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15화 (315/349)

제315화

315화. 아웃 메이커 (5)

현 아웃 브레이크의 총책임자라 볼 수 있는 파비안 볼프.

현재 시문 개인을 향한 공식적인 사과가 전 세계에 보도되었음에도.

그가 따로 이렇게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물론 파비안이 이럴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아까 회의장에서의 일은 굉장히 불쾌하셨을 텐데…….”

회의장에서 벌어졌던 동유럽 측의 무례.

이는 단순히 사과를 한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만한 사안이 아니었을진대.

시문은 ‘공식적인 사과’만 해 준다면.

그냥 넘어가 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더불어.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풀어주실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공식적인 사과가 이루어진 직후.

드워프들과 협의하여, 500개의 고등급 장비 거래를 추가로 잡아주었다.

심지어 그 목적이.

“시문 님의 배려 덕분에. 그간 있었던 동유럽 측과의 갈등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요.”

유럽 연합 내부에서도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었던 동, 서의 각성자 세력에 대한 갈등.

그것을 해결해 주는 방향이 아니던가?

물론 근본적으로 완벽하게 해결될 수는 없는 영역이었으나.

추가 장비 500개의 수급은 그 갈등을 상당량 완화시켜 주었다.

당연히 이번 유럽 연합의 총책임자로서.

깊은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앞선 아웃 브레이크에서도 그렇고…… 이거 정말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 인사만으론 부족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었다.

물론 애당초 보상을 바라고 이번 아웃 브레이크에 지원을 나온 건 아니었지만.

시문 역시 이번 일을 그냥 넘길 마음은 없었기에.

“괜찮아요. 그에 대해선 이미 따로 논의 중이잖아요?”

다소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진중해진 파비안의 분위기를 살짝 전환시켰다.

실제로 최창욱을 필두로 막 도착한 한국 협회 측 인사들부터.

여러 지원 참여국들의 인사들까지.

아웃브레이크가 끝난 현재.

모두 이곳 함부르크에 모여, 공식적인 보상안에 대한 협의를 나누고 있는 상황 아니던가?

특히나.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저 진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 많이 했거든요. 그러니 잘 챙겨주셔야 합니다?”

이번 아웃 브레이크에서의 활약과 데스페라도, 드워프와의 거래까지.

가장 큰 공로를 세운 한국은 국가적으로 여러 혜택을 받을 터였고.

“하하! 물론이지요! 이미 한국 측과의 협의 말고도. 심드라실 길드 측과 개인적인 협의를 나누고 있습니다.”

시문 역시도 직접적인 보상을 받기 위해.

박진욱과 올리비아가 길드 차원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아마 소속 길드원들이 유럽 연합에서 여러 우대와 혜택을 받는 정도겠지만…….’

각종 고가치의 아이템이나 금전적 보상 등.

눈에 확 띄는 보상은 아니었으나.

무려 일개 길드가 한 국가 연합에 차별적인 우대와 혜택을 받는 것 아니던가?

이는.

‘전 세계에서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드는 대륙성이나 아메리칸 드림밖에 없으니까.’

세계적으로도 양대 산맥인 대륙성과 아메리칸 드림을 제외하곤.

누구도 누릴 수가 없는 호사였기에.

앞으로의 국제적인 활동이나, 길드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터였다.

결정적으로.

‘애당초 이번 지원 자체가 유럽 연합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목적으로 움직인 거니까.’

이번 대규모 아웃 브레이크에 지원한 근본적인 목적이 유럽과의 우호적 관계.

즉 동맹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한데 드워프들까지 만나게 되었으니.

시문으로선 뜻밖의 일거양득이었다.

심지어.

‘이제 동유럽 측도 내게 우호적일 테니. 앞으로 유럽 연합에 관여하기도 쉽겠지.’

이 일로 동, 서 모두에게서 호의를 산 상태이니.

이제 일개 개인인 자신의 발언이 유럽 연합이라는 세계의 2인자에게도 어느 정도 먹힐 터.

