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오빠는 날 배신하지 않아2020.09.23.
가면 남자는 입을 몇 번 뻥긋거리다가 손가락을 라틸을 향해 뻗었다.
“왜, 왜, 왜 내 바지를……!”
이 거만한 남자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나타나 시비를 건 저 건방진 여자에게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머리를 얻어맞았고, 얻어맞았고, 기절했다. 그런데 일어나보니…… 그가 입을 뻐끔거리자 라틸은 손을 휘저었다.
“진정해. 가면은 안 벗겼잖아.”
“바지를 벗겼잖아!”
그야 바지 위를 더듬거릴 수는 없으니까. 이 가면 남자는 다리에 착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러니 바지를 뒤지려면 다리까지 더듬거리게 될 텐데. 별로 그러고 싶진 않았다.
“일단 진정하고 5분만 심호흡해.”
“미친,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나? 내 바지 내놔!”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라틸이 무시하고 바지만 뒤지자, 가면 남자가 내리깐 목소리로 윽박질렀다.
“너. 내가 누군지 알고서 이런 짓을 하는 건가. 이런 짓을 하고도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
라틸은 바지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쭉쭉 털어내면서 건성으로 물었다.
“네가 누군데?”
“황제 폐하의 최측근이다.”
“!”
하지만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뱉은 말에 라틸은 자기도 모르게 사레가 들렸다. 라틸은 콜록콜록 기침하다가 황당해서 가면 남자를 보았다.
“누구의 최측근이라고?”
“폐하의-.”
라틸은 손을 뻗어서 남자의 가면을 벗겼다. 혹시 진짜 내 최측근? 최측근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라 해봐야…… 시종장이랑 서넛 뿐이지만.
‘아닌데.’
모르는 사람이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잘생기긴 했지만, 완전히 초면이다. 최측근 중에 이런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자. 뭐야. 지금 내 이름을 팔아 사칭하고 있는 건가? 라틸은 어이가 없어서 남자에게서 벗겨낸 가면으로 ‘팅’ 놈의 이마를 때려버렸다. 그러고는 바지를 마저 뒤지면서 일부러 빈정거렸다.
“얼굴 반반한데. 혹시 황제의 최측근이 아니라 후궁 아냐?”
“……맞다!”
진짜 어이없는 놈이네. 부정할 줄 알았던 놈이 아예 수긍까지 하자, 라틸은 기가 막혀서 턱으로 마부석을 가리켰다.
“어디서 거짓부렁이야? 게다가 황제의 후궁이라 우기려면 저 정도는 돼야지!”
그러나 남자는 한 번 정한 거짓말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폐하는 저런 음침한 얼굴은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 말에 타시르가 마부석에서 고삐를 더욱 꽉 잡았으나, 이를 알 길 없는 남자는 다시 또 황제의 이름을 팔아먹었다.
“폐하의 안목이 바닥으로 보이나?”
이 새끼 이거 내가 누군지 알고서 먹이는 거 아냐? 알고서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지? 순식간에 안목이 바닥이 된 라틸은, 기분이 나빠져서 또 남자의 머리를 가면으로 내리쳤다.
“왜 또 때립니까!”
“한 대 더 맞아라!”
그로도 모자라 라틸이 한 대를 더 때리자, 남자는 분노해서 이를 갈았다.
“날 건드리면 폐하께서 진노하실 겁니다.”
“데려와. 데려와. 데려와봐. 진노 한 번 받아보자!”
이 범죄자일지 모를 놈이 계속 자신의 이름을 팔아먹자, 마침내 라틸은 폭발해 버렸다. 이렇게 손쉽게 황제의 이름을 팔아먹는 놈이니, 이번이 처음일 리 없을 터. 상습적으로 제 이름을 팔아먹는 놈일 거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라틸이 가면으로 남자를 요기조기 두드리자, 결국 이를 갈던 남자는 몸을 웅크리고서 쪼그라들었다.
“여보, 가야 합니다!”
타시르가 마부석에서 부른 후에야 라틸은 남자를 두드리던 걸 멈추고 얼른 바지를 마저 뒤졌다. 그러다 손에 구깃한 무언가가 잡히는 순간. 라틸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었군.’
