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4화
314화. 아웃 메이커 (4)
“시, 시문 님? 마쿠르 족장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요……?”
다소 얼이 나간 듯한 파비안의 목소리.
무리도 아니었다.
최소 SS급.
그것도 지구에 있는 동 수준의 장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것이 드워프제 장비다.
현 유럽 연합의 입장에서는 전 재산을 털더라도.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늘.
“더 이상 거래가…… 없다니요?”
앞서 논의했던 SS급 이상의 무구 천여 개.
그것을 제외하곤 더 이상의 거래를 하지 않겠다니?
이내.
‘설마…….’
몇 초간의 시간이 지나고.
그 충격이 어느 정도 가시자.
‘아까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을 때. 따로 손을 쓴 것인가?’
자연스레 의심이라는 감정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나 이는 찰나일 뿐.
‘아니. 그럴 리 없다.’
파비안은 솟아나는 의심을 가볍게 털어버렸다.
도 그럴 것이.
‘애당초 드워프는 시문 님과의 친분 때문에 지구를 방문했으니까.’
앞서 마쿠르가 했던 말대로.
드워프들이 이 지구에 방문한 목적 자체가 시문과의 친분 때문이 아니던가?
그리고 저 뒤에 서 있는 드워프 소녀.
마르넬과 시문의 관계가 단순한 친분이 아닌, 은인의 관계임을 따져본다면.
드워프들과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유럽 연합 측에는 행운이었다.
더불어.
‘거기다 시문 님이 아니었다면, 데스페라도 놈들 때문에 드워프들과 척지었을지도 모른다.’
밀리아와 밀레드를 직접 처리했다는 시문의 말로 보아.
저 두 드워프의 실력은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만약 데스페라도의 수작으로 저들과 척지게 되었다면?
‘그럼 정말로 다이아 등급 아웃 브레이크를 겪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이렇듯 교류가 가능한 아웃 메이커가 아닌.
랭커급이 다수 필요한 고위험의 아웃 브레이크를 겪었을지도 모를 일.
고로.
“하…….”
지금 눈앞에 있는 저 장비들을 비롯해.
천여 개의 고등급 장비들과 데스페라도의 수작을 막아 낸 것까지.
시문이 없었으면 성립 자체가 불가능했을 일이었거늘.
‘부끄럽기 그지없군.’
찰나지만.
이를 잊고 의심부터 하다니?
파비안의 얼굴이 화끈해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플래티넘급 아웃 브레이크마저도, 지원국 중에서 가장 열렬히 나서준 사람인데…….’
아웃 메이커 이전에 있었던 4개의 플래티넘 등급 아웃 브레이크.
검성과 성녀를 설득하며, 몸소 나서준 것이 시문 아니던가?
덕분에 1차 전선조차 무너지지 않아, 예측했던 사상자를 90% 이상 줄이는 기함까지 토했다.
한데 의심이라니?
‘공정과 신의를 우선시한다고, 그렇게 스스로 떠들어 댔거늘…….’
아니면 인간이라는 생물 자체가 그런 것일까?
유럽 연합의 맹주이자, 명문가 볼프 가문의 장남으로서.
나름의 공정과 신의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결국 나도 속물이었군.’
전부 겉치레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얼굴이 조금 붉어진 채.
“시문 님. 제…….”
수치심을 삼키던 파비안이 입을 열려던 순간.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갑자기 거래를 하지 않겠다니요?”
뒤편에서 노성이 날아들었다.
모두가 파비안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닌 것일까?
맨 처음.
파비안의 머릿속을 엄습했던 의심처럼.
“설명해 보세요. 미스터 킴.”
“왜 갑자기 드워프들이 우리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설마…… 저 장비들을 독차지하려고, 중간에서 손을 쓰신 건 아니겠죠?”
줄줄이 쏟아지는 대표들의 의심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허, 다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아까 마쿠르 족장님께서 다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정말 제 낯이 다 뜨겁네요. 대표 맞아요?”
주로 서유럽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파비안과 같은 입장이었으나.
“이전까지만 해도, 거래는 잘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맞아요. 미스터 킴이 개인적으로 마쿠르 족장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진 무난했다고요!”
“혹시 따로 이야기가 오간 것 아닙니까?”
주로 동유럽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의심과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연히도.
“그게 지금 몸소 지원을 온 사람에게 할 소리입니까?”
“못 할 건 또 뭐가 있죠? 이건 명백한 인과가 있잖아요.”