그럼 자연스레 대륙성과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거대 세력에 맞설 힘은 물론.

‘유럽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영향력에 제동을 걸기도 좋아.’

지금껏 유럽에 큰 영향을 끼치던 아메리칸 드림의 손길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을 터였다.

거기다.

‘내겐 드워프분들도 있으니…….’

아메리칸 드림의 근간 중 하나인 고수준의 장비 생산 체계.

즉. 현 지구 최고 수준의 아레나 장비를 생산해 내는 그들에게 대적할 수 있는 동맹도 있지 않은가?

‘혹여나 아메리칸 드림이 아레나 장비로 무역 압박을 가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어.’

아메리칸 드림이 아레나 장비로 무역적인 압박을 해온다 한들.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충분히 저항할 만한 수단이 생긴 것이다.

당연히 이번에 이를 맛본 세계의 2인자.

‘그럼 유럽 연합도 앞으로 내게 기대올 가능성도 크고.’

유럽 연합 역시 그간 무역 압박으로 알게 모르게 갑질해 온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오늘처럼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 준 자신에게 기대게 될 터.

결국 거시적인 관점으로 볼 때.

조금이지만.

아주 확실한 세계적 영향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거참. 저랭크 시절의 특수 아레나 하나가, 이렇게 크게 돌아올 줄이야.’

폭력이 아님에도 위력적인 힘.

그 보이지 않는 새로운 무력의 획득에.

씨익.

시문의 입꼬리는 절로 올라갔고.

그런 시문의 미소를 오해한 것일까?

“하하! 흡족하신 것 같아, 참 다행…….”

파비안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려던 순간.

“파비안 님. 직접 승인해 주셔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 응접실로 찾아왔고.

파비안은 아쉬운 미소를 머금었다.

“이런. 죄송합니다. 이거 여유롭게 담소 나눌 시간도 없군요.”

“괜찮습니다. 총책임자시잖아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다음엔 느긋한 티파티라도 열어, 담소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레오니 녀석도 함께 말이죠.

그렇게 읊조린 파비안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귀족적인 예를 취하며, 응접실을 나섰고.

그가 모습을 감추자마자.

“마쿠르 님. 이걸로 유럽 측과의 거래는 완전히 끝내신 거죠?”

시문은 마쿠르를 돌아보았다.

그에.

“물론입니다!”

마쿠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업적 포인트와 추가금까지. 아주 알차게 받아냈지요. 한 번 더 아웃 메이커를 시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건 아껴두시죠. 아직 아웃 메이커의 지속 시간이 이틀 정도 남았잖아요?”

시문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유럽 연합에 아웃 메이커가 언제 끝난다곤 말해 주지 않았으니까.’

곧 아웃 메이커가 끝날 거다.

라는 두리뭉실한 말만 해두었으니.

아웃 메이커가 사라져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어차피 그들과의 거래도 다 끝난 마당이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있는 아웃 메이커를 그대로 위치만 옮겨보죠.”

아웃 메이커를 통째로 한국으로 옮겨서.

차후 지속적인 거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했다.

하나 상상도 못 한 이야기인 것일까?

“이, 이미 열린 아웃 메이커의 위치를요? 그게 가능합니까?”

마쿠르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네.”

시문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도 에르넨과 이야기를 해 봤는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네요.”

제 가슴의 정 중앙을 가리킬 뿐이었다.

* * *

랭커팰리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값비싼 이 건물의 옥상엔.

쿠그그그…….

거대한 균열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나 일대엔 어떠한 조치나 대응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랭커팰리스의 관리인들은 물론.

아귀 같던 기자들 역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결계 능력자들의 협력 작업이 끝났습니다.”

“추가 결계석이 방금 투입 완료되었습니다.”

검은 정장의 인물 몇몇이 랭커팰리스의 옥상을 바쁘게 오갈 뿐.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정말이지…….”

하늘의 올려다보는 서늘한 인상의 중년인.

김무열은 답지 않게.

