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34화 (334/349)

제334화

334화. 차원 대항전 (1)

랭커팰리스.

그 이름만큼이나 널따란 거실은.

“차, 차원 대항전?!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선배님. 목소리 좀 낮추세요. 시준이 놀라잖아요.”

“맞아, 선배. 시연이도 놀라잖아요.”

“건달 아재. 뀨웅이도 놀랐다고.”

“이, 이것들이!”

심드라실의 멤버들과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하나 어째서일까?

갑작스레 나타난 아들.

시준에 대해 물어볼 것이 가득하다던 이들은.

“애들은 다 니들이 안고 있거든! 나한테는 오지도 않는데 무슨 개소리야!”

“선배…… 애들이 선배한테 안 가서 삐졌구나?”

“선배님. 애들 듣는데 말씀 좀 순화해주세요.”

“내 말이. 꼭 생긴 대로 논다니까.”

“으아아아!!”

시문이 거실 복도로 나왔음에도.

누구 하나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저들 중 가장 약한 이가 다이아 랭크임을 고려해 보면.

이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뚜벅.

정작 당사자인 시문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

거실로 나서려던 걸음을 멈춘 채.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네?”

키이잉!

오딘의 눈을 활성화하며 복도 왼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내가 뭣하러 저것들이랑 같이 있냐?

금빛의 미청년.

제천대성 손오공이 팔짱을 낀 채.

-아는 사이도 아닌데.

벽에 기대어 있었다.

반투명한 형태와 이명처럼 들려오는 목소리도 그렇고.

물에 비춘 듯.

일렁이는 그의 주변 공간을 오딘의 눈으로 확인한 시문은.

“그렇다고 손수 결계까지 치고 있을 필요가 있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안 그래도 분신을 유지한다고. 힘 꽤나 빼고 있을 텐데.”

-오딘. 그 변태 꼬마의 눈으로 봐서 알잖아. 이건 분신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그렇기야 하다만…….”

손오공의 투덜거림에 고개를 까딱이는 시문.

분명 오딘의 눈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허상에 가까운 형태.

즉, 실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정말 말이나 주고받는 수준이랄까?

그렇게.

-…….

한동안 침묵하며, 시끌벅적한 거실을 바라보는 손오공은.

-……고맙다.

갑작스레 감사를 표해왔다.

그에 시문이 뭐라 답할 틈도 없이.

-네가 아니었다면. 형님은 영원히 소멸된 성좌 중 하나가 되어버렸겠지.

손오공은 먼저 말을 이었다.

-삼황오제. 아니, 이젠 오제라고 불러야 할 그 더러운 찬탈자 놈들에게 패배한 존재로 말이야.

이미 염제신농과 황제 공손헌원 사이의 일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시문은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하나 애당초 들으라고 시작한 말이 아니었던 걸까?

-참 신기하단 말이지.

손오공은 다소 멍해진 눈으로 시끌벅적한 거실을 바라봤다.

-분명 너희는 요괴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좌나 반신도 아닌데…….

무언가를 회상하듯.

멍했던 눈에 아련함이 깃든다.

-어째 칠대성의 시절이…….

그는 말도 제대로 끝맺지 않은 채.

한동안 우두커니 거실을 바라보더니.

순박한 눈으로 일행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헤헤!”

방긋방긋 웃는 시준이의 모습에.

-하긴, 그러니 형님께서도 저리 밝으신 거겠지.

피식 웃음을 흘리는 손오공.

두서없이 내뱉은 혼잣말이건만.

그 속에 베인 것들이 절로 느껴진 시문은.

“……괜찮아?”

다소 조심스레 물었고.

금세 털어 낸 것일까?

-안 괜찮을 건 또 뭐냐? 비록 저런 모습이긴 해도, 형님께서 멀쩡히 탄생하셨는데!

곧바로 평소의 장난기 어린 모습을 보여오는 손오공.

그에.

“그렇…… 야. 저런 모습이라니. 저게 뭐 어때서?”

고개를 끄덕이려다, 눈매가 짐짓 서늘해지는 시문.