역시. 남자는 바지에 지도를 숨겨 두었다. 라틸이 힘주어 바지 안감을 뜯자, 최대한 쫙 펼쳐서 안감 사이에 넣어둔 빳빳한 종이가 보였다.
‘이렇게까지 해둔 걸 보니 굉장히 귀한 건가 본데?’
보통은 뭐 상자 같은 데 둘둘 말아서 가져가지 않나? 어쨌든 이 고생을 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여보!”
그 사이 타시르가 다시 밖에서 외치자, 라틸은 품 안에 지도를 넣으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아직도 벽에 딱 달라붙어서 라틸을 경계하듯 보고 있었다.
“누구냐. 누군데 날 방해하는 거지?”
라틸은 빙긋 웃으면서 남자에게 가면을 돌려주다가 장난삼아 진짜 정체를 알려주었다.
“황제다.”
물론 그래 봐야 상대가 믿을 리 없단 걸 알기에 한 것이지만.
“무슨 헛소리냐. 누구냐. 자오 쪽이냐.”
역시나. 남자는 믿지 않았다. 자신이 황제 이름을 팔아먹은 걸 라틸이 비꼰다 여기기만 할 뿐.
‘그보다 자오? 자오란 사람은 누구지? 이 사람의 적대 세력인가? 아니면 같은 세력이지만 사이가 나쁜 사람?’
“여보!”
그러고 있자니 다시 타시르가 라틸을 불렀다. 몹시 다급한 목소리. 아직 알아내고 싶은 게 한가득이었으나, 라틸은 어쩔 수 없이 창문 밖으로 나갔다.
‘괜찮아. 얼굴을 기억했어. 이후 조사할 수 있다.’
라틸이 나오자 타시르가 발을 굴렀다.
“빨리 가야 합니다!”
라틸은 밖으로 나와서야 타시르가 왜 자신을 계속 불렀는지 알아차렸다. 저만치서 빠른 속도로 말을 탄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경매장 관리의 부하들일 겁니다!”
“가자.”
그런데 막 달려가려는 순간.
[젠장. 저 지도가 있어야 그 물건을 찾을 수 있는데.]
마차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와 라틸은 움찔했다.
‘물건?’
이 와중에 혼잣말을 하진 않을 테니, 아무래도 저건 남자의 속마음 소리 같았다. 하지만 이를 알 리 없는 타시르는, 가까워지는 관리들을 살피며 다시 외쳤다.
“얼른요!”
그래도 라틸이 꾸물대자 그가 라틸의 손을 잡았다.
“얼른요!”
그러나 라틸은 쉬이 가지 못하고 마차 쪽을 쳐다보며 타시르에게 다급히 외쳤다.
“30초만!”
30초만 있으면 저 남자가 결정적인 말을 할 것 같았다.
“안 됩니다!”
[황자님을 어떤 낯으로 뵐지.]
황자! 도망가는 것과 30초라도 저자의 말을 들어보는 것. 두 가지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라틸은, 황자 소리를 듣자마자 확 몸을 돌렸다. 저거. 저건 들어야 돼! 놀란 라틸은 타시르를 뿌리치고 마차로 달려갔다. 그 순간. 갑자기 어깨에 묵직한 무언가가 닿더니 몸이 바닥을 굴렀다. 어깨며 다리에 뭔가가 찌르고 눌리는 느낌이 연달아 나면서 몹시 따끔거렸다. 그렇게 몇 바퀴 세상이 구른 뒤. 라틸은 코앞에 타시르가 있는 걸 보았다. 등 뒤는 딱딱한 바닥이다. 타시르가 자신을 안고 바닥을 구르다가, 자신을 뒤덮은 채 멈춘 것이다. 그걸 인식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쾅 소리가 나면서 마차가 터졌다.
“!”
붉은 불꽃이 풍성한 구름처럼 펑 커졌다가 가라앉더니 무언가 휙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윽.”
그게 뭔지 알아챌 틈도 없이, 타시르가 짧게 신음을 토하더니 라틸의 위로 축 늘어졌다. 라틸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아직까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타, 타시르? 타시르?’
라틸은 타시르를 부르다가 일단 그를 옆으로 치우고 일어났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타시르의 등이었다. 아까의 폭발로 그의 등이 벌건 피로 가득했다. 옷은 이미 다 찢어발겨져 흔적도 없었고, 등 여기저기는 심지어 까맸다.
