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리베르탄의 몰락2021.12.17.
욕실에 있는 거울에 내 모습이 보였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 분홍빛이 감도는 백금발, 남색 눈동자. 인형처럼 마르고 예쁜 몸. 거기에 새겨진 온갖 흉터들. 얼굴과 팔엔 상처 하나 없이 고와서 흉터의 존재가 더욱 이질적이고 기괴해 보인다. 내 흉터를 누구에게 보여준 적이 없어서 어색했다.
“보기에 많이 흉하지?”
“아, 아니. 마님. 어쩌다가…….”
경악 어린 베티의 시선이 내 허리 부근을 지나 허벅지에 있는 흉터까지 흘러갔다. 흉터를 보면 볼수록 베티의 얼굴이 더 딱딱하게 굳어졌다.
“미안해. 미리 말해줬으면 덜 놀랐을 텐데.”
사실 내가 보기에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
‘어쩌다가 이 흉터가 생겼더라.’
나는 내 허리 부근에 새겨진 흉터를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이 흉터들은 모두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생겨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유를 모른다. 처음에는 한두 개뿐이었던 흉터는 자고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뜬금없이 수가 불어나 있었다.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지.’
어딘가에 얻어맞거나 찔린 것처럼 생겨서 보기만 해도 아파 보이지만, 자는 사이에 생긴 것이라 그런지 통증도 없었다. 그래서 치료도 필요 없었다.
‘물론 리베르탄이 아프다고 치료해 줄 곳도 아니긴 하지.’
나는 자주 아픈 편이었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기만 해도 열이 올라 골골거렸다. 그래서인지 리베르탄 공작가에서는 자주 아픈 나를 위해 의사를 보내주는 것을 무척 꺼렸다.
‘아마 그렇게 신경 써주고 싶지는 않았다는 거겠지.’
신기하게도 옷을 입으면 안 보이는 부분들에만 생겨서 괜한 오해를 사는 일은 없었다.
“나는 혼자 씻어도 되니까 많이 징그러우면 이대로 나가도 돼. 갈아입을 옷만 준비해 줘.”
베티가 조심스럽게 내 두 손을 잡으며 울먹거렸다. 울음을 참는 것 같았다.
“그, 그렇지 않아요. 조금도 흉하지 않아요.”
그럴 리가 없는데.
“거짓말할 필요 없어. 나도 눈이 있는걸.”
“흉터는 흉터일 뿐인걸요. 마님께서 얼마나 아름다우신 분인데요.”
베티는 노골적으로 내 상처를 슬퍼해 주었다. 나는 지금 이 모습이 요한의 명령으로 나온 모습인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한이 나한테 흉터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리도 없고.’
잠시 말을 멈추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던 베티가 일그러진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희 오빠도 큰 흉터가 있어서 저한테는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오빠한테 흉터가 있었어?”
“네. 대귀족에게 반항적으로 대답했다는 이유로 큰 화상을 입었거든요. 사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요.”
원작 인물 중에서 이런 과거를 지닌 인물이 있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애초에 원작은 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 다른 인물들의 사정이 잘 나오지 않았다.
“……많이 아팠겠다.”
“그랬었죠. 하지만 마님도 아프셨을 거 아니에요.”
잠시 머뭇거린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왠지 비극적인 가족사를 얘기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게 양심에 걸렸다. 특히 그쪽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화상까지 입었다는데.
“아니야. 난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 아마 베티의 오빠랑은 다를 거야.”
“그러셨군요.”
“그리고 이 흉터는 내 잘못으로 어쩌다 생긴 거거든.”
혹시 요한에게 이상한 소리가 갈까 봐 얼버무렸다.
‘이런 흉터는 사랑받는 입양아에겐 없을 테니까.’
그래도 멍청한 입양아의 실수로 생긴 흉터라고 우기면 조금 덜 이상하지 않을까? 나는 베티의 눈물 가득한 눈가를 닦아주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니까 너무 심각한 표정 짓지 않아도 돼. 겉으로 보기와 달리 하나도 안 아팠어.”