“이봐요, 애당초 이 거래는 미스터 킴이 아니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어요. 그걸 몰라서 그래요?”
“누가 모른대요? 제 말은 그것과 별개로 상황을 이성적으로 보자는 겁니다.”
“맞아. 돈을 더 주겠다는데도 거래를 하지 않겠다잖아요!”
“고등급 장비가 어디 애들 장난이에요?”
여타 나라들과 달리.
다수의 나라로 연합을 이룬 유럽 대표들의 언쟁은 산불처럼 번졌고.
“아, 아니. 이게 왜 이렇게…….”
시종일관 무덤덤하던 마쿠르는 처음으로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까 개인적인 교류 시간에서.
‘으핫! 저만 믿으십시오! 제가 또 지난 수백 년간 부족을 이끌어온 족장 아닙니까?’
‘곤란한 상황이 없도록, 이 마쿠르가 깔끔히 정리하겠습니다!’
제 가슴을 탕탕 치며, 호탕하게 외쳤던 마쿠르 아니던가?
당연히 이 사달이 나리라곤 조금도 예상치 못했고.
“…….”
그의 뒤편에 서 있던 마르넬은 어느새 서늘해진 얼굴로.
꾸욱.
등에 장착한 거대한 해머의 자루를 꾹 쥘 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 사달의 당사자인 시문은 별다른 당황 없이.
아니.
‘역시, 이렇게 진행되는구만.’
오히려 이렇게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작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곤.
“으, 은인! 전…….”
“족장님. 전 괜찮으니까, 진정하세요.”
당황하는 마쿠르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어 주는 시문.
“죄, 죄송합니다. 은인. 이게 이렇게 될지는…….”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족장님의 잘못이 아닌걸요.”
당황을 숨기지 못하는 마쿠르에게 다가가.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그러곤 속에서 솟아오르는 수치감에.
“이건 뭐랄까…… 그냥 종족 간의 차이랄까요? 그런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나지막이 변명 아닌 변명을 내뱉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마쿠르는 그저.
‘원래 드워프들은 팩트로 노선을 정리하는 종족이니까.’
정당하고 똑바른 근거로 상황을 확실히 정리하려 한 것뿐이니까.
여기서 굳이 마쿠르의 잘못을 짚자면 딱 하나.
이를 ‘드워프의 방식대로’ 해결하려 했다는 것.
즉.
‘인간이란 종족을 잘 몰랐다, 겠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복잡해질 수 있는지.
잘 몰랐다는 것.
실제로 전생의 지구에서도.
아웃 메이커로 만났던 이종족들과 여러 마찰이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대부분의 이유가 종족 간의 사고방식, 가치관 등의 차이임을.
시문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해서.
“여긴 제가 정리할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진정시키듯.
마쿠르의 어깨를 한 번 더 부드럽게 눌러준 시문은.
“물량은 더 확보해야 하오! 천여 개가 많은 게 아니란 말이오!”
“그리고 어차피 천여 개를 받아도. 그중 대다수는 서유럽, 당신들이 가져갈 거잖아요!”
“맞아! 또 자기들 배만 불리겠지.”
칼만 안 빼 들었지.
사실상 전쟁통이 된 유럽의 대표들을 돌아봤다.
이 사달이 난 이유는 진즉 파악한 상태.
‘동유럽권의 불만은 이때부터도 많이 쌓였나 보네.’
세계 2위의 각성자 세를 자랑한다 해도.
사실 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뭉친 유럽은, 이리저리 곪은 것들이 많은 상태였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지금 말 다 했습니까?!”
“우리 EU는 하나입니다! 어찌 그런 소릴 하십니까!”
“하나는 무슨! 그래서? 이번 아웃 브레이크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게 동, 서 중 어디죠?”
“정기적 공식 회의도 그래요. 항상 당신들 서유럽이 손해 보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잖아요!”
“균형을 맞춰야지! 고등급 장비는 당신들보다 우리 동유럽에 더 필요하다고!”
바로 서유럽과 동유럽의 각성자 세력 차이였다.
서유럽에 속하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유럽 연합에서도 강력한 세를 자랑하는 만큼.
당연히 동유럽은 고랭크의 플레이어부터, 고등급 장비까지.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로.
‘이번 드워프제 장비에 목을 맬 수밖에 없겠지.’
그런 동유럽의 입장에선.
이번 드워프제 장비를 최대한 구비하여, 각성자들의 무력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을 터.
