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7화
347화. 차원 보상 (2)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열이 단박에 식는다.
무리도 아니었다.
선계의 신왕인 옥황상제.
감히 그를 만류하는 성좌가 있다니?
심지어.
[성좌 옥황상제가 ‘이게 무슨 짓이오. 황제.’ 불쾌감을 표합니다.]
불쾌감을 토로하면서도.
옥황상제는 저 황제라는 성좌를 반존대하지 않는가?
이는 다시 말해.
‘옥황상제보다 높은 서열의 성좌란 말인가?’
저 황제라는 성좌가 선계의 신왕인 옥황상제보다 더 높은 서열의 존재라는 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성좌 황제가 ‘진정하게나. 이건 그대답지 않아.’ 작게 고개를 젓습니다.]
반하대에 가까운 어조로 답하는 황제.
그것이 불쾌했던 것일까?
[성좌 옥황상제가 ‘답지 않다? 헌원. 현 옥황상제는 그대가 아닌 본인이오.’ 얼굴을 찌푸립니다.]
아까보다 더욱 선명한 불쾌감을 표하는 옥황상제.
그러나 싸울 마음은 없는 것인지.
[성좌 황제가 ‘알고 있네. 내 말은 그저 작금의 행동이 북방의 천제답지 않다는 말일세.’ 양손을 들어 보입니다.]
황제는 반하대의 어조와 달리.
싸울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혀왔고.
그에.
[성좌 옥황상제가 ‘음.’ 옥좌로 몸을 누입니다.]
[성좌 황제가 ‘이미 벌어진 일일세. 당장 시비를 가리기보다는, 향후를 기약해야 하지 않겠나?’ 부드럽게 말합니다.]
[성좌 옥황상제가 ‘틀린 말은 아니지. 좋소.’ 고개를 까딱입니다.]
옥황상제 역시 한층 차분해진 모습을 보여왔다.
만족한 것인지.
[성좌 황제가 ‘종리추. 너의 억울함은 어느 정도 납득하는 바이다.’ 당신을 응시합니다.]
이제 종리추를 향하는 황제의 시선.
[성좌 황제가 ‘나타는 분명 강한 성좌이나, 얌이라니? 상대가 나빴느니라.’ 턱을 쓸어내립니다.]
그의 말에.
“얌?”
종리추는 눈매를 꿈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체 뭐 하는 성좌길래 나타보다 강한 것이오?”
웨이르도 몇 번이나 외쳤던 성좌 얌.
데피나와 선계를 통해 제법 다양한 성좌들을 알게 된 종리추의 입장에선.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성좌이지 않은가?
하나.
[성좌 황제가 ‘깊이 알 것은 없느니라. 잊혀 가는 고대의 성좌이니.’ 어깨를 으쓱입니다.]
이어지는 황제의 말에, 종리추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옥황상제를 반 하대하는 존재다.
그런 이가 ‘고대’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정도면.
‘정말 까마득히 오래된 성좌인가 보군.’
인간의 입장에선 상상치도 못할 오랜 세월의 존재라는 뜻일 터.
그만큼 격 역시 예사롭지 않을 테니.
아무리 선계 소속 상위서열의 성좌인 나타라 한들.
비빌 수 없는 노릇이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쯧.”
짜증스럽게 혀를 차는 종리추.
이유는 간단했다.
‘한데 김시문 그놈은…….’
권능을 공명시키는 웨이르의 음파 공격이야 그렇다 치지만.
‘그런 얌의 창을 든 웨이르와 막상막하로 붙었단 말인가?’
얌의 창을 거머쥔 웨이르와 접전을 펼치지 않았나?
물론 뒤편에 버프와 디버프를 주던 기묘한 방첨탑이 있기도 했고.
물과 상극인 불의 힘을 담은 검까지 휘둘렀다곤 하지만.
애당초 디버프나 상극을 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웨이르의 배후성.
성좌 얌에 비해 격이 밀리지 않으니, 성립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종리추의 마음을 꿰뚫은 것일까?
[성좌 황제가 ‘종리추.’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냅니다.]
사색에 빠진 종리추의 앞으로 떠오르는 황제의 반응.
이를 본 종리추는 고개를 들었고.
[성좌 황제가 ‘과인은 자네를 높이 평가한다. 하나 이번 패배에, 자네의 책임도 없지 않느니라.’ 턱을 굅니다.]
눈매를 꿈틀했다.
패배.
그가 가장 혐오하는 단어를 버젓이 거론하고 있지 않나?
하지만.
아까 옥황상제에게처럼 즉각적인 감정은 표출하지 않았다.
단순히 성좌 황제가 옥황상제에게 반하대 하는 존재라서가 아니었다.
“……알고 있소.”
비록 이렇게 성을 표출하긴 했지만.
사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상황이 어떻든.
지금 내 배후성의 격이 어떻든 간에.
‘결국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내 실력일 테니…….’
결국 패배의 근본적인 원인은 본인의 실력 아니던가?
수중전이라는 불리한 환경에도 대처할 만한 힘이나 방안이 있어야 했고.