“이젠 기가 차지도 않는군.”

다소 얼이 빠진 얼굴로 불과 몇 시간 전.

독일 함부르크에 존재했던 거대한 균열을 바라보았고.

그의 곁에 서 있던 2미터의 사내.

“저도 매번 놀라는 편입니다만…… 이건 좀 심하긴 하군요.”

골렘 최창욱 역시 어이가 없는 얼굴로 그것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설마 아웃 메이커를 통째로 옮겨오실 줄은…….”

아웃 메이커.

그것도 드워프들의 등장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것이.

저렇게 대한민국의 상공에 존재하지 않는가?

당연하게도.

“대체 어떻게 하신 걸까요?”

최창욱은 이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시문 님이 마법계치고 다양한 능력을 지니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공간계 능력도 있으신지 몰랐습니다.”

이는 그만의 의문이 아니었는지.

“흥. 난들 알겠나?”

헛웃음을 흘린 김무열은.

“그리고 설령 공간계 능력이 있다 해도, 그걸로 아웃 메이커를 가져올 순 없을 거다.”

다소 질린 눈으로 상공의 아웃 메이커를 바라보았고.

“하긴, 그게 가능했으면 데스페라도 놈들이 그 짓을 하지 않고. 아예 가로채 갔겠죠.”

최창욱은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그렇겠지. 거기엔 차원악동도 있으니.”

다소 어두운 얼굴로 답하는 김무열.

이내.

뒤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과 함께.

“다들 여기 계셨네요.”

들려오는 뚜렷한 미성에 김무열과 최창욱은 몸을 돌렸고.

볼 수 있었다.

“SS급 이상의 결계 능력자를 구하긴 많이 어려웠을 텐데. 빨리도 구하셨네요.”

이 말도 안 되는 사단의 당사자를.

하나 정작 당사자에겐 큰일도 아닌 것일까?

“결계석이나 여타 비용은 다 제가 낼 테니까. 나중에 끝나면 진욱 씨한테 청구해 주세요.”

태연하게 아웃 메이커를 숨기기 위한 비용을 거론하고.

[세계수 심드라실의 차원 조율이 완료되었습니다.]

[앞으로 ‘강철 모루 부족’이 아웃 메이커 시도할 때, ‘NO. 274 지구’가 최우선으로 설정됩니다.]

[해당 차원 조율은 ‘강철 모루 부족’에서 추가적 설정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빼곡히 떠오른 메시지창을 치우며 다가오는 시문.

그를 말없이 바라보던 김무열은.

“답지 않게. 일을 크게 벌였더군.”

나지막이 운을 띄웠다.

잠시 눈을 깜빡이던 시문은.

“아아.”

그것이 유럽 연합의 ‘공식적인 사과’ 건임을 깨닫곤.

“뭐, 저답지 않긴 했죠.”

고개를 까딱였다.

“애당초 동맹을 목적으로 간 거라서,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이상하게 못 참겠더라고요.”

“흥. 보나 마나 동유럽 측에서 비틀어 댔겠지.”

분명 회의장 내부의 일은 보도되지도 않았건만.

“적절한 대처다. 본디 약한 것들은 뭐라도 의지하고 싶어 안달이니까.”

대번에 당시의 상황을 꿰뚫어버리는 김무열.

하지만 왤까?

약한 것을 멸시하는 김무열 다우면서도.

‘뭐지?’

묘하게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듯한 느낌에.

‘숙부한테 뭐 좋은 일 있나?’

시문은 또다시 눈을 끔뻑였으나 그뿐.

‘하긴, 드워프 아웃 메이커가 한국으로 왔고. 앞으로 이걸 정기적으로 할 생각이니. 협회장으로서 기쁘긴 하겠지.’

충분히 납득갈 만한 이유를 찾아낸 시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서? 협약을 맺기로 한 드워프들은 언제 오는 것이냐?”

그런 김무열의 물음에 맞춰.

쿠웅!

