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38화 (3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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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修道者)(1)

우우웅-

머릿속에, 한 권 분량의 법결(法訣)이 둥실둥실 떠다닌다.

나는 그 법결들을 살펴보며 그 내용을 파악해갔다.

법결의 이름은 은식술(隱識術)이라는 법술로, 자신의 의식(意識)을 숨겨서 경지를 조금 낮아보이게 할 수 있는 법술이었다.

법력이 아닌 의식의 운용만으로 펼칠 수 있었다.

또한, 은식술의 기본 원리는 자신의 의식을 압축시켜서 상단전 안으로 밀어넣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의식의 크기는 작아져도, 한시적으로 의식의 밀도가 높아지고 한순간 의식이 정순해지기에, 수도공법의 수련 속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의(意)를 다루는 법결인 탓인가, 월수궁무록, 월수월무록과도 어느 정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군.'

나는 찬찬히 곱사등이 노인이 남긴 법결을 전부 탐독했다.

그리고 법결의 최후반부의 남겨진 노인의 전언(傳言) 역시 읽을 수 있었다.

[오기조원에 이른 무림인의 의식은 여타의 수도자들보다 비대하나, 어줍짢은 오영근을 가지고서 잘난척하지 말아라. 그저 네 빼어남을 숨기며 수련에 매진하거라. 어울리지 않는 애매한 자질은 그조차 없는 이들에게 질시를 사기 마련이니.]

"...좋은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작게 곱사등이 노인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표하고, 김영훈을 잠시 근처에 앉혀놓았다.

그런 후, 나는 인근에 있는 비적무리를 떠올렸다.

'투호단이라는 놈들이었지.'

녀석들에겐 각별한 기억이 있었다.

회귀를 경험하기 이전.

최초의 삶.

그 당시 마을에 흉년이 들었을 때, 내가 살던 마을에 쳐들어와 있는 재산 없는 재산을 모조리 약탈해간 비적단.

파앙, 팡!

나는 허공을 박차며, 녀석들의 근거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연산성 인근이라면, 연국 그 어느 곳의 지리보다도 해박했다.

이내 투호단이 자리를 잡은 동굴에 도착한 나는, 익숙한 악취에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술 내음. 썩은 채소 내음. 말라붙은 정액 내음. 녹이 슨 병장기 내음. 씻지 않아 피부를 흐르는 땟국물 내음.

그래, 총체적인... 가난과 무지, 폭력의 내음들.

나는 이 내음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최초의 삶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여봐라. 모두 나와라."

나는 작게, 그러나 또렷하게.

투호단이 자리를 잡은 굴 안쪽으로 말했다.

딸꾹, 딸꾹..

대낮부터 술에 취해 얼굴이 벌건 투호단의 단원 하나가, 유엽도를 한 자루 든 채 비틀거리며 내게 걸어왔다.

"넌 뭐여 쒸펄..."

"하하하하..."

그 멍청하고 한심한 모습에, 나는 오히려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절정 초기에 들었을 당시,

일각만에 몰살시켰던 계호수로채도 이 놈들보다는 체계적이고 수준이 높았다.

정말, 비천하고 한심한 도적놈들.

그것이 투호단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투호단 놈들의 발 아래에 머리를 조아리며, 가진 것을 전부 꺼내와 바치고 살려달라며 빈 기억도 있었다.

"너, 이 쉐끼 가암히 우리 대 투호단에 와서어..."

"살기가 힘들었겠지?"

"뭐어..?"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기회를 가지고 태어나기를."

투욱!

검은 커녕, 기수식도 필요 없다.

주먹을 쥘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저, 손가락을 뻗어 술에 취한 투호단원의 머리를 툭 쳤다.

그리고, 어리둥절하던 투호단원은 이내 두 눈을 뒤집고 입에서 거품을 물며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손가락으로 발경의 수법을 사용하여, 뇌를 일수에 파열시켜버렸다.

고통은 없었으리라.

나는 악취가 나는 동굴로 들어가며, 최초의 삶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투호단은 악랄한 놈들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이들은 대다수가 농민 출신이었다.

살기가 힘들어서, 지주들에게 땅을 빼앗겨서, 고향을 버리고 떠나와 도적이 된 이들.

어쩌면 나 역시도 조금만 더 의지가 약했더라면 이들과 같이 있었을 터.

이들은, 어쩌면 나의 비참했던 첫 삶에의 또 다른 가능성이었다.

투욱, 툭!

