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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저를 선택하세요 (94/210)


#94. 저를 선택하세요
2022.07.24.


그 하녀를 내 사생아라고 우기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떤 멍청이가 상관도 없는 천것을 제 사생아라고 떠벌린단 말인가.

그 애가 쓸 만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하녀치고 그렇다는 거지.

게다가 렘브란트 경에게 그 애가 사실 제 사생아였다고 주장할 거라면 후작가는 어쨌든 그 앨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나.

사기 결혼의 증인이 없어졌으니 이제 됐다고 상쾌하게 나 몰라라 할 수가 없게 된단 말이다.

후작은 신흥 선제후였고, 새로 얻은 그 자리가 아직은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즉, 그는 불면 꺼질세라 쥐면 터질세라 자신의 선제후 자리를 애지중지하는 중이었다.

역시 그런 무모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패를 확인해 둘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했고, 후작은 하녀장과 집사장을 불러들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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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녀 애, 레이나의 부모가 누구냐?”

그리고 후작은 레이나를 후작가의 사생아로 만들고 증거를 위조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럴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각오해야 할 위험은 뭐가 있는지 알아 오라고 명령했다.

집사장 짐의 입이 떡 벌어졌음은 물론이거니와, 어지간한 일엔 동요하는 법이 없는 하녀장 허스트 부인도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얼굴을 했다.

후작은 그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확인하는 것뿐이라고 딱 잘랐지만, 그 일은 그대로 크리스티나의 귀에 들어갔다.

크리스티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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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생아…….

레이나가요?

* * *

크리스티나는 아서를 찾아갔다.

그녀는 늘 그를 기다리던 자리에서 평소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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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경을 뵈러 왔습니다만. 계신지요.”

평소와 달랐던 것은 그녀가 아서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기사들과 함께 들어가던 아서의 코앞에서 그를 바라보며 물었기 때문이었다.

아서가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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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뵙는군요, 레이디.”

크리스티나가 살짝 무릎을 굽혔다 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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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는 훨씬 자주 왔습니다. 감히 뵐 수 없었지만요. 드디어 만나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크리스티나는 서늘한 미소를 띤 채 아서를 바라보았다.

저 역시 오 년 만에 뵙게 되어 영광이다, 하는 식으로 비꼬아 봐, 어디.

그러나 아서는 담담하게 웃으며 태연하게 그녀를 에스코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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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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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나는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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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녀가 안내된 곳은 아서의 전용 응접실이었다.

하인들이 상당히 공을 들인 곳으로, 크리스티나에겐 익숙한 공간이었다.

이전에는 후작 부인의 응접실로 사용되곤 하던 곳.

지금은 아서의 공간.

측근 기사가 다가와 그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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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준비시킬까요?”

크리스티나가 무표정하게 아서를 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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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부를 수 있는 하녀나 집사도 마땅찮을 텐데요.”

아서가 담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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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용인을 가릴 이유가 없죠. 어떤 하녀를 부르셔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크리스티나는 미소 지으며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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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네요. 그럼 차 말고 시가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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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할 이유 없지요.”

아서가 하녀를 부르라고 손짓했다.

마리나가 크리스티나에게 그녀의 시가와 시가렛 홀더를 가져다주었다.

북부 특산물로 유명한 최고급 시가였다.

아서도 자신의 시가를 손에 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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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취향을 갖고 계시는군요. 시가를 즐기시는 줄은 몰랐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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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피워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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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다음 기회로 미루죠.”

아서가 먼저 자신의 시가에 불을 붙이고 크리스티나에게 성냥불을 건네주었다.

크리스티나는 조용히 홀더에 시가를 끼우고 담뱃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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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사이에 거미줄 같은 연기가 뿌옇게 감돌았다.

크리스티나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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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이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오 년 전의 일은 죄송했습니다. 경에게는 큰 모욕이었겠죠. 제가 원했던 일은 아니었지만, 긴 변명은 하지 않을게요. 부디 용서하세요.”

아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시가를 입으로 가져가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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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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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나가 앞으로 몸을 숙이고 재떨이에 툭 담뱃재를 떨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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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아서 경의 의도에 거스르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아니었나요?”

아서가 회색빛 담배 연기를 내쉬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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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께서 예상하신 제 의도는 어떤 겁니까?”

시가렛 홀더를 든 팔꿈치를 테이블 끝에 괴며 크리스티나가 아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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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를 정부로 두길 바라시는 줄 알았어요. 그 애가 무슨 명령을 받았는지 짐작하실 텐데도 생각보다 오래 곁에 두시고, 맘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서. 저도 레이나라면 싫지 않기도 하고요. 귀여운 애잖아요. 순진해서 사랑스럽죠.”

그녀의 시가렛 홀더가 가볍게 움직여 아서와 크리스티나 사이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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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랑 달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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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나가 다시 한번 시가를 입가로 가져가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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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서가 짧은 틈을 두고 피식하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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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요.”

크리스티나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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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레이나가 제가 선물한 드레스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일이 생겼네요. 드레스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애 얼굴을 좀 기대했는데.”