배후성의 격이 밀린다면 그를 찍어누를 만한 힘이 있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라면 응당 그래야 했다.
그 어떤 변명보단 개인의 능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러했던 마음가짐이 지금의 랭커인 자신.
창왕 종리추라는 이를 있게 만들지 않았나?
‘내가 그동안 너무 해이했다.’
용족과 선계라는 강력한 동맹의 후원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스스로의 단련을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작금의 차원 대항전에서의 활약이 그 결과고 말이다.
종리추의 달라지는 눈빛을 본 것일까?
[성좌 황제가 ‘과연. 우리 오제의 안목은 틀리지 않는군.’ 흡족스럽게 웃습니다.]
[성좌 옥황상제가 ‘으음.’ 만족스러운 눈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두 성좌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고.
곧.
[성좌 황제가 ‘이번 일의 정리는 이만하면 된 것 같으니. 본격적인 방안을 논하지.’ 옥황상제를 흘낏합니다.]
[성좌 옥황상제가 ‘좋소. 종리추? 앞으로는 나타가 아닌, 우리 오제가 직접 널 후원할 것이다.’ 당신을 바라봅니다.]
결과가 되어 앞으로 나타났다.
설마 직접 나설지는 몰랐는지.
“날 직접?”
종리추는 답지 않게 되물었고.
[성좌 옥황상제가 ‘그렇다. 너에 한해서이긴 하겠지만.’ 고개를 끄덕입니다.]
확신을 담아 주는 옥황상제.
[성좌 황제가 ‘하나 그만큼, 자네 역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무엇이 얼마가 되었던’ 미묘한 미소를 걸칩니다.]
그리고 황제의 발언에.
“…….”
종리추는 잠시 침묵했으나 그뿐.
무려 선계의 신왕.
또한 그 급으로 보이는 성좌들의 후원이다.
작금의 시점에선 결코 거부할 이유가 없었기에.
종리추는 어느새 노기를 완전히 벗어 던지고.
“……좋소.”
번뜩이는 눈으로 두 성좌를 바라봤다.
아주.
“내가 뭘 얼마나, 어떻게 더 바치면 되겠소?”
잔혹할 정도로.
* * *
[차원 대항전에서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활약에 따라 클리어 보상이 증가합니다.]
[차원 대항전의 보상은 고정된 값으로 지급됩니다.]
[레벨이 30 올랐습니다.]
눈앞으로 우르르 떠오르는 보상들.
지난 대륙 대표전에서도 그랬듯이.
이 중 특히나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역시 고정값이네.”
‘고정된 값’으로 지급되는 경험치 보상 때문이었다.
본디 다이아 랭크대부터 점차 힘들어지는 것이 레벨업 아니던가?
물론 여러 특수한 상황이나 아레나, 운 등으로 지금껏 고랭크 치고도 많은 경험치를 획득하긴 했으나.
현자의 돌과 항상 그 보상 경험치를 나눠야 했던 시문이었다.
하지만.
[귀속된 특성 ‘현자의 돌’ 역시 같은 양의 경험치를 분배받습니다.]
[현자의 돌 레벨이 30 상승했습니다.]
‘고정된 값’의 위력은 지난 대륙 대표전처럼.
현자의 돌에 그대로 적용되었기에.
둘이 합쳐 무려 60레벨업이라는 보상을 받은 것이다.
“아. 달다.”
짧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무리도 아니었다.
고정값으로 10이 올랐던 지난 대륙 대표전에 비해, 3배나 늘어났음은 물론.
‘마스터 데뷔전에도 30업을 했었는데…….’
차원 대항전 이전에 치렀던 마스터 데뷔전.
거기서 압도적인 1등을 달성하고 얻었던 레벨업 보상이 딱 30레벨업 아니었던가?
당시 현자의 돌이 25레벨업을 한 것을 돌아보자면.
‘또 30레벨업을 할 줄이야.’
무척이나 고무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업적 ‘첫 차원 대항전’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20,000점을 획득합니다.]
대륙 대표전 때와 마찬가지로 떠오르는 업적 보상.
심지어 첫 차원 대항전이기에.
[지구 최초로 ‘차원 대항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20,000점을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업적 공적치 1,000,000점을 획득합니다.]
당연히 최초 업적 보상도 함께 지급되었다.
또한 업적 공적치를 100만이나 얻은 탓인지.
[업적 공적치가 일정 단계에 도달하였습니다.]
[업적 상점에 ‘힘 스탯 +4’ 항목이 ‘힘 스탯 +5’ 항목으로 상향됩니다.]
[업적 상점에 ‘민첩 스탯 +4’ 항목이 ‘민첩 스탯 +5’ 항목으로 상향…….]
[업적 상점에 ‘체력 스탯 +4’ 항목이 ‘체력 스탯 +5’…….]
[업적 상점에 ‘랜덤 스탯 +4’ 항목이 ‘랜덤…….’]
업적 상점의 스탯 항목 역시 일제히 상향되었다.