나는 만나는 이들의 머리를 전부 짚어주며, 뇌를 진탕시켜 일격에 절명시켜버렸다.

가엾은 이들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죄인이었다.

동굴로 더욱 깊숙히 들어가자, 납치당한 사람들과 여인들이 헐벗은 채 나뒹굴고 있었다.

난 그들의 수면혈을 짚고, 조용히 투호단의 사람들을 격살시켰다.

그렇게 얼마나 동굴 안을 거닐었을까, 나는 동굴의 끝자락.

그곳에서 술을 진탕 퍼마시고 있는 수염이 덥수룩한 거한을 마주했다.

투호단의 단주였다.

"...당신은 어쩐 일로 이런 비적단을 운용하시게 되었소?"

"끄음..."

술로 병나발을 불던 거한은,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내가 아는 자였다.

최초의 삶에서 가장 앞장서서 내 마을을 불태웠던 이였으니까.

그러나 이제와서 보니, 이자는 고작해야 이류무사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다.

"...뭐 별거 있나. 삶이 고통스러우니 나 말고 딴 놈들 행복을 뺏어오면 좀 삶이 나아질까 했지."

"그래서, 삶이 조금 나아지셨소?"

"하하, 보면 모르시나? 내가 지금 행복해 보이시오? 삶은 곧 고통이외다."

"삶이 왜 고통이오?"

"그야... 음. 고통이니까 고통이지. 말이 필요한가."

삶은 곧 고통이라.

나는 어쩐지 그 말에 공감이 되는 듯 했다.

분명 이 자와 나는, 다른 위치에, 다른 사정과 상황에 놓였있었으나.

나는 어쩐지 그에게서 내 예전 모습을 겹쳐볼 수 있었다.

삶에게서 고통을 부여받지만, 왜 고통스러운지 그 이유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하고 약소했던 나 자신의 모습.

나는 또 다른 약자의 모습을 통해, 내 지난 세월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맞소. 삶은 곧 고통이지."

"끅끅. 그래... 삶은 정말..."

"하지만..."

나는 안쓰러운 눈으로 투호단주를 바라보았다.

"내가 살아보니, 고통이 끝은 아니더이다."

투욱

내 손이 투호단주의 머리를 살짝 밀었다.

내가 손끝으로 밀어넣은 경파에, 투호단주의 뇌는 그대로 파열되었고, 그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그 역시 편안하게 갔으리라.

나는 투호단의 거처에서 몇 냥의 은전과 돈을 챙기고, 다시 그곳에서 나왔다.

그리고, 동굴 바깥의 햇살을 받으며, 최초의 삶에서 나를 괴롭혔던 악몽에서도 나올 수 있었다.

나는 투호단에서 받은 은전을 가지고 연산성에 가, 나와 김영훈의 호패를 만들고 의복을 샀다.

그런 후 나는 성내의 사파무리에 쳐들어가 사파들을 전부 정리해버렸다.

사파무리를 정리하며 나온 금괴와 그들의 재산을 팔아 적당한 장원을 산 후, 나는 김영훈의 교육에 매진하였다.

약 한 달의 시간후.

김영훈은 오기조원의 경지에 이른 나의 가르침에 따라, 익숙하게 삼화취정의 경지를 밟았다.

우우웅-

세 송이의 기화(氣花)가 허공에서 피어나며, 곧이어 다시 김영훈의 체내로 들어갔다.

얼마 후 김영훈의 눈에 정광이 깃들었고, 그는 새로 얻은 감각이 신기한듯, 의념을 움직여보며 이리저리 초식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의 의념이 나의 의식영역에 맞닿았다.

"...! 아니, 잠깐. 그나저나 서은현이... 자네가 가진 그... 그 의념은 도대체..."

그는 내 미간을 중심으로, 나를 원구형으로 둘러싼 의식이 신기하였는지 한참을 쳐다보았다.

나는 씨익 웃으며, 연무장에서 한 자루의 도를 꺼내어, 기수식을 잡았다.

그리고, 빠르게 단맥도법을 펼쳐보였다.

단맥도, 1초 뫼얼

도를 들고, 상단세와 하단세를 동시에 가격한다.

단맥도, 2초 산지기

도를 사방팔방으로 난무하며 회전하여 이 영역 안으로 누구도 들어올 수 없게 공방일체를 취한다.

단맥도, 3초 산능성이

첩첩이 이어진 산능성이와 같이 끊이지 않는 검기를 뿜으며 검무를 춘다.

