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164화 (164/185)

잃어버린 것 (3)

나는 눈을 떴다.

츠츠츠츠츳!

수많은 풍경과 장면이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보내온 생(生).

내가 원영의 경지에 다시 도전하며 보는 환영들.

본래라면, 일반 수도자들은 원영기를 향해 이렇게 많이 도전할 수 없다.

깨달음이 부족하면 아무리 영약을 많이 먹어도, 원영 그 자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무형검을 통해 더욱더 형이상학적인 차원 자체에 대해 감을 잡았고.

그를 통해 확실한 방향을 통하여 혼(魂)을 도야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반이 되는 깨달음이 확실하니, 얼마나 원영기에 도전하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것!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도전한다…!’

파츠츠츠츳!

‘할 수 있을 때까지…!’

나의 이전 생을 돌아보며, 무명의 공법으로 끊임없이 기령을 형성해 갔다.

김연, 창호자, 오현석, 연진, 연위, 위령선, 관리관, 수인과 홍연, 견신, 현운, 괴군….

나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기억 속에 나오는 장면들의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갔다.

동시에,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심마를 향해 질문하였다.

‘나는 왜 기억을 찾으려 하지.’

‘나는 왜 이렇게 인족 총연맹의 정의에 반항적이지.’

‘내가 선택한 선(善)이란 도대체 무엇이지.’

‘내가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 건가.’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지?’

수많은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오고 갔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가슴 속에 모여 심마의 살을 불려 주었다.

심마가 입을 열었다.

‘네가 기억을 찾으려 이러고 있는 게 맞는 것이냐.’

‘네가 정의에 반하는 것이, 네가 어기는 선이 과연 정말로 정의이며 선의인가?’

‘네가 하는 일이 어디를 봐서 옳단 말이지?’

심마는 나를 향해 다가와 내 목을 움켜쥐었다.

그저 환상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목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왜 찾으려 하는 거냐? 그게 정말 쓸모가 있는 건 맞을까?’

숨을 쉬기가 어렵다.

우우우우웅!

등 뒤로, 수천 개의 기령들의 군체가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회차, 그리고 지난 회차의 내 인연들.

‘드디어….’

1,000년의 세월 동안 흘러갔던 ‘지난 회차’의 등장인물들을 전부 기령으로 구현하였다.

단순히, 살아 있고, 나와 꼭 만나서 얘기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저 기억 속에서 스쳐 지나간 이들, 잠시 만났던 이들, 서 장군의 몸으로 격살했던 이들 등 무수한 이들을 전부 기령으로 만들었다.

그들과 내 관계는 별것 없었다.

하지만 1,000년이라는 세월 동안 무수히 쌓여 온 기억 속의 인물들은, 정말 많았다.

내 기억 속에서 어찌 되었든 자리를 많이 차지하며, 정말로 중요했던, 그 이전 삶들의 자리를 빼앗았다.

‘이제, 드디어 이전으로 향할 수 있다.’

나는 심마를 마주 보며 말했다.

“뭐가… 중요한지는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내가 옳은지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른다… 다 잊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심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외쳤다.

“그렇기에, 우선 찾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먼지나 다름없으니까…! 벌레나 다름없으니까, 그러니까 더욱더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옳은지, 선한지, 잘하는 것인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그저 작고 작은, 우주의 먼지이자 벌레같은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내가 알고 있었던 것들만이라도, 더 이상 기억이 새지 않도록 잘 보관해야 하는 것이었다.

거친 세상의 앞에서, 너무나도 작은 이 몸으로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도록, 그렇게 모아 온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더는 새어 나가지 않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파아앗!

나는 심상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이번에도 원영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긴 세월 동안 공들여 오며 어루만진 ‘이번 생’과 ‘지난 생’의 기억은, 확실히 기령들로 못 박았다.

동시에, 무수한 기령들을 만듦으로 인해 기령을 만드는 무명 공법이 극성(極成)에 도달하였다!

‘이제, 대성(大成)까지 한 발짝.’

기령을 만드는 속도는 이제는 거의 인식의 속도와 동일해졌다.

내가 ‘인식’만 할 수 있으면 그대로 기령을 만들어 기억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우우웅!

나는 눈을 감고 다시금 원영기에 도전하였다.

