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개벽문(蒼天開闢門) (5)
나는 두 구결을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할 수 있겠어.’
군마용갱권의 공법.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법보, 혹은 법기를 구한 후.
그 법보와 서로 긴밀하게 의식을 연동한다.
그리고 그 의식의 연동을 통하여, 천천히 법보의 영성을 자극해 법보의 기령(器靈)을 형성한다.
생성되는 기령은 사용자가 인상 깊었던 대상으로 형성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대상을 이해하는 만큼 기령은 법보의 힘을 써서 그 대상의 힘을 어느 정도 흉내 내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그렇게 형성되는 기령의 형상은 사용자를 제외한 타인에게는 제대로 보이지 않고, 그저 희뿌연 안개의 형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하는 기령의 개수에는 딱히 제한이 없었다. 그렇게 기령을 쌓고, 쌓고, 또 쌓아서 법보를 강화시키며 동시에 법보의 영성을 쌓아 만든 기령의 기운을 끌어모아, 천천히 경지를 올릴 수 있는 공법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기령을 만들어 부리는 공법이고, 그 기령은 타인의 눈에는 희뿌옇게 보일 뿐이니.
공법을 익힌 이는 법보를 사용할 때마다 주변의 수많은 기령들이 나타나 마치 군마(群魔)를 부리며, 그가 지닌 법보는 수천의 기이한 군마를 담아내는 용갱(俑坑)이나 다름없다는 뜻에서 공법 자체가 세인들에 의해 ‘군마용갱권’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이었다.
‘안 그래도, 원래 흑색귀골곡의 공법이었는데, 흑색귀골곡의 사람들은 귀도공법을 주로 익히니….’
그들이 가진 법보도, 그들이 의식을 연계하며 만들어 내는 기령들도, 전부 귀기와 마기를 흩뿌리고 있었을 터였다.
괜히 ‘군마(群魔)’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었다.
‘마도인이 아니라, 그냥 정도공법을 익힌 이가 군마용갱권으로 기령을 형성하면, 군마용갱권이 아닌 군령용형권(群靈俑形券)으로 불려도 괜찮을 것 같군.’
물론 그런 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군마용갱권은 축기기부터 시작해, 종래에는 수많은 기령들로 혼(魂)을 자극하여 원영(元靈)의 경지에 도달할 수도 있는 공법이었으며.
무엇보다 내가 눈여겨보는 점은 바로 그 원영에 도달하는 방법을 기술해 놓은 구간이었다.
‘수 개의 기령을 형성한 다음, 그 기령을 한데 모아서 단 하나의 강력한 기령을 형성한 다음, 그 기령으로 하여금 혼을 자극시키는 방법.’
한 마디로, 수백 개의 기령을 하나로 합칠 수가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점이었다.
나는 삼령공의 구결을 읽어 보았다.
세 개의 분신을 만들어 내, 추후에 부활을 도모하는 공법서.
나는 두 개의 공법 구결을 읽으며, 삼령공의 ‘분신’과 군마용갱권의 ‘기령’을 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되면, 3개 이하로만 분신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삼령공의 약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3개 이상으로 분신을 생성해서 분신의 위력이 약해져도, 기령은 결국 다시 합쳐질 수 있으니 군마용갱권의 요결을 이용해서 필요할 때에 다시 합쳐 버리면 끝이다.
한 마디로, 생존력은 생존력대로 높아지고 전투력은 전투력대로 이상이 없다는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기대가 되는 부분은 다른 부분이었다.
‘수행을 저장해 놓고 부활할 때에 분신의 도움을 받는 삼령공과, 법보의 기령을 만드는 군마용갱권을 잘 합치면, 어쩌면….’
나는 체내에 들어 있는 무색유리검을 떠올렸다.
‘어쩌면, 무색유리검 자체에 두 공법으로 수행을 저장해서, 다음 생에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만 되어도 어마어마한 소득이었다.
나는 얼마간 고민한 후, 우선 두 공법을 익혀 보기로 했다.
‘일단, 축기기부터 들어가야겠지.’
연기기 극성인 지금 수준에서, 천겁만 맞지 않고 있는 게 딱 지금의 내 상황이었다.
천거 현상까지는 지난번에 양산형 서 장군으로 뚫었지만, 천겁까지 내리치면 천겁을 파훼하는 거야 둘째치고 이목이 끌릴 수 있기에 조금 걱정했었다.