단맥도, 4초 산바람

보이지도 않을 빠르기도 상대를 찔러 상대의 흐름을 끊는다.

단맥도, 5초 산열림

산수화의 초식보다 훨씬 더 흉폭한 도신의 난무가 사방팔방으로 펴져나간다.

단맥도, 6초 산새

경쾌한 보법을 밟으며, 눈에 보이지도 않을 빠르기로 도를 휘둘러 주변을 쳐낸다. 그리하여 이 경쾌한 발걸음을 누구도 막을 수 없게 하며 파고들어 도를 휘두른다.

단맥도, 7초 산울림

도명(刀鳴)이 울려퍼지며, 기운을 빠르게 진동시켜 그 진동에 닿는 모든 것을 분쇄해 버린다.

단맥도, 8초 산소리

도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파(波)의 형태로 뿜어진다. 산명곡응과 9할 이상이 똑같은 초식.

단맥도, 9초 산허리

도기가 지반을 파고들며, 강력한 도흔(刀痕)을 남기고 그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단맥도, 10초 용릉(龍陵)

마치 용이 언덕 위에서 승천하듯이, 도의 끝이 움틀거리며 마구 짓쳐든다.

단맥도, 11초 백두(白頭)

승천한 용의 머리가 새하얗게 백열하며 구름을 뚫는다. 짓쳐든 도신을 잡고 열 갈래로 올려벤다.

단맥도, 12초 대간(大幹)

열 갈래의 도기가 모두 한 갈래로 이어지며 천년거석마저 베어낼 일참으로 변모한다.

단맥도, 13초 월산(越山)

단악검의 월악과도 비슷하나, 수 배는 빠른 일참이 허공을 가른다.

단맥도, 14초 환향(還鄕)

참격의 너머로 수십 갈래의 도기를 쏘아보내며 합을 나눈다.

단맥도, 15초 도묘(刀墓)

단맥도법의 1초부터 14초까지의 모든 초식을 일합에 쏟아붓는다.

단맥도, 16초 산외산부진(山外山不盡)

마지막, 17초...

파아앗!

나는 단맥도에 존재하는 열 일곱개의 초식을 전부 펼쳐내었다.

단맥도의 16, 17초는 단악검법의 23, 24초와 완전히 같은 초식이었고.

그 외에도 단맥도법은 기본적으로 단악검법과 상당히 비슷한 검초였다.

애초에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무공이었으니, 이상할 것은 없었다.

나는 멍하니 내 도를 바라보는 김영훈에게 도를 건내주며 말했다.

"방금 보셨겠지요?"

"...봤네."

방금 내가 펼친 것은 단순한 도법이 아니었다.

오기조원의 깨달음을 섞어, 도법 안에 수천 갈래의 의념을 섞어내며 보여주었다.

아마, 그가 방금 본 단맥도의 정화를 계속해서 탐구하다보면, 언젠가는 오기조원에 이를 수 있을 터였다.

"자네는 정말... 천재로군. 어떻게 이런 수준 높은 무학을..."

그가 탄성을 터트리며 말했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천재라.

"...저는, 천재는 아닙니다. 다른 회사 동료들이 그랬듯, 조금 특이한 능력을 각성한 거지요. 그 능력으로 인해 오기조원의 경지까지는 바로 도달할 수 있었지만, 이 이후는 무립니다."

그가 오해하지 않도록 말해주었으나, 그의 짧은 한 마디는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었다.

천재.

나의 지난 모든 삶을, 그 짧은 단어 하나로 일축하는 한 마디.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부정할수도 없었다.

세상에는, 나의 지난 삶과도 같은 기회를 얻지도 못한 이들이 널리고 또 널렸으니까.

나는 천재라는 단어에 반박하는 대신, 김영훈의 무공을 짚어주며, 그에게 문자와 말을 가르치고, 무학을 가르쳤다.

그렇게 3개월 후.

그가 문자와 말을 전부 익히고, 무공에 익숙해 질 때 쯤.

나는 월수월무록을 장원에 남기고, 오기조원에 올랐을 때 읽어보라는 말과 함께 장원을 떠났다.

이번 생에는, 그와 큰 인연을 못 가질지도 몰랐으니.

* * *

나는 김영훈과 떨어져, 서경성으로 향했다.

서경성에 잠입한 나는 월수궁무록과 월수월무록을 운용하며 빠르게 황성에 침입했다.

그리고.

슈칵!