“아. 타시르. 안 돼. 타시르!”
화상을 입은 것이다. 라틸은 타시르의 어깨를 잡고 입을 뻐끔거리다 마차를 보았다. 멀리서 폭발을 당해낸 타시르가 이 꼴이니, 마차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멀쩡하고 튼튼하던 마차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 남자 역시. 아까 가면을 쓰고 있던 남자가 마차 잔해와 함께 굴러가는 걸 보며 라틸은 입을 뻐끔거렸다. 우르르 말 달려오는 소리가 더욱 빨라지는데 머리까지 그에 맞춰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지? 누가 마차를? 내 적? 저 남자의 적? 아니면 저 남자의 아군? 라틸은 타시르를 안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야? 누가 이런 짓을 한 거냐? 누구냐고!
* * *
“대신관.”
밤이 깊어 홀로 밤공기를 맡으며 운동 중이던 대신관은 속삭이는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창밖을 보자 라틸이 난간에 서 있었다.
“폐하? 아니, 왜 문 놔두시고 거기로 오십니까?”
“잠시 밤산책 좀 가자.”
“지금이요?”
“빨리.”
대신관은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땀을 빨리 닦은 다음 가벼운 겉옷을 입고 나갔다. 그러나 산책을 가자던 라틸은 대신관을 마차에 태웠다.
“산책을 마차 타고 갑니까?”
돌아온 대답은 섬뜩했다.
“타시르가 많이 다쳤다.”
“타시르라면 마약…….”
“그래, 걔.”
대신관은 자세를 좀 더 자세히 고치면서 물었다.
“어쩌다가요?”
라틸은 마차 창문에 달린 커튼을 슬쩍 들춰서 밖을 살피고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설명했다.
“아바마마의 무덤을 훼손한 범인들이 어떤 지도를 찾고 있단 걸 알게 됐거든. 그게 불법 경매장에 나온단 얘기를 듣고 타시르랑 같이 찾으러 갔어.”
그 사이에도 마차는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계속 나아갔다. 라틸은 한숨을 내쉬고서 한 손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쥐어뜯듯 잡았다.
“어떤 사람이 지도를 경매장에서 낙찰받았고, 그걸 뺏었어. 근데…… 마차가 폭발했어. 타시르는 날 감싸다가 등에 화상을 심하게 입었고. 게다가 마차 파편이 등에 박혔어.”
“누가 그런 겁니까? 혹시 적들이 지도를 뺏기 위해서 그자, 그러니까 경매장에서 지도를 산 사람을 죽인 겁니까?”
“그건 아냐. 경매장에서 지도를 낙찰받은 사람도 수상쩍은 게 많았거든.”
“수상쩍다니요?”
“내가 지도를 뺏으니까 ‘자오 쪽이냐’고 물었어.”
“자오?”
“찾아봐야지. 문제는 그게 아니라 다른 거야.”
“더 문제가 있습니까?”
라틸은 더 설명을 하려다가 마차가 멈추자 대신관의 어깨를 두드리고서 말을 일단 끊었다.
“나중에 타시르랑 같이 얘기해줄게.”
라틸이 모자를 눌러쓰고 마차 밖으로 나가자 대신관도 얼른 따라 나갔다. 마차가 멈춘 곳은 평범해 보이는 여관 건물이었는데, 라틸은 그곳 2층 가장 구석 방으로 대신관을 데려갔다.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라틸이 문을 닫고 창문 커튼을 친 다음 모자를 벗는 사이, 대신관은 침대에 엎드려 있는 타시르에게 다가갔다.
“이런.”
이미 듣긴 했지만, 척 보기에도 타시르는 부상이 아주 심했다.
“치료 좀 부탁해.”
“예. 염려 마십시오.”
대신관이 신성력을 이용해 타시르를 치료하는 동안 라틸은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일단 타시르를 살려야 하니까 눈이 돌아가 어떻게 여기까지 업고 오긴 했는데. 라틸도 사실 많이 놀란 터였다.
“다 됐습니다.”
“벌써?”
“전 능력 있는 대신관이니까요.”
대신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치료가 끝났다고 하자, 라틸은 얼른 침대 가로 다가갔다. 정말로 엉망이 되었던 타시르의 등은 멀쩡하고 매끈해져 있었다. 라틸은 그걸 보고서야 긴장이 풀려 대신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서 중얼거렸다.
