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57화 (57/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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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뢰(天雷)(3)

스승님은 청문세가 본가에 계신다.

투도를 지향하는 가문인 청문세가에 본가 인원이라는 것은.

투선회 서열 50위 안에 들어가야만 가능한 것이었으며, 스승님이 본디 청문세가의 최중요직이었음을 의미하였다.

그리고, 일반적인 가문이라면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모를 나같은 놈팽이가 갑자기 한 가문의 최고 요직에 있는 장로를 만나기란 본디 요원한 일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가문이라면.

"이번 청문세가가 주도하는 투련회(鬪練會) 참가 신청자는 이쪽으로 오시오!"

청문세가는, 시조인 창호자를 본받아서 투도를 숭앙하는 가문이었으며.

본가에서 청문씨들을 위해 열리는 투선회를 제하고도, 몇 년에 한번씩 저렇게 외부 가원을 충당하기 위해 투련회라는 명목으로 산수(散修)들을 모아 비무대회를 벌였다.

투련회 우승자와 차석, 삼위는 전부 청문세가의 외부 가원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결승 진출자들은 가문의 하청 산수가 될 자격을 얻는 식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투련회 우승자는 청문세가에 우승자의 권한으로 아주 작은 소원을 빌 자격을 가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만나고 싶었던 축기기 장로와 한 시진 정도 대면하여 가르침을 받는다든지 하는 정도의 소원 말이었다.

"접수 받았소. 다음!"

나는 접수처로 걸어가며 접수관에게 말했다.

"이름 서은현. 출신은 벽라국 천색성. 경지는 연기기 9성 오행진의. 토 속성 공법을 익히고 있소."

"음? 연기기 9성?"

내 말에, 접수관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접수관은 연기기 6성의 청문가 외부 구성원이었다.

"아니... 선배님? 선배님의 수준이라면 굳이 투련회에 참석하시지 않으셔도, 청문세가 외부 가원 모집신청을 하시고 인성면접을 보신다면 바로 외부 구성원이 되실 수 있으십니다."

하청산수들이야, 연기기 2, 3성이 대부분이었고.

외부 구성원들도 연기기 4~9성 정도가 다반수였다.

그 이상의 수도자는 청문세가에서 준 혈족 취급을 하였고.

만약 연기기 11성 이상의 수도자가 나이가 어리다면 방계혈족과 혼인시켜 데릴사위로 들이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승천문이 열리기 이전, 전 대륙에 연기기 수도자가 흔했을 때에야 일반적인 취급을 받는 것이 연기기 9성이었지만.

승천문이 열리고 난다긴다 하는 수도선파들이 상계로 비승한 지금.

수도자라는 존재 자체가 많이 희귀해졌기에, 연기기 9성만 되어도 각 수도가문에서 상당한 취급을 받는다 하였다.

당장 투련회에서 우승하는 일반적인 수도자들도 보통은 연기기 5, 6성 수도자들이었는데 갑자기 나 같은 거물이 나타난 것이었다.

내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자, 투련회 참가자들이 헛기침을 하며 애써 시선을 피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하, 아무래도 처음 청문세가 접수처에 찾아오신 분들은 많이 헷갈리시곤 합니다. 후배가 제대로 된 곳으로 안내해드릴 테니..."

"아니 괜찮소. 본인 역시 청문세가에서 자랑하는 투련회를 늘 흠모해 왔다오. 부디 투련회에 참석하게 해 주시오."

"아... 그것이.."

"내 알기로 청문세가에서 주최하는 투련회에는 축기기 수도자만 아니면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는 것으로 아오만."

"아니.."

접수관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참가하기는 힘들다 했으나, 청문세가의 가율을 전부 꾀고 있는 내가 조목조목 반박하자 한숨을 쉬며 나를 신청란에 기입해 주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수도자들의 의념의 색이 가지각색으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접수처 바깥으로 나서고, 내 의식도 전부 건물을 빠져나가자 접수처 안에서 한숨을 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성격도 나쁜 선배로군."

"굳이 투련회에 참석해서 후배들을 짓밟고 청문세가로 들어가겠다는 건가..?"

"제길, 연기기 9성을 어떻게 이겨! 그냥 저 선배는 부전승으로 쭉 올려버리면 안 되나?"