시문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스탯 항목도 잘 오르고 있네.’
초기 업적 상점에 스탯 판매가 +1이었던 때에 비교하자면.
‘가격도 그대로고.’
같은 값에 무려 5배나 뛰었으니.
‘이 정도면 가끔 스탯 구매에 투자해도 되겠어.’
스탯 구매에 업적 포인트를 써도 그리 아쉽지는 않으리라.
물론 스탯 항목을 더욱 키워서 구매하는 게 이득이긴 하겠지만.
사실 그리 따지면 끝도 없는 영역이기도 했으니까.
“그나저나…….”
업적 상점창을 치운 시문은 다시 업적창의 보상을 훑었다.
‘전체적으로 대륙 대표전 때의 딱 2배에 달하는 수치네.’
업적 포인트는 각각 1만 점씩, 업적 공적치는 50만 점이었던 대륙 대표전.
그때에 2배에 달하는 수치였으니.
‘천마신공 6성도 그렇고. 이 정도면 차원 대항전에서의 출혈이 좀 해결되겠어.’
3, 4경기의 신화급 무구들과 아르스 마그나도 그렇고.
특히 5경기에서 연성했던 천마신공의 6성.
무려 업적 포인트를 10만이나 잡아먹은 연성 아니었던가?
물론 이전에 얻은 업적 포인트들도 제법 여유가 있었다지만.
그래도 10만은 상당한 출혈인 부분이었다.
“어디 확인 좀 해 볼까.”
시문은 스탯도 올릴 겸.
즉시 상태창을 열곤, 하단으로 시선을 내렸다.
‘이번에 얻은 30스탯을 전부 연성력에 더하면…….’
호문쿨루스 시준의 연성으로 얻었던 50의 연성력.
덕분에 647이었던 연성력은 이번 30을 더해 677이 되었다.
여기다 왕들의 픽 +6까지 더하면 총 연성력은 683.
그 어마어마한 수치에 감탄사를 흘릴 법도 하건만.
“음.”
시문은 침음 섞인 숨을 내쉬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미카엘이 왕들의 픽에 추가되지 않았네.’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신왕급 성좌 미카엘.
그 후로 몇 번이고 성궤를 사용하긴 했었으나.
‘하긴. 미션 자체를 준 적이 없었으니.’
미카엘은 좀처럼 왕들의 픽 갱신 조건인 개인적인 ‘미션’을 걸어온 적이 없었으니까.
다소 아쉬운 상황이긴 했지만.
시문은 조급함 대신.
‘뭐, 미카엘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어깨를 으쓱이며 넘어갔다.
향락의 요람에서도 그렇고.
가장 마지막에 만났으나, 최초로 자신이 강림시킨 신왕급 성좌 아니던가?
미카엘과의 유대감도 확실하고, 당장 스탯 1이 아쉬운 상황도 아니니.
굳이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스탯을 정리한 시문은 업적 포인트로 시선을 옮겼다.
“업적 포인트는 총 138,000점이라…… 많이도 남았네.”
138,000점.
아무리 방금 보상으로 4만 점을 얻었다지만.
이는 상당한 수치였다.
하나.
‘당장 쓸 만한 곳은 세계수의 씨앗 정돈데…….’
보유 업적 포인트가 10만 점이 넘었다 한들.
쓰일 곳은 세계수의 씨앗으로 한정적이었다.
옵시디언 타블렛이나 천마신공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엔.
이젠 10만 점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니까.
고로.
“저번처럼 일단 넣자.”
성장 버프가 올라가는 세계수의 씨앗을 연성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 터.
어차피 빨리 투자할수록 빛을 보는 연성물이기도 하니 말이다.
따악.
튕겨지는 손가락.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90,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본래 2만 점이었던 씨앗 조각에 3만 점씩 소모했으니.
총 3번의 연성을 위해 9만 점을 요구하는 세계수의 씨앗.
‘이러면 업적 포인트도 48,000점 정도가 남으니. 예상외의 문제가 생겨도 충분하겠지.’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린 시문은 곧 ‘예’를 택했고.
파츠츠!
손가락 끝으로 연성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샤르르.
싱그러운 이명이 들려왔다.
시문이 연성된 세 개의 씨앗 조각을 움켜쥐자.
[세계수의 씨앗 조각을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세계수의 동반자’의 옵션이 성장합니다.]
[칭호 ‘세계수의 동반자’의 성장에 따라, 소속 길드의 버프가 향상됩니다.]
익숙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어디 보자, 이러면 세계수의 버프 총합이…….”
무려 3번이나 상승한 세계수의 버프.
그 자세한 수치를 확인하려던 순간.
[세계수의 성장치가 최대에 달했습니다.]
[조건이 부족합니다.]
[세계수의 성장이 일시 정지됩니다.]
예상치도 못한 내용의 메시지가 시문의 앞을 가로막았고.
“응? 이게 무슨…….”
시문이 당황과 의문을 표할 틈도 없이.
-시문 님. 잠시 이곳에 들르실 수 있으신지요?
에르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