그러자 울먹거리던 베티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주근깨 가득한 얼굴 위로 투명한 눈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죄송, 죄송해요. 마님. 너무 죄송해요.”
아무래도 오해가 더 깊어진 것 같다.
“울지 말라니까.”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네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솔직히 베티가 왜 이렇게 울면서 사과하는지 모르겠다. 베티는 힘겹게 눈물을 닦아내다가 겨우 호흡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아, 앞으로 마님의 목욕 시중은 제가 담당해도 될까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해드릴게요.”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
어쩐지 내 말이 하나도 안 통한 것 같다. 아. 모르겠다. 분명 난 사실을 말했어. 나는 목욕탕에 들어갔다. 따듯하게 데워져 있어서 몸을 담그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향유를 뿌렸는지 달콤한 냄새가 기분 좋았다.
‘리베르탄 공작가에선 누릴 수 없던 호사.’
맛있는 디저트도 그렇고,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꽤 즐거운 일이 많아졌다.
‘가짜 부인도 이 정도면 할 만한데.’
잠시 망설이던 베티가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하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는 와중에도 눈빛만큼은 큰 각오를 한 것처럼 결연했다.
“이 흉터 얘기는 꼭 비밀로 해드릴게요.”
이상한 일이다. 원작에서 베티는 블란쳇 가문의 가짜 부인에게 그리 잘해주지 않았는데?
‘애초에 비중 있던 조연도 아니었고.’
나는 내 두 손을 꼭 잡은 베티의 얼굴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꿰뚫어 보는 것은 쉽다. 대부분 무의식적으로라도 그 속내를 드러내곤 했으니까. 하지만 베티의 반응은 진심인지 아닌지 제대로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왜 베티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을까?’
아무래도 내가 그러길 바라서인 것 같다.
‘……내 편이 아무도 없는 건 슬픈 일이잖아.’
하지만 그럴수록 난 더 냉정하게 생각해야 했다. 우연한 행운에 기대기엔 데인 게 너무 많았다. 베티는 요한에게 가서 내 흉터에 대해 얘기할 거다. 그러기 위해서 배정한 첩자니까. 따듯한 물 속에서 눈을 감고 있던 나는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고마워.”
*** 베티는 리베르탄 공작가의 가신 가문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리베르탄 공작가가 그녀의 가문을 도구처럼 쓰다 버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마 요한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살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에스텔 리베르탄.’ 그 증오스러운 리베르탄의 입양아. 제 가족들이 온 고생했을 때, 호의호식하며 지내온 여자. 에스텔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더라도, 베티는 에스텔이 리베르탄만큼이나 증오스러웠다. 설령 그녀가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방관자는 될 테니까. 리베르탄 공작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을 전혀 모른 체했으니. 그래서 에스텔의 전담 하녀로 배정되었을 때, 베티는 망설임 없이 그 명령에 따랐다.
“최대한 그 여자의 곁에 머물며 친해지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그 여자에게서 들은 건 조금도 빠짐없이 내게 전해.”
에스텔의 가장 가까운 곁에 머물면서 감시할 첩자 자리. 베티에게 리베르탄의 딸에게 줄 만한 동정은 없었다. 직접 에스텔을 만나기 전까지는.
“만나서 반가워.”
가까이에서 처음 보게 된 에스텔은 베티가 상상하던 여자와는 전혀 달랐다.
‘이 사람이 그 에스텔 리베르탄이라고?’
첩자로 활동한 베티는 남들보다 에스텔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어보았다. 특히 아랫사람들 사이에 에스텔은 매우 악명 높았다. 운 좋아서 리베르탄이 된 주제에 사용인들에게 함부로 하는 여자. 얼마나 악독하게 굴면 며칠도 안 돼서 모시는 사용인들이 매번 바뀌고, 행방이 묘연해졌다.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사랑스럽다는 단어를 인간으로 형상화한 듯이 예쁜 사람. 특히 길고 흰 속눈썹은 눈으로 빚은 흰 새처럼 고아하고도 몽롱했다.