내 의식영역 바깥이라고 나를 향한 험담과 짜증을 토로 하는 모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환골탈태를 하고 내단을 얻어낸 내 청각에는 그들이 떠드는 소리가 의식영역 바깥에서도 다 들려왔다.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일반적인 외부 구성원은 공을 세우지 않는 이상 딱히 청문세가 장로를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투련회 우승자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게다가, 이번 삶에서는 딱히 청문세가에 들어갈 생각도 없고.'

투련회 우승자라고 무조건 외부 구성원이 되는 건 아니다.

내가 외부 구성원 자격을 포기하면 자연스레 다른 이에게 자격이 돌아갈 것이다.

나는 투련회 참가패를 들고 청문세가의 영지로 들어가 쉬었다.

* * *

한 달 후.

투련회가 열렸다.

"...우승자, 서은현!"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가 우승하였다.

전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연기기 2, 3성의 참가자들.

우승자가 아닌 하청산수 자리라도 노리고 왔던 이들은 나와 만나자마자 기권했고.

4, 5성의 수도자들은 내 일격을 받아내는 이가 없었다.

그나마 6성, 팔괘완로를 달성한 정도의 수도자들이 어느 정도 나와 법술대결이 성립되었으나, 압도적인 법력차로 패배해 버렸다.

나 역시 이제는 연기기 저계 수도자들 정도는 체급으로 찍어누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2, 3성 수도자들이 내게 기개있게 도전했다면 청문세가에서 대회가 끝나고라도 하청산수 제의를 했을텐데..'

난 나와 만나고 바로 기권해버린 연기기 저계 수도자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청문세가에서 일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투도를 숭앙하는 청문세가라면 호전적인 기개라도 보여주는 이라면 충분히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저나 우승자에게는 청문세가 외부 가원 정식 추천권과, 소원권이 하나 주어진다네. 연기기 수도자에게 걸맞는 소원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가문에서 들어줄 터. 뭔가 바라는 게 있나?"

투련회를 주관하는 수도자는 일전 만났던 적이 있는 청문벽이었다.

난 청문벽에게 청문령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뜻을 전하였다.

"음, 청문령 말인가? 내 사촌 녀석인데, 하긴 그 녀석은 기초법술과 진법에 대해서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따를 자가 없으니.."

"그리고, 가원 추천권은 반납하겠습니다."

"연단의 막리운련, 법기의 공묘천색, 그리고 진법의 청문령이 3대 수..아니 뭐라고?"

청문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내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대진법사이자, 선각후통의 선구자, 기초의 대가이신 청문령 님을 뵙고자 대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다른 것은 필요가 없습니다."

"네, 네 이놈.. 수도가문의 외부 가원이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는 게냐?"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 저는 수도가문의 가율에 얽매이지 않고 만나야 할 이들이 있습니다."

진씨세가도 들어가서 제자들 안위도 확인해야 하는데.

청문세가로 들어가면 그런 일은 할 수가 없다.

"끄으음... 네가 우승자라 해도 본가 장로인 령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본디 한 시진이 다다. ...네가 가원이 되겠다면 내 요청으로 령이와의 면담 시간을 세 시진으로 늘려주마. 그런데도 싫단 말이냐?"

"...선배님의 제안에 사과드립니다."

"...쯧! 됐다. 그럼 그렇게 하거라."

청문벽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 후.

대회의 차석, 삼위를 발표한 후 이틀 후에 다시 간소한 대회를 열어 내가 포기한 추천권을 부여하겠다고 선포했다.

며칠 후.

나는 청문벽과 함께 청문세가의 영지로 들어갔다.

외부 구성원도 되지 않은 나를 청문세가의 본가로 데려갈 수는 없어, 중요도가 낮은 영지에서 만남을 가지기로 한 것이었다.

난 청문벽을 따라 영지 내의 한 낡은 초갓집으로 향했다.

수수하면서도 깔끔한 것이, 어째 스승님과 잘 어울리는 집이었다.

"령아, 너와의 대면을 청한 놈이다. 이 앞에 두고 갈 테니 알아서 상대해 주거라. 난 바빠서 인사는 못하고 가마."

"살펴 가시오, 형님."

초갓집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고, 청문벽은 비행법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 영지를 떠나버렸다.

난 숨을 가다듬고, 집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대뜸 절을 올렸다.

"...뭘 하는 것이냐?"