그리고 이 갈등이 극악으로 치달은 전생에선.
‘유럽 연합의 몰락에 큰 기여를 했지.’
용제 강림을 기점으로 유럽의 분열과 몰락의 트리거가 되었고 말이다.
그러니.
‘이 갈등을 해소를 해 주긴 해야 하는데…….’
회귀자인 시문의 입장에선.
지구의 멸망에 굵직한 씨앗이 되는 이 갈등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나.
‘그냥은 안되지.’
저런 식으로 나오면 곱게 해결해 줄 수는 없는 일.
저벅.
시문이 난리 통 속에서 유럽 대표들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마침.
“그만!”
짧지만 강렬한 외침이 회의장 전체로 퍼져나갔고.
“여긴 우리만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
“…….”
이어지는 파비안의 노성에, 회의장은 순식간에 침묵을 되찾았다.
타국인에게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다들 대표로서 체면을…….”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파비안의 말을.
“잠시만요.”
시문의 목소리가 잘라냈다.
자연스레 회의장의 시선은 시문을 향했고.
“상황을 정리하시더라도, 짚을 건 짚고 넘어가야죠. 드워프분들이 더 이상의 장비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저 때문이라고요?”
시문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표들을 슥 훑었다.
당연히 파비안을 비롯해.
시문을 옹호하던 대표들은 줄줄이 난색을 표했고.
“시문 님, 불쾌하신 상황이라는 거 잘 압니다. 이 부분은 추후 제가 정식적으로 사과를…….”
파비안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며, 애써 말을 이었으나.
“아뇨. 파비안 씨가 사과하실 일이 아니죠.”
시문은 작게.
그러나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사과는 당사자들이 직접 해야지 않겠습니까?”
동유럽 측의 대표들을 바라봤다.
한번 뜨거웠던 분위기가 가라앉아서일까?
이성이 돌아온 동유럽의 대표들은 몸을 움찔했으나.
“…….”
“…….”
그들은 어떤 대답도 없이, 침묵을 고수할 뿐이었고.
그것이 일종의 자존심이라는 걸 잘 아는 시문은.
“보아하니 본인들도 무슨 말을 했는지는 다 아시는 거 같은데…… 이렇게 입만 닫고 계실 겁니까?”
그들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들이박았다.
당연히.
“미스터 킴.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저희가 마냥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한 나라의 대표이자, 랭커급 플레이어로서의 자존심을 지닌 대표들은 곧바로 반응해 왔고.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시문은 그런 그들을 향해 덤덤히 말을 이었다.
“저는 이번 아웃 브레이크에서 그 어느 지원국보다도, 열렬한 지원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그건…….”
“거기다 이 천여 개라는 장비마저도, 사실상 저로 인해 이루어진 거래이지 않습니까?”
“…….”
다시 침묵이 이어진다.
불만을 토하긴 했어도.
동유럽권의 대표들 역시 현 상황의 본질을 잘 아는 것이다.
그리고 시문은.
“고로 감사 인사를 받았으면 받았지, 이렇게 매도당할 입장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정당한 명분을 제대로 쥐고 휘둘렀다.
이를 눈치챈 것일까?
“어찌 말투가 묘하게 위협적이십니다.”
“미스터 킴의 친분에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번 아웃 메이커의 소유권은 저희에게 있지 않습니까?”
“설마 이 일로 갑질이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동유럽권의 몇몇 대표들이 얼른 반격을 가해왔고.
“갑질이라…….”
그들의 말 중 유난히 거슬리는 ‘갑질’이라는 단어를 곱씹는 시문.
이내.
“개인적으로 동유럽 측의 상황도, 그런 대표분들의 마음도 나름 이해합니다. 해서 그저 사과 한마디면 저도 이러진 않았을 텐데…….”
피식 헛웃음을 흘린 시문은.
“이렇게 유치하게 나오시니. 저도 좀 유치하게 나가야겠네요.”
저들이 원하는 대로.
“마쿠르 족장님? 이번 거래, 깔끔하게 접죠.”
갑질하는 인간이 되어주기로 했다.
예상치도 못한 말이었을까?
“에, 예?”
마쿠르는 당황을 표했으나 그뿐.
어느새 걸어 나온 마르넬이 궤짝의 뚜껑을 걷어찼고.
타앙!
갑작스러운 소리에 대표들은 몸을 움찔했다.
그런 그들을 싸늘한 시선으로 훑던 마르넬은.