하지만 최근 생각해 보니, 오현석 차장이 축기기에 갈 때 역시 천겁이 내리칠 확률이 매우 높았으니, 그때 그와 같이 축기기에 이르면 그만인 듯싶었다.
‘좋아,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하고….’
우드득….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고, 우선 다시금 수심 깊은 곳에서 수도장원전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 * *
저벅, 저벅….
늦은 밤.
창천개벽문의 숙소.
그곳으로, 몸에서 김이 잔뜩 솟아오르는 인영이 돌아왔다.
쉬이이이….
나는 내 전신에서 뿜어지는 열기를 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투둑, 툭….
머리에 조금 묻어 있던 용암 덩어리가 사방으로 튀겼다.
‘화도체련관은 늘 뜨겁군.’
아침에 가나 밤에 가나 아무 차이도 없었다.
창천개벽문은 오직 연체, 연체만을 숭앙하는 문파이며, 그렇기에 오행관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물론 오행관의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행장원전 이외의 다른 공법을 익힌다면 굳이 오행관에 갈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오행장원전 이외에 다른 공법을 익히려면 장서각에 있는 ‘사서’와 팔씨름을 해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고.
‘사서’와 팔씨름을 해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면, 그 시점에선 이미 오행관의 수련을 짜릿하다고 여겨질 만큼 사람이 망가져 버리기 때문에 장서각에 있는 다른 공법들이 큰 의미가 없었다.
때문에 오행관은 늘 사람들로 붐볐으나, 최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행관을 드나드는 나에게 자극을 받은 삼운, 이운 제자들이 더더욱 오행관에 많이 드나들며, 그 덕에 아예 오행관에 자리가 없을 때조차 있었다.
오늘 역시, 원래는 칠 주야 정도는 숙소에 돌아오지 않으려 했지만 오행관에 사형들이 가득 차서 자리가 없을 정도였기에 어쩔 수 없이 돌아온 것이었다.
“후우….”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잘 있었나, 원유(援痏).”
원립의 혈체, 내가 원유(援痏)라고 이름 붙인 녀석이 붉은 장포를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왔다.
원립(援)이 남긴 흔적(痏)이라는 뜻에서 원유라는 이름을 받은 녀석은, 내 숙소에 머무르며 숙소를 청소하고, 광한계의 천지영기를 이용하여 수행을 회복하고 있었다.
현재는 결단 최고봉인 수행 경지를 거의 회복한 상태였다.
나는 원유를 움직여, 유리로 된 상자를 가져오게 했다.
달각.
원유는 유리로 된 상자를 가져와 내 앞에 내려놓았다.
유리 상자 안쪽에는, 작은 사육장 안에서 어느새 검지손가락 크기로 성장한 지네 한 마리가 먹이로 제공된 사충환(飼蟲丸)을 먹고 있었다.
꿈틀, 꿈틀….
아직 지성이 없는 녀석인지라, 내가 저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잘 먹고 잘 크거라.”
비록 이 생애에 영성을 얻어 요수가 되지 못할지라도, 어쨌든 지난 삶에서 은혜를 입었으니 잊을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광한계의 막대한 영기에 의해 본래 수명보다는 조금 오래 살 터였다.
나는 곤충용 단약으로 제작된 사충환을 한 알 더 꺼내서 녀석의 앞에 놓아 준 후 원유를 시켜 다시 유리 상자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최근, 천거 현상이 한 번 더 일어났지.’
내가 연기기 칠성제를 끝마치고 그동안 해가 쨍쨍했던 창천개벽문의 영토였다.
그러나 최근, 창천개벽문의 한구석이 먹장구름에 잠시 뒤덮였었다.
물론 금세 아래쪽에서 올라온 뭔가에 의해 뚫려 버렸지만.
‘천거 현상이 일어난 것을 보면, 오현석 차장님 역시 연기기 칠성제는 끝마쳤다는 뜻.’
그 말은 곧.
‘축기기에 들어갈 적정한 시기가 찾아온다는 거지.’
괜스레 내가 먼저 창호자에게 내가 천거 현상을 달고 있어서 경지를 올릴 때마다 천겁이 내리친다는 걸 설명할 필요 없이, 오현석 차장으로 먼저 알게 하는 게 여러모로 귀찮음을 덜 수 있을 터였다.