하루.

나는 12회차의 대부분의 기억을 기령으로 복제하엿다.

이틀.

이번에는 11회차의 기억.

11회차와 12회차는 굉장히 짧았기에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흘.

나는 10회차의 기억에 도달했다.

10회차는, 내 생 중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감정의 폭이 컸던 회차였다.

‘아아….’

향화.

내가 사랑했던 사람.

그 사람과 마지막에 추었던 사위.

마지막에 나누었던 속삭임.

그 감정들….

그때 그 순간, 그 순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기령으로 복제하여 기록하였다.

원립에게 복수를 마치기부터, 시작할 때의 모든 순간들.

그 순간들을 담는 데에 하루를 써 버렸다.

나흘째.

나는 200년 동안 내가 봉명성에서 원립을 향해 이를 갈며, 저주인형을 지네 굴에 집어넣어 놓고, 저주인형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의 형상을 기령으로 기록했다.

닷새째.

마침내, 닷새째에는 길고도 짧았던, 그녀와의 10년의 기억.

그 기억들을 기록하고, 드디어 10회차를 전부 기록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엿새째.

9회차, 9회차의 봉명성에서 홀로 보낸 200년의 시간들.

그리고 서란과 송진의 모습과, 그 당시 나에게 희망을 주었던 김영훈의 모습을 기록에 담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레가 되었다.

8회차.

축기기에 오르고, 월도입천에 이르려고 발악을 하던 나와 김영훈의 시간들을 전부 기령에 담았다.

스스스….

어느덧.

내 주변에는 무수한, 셀 수도 없이 많은 기령들이 포진하여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내가 지나온, 내 삶의 흔적들.

‘감찰관이 오면, 그 때에 바로 원영을 얻는다.’

원영기에 오른 상태에서라면, 월수궁무록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천겁을 맞은 직후. 바로 월수궁무록과 함께 감찰관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결계를 무형검으로 파훼하여… 갇혀 있는 마족들과 함께 나간다…!’

그렇게, 나는 감찰관을 기다렸다.

“….”

그리고, 여드래째.

감찰관이라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

“…뭐지.”

감감무소식이었다.

결계는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감찰관이 오지 않는다.

“…하하….”

나는 씨익 웃었다.

‘오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겼나 보군.’

나에게는, 천운(天運)이다.

그렇다면 지금 할 일은 한 가지.

‘기억을, 마저 찾는다!’

나는 씨익 웃으며 계속해서 공법을 운용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원영기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주마등을 되새긴다.

그리고, 공법을 통해 계속해서 기령을 새긴다.

1,000년간의 기억을 기령을 새겼던 13회차 이후.

무명 공법의 기령 복제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라져, 수 년이 걸렸던 지금까지의 속도를 한참 웃도는 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덕택에 나는 원영에 도전하며 기령을 더더욱 빠르게 형성할 수 있었다.

아흐레.

7회차의 기억을 수습했다.

천뢰를 맞으며 죽었던 일들부터 거슬러 올라가.

등봉조극에 오르며, 천거 현상을 뚫어 냈던 일.

연기기 구결들을 운용하며 수도공법을 익혀 갔던 일.

열흘.

6회차의 기억.

스승님의 앞에서 열 번 절을 올리고 죽었던 기억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스승님이 거목으로 나를 지켜 주었던 일.

그의 아래에서 수 년간 학습하며 수도의 기반을 다졌던 일.

하루에 한 번의 생.

5회차.

제자들을 지켜 주고 오기조원에 도달했던 기억.

4회차.

삼화취정에 오르며 목이 잘렸던 기억.

3회차.

평생을 바쳐서 절정경에 이르렀던 기억.

2회차.

수도자들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수련했던 기억.

1회차.

회귀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기억….

그리고, 최초….

‘아….’

어느덧.

내 등 뒤로 부유하는 기령들의 수는, 이내 더 이상 세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많아졌다.

김영훈, 북향화, 김연, 오현석, 청문령, 북중호, 송진, 서란, 창호자, 청문중진, 괴군, 서휼, 금벽호, 허곽, 원립, 막리황천, 현운, 막리현, 청문규, 진루연천, 연진, 연위, 현운, 진여운, 벽문성, 벽천기, 만리민랍….