묵직한 진동이 랭커팰리스 옥상에 울렸다.

소행성이라도 충돌한 듯.

쩍쩍 갈라진 랭커팰리스의 옥상.

그곳에서.

“은인! 저 왔어요~.”

“허허, 죄송합니다. 이게 입구도 바뀌어 버린 터라, 조금 늦어버렸습니다.”

당차게 걸어오는 두 명의 드워프를 보곤.

‘고등급의 결계를 펼쳐둬서 다행이네.’

결계를 활용하는 자신의 선택에 다시 한번 격한 칭찬을 보냈다.

이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때마침 오셨네요.”

두 드워프에게 눈짓을 보내는 시문.

그에 김무열은 곧장 최창욱과 함께 걸음을 옮겼고.

“아닙니다. 딱 맞춰 오셨어요.”

시문 역시 한발 앞서, 마쿠르와 마르넬을 맞이했다.

주변을 슥 둘러본 마쿠르는.

“호오? 고수준의 결계로군요. 최소 SS급은 되겠습니다만.”

곧장 이곳이 결계 안임을 알아차렸고.

“네. 아무래도 이번 아웃 메이커의 위치가 바뀐 건, 알려지지 않는 게 좋아서 말이죠.”

시문은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앞서 유럽 연합에서의 분란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아, 그렇겠지요. 역시 은인! 현명하십니다!”

마쿠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자연스레.

“그나저나. 이 자들입니까?”

시문의 뒤편에 있는 두 중년인.

김무열과 최창욱을 향했다.

“맞아요. 현재 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플레이어들을…….”

그에 잠시 말끝을 흐리던 시문은.

“그러니까. 총괄하시는 분이라 보면 됩니다. 옆엔 그 비서장이시고요.”

깔끔하게 소개를 해 주었고.

“협회장 김무열이라 하오.”

“비서장 최창욱입니다.”

김무열과 최창욱은 곧바로 인사를 건넸다.

앞서 유럽 연합의 인사들과도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일까?

“크핫! 반갑소. 난 강철 모루의 족장 마쿠르라 하오!”

“조카인 마르넬이에요!”

두 드워프는 호탕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내.

“계약서를 준비하긴 했습니다만…… 굳이 필요하실지 모르겠군요.”

곧바로 옆에 끼고 있던 본론을 꺼내는 최창욱.

그에.

“으하핫! 여긴 은인의 나라이지 않소? 거기다 아레나 계약서도 아니고, 그깟 종이 쪼가리 따위야. 전혀 필요 없다오!”

마쿠르는 화통하게 웃음으로 손사래를 쳤다.

“사실 이전의 그 유럽인가 뭔가도 계약서가 필요 없긴 했지만, 그건 은인께서 꼭 받아두라고 하셔서 말이오.”

그 말에 김무열과 최창욱의 시선은 시문을 향했고.

“유럽은 우리와 한 몸까진 아니잖아요? 남길 건 남겨 둬야죠.”

시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내.

“한데…… 은인.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런 시문을 향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오는 마쿠르.

이유는 간단했다.

“은인과의 거래라면. 아니, 사실 거래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전부 무상으로 드릴 수 있는데…….”

앞으로 주기적으로 이루어질 아웃 메이커.

그로 인해 한국과의 거래.

정확히는 시문과의 거래에서 모두 정당한 값을 지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 마쿠르의 말에.

“아뇨,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작게 고개를 젓는 시문.

“마쿠르 님. 함부르크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드워프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거래하게 될 상대다.

안 그래도 아웃 메이커를 저쪽에서 부담하는 마당에.

거래의 물품들까지 무상으로 받을 수는 없는 일.

애당초 그건.

“전 여러분을 착취하려는 게 아닙니다.”

거래가 아닌 ‘착취’나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동맹 관계가 되고 싶은 거예요.”

시문이 바라보는 미래와도 같은 방향이 아니었다.

하나 의외의 대답이었을까?

“은인…….”

마쿠르와 마르넬은 물론.

