시문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좋습니다.”

‘예’를 택했고.

업적 포인트가 소모된 것일까?

[성좌 오딘이 ‘딱 기다려. 이 몸의 위엄을 보여줄 테니.’ 두 눈을 번뜩입니다.]

이전과 달리.

다소 진중한 느낌의 메시지를 보내오는 오딘.

그를 확인한 시문이 한 걸음 물러서자.

“어떻게. 잘 해결되었는가?”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문이 성좌와 소통하는 것을 눈치채고.

“얼굴만 보면, 잘 해결된 느낌인데 말이지.”

조용히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를록이었다.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예, 승천의 성채는 잘 해결되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참, 알면 알수록 신기한 친구로군. 대체 누가 배후성이길래 이 승천의 성채에…….”

시문의 긍정에 카를록이 놀라움을 다 표현할 틈도 없이.

[특정 플레이어들에 한해, 승천의 성채에 통과 자격이 변경됩니다.]

일련의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우우웅!!

하늘을 뒤흔드는 거대한 이명과 함께.

콰아아아아아아아!!

한눈에 다 담기도 힘든 무지갯빛 기둥이 승천의 성채로 틀어박힌다.

그리고 그 속에서.

[김시문…… 어디 있는가?]

듣는 것만으로도 전신이 저릿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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