문짝은 열리지 않았지만, 의식으로 내가 뭘 하는지 감지한 청문령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선각후통의 선구자이시자, 대진법사, 기초법술의 대가이신 대청문세가 장로 청문령 대인을 뵙습니다."

"혀가 매끌매끌한 놈이군. 난 너 같이 뺀질뺀질한 놈을 좋아하지 않는다. 잡소리 들어와 앉아라. 네깟 놈이 감히 나와 무슨 얘기를 하려고 왔는지 들어나 보자."

벌컥!

여닫이 문이 열렸고, 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바쁘게 서책을 들여다보면서 주석을 달고 있었다.

나와 만나는 날에도 꾸준히 하던 일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변함이 없으시군요.'

"...뭐냐? 갑자기 기분 나쁜 표정 짓지 말고. 물을 것이 있다면 물어라. 난 바쁜 몸이니 물을 거 묻고 빨리 가버려라."

"...예. 알겠습니다."

나는 자리에 앉아, 그에게 연기기 10성 사상이의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11성 삼재규일, 12성 음양의일, 13성 일원일응에 대하여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였다.

내 질문들은 선각후통에 기반한 논리와 의문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청문령은 내 정교한 질문들을 듣자 미간을 꿈틀거리며 주석을 쓰다 말고 나를 쳐다보았다.

"...흠, 뺀질뺀질하게 생긴 것과 달리 기초는 있는 놈이었군. 좋다, 네 물음에 답해보자면.."

나는 한 시진 동안 그와 함께 열성적으로 질문을 주고 받았다.

한 시진 후.

청문령은 본래 시간이 지난다면 나를 내쫓을 권한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 시진 더 추가해주도록 하지. 멍청한 놈이 지식욕은 많아서 가르칠 게 있는 것 같으니."

그리고, 다시 한 시진이 흘렀다.

"...벌써 또 한 시진이 흘렀느냐? 내 한 시진 더 시간을 내 주마. 잘 들어라. 음양의일이란 음맥과 양맥 쌍맥에 나누어서..."

총 세 시진이 흐른 후.

그분은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한 시진 한 시진 이렇게 찔끔찔끔 가르쳐서 뭐가 되겠느냐! 안 되겠다, 세 시진을 더 내어주마! 그 안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경을 칠 것이야!"

그렇게, 나는 청문령과 밤을 새웠다.

* * *

다음 날 아침.

"이제야 좀 후련하군. 이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느냐?"

"종사(宗師) 덕분에 충분히 이해하였습니다."

"...내 듣기로 네가 청문세가 외부 구성원이 되기를 거부했다 들었다.

네 이해도면 선각후통의 방식으로 경지를 올려, 충분히 본가의 준 혈족으로 대우받을 수 있을 터.

오늘 이론을 어느 정도 배웠다고 해도, 실제로 경지를 올리는 것과 이론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네가 외부 가원이 된다면 내가 정식으로 가르침을 줄 수가 있는데, 어떠냐?"

"......"

청문령은 내게, 다시금 자신을 스승으로 모시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대종사의 말씀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청문세가에 가율에 얽매이면 만나지 못하는 이가 있습니다."

"...뭐, 됐다. 너 좋으라고 한 제안이다만, 밥상을 차려줘도 못 먹는 놈은 어쩔 수 없지."

그는 혀를 차며 서책을 폈다.

"...이제 다시 나가 봐라. 오늘 하루 배웠으면 그래도 이론은 빠삭해졌을 테니 추후에 도움이 될 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다시 그에게 절을 하였다.

"일일위사(一日爲師) 종신위부(終身爲父)라 하였으니. 오늘 하루의 가르침이었으나, 평생토록 스승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멍청한 놈 같기는, 정녕 종신위부일 것이라면 네가 본가에 들어왔어야지. 됐다, 난 네놈을 하루 본 것 외에는 아무런 정도 관심도 없으니 냉큼 나가라!"

나는 청문령의 처소에서 나와, 다시금 그 앞 마당에서 그가 있는 방을 향해 절을 올리고, 청문세가의 영지를 나왔다.

그 날 하루동안 스승일지라도(一日爲師)

종신토록 아버지처럼 여겨야 할지니(終身爲父)

'스승님, 당신을 잊지 아니하겠습니다.'