나는 월수궁무록으로 그의 의식영역을 베어내고 접근해, 소리소문없이 황제 막리정의 수급을 베어냈다.

현 시점에서는 암중호위대가 창설되지 않은 모양인지, 막리정을 호위하는 인원들은 근위대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막리정의 수급을 들고,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법술과 결계를 베어내며,

무사히 황궁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황궁을 빠져나온 나는 발걸음을 놀리며, 몇날며칠을 걸려 익숙한 지형으로 들어섰다.

진씨세가의 영지가 있는 곳.

우우웅-

이전에는 몰랐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진씨세가의 영지.

그곳에 펼쳐진 결계의 영기가 훤히 보였다.

의식을 각성하며 천지영기를 볼 수 있게 된 덕인듯 싶었다.

진씨세가의 결계가 한밤중의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이 정도라면... 어렵지 않겠군.'

나는 어렵지 않게 진씨세가의 결계의 틈새를 베고 들어가, 그들의 영지에 몰래 진입하였다.

진씨세가의 영지라고는 하나, 대개 저계 연기기 수도자들이 모무는 곳이었고,

영지내의 대다수의 인원은 수도공법과는 인연이 없는 범인들인 탓인지.

결계가 그렇게 대단한 수준이 아닌 덕이었다.

나는 월수궁무록으로 존재감을 완전히 삭제하고, 익숙한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 옆.

단체숙소.

그곳에서 수많은 숨소리와 의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벅, 저벅

나는 천천히 숙소로 들어갔다.

땀 내음이 진동한다.

울컥

나는 어쩐지, 그 광경을 보자 가슴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제자들.

아니, 지난 시간선에서 제자였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이제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기억하는 아이들은, 나에게 훈련을 받았고, 나와 무학을 발전시켰으며, 나와 함께 성장해온 아이들이었다.

그래, 이 아이들은 내가 아는 아이들과 동일한 존재일지언정,

동일한 대상은 아니었다.

내가 알던 제자들은,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잠을 자면서도 고통스러우냐."

나는 잠을 자는 아이들의 의념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아마 친지가 막리세가 수도자에게 살해당하던 악몽을 꾸는 듯.

대다수의 의념은 칙칙한 빛을 뿜고 있었다.

이 아이들에겐, 지금의 삶은 고통밖에 없을 터.

'이 아이들은 분명 내 제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래도... 나는 너희들을 모른 척할 수는 없겠구나.'

내가 살아보니, 고통만이 끝은 아니었다.

터억..

나는 막리정의 수급을 훈련장 한 가운데에 올려놓았다.

그런 후, 잠을 자는 아이들을 뒤돌아보며, 작게 읊조렸다.

"살거라."

비록 삶이 곧 고통일지라도, 그것만이 끝은 아니니까.

고통 말고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삶은 충분한 가치를 지녔을 테니까.

"부디... 살아다오."

제자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웃어준 나는, 진씨세가의 영지 뒷편 창고로 갔다.

음산한 기운에 잔뜩 휩싸인 창고.

나는 창고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곳에는 수백개의 수정구슬이 늘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각각의 원혼들이 깃들어 있었다.

스릉-

나는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죽은 분들은, 부디 그 한을 덜어내고 편안히 쉬십시오."

번쩍!

검에서 뻗어나온 검강은, 일순간 사방으로 비산하며, 수정구슬들에 박혔다.

수백개의 수정구슬들이 일거에 쪼개지며, 그 안에서 원혼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포옹, 퐁-

정작 구슬 안을 빠져나온 원혼들은, 어느새 그 한을 잊어버리고 맑은 빛으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무수한 이들의 원신이 하늘로 날아오르다, 어느덧 사라지는 그 광경은, 무언가 아련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잠시 그 광경을 지켜본 나는, 창고를 나와 허공을 박찼다.

무언가 안쪽의 법술을 건드린 모양인지, 창고 주변의 주술문자들이 잔뜩 활성화 되었으나, 나는 영기의 결들을 베어내며 빠르게 주술문자들의 포위를 벗어났다.

그런 후, 나는 황급히 진씨세가의 영지를 벗어나며, 마음 속으로 제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잘 있거라.'

이번 생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기를.

진씨세가의 영지를 벗어난 나는 연국의 국경으로 향했다.

국경 너머, 벽라국(碧羅國).

그곳에 있다는 청문세가(淸汶勢家)로 찾아갈 계획이었다.

청문세가로 가, 수도자(修道者)의 길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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