그 이유는 아무리 눈치 없는 손오공이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크핫! 나쁜 뜻은 아니야. 너도 형님 본 모습을 알잖냐?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고.

“아아.”

시문 역시 미소를 머금었다.

발설지옥에서 본 태산과도 같은 거대한 조각상은 아직도 선명했으니까.

벽에서 몸을 뗀 손오공은 양손으로 뒤통수를 척 걸쳤다.

-거기다, 이걸로 요계도 그 망할 배신자 놈들에게 홀라당 넘어가진 않을 거고.

“요계?”

그에 시문이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뿐.

-엉. 알다시피 내가 요괴 출신이긴 해도, 엄연한 선계 소속이잖냐?

답은 해도.

정작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는 손오공.

그것이.

‘알아봐야 괜히 귀찮아진다, 이건가?’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한 배려임을 눈치챈 시문은.

“뭐,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 석가께서 친히 신경을 써 줄 정도니까.”

그런 손오공의 배려를 거절하지 않았고.

시문의 판단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그래그래, 아주 귀한 신경을 써 주셨지. 날 모기 잡듯이 내려칠 정도로.

입꼬리를 씨익 올리는 손오공.

이내.

-여하튼, 제일 급한 건 해결되었으니. 다른 몇 놈도 찾아봐야겠다.

휘적휘적 걸음을 옮기는 그를 향해.

“도울 거 있으면 말해. 보상만 맞으면 도와줄 테니까.”

시문은 장난기 어린 말을 던졌다.

-보상은 얼어 죽을! 이번 일에 아주 탈탈 털어 넣어서 이제 가진 것도 없거든?

“뭐 얼마나 털었다고. 벌써 가진 게 없어? 성좌 맞냐?”

-얼씨구? 이 자식 말하는 것 좀 보게?

한쪽 눈썹이 샐쭉 올라가는 손오공.

하지만 그 역시도 시문처럼 장난기를 그득 품고 있었다.

-여하튼, 이번 일은 고맙다. 내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말로만 그러지 말고. 성의 좀 준비해서 찾아와.”

손까지 내밀어 흔드는 시문.

하지만 가끔 찾아와서 시준이를 보고 가라는 뜻임을 잘 아는 손오공은.

-종족을 떠나서. 넌 참 좋은 놈이야. 김시문.

시문에게로 다가오더니.

-뭐, 당장에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무언가를 툭 건넸다.

-내가 들고 있는 것보단, 네가 들고 있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 같네. 형님도 여기 계시고.

그러면서 시준이를 힐끔하는 손오공.

시문은 건네받은 물건을 확인하려 했으나.

애당초 물건이 아닌 것일까?

우웅.

하얀빛으로 이루어진 그것은 순식간에 시문의 손으로 녹아들었고.

[‘차원신의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눈앞으로 한 줄기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어.

[차원 요계에 해당되는 자격입니다.]

[해당 차원이 아닙니다.]

[성좌가 아닙니다.]

[요괴가 아닙니다.]

[‘차원신의 자격’이 비활성화됩니다.]

줄줄이 떠오르는 메시지들.

하나같이 부정적인 뜻이었고.

이를 증명하듯.

스륵.

스며들었던 차원신의 자격은 시문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이내.

[결속된 존재 중 해당 자격에 만족하는 이가 존재합니다.]

[‘차원신의 자격’이 자동으로 결속된 존재 ‘김시준’에게 양도됩니다.]

희미해진 존재감이 아예 시문의 안에서 사라진다.

하나 결속된 관계여서일까?

“웅?”

유정이의 품에 안겨 있던 시준이가 갑자기 고개를 홱 들었고.

그의 이마에 뭐라 형용하기 힘든 문양이 잠시 반짝였다 사라졌다.

하나 일행 중 그 누구도 이를 보지 못한 것인지.

“시준아, 왜 그래?”

“시준이도 사탕 먹고 싶어? 삼촌이 하나 줄까?”

이전과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의 일행들.

이를 본 손오공은.

-역시…….

나지막한 웃음을 흘리더니.

“야, 너 이게 무슨…….”

