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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위기의 혈육들 (144/210)


#144. 위기의 혈육들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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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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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황태자 카일이 마리아 황후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팔을 내밀었다.

웃으며 다가간 황후가 아들이 내민 팔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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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왕의 서고에만 있었나요?”

카일은 그녀를 에스코트하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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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준비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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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군요. 황태자가 일을 하러 그곳에 가다니. 어릴 땐 그대가 늘 공부하기 싫다고 가서 숨던 곳이었는데. 황궁에서 그대가 가장 좋아하던 곳이었죠?”

카일은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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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베개로 쓰기 좋은 책들이 많아서요.”

루사익 일가의 고서들과 선황제가 보유했던 서적들, 선황제가 직접 남긴 기록들이 남겨져 있는 ‘왕의 서고’는 황제와 황태자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카일의 유모나 가정교사는 물론이고, 황후인 마리아도 들어갈 수 없었기에 어린 카일은 종종 그곳으로 도망쳐 실컷 잠을 자곤 했다.

때론 직접 행차한 황제에게 붙들려 끌려 나왔지만, 할아버지인 선황제를 존경해서 그분의 손길이 닿은 곳에 함께 있고 싶었노라 핑계를 대면 아무도 대놓고 혼을 내지 못했다.

황태자에게는 안락한 도피처였다.

그리고 정말로 선황제의 손길이 닿은 곳을 더듬기 시작한 지금, 카일은 서고에 처박혀 있는 진짜 목적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여전히 그곳에서 빈둥거리며 지내는 척을 하고 있었다.

황후가 물끄러미 카일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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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황태자.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신년제 준비할 시간이 아니라 실컷 낮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란 말이었나요?”

카일이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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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가 실망한 눈빛으로 카일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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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대가 정말 행사 준비를 열심히 하는 줄 알았습니다.”

카일이 얼른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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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도 했습니다. 거의 다 했어요.”

황후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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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이번 행사는 중요해요. 정말 잘 준비해야 합니다. 나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아서 경과 비교가 되어선 안 돼요. 이젠 그대도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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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황후 폐하.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후는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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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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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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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신의를 지키는 사람인 것, 정 많은 사람인 것을 저는 어미로서 사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황제가 될 사람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보다 타인을 지키는 것이 우선인 것은 미덕이 아니에요.”

카일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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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해합니다.”

황후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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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동락한 동료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일 것을 압니다. 아서 경이 태자 대신 오러를 익혔고, 목숨까지 구해 주었는데 오죽할까요. 나도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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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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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태자. 어미보다 아서 경을 더 믿지는 말아요. 그대를 가장 위해 줄 사람은 이 어미입니다. 그것은 정의롭지 않은 게 아닙니다.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할 큰 나무가 흔들리면, 그 주변은 전부 쑥대밭이 됩니다. ‘내 사람’을 지키는 것이 가장 정의로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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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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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경이 그것을 무척 잘했다고 들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적에게 잔인해져서, 자신의 사람들을 지켜 내고, 구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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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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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선 아주 듬직했을 겁니다. 의지가 되었을 거고, 배울 점도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전쟁이 끝났고, 이제 태자는 누가 내 편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해요. 영원한 한 편은 없어요.”

카일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카일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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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서는 좋은 아군이 될 겁니다. 아니, 이미 좋은 아군이죠. 저를 구하면 이렇게 될 걸 다 알고 있었지만 아서는 저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걸고 절 구해 주었어요. 아서는 스스로를 지키고자 할 뿐, 욕심이 많거나 야망을 가진 성격도 아닙니다. 제 생명의 은인이고 제…… 동료입니다.”

황후가 부드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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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형제고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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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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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찬가지예요, 태자.”

황후가 부드러운 온기가 어린 손으로 황태자의 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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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내 아들인 그대를 지키고자 할 뿐입니다. 하지만 지키고자 하는 자는 때론 다른 이를 해하기도 하지 않던가요? 그러지 않고 자기를 지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까요. 태자는 힘든 전쟁을 겪고 왔으니 나보다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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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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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경은 자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고, 나는 그대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에요. 태자는 아서 경이 아니라 저를 믿어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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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어머니.”

황후가 카일을 마주 보고 미소 지으며 손을 뻗어 그의 옆머리를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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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 나를 원망하나요? 하나뿐인 아들인 그대를 전장으로 떠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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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황후 폐하께서는 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셨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황후 폐하께서 떠민 것도 아니었고, 제 출정이 필요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선황제 폐하를 계승하는 자격 있는 후계자라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제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할 뿐입니다.”

황후가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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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대는 무얼 증명하지 않아도 이미 자격 있는 후계자입니다. 이렇게 무사히 살아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잘 견뎌 주었어요.”

 

* * *

복잡한 얼굴로 황후와 헤어진 뒤.

문을 닫고 들어서 문에 기댄 카일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의 눈빛에 단호한 예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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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군은?”

눈에 띄지 않게 따라다니며 그를 지키는 자객 호위무사가 모습을 드러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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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없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쯤 르나하를 지나고 있을 것입니다.”

카일은 바로 몸을 떼고 걸어가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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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와 레이디에게 따라붙던 놈들에 대한 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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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료했습니다.”