꾸국….
나는 주먹을 쥐었다 펴 보았다.
‘천겁을, 버틸 수 있을까.’
사실 원영기 서 장군이나, 혹은 내 것이나 다름없는 원유를 이용하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지만, 나는 이번에 내가 단련한 육신으로 천겁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솔직히 그동안 그 개고생을 하면서 오행관에서 오행장원전을 익혔는데, 천겁을 막기 힘들면 그것도 허탈할 것 같았다.
‘우선 내 지금 전력은, 순수하게 위력만 따졌을 때는 축기 중기 수준이다.’
축기 중기 수준으로 결단기 수사가 아니라면 막기도 힘든 천겁을 막아 내기는 요원했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해.’
단순히 오기로 내 육신을 시험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무형검을 이대로 썩히고만 있을 수는 없다.’
심족의 첩자로 의심받을 수 있기에 그동안 한 번도 쓰지를 못했다.
하지만 내 삶의 일부이자, 내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무형검을 못 쓴다는 사실은 내게 심리적으로 상당한 압박감을 주었다.
창호자에게 무형검이 무공이라고 설명해 봤자, 믿을 리도 없었다.
삼화취정의 경지에 이른 창호자인 만큼, 무림인들의 한계에 대해 더욱더 잘 알고 있을 테니 헛소리하지 말라고 두들겨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물론 창호자는 심족 공법을 모를 테니, 그냥 특이한 공법이라고 속이고 무형검을 익히는 것 역시 어리석은 짓이었다.
‘창한도에는, 인족 총령이라는 자가 있지.’
각 천공도에는 총령이라고 불리는, 인족 총연맹에서 파견한 사자들이 한 명씩 주둔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 천공도에서 수상한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특수한 대법을 사용해 천공도 전역을 주시한다고 하였다.
물론 범위가 범위인 만큼 그 정밀도는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했으나, 그래도 대략적으로 창한도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다는 듯했다.
‘아무리 총령의 술법이 정밀도가 낮다고 해도, 그자에게 무형검을 쓰는 모습을 들키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총령의 경지는 전해 듣기로 최소 천인기 최고봉.
사축기에 발을 걸친 이라고 전해 들었다.
‘…재료를 모아 천천히 제작을 시도 중인, 진본 서 장군이 완성되기 전에는 경거망동할 수 없어.’
나는 지하실로 시선을 돌렸다.
지하실에는 내가 비싼 재료를 모아 천천히 제작을 시도 중인, 내 지난 생의 몸뚱이.
진본 서 장군이 제작되고 있었다.
다만 괴군이 나를 서 장군으로 개조하며 썼던 재료들은 말 그대로 정신 나갈 정도로 값비싼 재료들이었는지라, 쉽게 쉽게 서 장군을 제대로 만들 수는 없었고.
지금은 틀이나 다지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런 이유로, 나는 무형검을 꺼내지 않고도 무형검을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이번 천겁을 맨몸으로 맞기로 한 것이었다.
‘체내에서 무형검을 생성해, 바로 월도답천에 이른다면, 어쩌면 무형검이 들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체내에서 무형검 자체로 월수궁무록을 펼치면 무형검의 기운을 들키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은식술이나 기묘성심전을 응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연체공법에 무형검을 섞으면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무형검 그 자체에 대해 참오하며, 끊임없이 고민했다.
꾸욱….
아마 오현석의 재능 역시 신화적인 재능이라고 여러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그가 축기기에 오르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을 터였다.
‘그 안에, 무형검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법을 찾자.’
나는 무형검을 심상 안쪽에 띄워 올리며 눈을 감았다.
* * *
다시금 시간은 흘러, 3개월이 더 지났다.
회귀한 지 딱 1년이 되는 시점.
“흐하하, 이보게, 서 대리. 굉장히 오랜만이구만.”
“…오, 차장님?”
나는 어느새, 창호자와 키가 똑같아진 오현석 차장을 볼 수 있었다.
쉬이이이….
그는 창호자와 비슷하게 웃통을 벗고 있었으며, 그의 근육은 마치 조각상처럼 선명해진 채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1년 만에 그 역시 연기기 극성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스승님께 지난 1년간 특훈을 받은 결과, 나름 이 세계에 대해 배우고, 또 육신을 단련하며 수도공법을 수련했다네. 자네는 어떤가, 조금 이 세계에 익숙은 해졌나?”