시문의 물음은 듣지도 않은 채.

-그럼 김시문. 또 보자.

모습을 감추었고.

손오공이 사라지자마자.

스슥.

일렁거렸던 공간 역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어? 형!”

“오라버니. 오셨어요?”

“야이 씨! 왜 이렇게 늦어! 빨랑 와서 뭐라 말 좀 해 보라고!”

시문의 기척을 느낀 일행들이 줄줄이 시선을 던져왔고.

손오공이 사라진 방향을 힐끔한 시문은.

“설명할 게 뭐가 있냐. 그냥 이것저것 하다 보니…….”

평소의 미소를 걸치며, 거실로 걸어 나왔다.

그래서일까?

시문과 일행은 미처 볼 수 없었다.

묘한 안광이 어린 눈으로 손오공이 사라진 방향.

“…….”

그곳을 한동안 바라보는 시준이를 말이다.

* * *

[지난 대륙 대표전의 우승국들을 기준으로 참가자가 선별됩니다.]

[참가 대상자들은 금일 국가 미국 기준 00시 00분 이후, 참가자 선별까지 아레나 접속이 일시 중단됩니다.]

[참가자의 선별 기준은 지난 대륙 대표전에서 선정된 각 대륙의…….]

주르륵 떠오르는 아레나 공지.

그것을 쓱 읽어내리던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

“방금 뭐라고 했나?”

대륙성의 길드 마스터인 종리추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말해 보아라.”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퇴폐적인 미녀를 바라봤다.

머리칼부터 눈동자, 그리고 굴곡을 강조하는 타이트한 동양풍 드레스까지.

피부를 제외한 모든 것이 검은색인 미녀는 평소답지 않게.

“그게…….”

잠시 새빨간 입술을 달싹였다.

어지간한 남자들이라면 절로 침을 삼킬 정도로 고혹적이었으나.

종리추는 그런 그녀를 죽일 듯 노려볼 뿐이었고.

한동안 주춤거리기만 하던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이번 차원 대항전엔 도움을 못…….”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그런 그녀의 말이 거의 끝나기도 전에.

쐐애애액!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고.

곧장.

콰아아앙!

파공음만큼이나 강렬한 폭음으로 뒤바뀌었다.

흑단 같던 머리칼은 물론.

주륵.

새하얀 볼에 붉은 선까지 그어진 여성은 충분히 비명을 지를 법한 상황임에도.

“…….”

시선을 슬쩍 내리깐 채.

그저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홱!

내지른 창을 집어던진 종리추는 곧장 그녀의 턱을 잡아채고.

“그 잘난 주둥아리, 다시 한번 놀려 봐라.”

내리깔린 시선을 자신의 눈과 맞추었다.

“뭐가 어쩌고 어째?”

일반인이라면 당장 심장마비가 왔을 정도로 강렬한 눈빛.

실제로.

화아아아!

랭커급 플레이어의 어마어마한 살기가 깃든 그것은 능히 사람 하나 죽일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뿐.

“이번…… 차원 대항전의 지원은 어렵겠어요.”

데피나는 묵묵히 말을 이을 따름이었고.

“데피나! 네년이 정녕!”

우웅.

그녀의 턱을 움켜쥔 종리추의 손아귀에 오러가 깃들려는 순간.

“미안해요.”

데피나는 짤막한 말을 내뱉었다.

그에 당장 그녀의 턱을 으스러뜨릴 것 같던 종리추의 기세가 멈춘다.

“제 입으로 돕겠다고 해놓고. 이렇게 번복해서 면목이 없지만…….”

단순히 그녀의 말이 이어져서가 아니었다.

“1용제께서 갑작스레 소집령을 내리신 터라…… 저도 방법이 없어요.”

데피나.

갤럭시 아레나 최상위 종족인 용족.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종인 드래곤이지 않나?

이제 곧 에이션트를 바라보고 있는 무력도 그렇지만.

개인의 뛰어남 덕에 많은 용제의 신임을 받고 있는 그녀가.

“정말 미안해요.”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지 않는가?