‘성격이 겉모습과 다른가 보네.’
귀족 중 그런 자들은 수없이 많았다. 특히 평민이었다 신분 상승한 에스텔의 경우에는 더 그런 모양이었다. 하지만 에스텔은 그렇게 악독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상처를 보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기까지 했다.
‘그래도 아팠겠다.’
‘일이 끝나면 꼭 치료하러 가.’
설탕 인형처럼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고 있으면, 베티는 자신도 모르게 경계심이 계속 무너졌다. 그래서 베티는 저 순수함이 리베르탄의 악행을 받아먹고 지켜온 것이라 여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 결심도 계속 흔들렸다.
‘이렇게 좋은 침대에서 잔 건 처음인걸.’
블란쳇 공작가에서 그녀에게 준 침실은 어두컴컴하고 침대는 그리 질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화를 내지 않고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좋은 가문에 안주인으로 있어도 되는지 걱정될 정도로.’
그토록 리베르탄에서 사랑받던 여자인데.
‘설마 공작가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던 건가?’
증오로 만들어왔던 여자의 모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웬만한 사람들은 보자마자 겁에 질리곤 하는 검은 천 초상화를 보고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블란쳇 공작가에서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분들인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별로 무섭지가 않네.’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 뿐이야.’
에스텔 리베르탄은 전혀 리베르탄 같지 않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리베르탄에서 사랑받고 자라왔으면, 분명 그 무례하고 무도한 성격을 닮을 법도 한데.
‘하지만 나도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어.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도, 뭔가를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거든.’
‘그러니 베티도 언제든 나를 모시고 싶지 않으면 얘기해. 충분히 이해하니까.’
오히려 조금도 사랑받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특히 그림 앞에서 아련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에스텔은 너무 작고 연약해 보였다. 양심의 가책이 생겨났다.
‘이렇게 복수에 이용해도 되는 걸까?’
그녀는 그저 리베르탄에 입양되었을 뿐이다. 흔들리는 마음은 에스텔의 목욕 시중을 들기 위해 들어간 순간, 완전히 무너졌다.
“혼자 씻으면 안 될까?”
어쩐지 망설이던 그 얼굴에, 억지로라도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숨기고 있던 비밀을 알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에스텔이 감추고 있던 비밀은 베티가 상상하던 어떤 것과도 달랐다.
“보기 많이 흉하지?”
아마 세상 그 누구도 감히 몰랐을 비밀.
‘어째서…….’
옷으로 가려지는 부분에만 교묘하게 새겨진 흉터들. 누가 봐도 심하게 얻어맞고 짓밟힌 흔적이었다. 심지어 화상 자국도 있었다.
그 잔인한 비밀은,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들이밀었다. 그토록 무도한 작자들이 피 한 방울 안 섞인 입양아를 아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서 그렇게 믿었다. 그때 에스텔은 도리어 베티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미리 말해줬으면 덜 놀랐을 텐데.”
변명하듯 모든 일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건 결코 실수로 생길 수 있는 흉터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흉터는 내 잘못으로 어쩌다 생긴 거거든.”
베티의 눈에 에스텔이 짓고 있는 말간 미소가 들어왔다.
“그러니까 너무 심각한 표정 짓지 않아도 돼. 겉으로 보기와 달리 하나도 안 아팠어.”
그 미소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아스라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이런 여자를. 모두가 행운아라며 미워하고 증오했다. 사랑스럽고 무해하게 느껴졌던 그 순수한 미소가 너무도 처연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결코 행운아도, 그 증오스러운 리베르탄의 공주도 아니었다. 결국 베티는 완전히 무너졌다.
“이 흉터 얘기는 꼭 비밀로 해드릴게요.”
그리고 여자의 편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무런 힘도 없지만, 모두가 증오하고, 미워하는 이 가련한 여자의 편이 되고 싶었다. *** 리베르탄 공작가는 잃었던 활기를 되찾았다. 입양아 하나 시집 보낸 것으로 그 많은 빚을 한 번에 다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베르탄 공작 부인이 와인 잔을 들고 리베르탄 공작을 찾았다.