어마어마한 군중 속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최초의 삶을 향한 기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무수한 시간이 거슬러진다.

수많은 삶들을 되돌아보며, 나는 잊힌 기억들을 점차 되살렸다.

“이게… 내 삶이었던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먼 과거의 기억을 향해, 발을 옮긴다.

그렇게, 거스르고 거슬러 올라간 그곳에는, 내 최초의 기억이 있었다.

‘이것이….’

여전히 빠르게 나를 향해 기억이 쇄도한다.

하지만, 1회차의 기억은 무명 공법으로 기령으로 기록하여 이미 전부 되찾았다.

무명 공법 역시 극성에 달하여, 아무리 빠르게 쇄도한들 기억을 기록할 수 있다!

‘와라!’

그리고 드디어.

최초의 기억이, 나를 향해 덮쳐 왔다.

* * *

‘여기는….’

기침 소리.

다 늙어 가는 늙은이가, 비참하게 ‘지구’를 중얼거리며 손으로 하늘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그 노인의 감정이 절절하게 전해져 왔다.

나는 황급히 그 노인을 기령으로 복제하였다.

노인이 있는 방 안으로 작은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나는 여자아이를 알고 있었다.

‘주 씨네 딸….’

츠츠츳!

다시금 장면은 뒤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적 떼에게 살려 달라고 비는 젊은 시절의 노인.

약초를 캐며 비루하게 먹고 사는 노인.

열심히 공부하며 뭐라도 해 보려는 노인.

비누를 만들어 팔며 어떻게든 삶을 타파해 보려는 노인.

그리고, 젊은 시절.

막 이곳에 떨어졌을 시절의… 서은현.

나는 등선향에 최초로 떨어졌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나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더더욱 이전의 기억을 되짚었다.

‘더 이전….’

내가 이 세계에 오기 이전….

기억은 시간을 넘어서며, 내가 이 세계에 막 떨어지는 직후로 향하였다우리는거기서누군가를만났었다그자가우리를이곳으로데려왔었다분명히이기억은.

* * *

내가 이 세계에 오기 이전….

나는 기억의 물결을 거슬러 오르며, 드디어 내 고향에 대한 기억에 도달할 수 있었다.

츠츠츳!

기령 중 하나가 기이하게 부스러지며, 사라졌고, 그 자리를 SUV에 타고 있던 시절의 기령들이 채웠다.

산사태가 일어난다.

그 이후는 기절한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를 괴롭혔던 전명훈에 대한 기억….

회사에서 있었던 동료들과의 여러 추억….

군대에 있었을 당시 선임의 군복을 대신 정리해 주다가 각이 덜 잡혔다면서 갑자기 정색하는 선임에게 얻어맞았던 기억….

지원한 대학은 다 떨어지고, 재수해서 지방대에 갔던 기억….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그 모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나는 종래에.

정말로 ‘최초’에 있었던 기억에 도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곳까지 온 적은 없었다.

여기까지 오기도 전에, 늘 기령을 만들겠답시고 한 기억을 오래 붙잡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공법이 극성에 달한 지금.

나는 인식하는 것만으로 기령을 만들 수 있었기에, 드디어 이곳까지 도달하였다.

그것은, 막 태어난 나였다.

나는 어머니의 팔 안에 안겨서 울고 있었다.

아기.

‘아아….’

어째서 지금껏, 원영(元靈)은 아기의 형태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는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운명 아래에서 울부짖으며.

처음으로 타인과 교류를 나누는, 가장 순수한 시절.

최초로 인연이라는 것을 맺은 그 시절.

가장 순수한 본원.

결단으로 끌어모은 순수한 기운의 결정이, 인간의 가장 순수한 시절과 맞닿아 그러한 형태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저 아기를 향해.

내 최초의 순간을 향해 손을 뻗으면, 나는 원영기 수사가 될 수 있었다.

절대 다수의 원영기 수사가 그렇게 했으리라.

자신의 인생을 한 번 돌이켜 보고 나서 바로 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에게 손을 뻗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바로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과, 그 옆으로 달려와서 어쩔 줄 모르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아버지….’

아니….

나는 조금 더, 조금 더 근원적으로 내 가슴속에 담겨 있는, 조금 더 친근한 단어로 그들을 불렀다.