그가 조사 결과가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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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당하지는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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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장 높은 수준의 경계수위로 행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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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하지 마. 어머니가 이미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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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카일이 받은 종이를 펼쳐 빠르게 훑어 읽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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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비하고 있는 ‘행사’를 망치지는 않을 거야. 문제가 생긴다면 수도에 도착하기 전. 지금일 가능성이 높아. 어머니가 사람을 보내고 있다고 경고 전해 주고, 렘브란트 쪽으로도 전령 보내서 경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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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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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은 제거한 후 전부 적국 자객으로 위장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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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리고 카일은 아서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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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트리스탄이 편지를 건네었다.

황태자로부터 은밀히 온 편지였다.

공개적 황실 전령을 통해서가 아니라 비밀리에 전해진 것으로, 전장에서 종종 그와 그런 형태로 작전서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기에 트리스탄도 황태자 카일이 보낸 서신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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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받아들긴 했다.

하지만 아서는 읽을 수가 없었다.

카일은 내가 글을 못 읽는다는 걸 잊은 건가…….

아니면 내가 편지를 못 읽을 거라는 건 아무도 상상하지도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건가?

솔직히 그냥 잊은 것 같다.

아서는 얕은 한숨과 함께 주변 사람들을 물리고 트리스탄만 남겼다.

사람들이 완전히 물러간 것을 확인하고 트리스탄이 내용을 대신 펼쳐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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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문이네요.”

트리스탄이 해석한 결과물을 들려주었다.

【 잘 오고 있냐. 】

【 조사해 봤는데, 어쩌면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겠어. 】

【 도착하면 나를 찾아와 줘. 】

【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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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스탄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아서를 바라보았다.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왠지 아서의 눈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트리스탄도 케이도, 아서의 시력을 회복시킬 방법을 카일이 조사하고 있을 것 같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트리스탄은 편지를 꽉 쥐고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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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황태자 전하께서 찾으신 방법이라는 건 혹시…….”

그러나 아서는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묘한 표정으로 트리스탄과 그의 손에 들린 편지 쪽에 시선을 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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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그게 다야? 서신은 그것보다 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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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적힌 건 이게 다인데요…….”

아서가 그의 앞으로 책상 위의 촛대를 끌어다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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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슬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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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트리스탄이 서신을 가져와서 조심스럽게 촛불 위로 가져갔다.

불길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자 이내 빈 편지지에 빼곡한 글씨가 드러났다.

트리스탄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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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더 있습니다. 잠시만요.”

글씨가 꽤 많이 적혀 있었기에, 트리스탄은 꽤 시간을 들여 감춰진 글씨를 드러냈다.

【 오는 길 조심해. 】

【 특히 레이디 크리스티나를 잘 챙겨 줘. 】

【 미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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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아래는 수많은 작전의 일정이 적혀 있었다.

몇 개는 이미 실현된 것.

몇 개는 실현될 예정인 것.

자객의 수와, 매복한 위치와, 각 자객들이 받은 지시들이 편지지 위에 적혀 있었다.

* * *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이 후작 대부인 패트리시아와 하녀들의 옷자락을 파고들었다.

하녀들이 바닷가에 놓은 가제보에서 흔들의자를 치우고 짐을 챙겼다.

패트리시아가 다른 하녀가 걸쳐 주는 숄을 여미고 고양이를 품에 안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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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추워지기 전에 정리하라니까. 그때 정리했으면 훨씬 편했을걸, 왜 이렇게 한겨울이 되고서야 치운다고 이 고생을 하는 거니.”

하녀가 코를 쓱 문지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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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마님. 여기서 바닷바람 맞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두면 몇 번이라도 더 나오실 텐데, 정리하면 아예 못 나오시니까.”

패트리시아가 찡그리며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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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내 나는 바닷바람이 뭐 좋다고. 바다는 집에서 봐도 되니 다음부턴 이렇게 추워지기 전에 치우렴. 너희가 그렇게 의자를 내놓으니 굳이 나오게 되는 거 아니니. 겨울바람 맞다가 얼어 죽겠다,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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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예, 마님.”

타박을 받으면서도 하녀들이 웃었다.

대부인이 저를 위해 주는 하녀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숨을 쉬며 바람에 흩날리는 모자를 누르고 바다 쪽을 보던 패트리시아가 문득 숲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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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리시아의 곁을 지키던 호위 기사들이 하녀들을 도와 무거운 짐을 받아들고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부인의 측근 하녀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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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정리는 거의 다 끝났는데요. 바람이 차니까 먼저 들어갈까요?”

패트리시아의 시선은 의아하게 하녀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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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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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

응?

후작 대부인이 몸을 돌렸다.

내용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도와주세요!

비틀거리며 사람 그림자가 숲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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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도와주세요.”

후작 대부인의 눈이 커졌다.

옷이 찢어지고 피투성이가 되어 엉망진창이 된 젊은 여자 하나가 달려오다가 쓰러졌다.

후작 대부인이 입을 가렸다.

하녀들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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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세상에! 저기!”

짐을 들고 있던 호위무사들은 단박에 손에 든 것들을 팽개치고 검을 뽑으며 달려갔다.

탁 트인 공간에서 사람들의 기운이 몰려들자, 그녀를 따라오던 음산한 기운이 흔적을 감추며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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