아서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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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부를 들이겠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다들 정부에 상당히 관대하시군요. 지금은 있지도 않은 여자를 상대로.”

크리스티나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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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진심이에요. 저희가 먼저 아서 경을 속이고 그 애를 당신에게 보내 그렇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그걸 아서 경의 부정이라 말할까요. 속죄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주셔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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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나가 짧은 숨을 내쉬고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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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신을 처음 만나는 개선식에 그렇게 뻔뻔하게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피할 수 없어 나가긴 했지만, 입 다물고 없었던 일인 척 그러는 거, 자존심도 좀 상했고. 차라리 그리 내쳐주셔서 감사했죠. 제대로 사과하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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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을 진 채로 시작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크리스티나가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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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외면당하는 동안 저는 오히려 편한 마음이었어요. 당신에게 지은 죄에 온당한 벌을 받는 시간이라 생각해서요. 충분히 벌을 받고 당신께서 용서해 주시고 나면 비로소, 당당하게 당신 곁에서 함께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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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침묵을 사이에 두고, 크리스티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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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경은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가장 먼저 그 애를 손에 넣은 뒤 아버지를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고, 당신이 원하는 걸 전부 쉬이 얻었죠.”

그녀는 불이 사그라들어가는 시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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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는 어렵지 않았어요. 친절하게 알려주신 거나 다름없으니까.”

징집병들의 권리. 이 저택에서의 당신의 권리.

다시는 무시당하지 않는 것. 기만당하지 않는 것.

부실 보급에 보상을 받고, 혼인 계약서에 적힌 약속들을 더 이상의 거짓 없이 이행 받는 것.

그리고 전쟁을 끝낸 군이 해산된 후에도 당신과 전우들을 지켜줄 기반을 만드는 것.

크리스티나가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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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똑똑한 사람이니까 감정적인 이유로 저를 내치는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당신의 가장 큰 기반은 민중과 명예고, 그렇다면 당신이 레이나에게서 더 이상 얻을 만한 게 없으니까. 레이나는 ‘우리가 있어서’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잖아요? 줄리어스를 길들이고 나면 레이나에게 무엇이 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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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나가 시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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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걸 다 얻은 후엔 돌아와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도움이 되겠다, 사과하고 싶다, 절 이만 용서해 달라는 신호를 보내며 기다리고 있었죠. 하지만.”

크리스티나가 불이 꺼진 시가를 내려놓고 아서를 가만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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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만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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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나는 묻고 있었다.

당신의 명예와 당신의 방패가 상처 입을 걸 각오하고서라도, 저를 버리고 그 애를 줄리어스의 안주인 자리에 넣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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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후.

아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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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줄리어스에게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을 거라 판단하셨다면 그건 오만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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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뜻인가요?”

아서가 크리스티나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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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씀해 주셨으니, 저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상이군인들에 대한 보상을 원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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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나가 입을 다물었다.

싱긋 웃고, 아서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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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에 대해선 당신 아버님과 말씀 나누겠습니다. 이만 돌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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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가 그녀를 바래다주겠다는 듯이 일어서며 커프스를 정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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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뜻은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매일 두 시간씩 기다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화 즐거웠습니다.”

축객령이었다.

크리스티나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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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가 에스코트하는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물러나는 대신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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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알 텐데요. 아버지가 동반자로서 그렇게 좋은 패가 아니라는 거.”

아서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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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당신 부친은 그렇게 나쁜 패가 아닙니다. 누구보다 돈을 잘 다루시고요. 그쪽 방면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인재이시죠.”

크리스티나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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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버지는 당신의 경쟁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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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나가 내리깔았던 눈을 들어 올렸다.

둘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크리스티나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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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계약서’의 내용을 알아요. 그에 따르면 지금 시점에서 아버지와 당신은 줄리어스의 공동 지배권자.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종속되어 살아남아야 하는 신세죠. 당신이 ‘줄리어스의 대표로 2년 이상 복무’하면 설령 내가 죽거나 사라져도 당신의 권리는 유지된다는 계약이니까.”

크리스티나가 스스로의 처지를 조소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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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가문의 권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아버지보다, 이미 당신에게 속해 당신의 명분으로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처지인 제가 더 믿을 만하지 않나요?”

크리스티나가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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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협조적일 거예요. 당신이 원하는 만큼.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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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선택하세요. 아버지와 나눠 갖지 않고서도 줄리어스를 온전히 가질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아서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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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편에 서서 후작을 상대로 대립하겠다는 의미입니까?”

크리스티나가 냉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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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저를 버리기 직전인데, 저는 아버지 편에 계속 서 있을 거라는 쪽이 더 이상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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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가 그녀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크리스티나가 아서의 손을 잡았다.

크리스티나는 떠나가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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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당신의 아내가 되기 위해 치르지 않은 의무가 있는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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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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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구역, 서쪽 끝 코너의 오른쪽 방. 제 침실의 위치에요. 어머니께서 새로운 신방으로 꾸며주셨죠. 전 거기에서 지내고 있어요.”

그녀가 아서를 보지 않은 채 마지막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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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이만 용서하실 생각이 드시거든 찾아와 주세요.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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