“정말 다행이죠, 그 애가 그런 쓸모가 있었을 줄이야.”
“그래. 마지막엔 보답을 하고 가서 다행이지. 그렇긴 해도…….”
리베르탄 공작의 두 눈이 집무실의 한 곳에 닿았다.
“착한 애긴 했어.”
에스텔이 혼이 날 때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였다.
‘그 애는 매번 저 자리에 서서 사랑받기 위해서 애쓰곤 했지.’
보낼 때와 다르게 보내고 나니 묘하게 그 애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 애는 쓸모를 위해서 들인 여자애에 불과한데 말이다.
‘블란쳇 공작가에서 멀쩡히 지낼 수 없을 텐데.’
일부러 그 사실을 알고 에스텔에게 리베르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블란쳇 공작가가 리베르탄이 반역죄를 뒤집어씌워 몰락시킨 가문이고, 에스텔을 증오해서 복수할 게 분명하다고.
‘정말 이걸로 끝이 맞나?’
처음에는 쓸모없는 입양아를 화풀이용 제물로 잘 팔았다 여겼다. 그런데 생각해 볼수록 그 부분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에스텔 하나로 그놈이 복수를 끝낼 리 없는데.’
자그마치 한 가문을 멸망시킨 원한이다. 이리 쉽게 마무리될 리 없다.
‘그런데 리베르탄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거늘.’
리베르탄 공작은 그 이질적인 부분이 함정이라고 확신했다.
“부인. 블란쳇 공작가에 투입시켜 놓은 우리의 끈이 있었지?”
“블란쳇 공작가의 함정도 미리 알려주지 못한 그 무능한 놈들 말인가요?”
리베르탄 공작부인 로제리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정신이 없어서 미리 빼내지 못했지요. 그놈들로 할 일이 있나요?”
“아무래도 블란쳇 공작가 내부 상황을 확인해 봐야겠-”
그때 집무실 너머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고귀한 리베르탄 공작 부인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이 좋은 날에 무슨 소란이죠?”
심지어 거친 발소리와 비명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하얗게 질린 집사장이 급하게 문을 벌컥 열었다. 집사장의 몸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공작님, 큰일입니다. 지금 바로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지?”
“황궁에서 기사들이 저택에 들이닥쳐서……!”
그때 집사장의 뒤에 도착한 황궁 기사들이 집사를 옆으로 치우고 성큼성큼 집무실을 짓밟고 들어섰다.
“황궁 기사들이 여기는 대체 무슨 일이죠?”
하지만 황궁 기사들은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기사들 사이로 굉장히 이질적인 남자가 천천히 들어섰다. 황궁 기사들과 달리 갑옷이 아닌 몸에 맞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느릿하게 걸어들어온 남자가 완벽하게 절제된 몸짓으로 리베르탄 공작 부부를 훑어보았다.
“그사이 얼굴들이 좋아졌군.”
“블란쳇 공작?”
리베르탄 공작은 블란쳇 공작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빚 문제는 다 해결됐을 텐데. 황궁 기사들까지 동원하여 이게 무슨 짓이오. 설마 우리의 거래를-”
“빚은 다 해결되었다.”
요한은 입매만 들어 올린 무표정한 얼굴로 조소했다. 오만한 그의 시선이 리베르탄 공작을 찍어누를 듯 향했다.
“이건 다른 문제다.”
요한의 앞에 서자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리베르탄 공작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리베르탄 공작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슨 문제가 또 있단 말이오?”
“반역.”
한 걸음 걸어간 요한이 우아하게 리베르탄 공작의 어깨를 두드렸다.
“리베르탄 공작가의 반역죄가 드러났다.”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러게 어쩌다 그런 끔찍한 죄를 저질렀나.”
요한은 일순 파랗게 질린 리베르탄 공작의 귓가에 낮게 일갈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니, 기대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