그는 창호자와 비슷하게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친근하게 두들겼다.
“아, 예. 이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했습니다만….”
“좋아, 좋아.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동료들 역시 각 종문에 가서 수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더군.”
“…그러게 말입니다.”
“걱정되는 건 그 하계? 그런 곳에 홀로 떨어졌다는 부장님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뭐….”
“아마 그분이라면 잘 계실 겁니다.”
지금쯤이면 내가 준 무학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오기조원이나 등봉조극 쯤 뚫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좋겠군. 어쨌든, 스승님이 말씀하시길, 이제 앞으로 축기기에 이르면 나도 자네도 같이 수련을 진행한다는 것 같더군.”
“….”
오행관만으로도 꽤 무시무시했는데, 과연 창호자가 직접 내려 주는 수련은 어떨지.
떨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는 듯했다.
“그나저나 자네 역시 연기기 극성에 이른 것 같은데, 스승님께서 날을 잡아 축기기에 이르는 것을 보자고 하셨는데, 어때. 자네도 어쨌든 스승님의 직전제자이니 같이 축기기에 올라보겠나?”
그의 물음에,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지금껏,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형검에 대해 참오하며 얻은 깨달음을 시험해 볼 때였다.
며칠 후.
나는 오현석 차장과 함께 창호자의 앞으로 불려갔다.
축기기에 이를 시간이었다.
* * *
“둘 모두, 훌륭하게 공법을 익혀 냈구나. 특히나 오현석은 내 집중 지도가 있어서 이렇게 빨리 성장했다지만, 서은현 너는 신경 써 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오행관을 찾아가 불철주야 수련했다 하니, 스승으로서 미안하기만 하구나.”
창호자는 내가 대견하단 듯 솥뚜껑만 한 손바닥으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순간 어깨가 빠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 힘을 주자 버틸 수 있었다.
“너희 둘 모두 동시에 축기기에 이르는 것을 내가 지켜봐 주마. 그리고 축기에 이른 후부터는, 둘 모두를 내가 신경 쓰며 집중 지도를 해 주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서은현 네게는 지금까지 신경 쓰지 못해 주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집중 지도’라는 말에 오현석은 흠칫 몸을 떨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창호자의 집중 지도 역시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자, 그럼. 이 앞에 있는 영맥으로 나오너라. 축기기에 이르는 것을 보자꾸나.”
창호자는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혹시나 싶어 창호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혹여 축기단을 먹어야 하는 것입니까?”
“음? 그런 것은 왜 묻지?”
“아, 저는 사실 축기단보다는, 제가 지금껏 수련해 온 제 수행을 더 믿고 싶었기에, 혹여나 축기단을 주실 생각이라면….”
“아니, 창천개벽문에 들어왔으면서도 그런 것도 몰랐다는 말이냐?”
내 말에, 창호자는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본문은 약을 먹어서 수행을 돌파하는, 그런 흘러빠진 짓 따위는 취급하지 않는다. 축기기에 이르지 못했으면 수행이 부족하다는 것이니, 오행체련관 가장 깊숙한 곳에 연기기 극성에 이른 녀석들을 1년 정도만 던져 두면 다들 살고 싶어서라도 알아서 축기기에 오르더군.”
“….”
“나 역시 축기단 같은 흘러빠진 것 따위는 먹지 않고 지금 이 육신을 가꿨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졌는데, 너 역시 같은 생각이라니. 이 사부는 매우 흡족하구나.”
쾅, 쾅!
창호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등을 두들겨 주었고, 나는 피를 토할 뻔한 것을 겨우 참으며 웃어 보였다.
“자, 그럼 제자들아.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도와줄 테니, 이제 축기를 시작해라!”
우리는 창호자의 명에 따라 각자 영맥 위에 앉았다.
“후우우….”
나는 내가 익혀 온 공법들의 영기의 구름을 내뱉었다.
주변으로 구름이 회전하고, 저 멀리, 하늘에 이상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반개하며, 내가 지금껏 벼려 왔던 무형검을 운용해 보기 시작했다.
‘사축기 수도자인 창호자의 면전.’
만약 그의 눈앞에서도 들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략적으로밖에 창한도를 감시하지 못하는 총령의 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터였다.
우우웅!
전신에 예기(銳氣)가 서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