이런 그녀의 배경은 물론.

데피나의 드높은 자존심은 종리추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쯧, 쓸모없는 것.”

혀를 찬 종리추는 내팽개치듯.

데피나의 턱을 쥔 손을 거칠게 털어 냈다.

드래곤인데도 힘없이 밀려나는 데피나.

그런 태도에서 진심임을 확인한 것일까?

“이유가 뭐냐.”

나지막이 물어오는 종리추.

그에 잠시 고민하던 데피나는.

“선계에는 비밀로 해줘요.”

대답 대신 조건을 먼저 내걸었고.

종리추가 건조하게 고개를 까딱이자.

“2용제께 문제가 생겼나 봐요.”

데피나는 곧바로 답을 해 주었다.

“2용제? 대모인지 뭔지 하는 그자 말인가?”

“맞아요. 에키드나 님은 현 용제분들 어머니이자, 우리 용족의 대모시죠.”

“그만한 존재에게 생길 만한 일이 뭐가 있단 말이냐?”

“그게…….”

미간을 슬쩍 찌푸리는 데피나.

이유는 간단했다.

“사실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사실상 용족의 2인자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누군가 침공을 온 것도 아니고.

그런 존재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이지 않나?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래도 1용제께서 친히 소집령을 내리신 상황이니,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죠.”

제1용제 크루아흐.

모든 용족의 정점인 그가 친히 소집령을 내릴 만큼 큰 문제라는 것.

종리추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알아서 하도록.”

더 이상의 질책은 가하지 않았다.

그제야 마음이 좀 편해진 것일까?

“그래도 너무 고깝게 생각하진 말아요.”

이전처럼 색기 어린 미소를 머금는 데피나.

“저쪽에 아시아의 선발권이 있긴 하지만, 그건 지난번에 데릭과 이야기가 다 되었잖아요?”

그녀는 대륙 대표전이 끝난 후.

이곳을 방문했던 데릭을 운운하며.

“이번엔 선계 측에도 이를 갈고 있으니, 저희가 빠져도 상황은 잘 돌아갈 거예요.”

등을 돌린 종리추의 어깨를 부드럽게 쓸었다.

그에 맞춰.

우웅.

멀지 않은 곳의 허공이 일렁거린다.

“후후. 양반은 못 된다니까?”

이를 본 데피나는 픽 웃음을 흘리며.

또각.

“그럼, 종리추. 행운을 빌어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길마님. 팔선과의…… 음?”

일렁이는 공간에서 현재와 어울리지 않는 도복의 남성이 걸어 나온다.

그는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했으나.

“본부대로 팔선과의 연결을 끝마쳤습니다.”

곧 대륙성 특유의 예를 차리며 보고했고.

“……수고했다.”

고개를 끄덕인 종리추는 문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숙부.”

“부, 불렀니? 아니. 부르셨습니까!”

기다렸다는 듯.

대륙성의 부길마 종완지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메리칸 드림에 연락을 넣으십시오. 우린 준비가 끝났다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용족이 없으니, 적합자들과 동행할 인원을 더 꾸려야 할 것입니다.”

“물론이지요! 차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곤 다시 문을 나서는 종완지.

그런 숙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종리추는.

“신화급 무구도 사용이 가능하겠지?”

도복의 남성을 돌아봤다.

“물론입니다. 대가만 지불한다면 얼마든지 대여할 수 있습니다.”

자신 있게 답해오는 도복의 남성.

“너희 적합자는 우리 대륙성에 중요한 자원이다.”

“예.”

“철춘류 때와 같은 일이 두 번 벌어져선 안 될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그의 확답을 받은 종리추는 시선을 돌려, 뻥 뚫린 창밖을 내려다봤다.

시내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광경.

한데 어째서일까?

‘김시문, 네놈은 분명 강하다만…….’

종리추의 시선은 저 화려한 시내의 야경이 아닌.

‘한 손으로 열 손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보다 더 먼 어느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이내.

[미국 기준 00시 00분이 되었습니다.]

[NO. 274 지구의 차원대항전이 시작됩니다.]

차원대항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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