몇 번이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지라도.

나는 청문세가의 영역에서 벗어나, 연국의 국경을 넘어 진씨세가의 영역으로 향했다.

김영훈과 제자들의 안부를 확인할 예정이었다.

* * *

김영훈의 소식은 생각보다 쉬이 들을 수 있었다.

참천자(斬天者).

그것이, 김영훈의 별호였다.

연국의 전조(前趙)인 막리황조의 마지막 황제, 막리정의 목을 벤 이.

그리고, 현조인 진가황조를 열어낸 개국공신.

김영훈은 내게 여러 지식을 전수받고, 이전 삶과 마찬가지로 등봉조극에 오른 듯 했다.

그리고 그는 내게 받은 막리세가의 무도한 짓과, 황제 막리정을 죽이면 그 무도한 일이 줄어든다는 정보에.

아예 대놓고 황궁을 쳐들어가서 막리정의 목을 벤 듯 했다.

막리세가에서는 길길이 날뛰며 그를 잡으려 수도자들을 보냈지만, 보내는 족족 김영훈에게 죽고.

축기기 수도자들마저 죽어나가자, 진씨세가에선 그의 잠재력을 높이 보고 그를 비호하기로 한 것 같았다.

여기까지가 진씨세가의 하청산수 중 한 명에게 들은 정보였다.

"서, 선배님. 차는 입에 맞으십니까?"

"음, 그래. 아주 좋소."

벽라국에서야 처음에 청문세가의 영지를 찾기 어려워했으나.

연국은 무림인 시절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하청산수들이나 막리세가나 진씨세가의 영지란 영지는 다 꾀고 있었다.

심지어 진씨세가 본가의 위치도 알고 있었고, 내가 모르는 것은 막리세가의 본가 위치뿐이었다.

이 하청산수 역시, 내가 무림맹주의 책사이던 시절 잠시 연을 맺었던 이였다.

그 당시에는 나와 김영훈에게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무릎을 꿇니 마니 하던 자였었다.

연기기 2성, 삼십육천강에 간신히 턱걸이한 자.

그는 오행진의에 다다른 내 경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엎드려 절을 하며 나를 선배라 부르고 차를 대접하였다.

난 그에게 궁금했던 점 몇 가지를 물어보고 내가 없었던 연국의 일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삼십육천강법결에서, 어디에 머물러 있지?"

"예, 저는 천맹(天猛)의 영성을 응집하는 중이고.."

"혹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나?"

나는 내 질문에 답을 해준 진가 하청산수에게 삼십육천강법결에 대한 전반적인 상세한 설명과, 그가 막혀있는 부분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하지만 처음 한두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흥미있게 듣던 하청산수는, 시간이 지나자 표정은 그대로였으나.

의념의 색에 지루하다는 의념이 떠올랐다.

'흠, 선각후통에 대해서 굉장히 상세히 설명한 건데...'

조금 더 설명이 이어지자, 아예 산수의 표정에는 못 알아듣겠다는 기색이 점점 더 생겨났고, 나는 그쯤 강의를 끝냈다.

"며칠간 머무르겠소. 그리고 아까 물은 참천자. 나는 그 자의 동향 사람이니 진가에 연락을 넣어 주시오. 연락이 올 때까지 머무르며 혹 법결에 대한 질문이 있다면 받아줄테니."

하청산수는 그제야 살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씨세가에 연락을 넣으러 갔다.

난 어째서 스승님이 나를 아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천재들은 정작 그분의 가르침이 필요 없고, 정작 그분의 가르침을 필요로 해야 하는 둔재들은 끈기가 없었던 건가.'

난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었다.

며칠 후.

김영훈이 이곳으로 찾아왔다.

"...오랜만이구나."

"오랜만입니다."

40년만에 만난 우리는 어색하게 잠시 서 있었다.

"...수도자가 된 것 같구나. 그 의식의 크기와 영력.."

"예, 어찌어찌 연기기 중고계는 되었습니다."

"그래, 이 세계는 수도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니 좋은 선택을 한 거다. ...어떻게 지냈느냐?"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요. 그나저나 김 형, 아니... 김영훈 부장님."

나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내 손에 별빛이 맺혔다.

"...!"

그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한번 놀아봅시다."

등봉조극에 이른 수준의 무공대결이라면, 과연 어떤 대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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