“…….”

“…….”

곁에 있던 김무열과 최창욱까지.

다소 놀란 눈으로 시문을 바라보았고.

그 침묵에 어색함이 더해지려는 순간.

무슨 오해를 하였는지.

“과연…… 은인께서는 차원 연합을 바라보고 계신 거군요!”

마쿠르는 촉촉한 눈을 반짝이며, 큼직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연히.

“차원…… 뭐요?”

전혀 처음 듣는 소리에 시문은 당황스레 되물었으나 그뿐.

“으하핫! 무릇 그릇이 큰 인물은, 그림도 크게 보는 법이지요! 좋습니다!”

마쿠르의 머릿속은 이미 결론을 도출한 것인지.

“이보시오. 최창욱이라 했소? 그 계약서, 얼른 주시오!”

흡사 빼앗아 들 듯.

최창욱에게서 계약서를 받아낸 마쿠르는.

“은인과 같은 분과 연합한다면! 그 잘난 최상위 연합들도 두렵지 않지! 아무렴!”

제 손가락만 한 볼펜으로 미친 듯이 계약서들에 사인을 휘갈겼고.

“잠시만요. 족장님. 최소한 읽어라도…….”

그런 마쿠르에게 시문이 뭐라 말하려던 찰나.

삐리릭.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그것을 꺼낸 시문은.

‘이 여자는 또 왜?’

액정에 떠오른 ‘암시장 불여우 린’이라는 문구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어머~ 시문 님~ 이번 유럽에서의 일 잘 봤어요. 역시나 시문 님 이시더라고요? 근데 말이죠~.

그 이유를 깨닫는 것은.

-제가 아는 시문 님은 저렇게 남 좋은 일만 하실 분이 절대 아니거든요~. 뭔가 돈 냄새가 폴폴 나는데…… 제가 도울 게 없으려나요~?

금방이었다.

* * *

‘하여간에, 돈 냄새 하나는 귀신같이 맡는 여자라니까.’

돈 귀신처럼 등장한 린과의 통화를 끝내고.

김무열과 최창욱에게 드워프와의 정기 거래 건까지 맡긴 시문은.

-어서 와. 오빠. 힘들었지?

“아빠!”

뀨우!

현자의 돌과 시연이, 뀨웅이의 마중을 받으며 연구실로 들어섰다.

그러곤.

“아구! 우리 귀욤이들. 잘 놀고 있었어?”

“웅! 뀨웅이랑 에르넨한테도 가꼬. 골렘이랑도 놀아쪄요!”

뀨우우~.

“그랬어요? 재밌었겠네!”

우선 시연이, 뀨웅이와 함께 한바탕 굴러주곤.

‘아고, 이제 좀 쉬자.’

아레나산 최고급 소파로 털썩 몸을 던지는 시문.

역시 비싼 것은 돈값을 하는 것일까?

“으으~ 녹는다. 녹아.”

전신을 감아오는 푹신한 감촉에 축 늘어지는 시문.

그런 그의 곁으로.

-있잖아. 내가 오빠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오빠는 뭔가 트러블 메이커 같아.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둥둥 다가온다.

“트러블 메이커? 갑자기?”

-맨날 어딜 가면 문제가 생기잖아. 꼭 무슨 추리물의 주인공처럼.

따지고 보면 상당히 일리가 있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치?

피식 웃음을 흘리는 시문.

이내.

“그럼 트러블 메이커답게. 또 문제 하나 만들러 가야겠네.”

-얼씨구? 바로 가게? 쉬려고 누운 거 아니었어?

“그러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제 데뷔전이잖아.”

아레나 접속기기를 집어 드는 시문.

“슬슬 첫 차원대항전도 다가올 테니. 얼른 스펙 올려야지.”

그 말과 함께.

[마스터 랭크 데뷔전을 시작합니다.]

[NO. 274 지구의 공식 채널인 TWC에서 송출 여부를 묻습니다.]

[송출을 허가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메시지창이 주르륵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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