“족장님도 참, 뭘 되물어요?”
입꼬리를 비죽 끌어올리며.
“은인께서 저것들이랑 거래 접으라고 하시잖아요.”
철그럭.
묵직한 궤짝을 한 팔로 들어 올렸고.
이제야 정신을 차린 유럽 측 대표들.
정확히는.
“자, 잠시만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스터 킴. 잠시 진정하시고…….”
파비안을 비롯한 서유럽 측 대표들은 대경실색을 하며 나섰다.
하나 시문은 그런 대표들의 만류를 무시한 채.
아니.
“그리고 저쪽과 거래하기로 했던 물량 전부를 제 쪽으로 돌리시죠. 값의 2배를 쳐 드릴게요.”
오히려 잘 들으라는 듯.
“또한 차후 이어질 아웃 메이커에서도, 값이 얼마가 되든 제가 전량을 매입하겠습니다.”
답지 않게 냉소적인 미소를 지은 시문은.
“어차피 그러려고, 이 지구에 방문하신 거니까요.”
보란 듯이 난색 어린 유럽의 대표들을 슥 훑어주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회의장 전체로 내려앉는다.
“…….”
“…….”
그리고 이어진 결과는 당연히.
“……죄송합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너무 흥분해, 저희가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원하시는 어떤 방향으로라도 사과할 테니. 부디 저희 무례를 용서하시길.”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 * *
[유럽 연합의 갑작스러운 사과?]
[‘지원국에 실례를 저질러 죄송’ 고개 숙인 EU의 대표들!]
[사과의 대상자는 김시문 하나?]
[쏟아지는 관심과 의문, 회의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불발될 뻔했던 드워프와의 거래, 성공적으로 협상!]
온갖 포털 사이트에 주르륵 도배되는 뉴스들.
핸드폰으로 그것을 확인하던 청량한 미청년.
“좀 의외네. 공식적인 사과라니?”
검성 김시혁은 한쪽 눈썹을 슬쩍 들어 올리며.
“형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하늘 같은 형을 바라봤다.
곁에 있던 이유정 역시.
“그러게. 저도 좀 놀랐어요. 오라버니.”
꽤나 놀란 얼굴로 시문을 바라봤고.
“나답지 않긴 했지? 좀 부끄럽긴 하네.”
시문은 멋쩍은 듯.
애매모호한 미소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나.
“아니,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
“너무 잘하셨는데요? 공식적인 사과는 파급력도 크니까요.”
두 동생의 생각은 다른 것일까?
“아무리 감정적이었다지만, 자기들이 먼저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쓴 거잖아.”
“맞아요. 전 오라버니께서 잘 조치하셨다고 생각해요.”
“그니까. 세상엔 꼭 같은 수준으로 대해줘야, 알아먹는 인간들이 있거든.”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말이죠.”
잘나가는 랭커로서.
그간 이러한 쪽으로 데인 것도 많은지.
속이 시원한 표정으로 줄줄이 말을 잇는 김시혁과 이유정.
그런 두 동생을 보고 시문이 피식 웃음을 흘리는 순간.
달칵.
문이 열리고.
“여기 계셨군요.”
금발의 남성과 두 명의 드워프.
파비안과 마쿠르, 마르넬이 들어섰다.
이내.
“다른 분들도 계셨네요.”
“은인의 동생 분들이라지? 반갑소. 마쿠르라 하오.”
“마르넬이에요.”
“반갑습니다. 김시혁이라고 합니다.”
“이유정이에요.”
김시혁과 이유정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넨 그들은.
“어떻게, 거래는 잘 해결되었나요?”
“예, 시문 님 덕분에 잘 해결되었습니다.”
시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의 천여 개의 장비와 더불어, 은인의 말씀대로 추가로 500개를 더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마쿠르의 말에 시문은 옆에 있는 파비안을 바라봤고.
“저 역시 말씀해 주신대로. 추가로 거래되는 500개의 장비 전량을 동유럽 측에 배급하기로, 연합국들과 합의를 봤습니다.”
파비안은 기다렸다는 듯 답을 해왔다.
기존에 그렸던 대로 이루어진 결과에.
“좋네요. 그럼 다른 협의들은요?”
시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고.
“저…… 시문 님. 우선 그것들을 말씀드리기 앞서서…….”
잠시 말을 흐린 파비안은.
“이번 유럽 연합의 총 대표로서, 이번 일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담아 깊이 머리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