‘엄마… 아빠….’

두 사람은 웃고 있었다.

원영(元靈)의 경지에서는 어째서 음양신(陰陽神)을 수련하는가.

그것은, 어쩌면 가장 순수한 순간이란 음과 양, 두 존재에 의해 태어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부모.

‘그렇군….’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지구의 기억.

현대인의 윤리관, 도덕 관념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조금 더 본질적인 것.

‘사랑받았던 기억….’

내가 타인을 사랑했던 기억은, 사랑을 했던 기억이지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아니다.

이성적으로 주고받는 사랑은 어찌되었든 서로 주고받고, 갈구함이 있다.

첫사랑인 북향화도, 천 년 동안 사랑을 잊지 않았던 연이도 마찬가지.

이성의 사랑은 어찌 되었든 갈구.

그러나, 세상에는 절대적인 무상의 사랑이 하나 있다.

“아아….”

나는 원영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문턱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내 울음소리와, 눈 앞에서 막 생명을 탄생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겹쳤다.

동시에, 나는 내 마음 속에 있던 심마가 올올이 풀려 나가는 것을 느꼈다.

옳거나 그르거나, 이것이 맞거나 틀리거나.

그런 분별심으로 뭔가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무한한 축복과 무한한 은혜를.

무한한 누군가의 마음을 그대로 받았다.

그 마음을 받고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

사람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자 한다.

이것이 사람의, 마음을 가진 모든 존재의 본성이다.

선이니 악이니, 내가 옳았니 네가 옳았니, 정의가 다 무슨 말이란 말인가!

눈앞에 마땅히 축복받아야 할 존재가 있다면, 그들이 비참하게 하지는 않게 하는 것이.

그냥,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나는, 눈물을 닦으며 내 최초의 인연을.

그들의 모습을 기령으로 담아 간직하였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삼령공과 군마용갱권을 합쳐 만든 무명 공법의 이름은 이것으로 정하였다.

“만상인연도(萬狀因緣圖)….”

파아아아앗!

금단(金丹)의 정중앙으로, 내 삶의 최초의 테.

아기의 모습이 응결되었다.

츠츠츠츳!

천기가 바뀌며, 수명이 다시 쓰인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 먹장구름이 일기 시작하였다.

본래 원영을 얻은 자는 금색(金色)의 천뢰를 맞으며, 온 천지에 원영을 얻었노라고 선포한다.

그러나, 내 천뢰는 두 가지 색이었다.

일반적인 원영기들이 맞는 금색에 더불어, 익숙한 청색의 천뢰.

쿠구구구구!

“와라.”

나는 평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떨어져 내렸다.

피이이이잇!

원영을 얻었다.

이것으로.

‘뚫을 수 있다!’

“답천!!!”

내 몸은 검(劍)이 되어 나를 향해 내리꽂히는 천벌을 향해 쇄도하였다.

번개가 갈라지고, 천둥이 쪼개졌다.

내 몸은 그러고도 멈추지 않고, 하늘을 뒤덮은 총연맹의 결계를 그대로 뚫고, 천벌을 떨어뜨리는 먹장구름에 도달해 하늘의 구름을 두 쪽으로 쪼개 버렸다.

푸확!

‘드디어, 도달했다.’

나는 구름 위에서, 마계의 총천연색의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 원영기(元靈期)다.”

휘이이이이이―

나는 마계의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지상으로 다시 내려갔다.

아직도 감찰관은 오지 않았다.

무형검도 원영의 영향을 받아 한층 진화하였으니, 이젠 결계에 구멍을 내어 남은 이들을 탈출시키기만 하면 될 터.

그렇게 생각했을 터였다.

“…어?”

나는,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온 섬뜩한 인상을 가진 한 적포 남성을 보며 몸이 얼어붙었다.

남성의 왼손에는 한 개의 머리통이 잡혀 있었고, 머리통은 이마에 작은 띠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띠에는 [감찰]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머리통의 표정을 보니, 죽을 때 상당히 고통스레 죽은 것 같았다.

감찰관의 머리통을 뽑아 온, 끔찍한 의념을 흩뿌리는 적포의 남자를 보며, 나는 잠시 말을 정리한 후 인사했다.

“오랜만이다. 전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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