“죽을까 봐 무서웠어. ……살아서 다행이야.”
대답은 침대에 누운 타시르가 했다.
“그런 감동적인 대사는 절 끌어안고 해 주셔야지요. 왜 뜬금없이 거기서 그러고 계십니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능글맞은 말에 라틸은 타박하는 대신 얼른 고개를 들었다.
“타시르? 정신이 들어?”
타시르는 끙 소리를 내며 상체를 일으켰다. 하지만 치료가 되어도 한번에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 건 아닌지 팔에 힘이 빠졌다. 라틸이 얼른 부축해주자, 타시르는 자연스럽게 라틸의 볼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서 웃었다.
“제가 옆에 있는 게 낫지요?”
“너 진짜 멀쩡해졌구나.”
라틸은 반사적으로 타시르의 다리를 찰싹 두드리려다가 한숨을 내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타시르는 히죽 웃더니 옆으로 궁둥이를 옮겼다.
“나란히 앉을까요?”
“됐다. 누워 있어.”
라틸은 타시르의 가슴을 눌러서 그가 편하게 눕도록 한 뒤 타시르에게 사과했다.
“아까는 빨리 도망가자는데 마차 쪽으로 가서 미안하다, 타시르.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
타시르는 그럴 줄 알았단 듯이 웃었다.
“위험한 상황인데도 굳이 그쪽으로 가시기에 뭔가를 발견하셨을 거란 생각은 했습니다.”
“그러면서 말렸다고?”
“뭘 발견하셨든 제게 가장 소중한 건 폐하의 생명이니까요.”
“…….”
“근데 뭘 발견하셨던 겁니까?”
내내 조용히 대화를 듣던 대신관도,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한지 귀를 좀 더 쫑긋 기울였다. 라틸은 주위를 둘러보고, 혹시 주위에 다른 누가 없는지 조용히 기척도 살핀 후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범인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라고. 이러면 황자님을 뵐 낯이 없다고.”
라틸의 말이 끝나자 대신관이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
“황자님이요? 어느 황자님이요?”
라틸이 당장 떠올린 황자는 둘이었다.
“헤움 황자. 아니면 틀라 황자. 둘 중 하나겠지.”
“예?”
더욱 놀라는 대신관에게, 라틸은 타시르가 얘기해 주었던 아이니 황후와 헤움 황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틀라 황자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듯 그쪽도 가능성이 있다고.
“그래도 틀라일 가능성이 크겠지. 헤움에 대한 건 아이니 쪽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
어마어마한 이야기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해서 잠시 방 안이 조용해졌다. 한참을 그렇게 있은 후. 마침내 라틸은 품 안에서 지도를 꺼내며 꽉 쥐었다.
“사람을 죽여서까지 유출을 막으려던 지도야. 아까 얼핏 보니까 뭔가를 숨겨 둔 지도 같았어. 분명 뭔가 그자들에게 중요한 게 표시되어 있겠지. ……내가 찾아와야겠다.”
대신관은 놀라서 나섰다.
“직접 가면 위험합니다. 백화랑술에 맡기는 건 어떨까요?”
“안 돼. 자리를 비우는 게 걱정되긴 한데. 이건 내가 직접 찾아봐야 돼. 내부에 누가 적인지 모르니까.”
라틸은 대신관과 타시르를 번갈아 살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적이 아닐 거라 확신하는 건 너랑 타시르, 클라인 셋 정도야.”
그러나 대신관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폐하께서 자리를 비우시면 국정은…….”
“오래 비우진 않을 거고, 당연히 공식적인 외교 업무를 같이 보고 올 거야. 중요한 업무는 일단 오빠한테 부탁할 거고.”
“레안 황자님 말씀하십니까? 하나 폐하. 레안 황자님도 ‘황자님’ 아닙니까. 혹시…….”
대신관은 그래도 걱정하였지만 라틸은 이번에는 딱 잘랐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빠는 절대로 날 배신하지 않아. 오빠 최측근이 날 싫어해서 음모를 세울 수는 있겠지. 그것도 가능성은 작지만. 하지만 오빠가 나서서 날 배신할 일은 없어.”